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268화 (266/1,050)

267화

내가 설명을 해 줘야 오해가 풀릴까?]

“오해요?”

[속으로 불쌍한 애들 이용해서 선행 이미지 만들려고 한다 생각 한 것 아니냐?]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지금은?]

“형까지는 아니지만, 저도 제가

본 것과 들은 것을 많이 의지하 거든요. 제가 본 형은 보육원 애 들 이용해서 선행 이미지 만들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 고……

[그리고?]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 그런 이미지 신경 안 쓰잖 아요.”

[왜, 나도 착한 사람 이미지 좋 아하는데.]

“그런 사람이 마음에 안 든다고 사업 계획서를 당사자 앞에서 찢 어 버리세요? 제가 회사 다녀 보 니까 사업 계획서 만드는 거 진 짜 빡세던데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 었다.

[빡세게 휴지 조각을 만들어 오 는데 거기에 어떻게 돈을 투자하 냐? 이왕 만들어 올 거면 휴지라 도 예쁘게 만들어 오던가.]

작게 웃은 황민성이 말을 이었 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나 같이 돈놀이 하는 사람은 이미지 따위 신경 안 쓰지. 아! 하나 신경 쓰 는 것 있긴 해.]

“뭔데요?”

[돈 잘 번다는 이미지. 그런 이 미지가 있어야 사람들이 나한테 자금 투자를 하거든. 착하기는 한데 돈은 못 번다는 이미지 생 기면 내가 쫄딱 망해 버려.]

황민성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돈만 잘 벌 수 있으면

욕 듣는 것쯤이야 아무래도 상관 없어.]

“그럼 SNS에는 왜 올리신 거예 요?”

[말했잖아. 훙보라고.]

“무슨 홍보요?”

[말 그대로 사람들한테 하는 보 육원 홍보지.]

“사람들요?”

[정치인들이 불우이웃 돕기 한 다고 연초와 연말에 여러 사회

기관 찾아다니는 건 알지?]

“그야 알죠.”

[그거 어떻게 생각하냐?]

“사진 찍으러 가는 건데 그거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어 요?”

강진의 반문에 황민성이 말했 다.

[나도 안 좋아해. 불우이웃들 후원하고 위문한다는 핑계로 돈 몇 푼과 라면 박스 들고 가서 사 람들 세워두고 사진 찍고……

으! 생각만 해도 소름 돋는다.]

“그렇죠.”

[하지만 의도가 나쁘다고 해서 결과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 각한다. 어찌 됐건 빈손으로 가 는 건 아니니까. 그런 곳은 늘 후원이 부족하고 필요한 것들이 많거든. 선행 이미지 잡으러 사 진 찍으러 간다고 해도 그 사람 들은 분명 그곳에 필요한 후원금 과 물품을 챙겨 가니까.]

“그것도…… 그렇네요.”

강진이 살던 보육원에도 늘 부 족한 것이 많았다.

[그래서 홍보를 한 거야. 뭐가 어떻게 됐든 내가 올린 사진 보 고 한 명이라도 가면 보육원 입 장에서는 도움이 될 테니까. 그 리고……]

잠시 조용하던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다니는 곳이라고 하면 자원봉사나 후원할 회사들 이 있을 수도 있고.]

“ 회사요?”

[좋은 일 같이 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 생기는 거잖아. 그리고 같은 날 봉사하러 가서 말 걸 면…… 내가 모른 척하고 안면 굳히고만 있을 수도 없으니까.]

“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민성과 인연 만들겠 다고 돈까지 쥐여 주던 강상식이 떠오른 탓이었다.

그런 강상식을 생각해 보면, 황

민성과 연 만들겠다고 보육원에 올 다른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도가 어떻든…….

‘보육원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 기는 하겠네.’

황민성의 말대로 빈손으로 오지 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군요.”

[이번 주 일요일에 형 갈 건데 너는 어때?]

“저기, 이번 주는 제가 시간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럼 음식은 어떻게 하시게 요?”

[음식 해서 안에서 먹게 해야 지. 이번에 보니까 날씨 추워서 밖에서 먹는 건 애들 힘들어 보 이더라.]

