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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267화 (265/1,050)

266화

강진은 주방에서 점심 장사를 할 재료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장은옥은 강진 이 만들어 준 짜글이를 앞에 두 고 밥을 먹고 있었다.

“요즘 도련님이 일 열심히 하세 요.”

“어른이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거죠. 그전에 일을 놀면 서 했으면 그게 문제인 거죠.”

“그전에도 일은 열심히 하셨어 요. 다만…… 방법이 좀 틀려서 그랬던 거죠. 하지만 요즘은 정 말 일 열심히 하세요.”

그녀는 강진의 옆에서 강상식의 일상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그리 궁금하지 않은 강진이었지 만 재료들을 손질하면서 일단 맞 장구는 쳐 주었다.

강상식에 대해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야길 하고 싶어 하는 장은옥을 위해서 말이다.

“흐뭇하시 겠네요.”

“아주 좋아요.”

정말 기분이 좋은 듯한 장은옥 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소주 한잔하시겠어요?”

“소주요?”

강진이 장은옥을 보다가 슬며시 말했다.

“수호령 되시고 나서 술 드신 적이 없잖아요.”

“그건 그렇죠.”

장은옥은 가족이 없이 강상식의 집에서 입주 도우미로 살았기에, 죽고 난 후에 제삿밥도 따로 얻 어먹지 못했었다.

“짜글이가 소주와 함께 한잔하 기 좋아요. 어떻게 드시겠어요?”

“아직 점심때도 되지 않았는 데……

“귀신이 뭘 그런 것을 따집니 까? 먹고 싶으면 먹는 거지.”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배용수

의 말에 장은옥이 미소를 지었 다.

“맞는 말이네요. 그럼…… 부탁 할게요.”

강진이 냉장고를 열어 소주를 하나 꺼내 잔에 따라 주었다.

쪼르륵!

강진이 따라주는 소주에 장은옥 이 잔을 잠시 보다가 슬며시 집 었다.

스윽!

반투명한 잔을 든 장은옥이 소 주를 마시고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잔에 찬 소주를 빈 통에 덜었다. 잔에는 소주가 남아 있지만 귀신이 먹었 으니, 귀신에게는 빈 잔이나 마 찬가지 였다.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까우니 남 겼다가 음식 만들 때 넣으려는 것이다.

그 사이, 미소 짓고 있던 그녀

가 입을 열었다.

“도련님도…… 소주 한잔 같이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을 텐 데……

그렇게 말을 하면서 슬며시 자 신을 보자 강진이 웃었다.

“저하고요?”

“도련님이 친구가 없어요.”

“저는 강상식 씨 친구가 아닌데 요.”

“친구야 하면 되는 거죠.”

장은옥의 말에 피식 웃은 강진 이 말했다.

“저 말고도 친구하고 싶어 할 사람들 많으실 것 같은데요?”

“도련님 돈 보고 붙는 사람들일 뿐이에요. 그리고…… 진짜 친구 라고 할 사람도 없어요.”

그리고는 장은옥이 강진을 보았 다.

“가끔 소주 한 잔 나누면서 속 마음 이야기할 친구가 있으면 좋 을 텐데…… 사장님처럼요.”

“친구라고 하기에는 저보다 나 이가 있으신데요.”

“친구가 아니면 황 사장님과 같 이 형, 동생 하는 사이도 괜찮은 데……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사람 관계라는 것이 강제로 붙 인다고 붙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죠.”

아쉬워하는 장은옥의 모습에 강

진이 웃으며 새로 잔을 채워주었 다.

쪼르륵!

“강상식 씨는 몰라도 장은옥 씨 와는 친하게 지내고 싶네요.”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장은 옥이 잔을 들어 소주를 마셨다.

그러고는 슬며시 강상식의 좋은 점들을 하나씩 이야기해 주었다.

“어릴 때 도련님이 불쌍한 사람 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했 어요. 아! 한 번은 다리 밑에서

구걸하는 사람한테 지갑을 통째 로 주고 와서 사장님한테 크게 혼이 나셨다니까요.”

그 외에도 여러 강상식의 좋은 점들을 이야기하는 장은옥의 모 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딱히 저 사람하고는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홀에 서 강상식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먹었습니다.”

강상식의 목소리에 홀로 나온

강진은 역시나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그릇들을 볼 수 있었다.

‘인간성은 몰라도…… 확실히 음식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최고 의 손님이기는 하네.’

