소설리스트

저승식당-264화 (262/1,050)

263 화

보육원에 차를 주차할 때 사람 들이 몇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중년 남자의 말에 황민성이 고 개를 숙였다.

“연락드린 황민성입니다.”

“행복 보육원 원장 박성영입니 다. 그리고 이쪽은 제 아내 나진 주입니다.”

“어서 오세요.”

나진주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 으며 인사를 하는 것에 황민성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여기 있는 분들은 저희 보육원 도와주시는 분들입니다.”

박성영이 직원들을 소개하자 황 민성이 고개를 숙이고는 품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후원금입니다.”

“아......"

인사가 끝나자마자 봉투를 꺼낼 줄은 몰랐던 박성영이 살짝 당황 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다가 웃으 며 받았다.

“감사합니다. 애들을 위해서 잘 쓰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그러고는 황민성이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런데 학교 자리였나 봅니 다?”

건물이 있고 그 앞에는 운동장

이 있는데, 옛날 초등학교 같은 느낌이었다.

“맞습니다.”

경치를 보던 황민성이 말했다.

“푸드 트럭은 어디에서 하면 됩 니까?”

“편하신 곳에 하시면 됩니다.”

“강진아, 어디다 할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물을 써야 하니 저쪽 수돗가가

좋을 것 같은데요.”

강진이 가리키는 곳을 본 황민 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기다 하자.”

황민성의 말에 운전기사들이 트 럭을 그쪽으로 몰고 가는 것을 따라 강진이 걸음을 옮겼다.

먼 곳도 아닌데 굳이 차를 다시 타고 갈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강진과 황민성이 걷는 것에 박 성영이 옆에 서며 말했다.

“안에서 애들하고 인사하시겠습 니까?”

“인사는 이따 밥 먹을 때 가볍 게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박성영을 보 았다.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 편하게요?”

“보통 이런 경우 청소하고 애들 한테 주의 주고들 많이 하시던 데…… 저는 그런 것 원하지 않 습니다. 그냥 편하게 과자 하나

들고 온 사람이라 생각해 주십시 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으며 강진은 운동장을 보았다.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공을 가지 고 놀거나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서 많이 안 나온 건가?’

이 정도 규모 보육원이면 있는 애들도 꽤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수돗가에서 물을 틀

어 보았다.

촤아악! 촤아악!

물이 잘 나오는 것에 수도꼭지 를 잠근 강진이 박성영을 보았 다.

“저 음식을 만들 만한 탁자 하 나 옮겨 주실 수 있을까요?”

“탁자만 있으면 되겠습니까?”

“네.”

강진의 말에 박성영과 나진주가 직원들과 함께 건물로 들어가자,

강진이 푸드 트럭 캡을 열며 황 민성을 보았다.

“그런데 봉투를 오자마자 줘 요?”

“줄 것은 빨리 주는 것이 낫지. 저분들도 언제 주나 기다릴 것 아니겠어?”

그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 다.

“형은 월급날에 직원들 출근하 기 전에 바로 입금시킨다. 그날 어차피 받는 거라도 받을 돈은

일찍 받는 것이 기분이 좋으니 까.”

“그렇군요.”

“너도 남에게 뭐 줄 것 있으면 바로바로 보내줘. 그것만 잘 해 도 돈으로 얼굴 붉힐 일 없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도 아르바이트 비 오후 늦게 들어오면 안 좋더라고요. 계속 핸드폰만 보게 되고.”

“그래서 형이 직원들 출근하기

전에 미리 보내는 거야. 그래야 일하면서 핸드폰 안 보지.”

“똑똑하시네요.”

“사람을 잘 부려야 부자가 되는 거야.”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이 말통을 꺼내 내밀었다.

“형, 물 좀 채워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말통을 잡자 운전기사인 오 실장이 급히 그것을 잡았다.

“제가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쉬고 계세요.”

황민성의 말에 오 실장이 뒤로 바로 물러났다. 오 실장이 물러 나자 황민성이 말통에 물을 채웠 다.

그 사이 강진은 튀김 통에 기름 을 붓고는 불을 올렸다. 기름이 달아오를 동안 강진은 준비해 놓 은 야채들을 통에 넣고는 튀김을 할 준비를 시작했다.

튀김을 할 준비를 하던 강진이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앞을 보았 다.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 로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얘들아 안녕.”

강진의 인사에 아이들이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숙이며 큰 목소리로 인 사를 하는 아이들에게 강진이 말 했다.