“형수님 혼자 힘드실 텐데……. 제가 음식을 좀 할 테니 가져가 시겠어요?”

[거기에도 음식 하시는 분들 있

잖아. 점심은 고기 좀 사다가 먹 고 통닭하고 피자나 주문하려고. 그럼 수고해라.]

그것으로 통화를 끝냈다.

“형 이번 주에 또 가신대?”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즐거워하시니까.”

“하긴 어머니가 즐거워하시기는 하더라.”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직원들 들어오라고 해.”

배용수가 뒷문으로 나가 귀신들 을 들어오게 하자, 강진이 그릇 들을 주방으로 옮겼다.

자연스럽게 선주가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시작하자 강진이 커피 한 잔을 타서는 앉았다.

‘푸드 트럭 끌고 강원도에도 한 번 다녀와야겠네.’

푸드 트럭을 보면 만복과 달래

누나가 좋아할 것이었다.

수요일 저녁, 한끼식당 뒷문에 는 귀신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 다.

“앞으로는 여기서 장사를 한다 는 거지?”

“금요일마다 서울 여기저기 다 니면서 한다던데?”

“그럼 여기는 금요일에 문 닫는 건가?”

“이 사장이 출장 가는 거니 그 렇겠지.”

“에이……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나?”

“출장 가는 곳 가서 먹든가 하 루 쉬어야지.”

“우리도 손님인데.”

“허어! 이 양심 없는 귀신 보 소. 우리야 매일 올 수 있지만 멀어서 못 오는 귀신들이 어디

한둘이야? 그 귀신들도 먹고살아 야 할 것 아냐.”

“아쉬워서 그러지.”

“아쉽기는.”

귀신들이 푸드 트럭을 보며 이 야기를 나누는 사이 강진이 뒷문 을 열고는 나왔다.

강진의 손에는 아이스박스가 들 려 있었다. 아이스박스를 들고 나오며 강진이 최호철을 보았다.

그 시선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 덕였다.

“사람들 안 다닌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골목길을 보았다. 평소에는 한끼식당 뒷골 목에도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다 닌다.

논현이라는 상권 자체가 술 마 시는 유흥 쪽이 많은 곳이라 골 목이고 뭐고 늘 붐비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골목엔 사람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푸드 트럭 주위로 귀신 들이 북적거리고 있기 때문이었 다.

서른이 넘는 귀신들이 푸드 트 럭을 보러 모여 있다 보니 골목 으로 들어오던 사람들도 발길을 돌려 나가고 있었다.

골목 좌우를 살펴본 강진이 아 이스박스를 놓고는 푸드 트럭 캡 을 열었다.

덜컥! 덜컥!

푸드 트럭 옆에 달린 선반을 내 린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안에 넣 고는 실내 등을 켰다.

전등이 켜지자 강진이 푸드 트

럭 내부를 이리저리 보고는 귀신 들을 보았다.

“연습 삼아 해 보는 거니까, 오 늘은 음식 몇 개만 할게요.”

“어떤 음식을 하실 생각이십니 까?”

허연욱의 물음에 강진이 말했 다.

“오늘은 밥 위에 돼지김치볶음 을 올리고 어묵국을 할 생각입니 다. 그리고 계란 프라이도 나가 고요.”

“푸드 트럭이라 간단하게 만들 어 보실 생각이시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있는데 지금 날씨가 추 운 겨울이잖아요. 실내에서 먹으 면 고기 음식 해도 괜찮을 것 같 은데 밖에서 고기 굽고 어쩌고 하면 바로 기름 굳어 버릴 것 같 아서요.”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이 추 운 겨울에 삼겹살 구우면 바로 딱딱하게 굳어 버리고 기름도 하 얗게 올라오겠군요.”

“그래서 따뜻한 음식으로 하려 고요.”

말을 하며 강진이 푸드 트럭에 서 요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편하게 하려면 한끼식당에서 음 식을 하고 밖에서 배식을 해도 되지만, 오늘은 푸드 트럭에서 모든 조리를 끝내고 배식까지 할 생각이었다.

금요일에 가서 하기 전에 미리 연습을 해 볼 겸 해서 말이다.