자신이 만든 음식을 이렇게 맛 있게 먹는 손님은 요리사에게 최 고의 손님이기는 했다.

입을 닦은 강상식이 지갑을 꺼 내 수표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그에 수표를 받아 들던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장난하나?’

강상식이 준 수표는 백만 원짜 리였다.

“1인분에 6000원, 2인분을 드셨 으니 12000원인데…… 백만 원 수표를 내시면 곤란한데요. 현금 없으시면 카드도 괜찮습니다.”

강진이 수표를 내밀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안 거슬러 줘도 됩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일 열심히 한다고 하더니…… 그 열심이 이런 식인가?’

전에도 황민성과 연결 좀 해 주 라고 돈 봉투를 내밀었는데……. 그리 좋은 생각이 들지 않은 강 진이 고개를 저었다.

“전에도 이런 대화를 나눈 것 같은데, 저희 가게는 정가만 받 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좋은 일 하시더군요.”

“좋은 일요?”

“보육원에 음식 봉사 하러 가셨 더군요. 황 사장님하고.”

“그걸 어떻게?”

“황 사장님 SNS에 올라온 것 봤습니다. 거기에 이강진 씨 음 식 봉사하는 사진도 있더군요.”

그러고는 강상식이 수표를 가리 켰다.

“밥값 빼고 남은 건 다음에 보 육원에 봉사하러 가실 때 같이 쓰세요.”

“후원을 하시겠다는 말씀입니 까?”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도 음식은 맛있는 걸로 먹었으면 합니다.”

고개를 숙인 강상식이 몸을 돌 리는 것에 강진이 물었다.

“민성 형한테 말해야 합니까?”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그를 보았다.

“황 사장님에게 얼굴 도장 찍으 려는 거면 백만 원을 내지는 않 았겠죠.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강상식이 피식 웃었다.

“황민성 사장이 아무리 대단해 도 개인 투자자일 뿐입니다. 우 리 그룹에서 본다면…… 개미일 뿐입니다.”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듯 말을 한 강상식이 덧붙였다.

“애들 맛있는 고기반찬 해 주세

요.”

그런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황민성을 개미라 표현하는 그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지만…….

‘마음은 착하네.’

애들 먹으라고 백만 원을 후원 한 것이니 말이다.

“그럼…… 애들 고기반찬 할 때 쓰겠습니다.”

강진은 사양하지 않았다. 정해 진 금액보다 더 많은 돈올 손님

에게 받는 것도 JS 잔고에 영향 을 준다.

하지만 강상식의 말대로 강진이 받는 것이 아니라 좋은 곳에 써 달라고 받는 것은 문제가 될 것 이 없었다.

그리고 누가 주든 어떤 돈이든 보육원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입 고 먹는 데 쓰일 돈이 될 것이 다.

그에 강진이 수표를 주머니에 넣자 강상식이 말했다.

“다음부터는 영업시간 맞춰서 오겠습니다. 그럼.”

고개를 숙인 강상식이 몸을 돌 리자 장은옥이 서둘러 그 뒤를 따라 나왔다.

그러고는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 다.

“잘 먹고 갑니다.”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강상식 씨.”

강진의 부름에 문을 나서던 강 상식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 시 선에 강진이 말했다.

“일요일에 보육원에 음식 봉사 하러 갈 건데 같이 가시겠어요?”

“음식 봉사?”

“민성 형은 없고 저 혼자 가는 겁니다.”

황민성을 소개해 주거나 만나게 해 주는 것이 아니지만, 봉사만 하러 갈 생각이면 오라는 것이었 다.

이는 강상식과 친하게 지내 주 면 안 되냐는 장은옥의 말이 신 경이 쓰여서이기도 했고, 아이들 을 위해 후원을 하는 강상식의 마음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서 이기도 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생 각을 하는 듯하자, 장은옥이 강 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장은옥이 연신 고개를 숙이는 것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강상 식에게 고개를 돌렸다.

“약속이나 일정이 있으실 수도 있으니 가서 생각해 보세요. 그 리고 가실 거면 일요일 아침 7시 까지 가게로 와 주시면 됩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 곳입니까?”

“차 타고 30분 정도 걸립니다.”

“생각 좀 해 보고 연락드리죠.”

“그렇게 하세요.”

“그럼.”

