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금요일 저녁, 강진은 노원의 으 슥한 골목에 푸드 트럭을 세워두 고 11시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 다.
덜컥! 덜컥!
강진은 푸드 트럭 주위에 간이 식탁과 의자들을 깔아 놓았다. 그리고 간이 식탁 옆에는 작은 화로를 놓았다.
탓! 탓!
화로에는 숯들이 빨갛게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건 귀신들이 직접 고기를 구 워 먹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 놓 은 것이었다.
추운 겨울, 야외에서 음식을 먹 는 만큼 삼겹살 같은 음식은 하 지 않으려고 했다. 추워서 딱딱 해지고 기름도 바로 굳어 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니 한국 사 람에게 삼겹살이란 외식 때 가장 선호하는 메뉴 중 하나였다.
귀신이라고 해도 한국 귀신이니 그들도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자그마한 숯불 화로를 준비를 한 것이다. 강진은 처음 에 휴대용 버너를 놓으려고 했지 만, 바람 불고 하면 불이 꺼지거 나 휘날려서 열이 안 올라올 것 같았다.
그래서 바람 불어도 상관이 없 는 숯불 화로를 준비한 것이다. 화로가 작아서 고기를 많이 굽기 는 그렇지만, 푸드 트럭에서 초
벌로 구운 뒤 숯불에 올려놓으면 식지 않게는 해 줄 것이었다.
그리고 추위도 좀 가실 수 있고 말이다.
일단 영업 준비를 마친 강진이 준비해 놓은 음식 재료들을 보았 다.
“김치, 돼지고기, 삼겹살,
밥……
재료를 순서대로 보며 확인을 하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 었다.
“긴장되냐?”
“긴장까지는 아니고…… 첫 출 장 장사잖아. 그래서 조금 두근 거린다.”
“왜?”
“어떠한 손님들이 올까 하는 두 근거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위치 좋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원에 이런 곳이 있 나 싶을 정도로 변두리였고 지나 가는 사람도 몇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지나가는 차들도 가끔 띄엄띄엄 있을 뿐이었다.
푸드 트럭이 오픈을 하면 귀신 들이 오니 사람들이 봐도 보지 못하고 피해 다닐 터였다.
하지만 오픈하기 전에는 사람들 의 눈에 띌 수밖에 없으니, 인적 이 없어야 했다.
따지고 보면 이 푸드 트럭은 정
해진 곳에서 영업하는 것이 아닌 무허가이니 말이다.
그래서 인적이 없는 곳이 가장 베스트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아주 없는 곳도 불편했다. 이유는 간 단했다.
교통편이 없으면 귀신들도 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통편이 있으면서 사람이 잘 다니는 곳이 필요했다.
“신수귀 씨가 찾아 주신 곳이니
까.”
말을 하며 강진이 끓고 있는 육 수에 어묵꼬치를 넣었다. 그리고 는 한쪽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일회용 봉지에 삶은 국수가 담겨 있었다. 봉지를 꺼 낸 강진이 면 삶는 국자에 국수 를 넣고는 육수에 담갔다가 뺐다 를 반복했다.
“국수 먹게?”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출출하 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너도 먹을래?”
“이왕이면 맛있게 이따가 먹을 래.”
“그러던가.”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따뜻하게 덥혀진 국수를 그릇에 담고는 육 수를 담았다.
그리고 썰어 놓은 파와 고춧가 루를 툭툭 치고는, 입으로 가져 갔다.
후루룩! 후루룩!
기분 좋게 국수를 입에 넣으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크게 국수를 입에 넣는 강 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었다.
“맛있냐?”
“겨울에 아르바이트 끝나고 집 에 갈 때 포장마차에서 이런 국 수를 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더라.”
“추울 때 먹는 따뜻한 면 요리 는 최고지.”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강진이 먹는 국수를 보았다.
“역시 추운 날에는 어묵 국수 지.”
문득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강진과 배용수가 소리가 들린 곳 을 쳐다보았다.
옆에는 한 청년이 강진이 먹는 것을 침을 삼키며 보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을 본 배용수가 피 식 웃었다.
“소리도 없이 나타나고, 내가
귀신 아니었으면 귀신인 줄 알고 소리 질렀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도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어느새 옆에 낯 선 사람이 서 있는 것이다.