강진은 커다란 솥에 육수를 붓

고는 끓이기 시작했다. 어묵국을 끓이며 강진이 귀신들을 보았다.

“금요일에 노원에서 할 거니까, 그 근처 다니다가 여기 못 오는 귀신들 보시면 이야기 좀 해 주 세요.”

“알겠습니다.”

“홍보는 우리가 열심히 할 테니 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리고 오늘은 불편해도 여기 서 식사 좀 해 주세요.”

“여기서 요?”

귀신들이 의아한 듯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푸드 트럭으로 저승식당 운영 하는 건 처음이라 현신을 하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고요. 그리고 드시면서 불편한 것 있으 면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귀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강진 이 시간을 보고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이고 밖이지만 불 앞

에서 조리를 해서인지 강진은 그 리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11시가 되기 5분 전에 음식을 어느 정도 완성한 강진이 푸드 트럭 옆에 간이 탁자와 간이 의 자들을 놓았다.

그리고 푸드 트럭에 달린 선반 앞에도 간이 의자들을 설치했다.

“이 정도면 이십 명은 받겠지.”

“의자 수만 하면 그렇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의자와 식탁을 한 번 보고는 시간을 보 았다.

“1 분……

앞으로 1분 후면 11시였다. 그 에 강진이 푸드 트럭 앞에 놓인 식탁과 의자들을 보았다.

그리고……

화아악!

귀신들이 단체로 현신을 하기 시작했다.

귀신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강진이 그 범위를 보았다.

‘식탁에서 두 걸음 정도까지는 현신이 되는 건가?’

식탁이 있는 곳까지는 푸드 트 럭의 영역으로 인식을 하는지 그 곳까지는 귀신들이 현신을 했다.

다만 식탁에서 조금 떨어진 곳 으로는 귀신들이 현신을 못 하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용수야, 식탁 좀 떨어뜨려 놔

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가장 멀 리 있는 식탁을 들어서는 현신을 못 한 귀신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식탁이 간다고 귀신이 현신을 하지는 않았다.

“푸드 트럭에서 일정 공간까지 만 영업 공간으로 인정해 주나 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있던 곳에 가져다 놔

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식탁을 원래 있던 곳으로 옮기자 귀신들 이 푸드 트럭에 다가왔다.

“그럼 이제 먹으면 되는 건가?”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따뜻한 물통 밑에 깔 려 있는 식판에 밥과 돼지김치볶 음, 그리고 어묵국을 담아주었다.

“반찬은 옆에 있으니 셀프로 드 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김치와

멸치볶음을 식판에 담았다. 그리 고 푸드 트럭 밑에 있는 소주 짝 에서 술을 챙겨 식탁으로 가서 먹기 시작했다.

귀신들 배식을 하는 강진의 옆 에 올라와 앉은 배용수가 말했 다.

“의자는 좀 더 준비해야겠다.”

“그래야겠지.”

“간이 식탁은 공간 차지해서 더 넣기는 그렇고, 의자라도 좀 더 챙겨야겠어. 의자는 겹치면 공간

많이 안 먹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메모지에 의자를 적었다.

“라면 하나 먹고 싶은데……

한 귀신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 를 보았다.

“라면 하나 가져와 줘.”

“이것만 하는 것 아니었어?”

“추운 겨울이니까 라면도 좋잖 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뒷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라면과 냄비를 가지고 나 온 배용수가 강진에게 그것을 주 며 말했다.

“컵라면 챙겨 가자.”

“컵라면?”

“네 말대로 추운 겨울이라 라면 당기시는 분이 있을 거야. 그런 데 야외라 설거지하기도 어려운 데 라면 일일이 끓여 주기 어렵 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컵라면 은 뜨거운 물만 부어주면 되니 설거지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좋은 생각이다.”

강진이 메모지에 컵라면을 적을 때, 배용수가 푸드 트럭에 올라 타서는 불 위에 냄비를 놓고는 물을 부었다.

“금요일 날 재밌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재 미‘?”

“새로운 손님을 만나는 것도 요 리사에게는 재미고 도전이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고는 음식을 먹는 귀신 손님들을 보다 가 메모지에 필요한 것들을 더 적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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