“형이 오늘 맛있는 것 해 줄 게.”

“감사합니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 의 인사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 며 야채 튀김을 만들 준비를 서 둘렀다.

“가게에서 초벌로 튀겨 올 것을 그랬다. 애들 너무 기다리겠는 데?”

아이들이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하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생각은 못 했다.”

일단 야채 모양 잡아 놓고 초벌 로 튀겨 오면, 여기서는 애들 주 기 전에 한 번 더 튀겨만 주면 된다.

그럼 조리 시간이 대폭 단축되 는 것이다.

“어묵꼬치라도 먼저 하자.”

어른들은 어묵국이 나을 수 있 지만, 아이들은 어묵을 꼬치로 먹는 것이 맛도 있고 재밌게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겨울에 애들이 어묵 꼬치를 먹 고 싶어 했지.’

강진이 보육원에 들어갔을 때는 머리가 굵은 나이라서 군것질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게다가 그때는 부모님이 돌아가 시고 친척들 손에 보육원에 들어 간 때라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 어도 입 안이 썼었다.

하지만 강진이 본 보육원 동생 들은 겨울 길가에서 파는 어묵 꼬치와 붕어빵과 같은 길거리 음 식들을 먹고 싶어 했었다.

그래서 어묵꼬치를 준비한 것이 다.

‘붕어빵도 준비를 할 것을 그랬 나?’

붕어삥-을 준비할까 하다가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아서 준비를 하지 않았다.

붕어빵은 틀도 있어야 하니 말 이다. 잠시 길거리 음식에 대해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젓고 는 어묵을 끓이는 통에 적갈색 육수를 부었다.

촤아악!

통에 육수가 차자 강진이 불을 켜고는 튀김 반죽을 만들었다.

강진이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김이슬과 장 여사는 조순례를 양 쪽에서 모시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언니, 아이들이 참 많아요.”

“애들이 많아. 애들 배고플 텐 데. 가게 문 열어야 하는데……

“언니, 장사하게요?”

“그럼 해야죠. 애들 학교 가기 전에 열어야 장사가 되는데.”

학생들 다니는 곳 근처에서 하 는 분식집이라 학교 가는 아침부 터 영업을 시작했다.

애들이 컵 떡볶이와 어묵 등을 사 먹으니 말이다.

“언니, 우리 어묵 꽂을까요?”

“네. 애들이 어묵을 잘 먹어요.”

조순례의 말에 장 여사가 한쪽

에 가져다 놓은 접이식 식탁 근 처에 그녀를 데리고 가서 앉혔 다.

그러고는 강진에게 다가오자, 강진이 어묵과 꼬치를 내밀었다.

“꼬치 뾰족하니 잘 살피셔야 합 니다.”

“그럼요.”

“그리고 꼬치 제가 만들어 온 것 많으니까, 많이 만들려고 하 지 마시고 천천히 만드세요.”

강진의 말에 장 여사가 알겠다

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료를 들고 조순례에게 다가갔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김이 조금 씩 나는 육수를 보고는 새벽에 귀신들과 함께 꼬치에 꽂아 놓은 어묵을 그 안에 담갔다.

준비해 뒀던 모든 어묵을 육수 에 담근 강진이 조순례 쪽을 보 았다. 조순례는 환하게 웃으며 꼬치에 어묵을 꿰기 시작했다.

능숙하게 꼬치에 어묵을 꽂는 조순례의 모습에 강진이 황민성 을 보았다.

“어머니가 많이 좋아지신 것 같 아요.”

“그래 보이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양원에서 처음 뵀을 때는 손 을 조금 떠셨는데 지금은 손도 안 떠시네요.”

처음 조순례를 봤을 때 그녀는 조금 손을 떨었었다. 그런데 지 금은 꼬치에 어묵을 꿰는데 떨림 이 없었다.

“평소에도 떠셔. 근데 음식 만 드실 때는 잘 안 떠시더라. 확실 히 자신에게 익숙한 일을 하시는 것이 치매에는 좋은 것 같아.”

“그래도 잘 지켜보셔야 해요. 사고는 한순간이니까요.”

“그래서 이슬 씨하고 장 여사님 이 고생하시지. 계속 지켜봐야 하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는 조순례가 하지 만 지켜보는 것이 더 힘든 것이 다.