‘용수가 귀신 아니라고 했으면 귀신인 줄 알았겠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청년을 보았다.
“지금 준비된 게 어묵하고 국수 정도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국수 먹고 싶어서 왔는데 국수 면 충분하죠.”
청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국수가 담긴 봉지를 하 나 뜯어 육수에 담갔다.
그것을 보며 청년이 어묵을 집 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미소 를 지었다.
“역시 겨울에는 길거리에서 먹 는 어묵이 최고죠.”
웃는 청년의 모습에 강진이 간 장이 담긴 작은 통을 꺼내 선반
에 놓았다.
“그리고 어묵은 간장에 찍어 먹 어야죠.”
강진의 말에 청년이 웃으며 간 장 통에 있는 기름 붓으로 간장 을 찍어 발랐다.
간장을 바른 어묵을 한 입 베어 문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묵은 간장에 찍어 먹 어야죠.”
웃으며 청년이 어묵을 마저 입 에 넣고 우물거리며 새로운 어묵
을 집자 강진이 그릇에 국수를 담고는 육수를 부었다.
거기에 파와 고춧가루를 넣은 강진이 꼬치에서 어묵도 두 개를 꺼내 국수에 넣었다.
가위로 적당히 어묵을 잘라낸 강진이 국수를 내밀었다.
“맛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청년이 국수 그릇 을 받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거 아세요?’’
“뭐가요?”
“추운 겨울에 국수 그릇을 잡으 면 그게 참 따뜻해요.”
청년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먹으면 속도 따뜻해지죠.”
“그리고 소주도 한 잔 더하면 더 따뜻해지죠.”
“소주 한 잔 드릴까요?”
“잔 소주 파세요?”
“손님이 팔라고 하면 팔아야 죠.”
강진이 소주를 꺼내 잔을 그 앞 에 놓고는 가득 따라주었다. 그 리고 뚜껑을 닫는 강진을 보며 청년이 소주를 집어서는 단숨에 마셨다.
꿀꺽!
“크으윽! 좋다!”
미소를 지으며 청년이 국수를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국수를 먹는 청년의 모습에 강 진이 국수를 한 덩이 더 꺼내 육
수에 담갔다.
먹는 것을 보니 1인분으로는 성 에 차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후루룩! 후루룩! 꿀꺽! 꿀꺽!
그 사이 청년은 국수를 크게 베 어 물고 육수를 마셨다.
“천천히 드세요.”
“국수는 크게 먹어야 제맛이 죠.”
“그건 그렇죠. 어떻게, 소주 한 잔 더 드릴까요?”
“고맙습니다.”
청년이 잔을 들자 강진이 소주 를 따라주었다.
쪼르륵! 쪼르륵!
강진이 따라 준 소주를 받은 청 년이 그것을 마시고는 어묵을 집 어 먹었다.
그런 청년을 보며 강진이 육수 에 담가 둔 국수를 위아래로 혼 들어 따뜻하게 하고는 말했다.
“그릇 주세요. 리필해 드릴게 요.”
“리필도 되나요?”
“국수 원가 얼마 하나요? 음식 점에서 배부르게 먹고 가야 파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청년이 그릇을 내밀자 강진이 국수와 육수, 그리고 어묵을 담 아주었다.
“그리고…… 이거 그냥 드세 요.”
강진이 소주병을 내밀자 청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일도 일해야 해서 딱 세 잔 만 마실 겁니다.”
“그럼…… 마지막 한 잔이시네 요.”
강진이 소주병을 들자 청년이 웃으며 잔을 들었다.
쪼르륵!
가득 찬 소주잔을 내려놓은 청 년이 국수를 입에 밀어 넣었다.
후루룩!
청년이 국수를 맛있게 먹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단무지 없습니까?”
“아!”
청년의 말에 강진이 아차 싶었 다.
‘국수에는 단무지인데.’
보통 국수에는 김치라 할 수 있 지만, 포장마차에서만큼은 국수 에는 단무지였다.
그에 강진이 옆에 반찬통을 가 리켰다.
“제가 오늘 처음이라 단무지를 생각 못 했네요. 대신 김치 있는 데……
강진의 말에 청년이 김치 통에 서 김치를 국수에 넣고는 먹기 시작했다.
