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화
강진의 말에 귀신이 고개를 갸 웃거렸다.
“그런가요?”
“그게 쉬우면 귀신들이 JS 금융 직원들만 보면 피해 다니겠어 요?”
“그것도…… 그렇네요.”
귀신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 진이 말했다.
“어쨌든 귀신이 되어서도 나쁜 짓 하고 그러면 JS 금융 잔고 떨 어집니다. 그리고 저승 가면 돈 쓸 일이 많아요. 최대한 돈 아끼 시는 것이 좋아요.”
웃으며 소주를 따라 주는 강진 의 옆에 다가온 배용수가 숯불에 고기를 올리며 말했다.
“JS 금융 끌려가면 개고생합니 다.”
배용수의 말에 귀신들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알겠습니다.”
“네.”
공손히 답을 하는 귀신들의 모 습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JS 금융 먼저 갔다 온 선배라 이거냐?”
“나처럼 끌려가지 말라는 거 지.”
삼겹살이 다시 채워지자 다른 곳에 있던 귀신들이 와서 고기를 식판에 담아 갔다. 그것을 본 배 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삼겹살 인기 좋다. 다음에는 화로를 두 개 정도 더 놓자. 좀 불편해도 간이 식탁에서 먹는 것 보다 화로에 둘러앉아 먹는 것이 분위기도 좋고 재미도 있고 더 좋겠어.”
배용수의 의견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이 보기에도 식탁 에서 먹는 것보다 바두I에 쭈그려 먹기는 해도 화로 주위에서 먹는 쪽이 분위기가 더 좋아 보였다.
“차라리 간이 식탁하고 의자들 치우고 화로하고 목욕탕 의자로
챙겨 오는 것이 좋겠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귀신들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괜찮네. 사람하고는 비 교할 수 없지만, 현신을 하면 추 위와 더위는 느끼니까. 화로에 둘러앉아 먹으면 따뜻하고 좋겠 어.”
“그래?”
귀신도 추위를 느낀다는 것은 생각을 못 했기에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
다.
“귀신일 때는 춥든 덥든 상관없 는데, 현신을 하면 사람처럼 추 위와 더위를 느끼지.”
“그건 몰랐네.”
아직도 참 귀신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 다.
“많이들 드세요.”
“그럼…… 또 언제 오는 겁니 까?”
귀신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식사하시면서 들어 주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음식을 먹으며 그를 보았다.
“이야기 들으셨겠지만 제 식당 이 강남 논현에 있습니다. 제가 자주 찾아와서 여러분들에게 음 식 해 주고 하면 좋겠지만…… 다른 곳에도 식사를 하셔야 할 귀신 분들이 있어서 이곳에만 오 기는 쉽지 않습니다.”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언제 올지 모르겠군 요.”
“그렇습니다. 나중에 저희 가게 에 오실 수 있으면 그때 오세 요.”
“휴우!”
귀신들이 한숨을 쉬며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강진이 푸드 트럭 에 올라가며 말했다.
“여기 컵라면도 있어요.”
강진의 말에 나 컵라면을 받아 갔다.
귀신들 몇이 받아 따뜻한
일어
물을
그런 귀신들을 강진이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강진의 표정 에 배용수가 물었다.
“왜 그래?”
이거 잘한 거겠지?”
왜 아까까지는 좋았잖아?”
아까까지 만 뭇해하더니 것이었다.
해도 기분 좋고 흐 왜 지금은 그러냐는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돌연 물었다.
“서울에 있는 구가 몇 개일까?”
“구? 노원구 강남구 할 때 그 구?”
“응.”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배용수의 말에 한쪽에 있던 귀 신이 슬며시 손을 들었다.
“서울에 있는 구청 수는 25개입 니다.”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놀란 듯 그를 보았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공무원이었거든요.”
“아……
일반인이면 서울에 구가 몇 개 인지 굳이 생각을 할 이유가 없 지만, 공무원이라면 아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25개래.”
“일주일에 한 번씩 돌면 한 달 에 네 개, 대충 반년이면 서울 한 바퀴 돌겠다.”
“그렇지.”
“그럼 여기 다시 오는 것도 반 년 후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무슨 마 음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 였다.
“음식을 그동안 못 먹는 것 때 문이구나.”
“앞으로 반년 동안 식사를 못 하실 텐데…… 밥 먹는 즐거움을 알게 해 버린 것이 아닌가 싶 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고 싶어 하지, 안 먹어 본 사람은 고기를 먹고 싶어 하지 않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 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그런가?”
“당연하지. 평생 배고파하는 것
보다는 한 번이라도 배가 부른 것이 낫지. 음식 맛 알게 해 주 고 못 온다고 미안하면…… 다른 지역에 푸드 트럭 안 할 거야?”
“해야지.”
“배고픈 사람, 아니 귀신에게 밥을 준다는 것만 생각해. 그리 고 봐.”
배용수가 귀신들을 보며 말했 다.
“내일은 내일의 배고픔이 있을 지 몰라도 최소한 지금은 배부르
고 즐거워하잖아.”
배용수가 강진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귀신들의 배고픔을 안쓰러워하 는 너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데…… 네가 모든 귀신의 배를 채워 줄 수는 없어.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귀신들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나는 내 할 일 만 해야겠다.”
말을 한 강진이 삼겹살을 불판 에 올렸다.
촤아악!
불판에서 익어가는 고기를 보며 강진이 마늘과 양파도 같이 굽기 시작했다.
강진이 귀신들에게 해 줄 수 있 는 가장 최선은.. 맛있는 음식
을 해 주는 것이었다.
화아악! 화아악!
밥을 먹던 귀신들이 일제히 다 시 귀신으로 돌아가는 것과 함께 그들이 들고 있던 잔들이 땅에 떨어졌다.
탓! 쨍그랑!
운 좋게 안 깨지는 것도 있었지 만 깨지는 것들도 있었다. 그 모 습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에이…… 미리 이야기를 해 둘 것을.”
“그러게 말이다. 1시 되기 전에 잔들 내려놓으라고 할걸.”
한끼식당에 오는 귀신들이야 알 아서 1시 되기 전에 잔을 놓고 일어서는데 여기 귀신들은 처음 이라 그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그리고 소주잔과 깨진 그릇이야 가격이 얼마 되지 않지만…… 그 래도 쓰던 그릇이 깨지는 것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식당 주인에게 그릇들은 자식과 같으니 말이다.
“미안합니다.”
“죄송해요.”
잔을 떨어뜨려 잔을 깨뜨린 귀 신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깨진 잔들을 주우려 하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두세요. 지금은 현신이 끝나셔서 잡으실 수 없어요.”
강진의 말에 잔을 집으려던 귀 신들의 동작이 멈췄다. 강진의 말대로 귀신들의 손은 깨진 잔과 그릇을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귀신들이 그릇과 잔을 뚫고 간 자신들의 손을 보고 있 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처럼 먹고 마 셔서 잊고 있었다. 자신들이 귀 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난…… 죽었지.”
“그렇네요. 우린…… 귀신이었 죠.”
귀신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라 아직 귀신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인지가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다시 자신들이 귀 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한숨을 쉬는 귀신들을 보며 강 진이 고개를 젓고는 푸드 트럭 내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다.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