마치 갓난아이를 혼자 두지 못 하고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조순례를 보던 강진이 힐끗 푸 드 트럭을 구경하고 있는 아이들 을 보았다.

‘여기도 귀신이 있네.’

아이들 주위에는 귀신들이 있었 다. 하긴 사람 사는 곳이면 귀신 이 있는 것도 당연했다.

한국에서 사람 안 죽은 땅을 찾 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도 귀신을 볼 수 있었 다.

다만..

‘수호령이 여섯이라……

지금 강진의 앞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 열 명 정도가 있 었는데 수호령만 여섯이었다.

그 외에도 귀신들이 몇 더 있었 는데 수호령을 빼면 다 어린 귀 신들이었다.

‘이렇게 귀신이 많은데 애들 괜 찮은 건가?’

수호령이야 사람에게 해를 끼치 지 않지만, 귀신은 다르다. 어린 귀신들이라고 해도 사람에게 해 를 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의 눈에 운동장 앞에 있는 단상 위에서 이쪽으로 보고 있는 노인 귀신이 보였다.

귀신도 이쪽을 보고 있는지 서 로 시선이 마주친 느낌이었다.

‘조선시대 귀신인가?’

노인 귀신이 입고 있는 한복은

드라마에서 농민들이나 입을 듯 한 그런 한복이었다.

게다가 상투까지 틀고 있었다. 노인 귀신이 자신을 보는 것을 느낀 강진이 작게 고개를 숙였 다.

그리고 고개를 들던 강진이 놀 라 비명을 질렀다.

고개를 드는 것과 함께 단상에 있던 귀신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보인 것이다.

귀신을 많이 봤기에 이제는 귀 신을 보고 놀라거나 두렵지 않았 다. 하지만 이건 깜짝 놀랐다.

갑자기 자신의 얼굴 앞에 귀신 이 나타났으니 말이다.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는 강진 의 모습에 황민성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왜, 다쳤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침을 삼 키며 고개를 저었다.

“아…… 기름이 살짝 뛰어서

요.”

“화상 입은 것 아냐?”

“ 괜찮아요.”

말을 하며 강진이 푸드 트럭 벽 에 손을 가져다 댔다.

“차가운 곳에 대고 있으면 괜찮 아요.”

그러고는 강진이 자신을 놀람과 걱정 어린 눈으로 보는 아이들에 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형 괜찮아. 놀라지 마.”

“화상 입은 거예요?”

“아니야. 이 정도는 괜찮아.”

웃으며 애들을 다독이는 강진의 모습에 황민성이 말했다.

“약 안 발라도 되겠어?”

“살짝 한 방울 튀긴 거예요.”

“조심해. 애들 놀랐겠다.

“알겠어요.”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황민성 을 보았다.

“애들한테 선물 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걱정스러 운 눈으로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트렁크를 열었다.

그러고는 트렁크에서 농구공과 축구공처럼 여러 구기 종목 공들 이 담긴 그물을 꺼냈다.

“얘들아, 삼촌이 공 가져왔다. 공 가지고 놀자.”

황민성이 보육원에 뭐 가져가면 좋을까 묻는 것에 강진이 이런 운동 도구를 추천한 것이다.

황민성이 애들에게 공을 나눠 주는 것을 보던 강진이 슬며시 고개를 뒤로 당기며 앞을 보았 다.

앞에는 노인 귀신이 미소를 지 으며 웃고 있었다.

“내가 자네를 놀라게 한 모양이 네.”

“아.. 좀 많이 놀랐습니다.”

강진이 작게 하는 말에 노인 귀 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저승식당 주인을 만

나 반가운 마음에 내가 무례했 군. 미안하네.”

웃으며 말을 거는 노인 귀신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제가 저승식당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너무 놀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럼 서로 미안한 걸로 하자 고. 하하하하!”

기분 좋게 대소를 터뜨리는 노 인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서울에서 저승식당을 운영하는 이강진입니다.”

“나는 감초네.”

노인 귀신의 말에 강진이 의아 한 듯 그를 보았다.

“ 감초요?”

강진의 말에 감초라 자신을 소 개한 노인 귀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있잖나. 약방에 감초라고 하는 그 감초네.”

“약초 이름이 성함이세요?”

강진의 말에 감초 노인이 미소 를 지었다.

“주인어른께서 감초는 사람에게 참 이로운 약초라 하셨지. 그래 서 나에게 지어주신 이름이네.”

“주인어른?”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감초 노 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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