“김치 맛있네요.”
“다음에는 단무지도 준비하겠습 니다.”
강진의 말에 청년이 웃으며 국 수를 입에 넣었다.
후루룩!
국물과 국수를 한 번에 들이켠 청년이 마지막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
“크으윽!”
기분 좋은 신음과 함께 청년이 어묵을 하나 집어 먹고는 강진을 보았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청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오늘 첫 손님이 이렇게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오늘 장사 잘 되 겠네요.”
“그런가요?”
강진의 말에 청년이 웃으며 그 를 보다가 말했다.
“웃겨요.”
“네?”
“지금 생각이 났는데…… 이걸 못 먹어서 그렇게 아쉽더라고 요.”
“네?”
“보통 사람이 죽을 때는 부모님 이나 아는 사람들을 생각한다잖 아요. 근데……”
청년이 피식 웃으며 비어 있는 그릇과 잔을 보았다.
“나는 이게 생각이 났나 봐요.”
청년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설마?’
자신이 처음으로 승천을 시킨
소년…… 제육볶음을 먹고 승천 을 했던 소년과 지금의 청년은 같은 상태였다.
추억이 깃든 음식 냄새를 맡은 귀신이 현신을 해서 나타난 것이 다.
강진의 시선을 받으며 청년이 고개를 저었다.
“학교 끝나면 아르바이트하고, 새벽에 아르바이트 끝나면 고시 원에서 바로 지쳐 쓰러지고…… 그런 삶에서 유일한 낙이 일 끝 나고 포장마차에서 먹는 어묵 국
수에 소주 세 잔이었어요.”
청년이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후! 인생 참 한심하네요. 어묵 국수와 소주 세 잔이 한이라 니……
피식 웃는 청년의 모습에 강진 이 그의 빈 잔에 소주를 따라주 었다.
“한심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 해 열심히 사신 겁니다. 그리고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강진이 웃으며 청년을 보았다.
“개취 아니겠어요.”
“개취?”
“누구에게는 돈이 가장 소중하 고, 누구에게는 가족이 가장 소 중하고…… 그쪽에게는 하루의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어묵 국수와 소주 세 잔이 가장 소중 한 것이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청년이 그를 보다 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개인 취향이라고 해도…… 부 모님에게는 죄송하네요.”
“부모님도 이해해 주실 겁니다. 아니, 어묵 국수와 소주 세 잔에 고마워하실 겁니다.”
“고마워요?”
의아해하는 청년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타지에서 힘들게 지내는 그쪽 한테는 부모님 대신 내일도 힘내 라고, 기운 내라고 위로해 주고 웅원해 준 것이 이 음식이니까
요.”
강진의 말에 청년이 빈 그릇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을 해 주시니 고맙네 요.”
그러고는 청년이 강진을 보았 다.
“잘 먹었습니다.”
화아악!
청년이 희미한 빛과 함께 사라 지는 것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
다.
펄럭! 펄럭!
그리고 눈앞으로 떨어지는 종이 를 잡으며 강진이 웃었다.
“덕분에 기분 좋게 개시했습니 다. 좋은 곳으로 가세요.”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놀 란 눈으로 청년이 있던 곳을 보 다가 물었다.
“이거…… 이거 뭐야?”
“뭐가?”
“방금 그 사람…… 사람이었는 데? 귀신이었어?”
놀란 눈으로 묻는 배용수의 물 음에 강진이 물었다.
“이런 경우 처음 봐?”
“처음 보지! 분명 사람이었는 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빈 그릇과 소주잔을 치우며 말했 다.
“음식에는 추억이 있잖아.”
“그렇지.”
“추억에 이끌려서 온 귀신이 야.”
“추억 9”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전에 소년 귀신이 승천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해 주며 종이를 보았 다.
지급자: JS 금융
6,200원 (육천이백원정)
이 수표 금액을 소지인에게 지 급하여 주십시오.
발행인: 임선문〉
금액을 본 강진이 피식 웃었다.
“딱…… 먹은 만큼이네요.”
금액은 얼마 되지 않지만, 강진 은 기분이 좋았다. 푸드 트럭 시 작한 첫날…… 기분 좋은 개시를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