강상식이 문을 나서는 것에 장 은옥이 강진에게 재차 고개를 숙 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올지 안 올지는 저분 선택입니 다. 오시면…… 봉사 끝나고 소 주 한 잔 같이 하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장은옥이 웃었다.

“도련님은 꼭 가실 거예요.”

환하게 웃은 장은옥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친하게 지내고 싶은 스 타일은 아닌데……

강진의 중얼거림에 어느새 옆에 온 최호철이 어깨에 팔을 둘렀 다.

“경찰 생활 하다 보면 저런 놈 들 많이 본다.”

“그래요?”

“돈 많고 싸가지가 없으면 사고 도 많이 친다. 그럼 경찰서에 자 주 오게 되는 거지.”

최호철이 강진의 어깨를 손으로

꾸욱 잡았다.

“그래도 잘 해 봐.”

“뭘 잘 해 봐요?”

“쓰레기도 잘 활용하면 재활용 이 되는 법이다.”

“재활용요?”

“버리면 쓰레기고 재활용하면 다시 자원이 되는 거지. 그리고 돈 많은 놈이 재활용이 되면 여 러 사람 편해지지. 잘 해 봐라.”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는데

그런가요?”

“최소한 장은옥 씨는 승천하지 않겠냐?”

최호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음식들을 치우다가 문득 핸드폰을 꺼냈다.

-황 사장님 SNS에 올라온 것 봤습니다. 거기에 이강진 씨 음 식 봉사하는 사진도 있더군요.

‘SNS?’

황민성의 이름을 검색하자 익숙 한 얼굴과 함께 기업인으로 인물 정보가 떠올랐다.

그의 프로필을 클릭해 들어가 자, 그가 올렸던 게시글 중 음식 봉사 활동을 갔던 사진과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사진 속에는 강진이 푸드 트럭 에서 음식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음식을 주는 사진도 몇 장 포함 이 되어 있었다.

〈일요일, 가족과 함께 음식 봉 사 활동을 하고 왔습니다.

아이들이 참 귀엽고 밝았습니 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사랑이 이 아이들을 밝게 키울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글의 말미엔 보육원 주소와 위 치가 적혀 있었다.

〈황 사장님 대단하시네.〉

〈사진 찍으러 갔다 오신 듯 하 네.〉

〈정치인들이나 하는 불우이웃 돕기 코스프레라…… 황 사장님 돈이나 열심히 버시죠. 이런 것 까지 황 사장님이 하면 정치인들 뭐 합니까?〉

〈돈도 많은데 가서 건물이나 새 로 지어 주지 그래요?〉

〈멋지다. 황 사장님 좋은 일 하 시네요.〉

〈황민성 사장님이 좋은 일 많이 하시죠. 치매 병원에 기부도 많 이 하시고.〉

〈돈 많이 버는데 그 정도 기부 쯤이야. 나 같으면 이미 수 십억 했다.〉

〈수십억 말고 수천원이라도 하 지 그래요? 일단 천원이라도 기 부하고 이런 글 쓰시죠?〉

SNS에는 좋은 글도 많지만 나 쁜 댓글도 엄청 많이 달려 있었

다.

“그런데 왜 이걸 올리셨지?”

황민성 성격에 ‘나 착한 일 했 다’고 광고를 하려고 이런 글을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왜 이런 글을 올렸나 하는 궁금함이 든 강진이 핸드폰을 꺼 내 황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동생.]

친근한 황민성의 목소리에 강진 이 말했다.

“형, 통화 되세요?”

[지금 차 안이야. 말해.]

“형 SNS에 보육원 갔던 것 사 진 있던데요.”

[내 SNS에 들어왔었어?]

“손님이 그런 말을 하시더라고 요.”

[혹시 마음에 안 들어서 전화한 거야?]

“그런 건 아닌데. 형 이런 것 알리고 그런 사람으로는 안 보여

서요.”

[내가 어떤 사람인데?]

“착한 일 묵묵히 하고…… 왼손 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 시는 분?”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나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닌 데. 너 실망하겠다.]

“실망은요.”

강진의 말에 전화 너머로 황민 성이 웃다가 말했다.

[일종의 홍보지.]

“홍보요?”

홍보라는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설마 좋은 이미지를 위 해 보육원 봉사 활동을 했나 하 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진이 고 개를 저었다.

‘민성 형이 자기 이미지 좋아지 자고 이런 일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강진이 본 황민성은 이런 행동

을 자신을 위해 할 사람이 아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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