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272화 (270/1,050)

가볍게 불이 꺼지자 강진이 푸 드 트럭에서 내렸다.

“다음 주 금요일에는 도봉구에 푸드 트럭이 갑니다. 도봉구로 오실 수 있는 분들은 그쪽으로 오세요.”

강진의 말에 한 귀신이 기쁜 얼 굴로 말했다.

“저 도봉구에서 왔는데 그럼 다 음 주에도 밥을 먹을 수 있는 겁 니까?”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도봉구에서 영업장소로 오시면 됩니다.”

“이야! 잘됐네요.”

다음 주에도 음식을 먹을 수 있 다는 것에 환하게 웃는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문득 턱을 쓰다듬 었다.

그리고는 곧 눈을 찡그렸다.

‘근처 구에 사는 귀신들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 못 했네. 이럴 줄 알았으면 주변 구에 귀 신들에게도 알릴걸.’

단골 귀신들에게 노원구에 가서 귀신들에게 말을 하라고 했는 데.. 이럴 줄 알았으면 주변

구에도 귀신들을 보내 알렸을 것 이다.

‘다음에는 도봉구 주위 구에 모 두…… 아니야…… 차라리 서울 전체에 알리는 것이 낫겠어.’

올 수 있는 귀신들은 모두 올 수 있도록 말이다. 도봉구이니 강남 쪽에 사는 귀신들은 오지 못할 것이다.

강남에서 도봉구에 올 수 있다 면 한끼식당에 못 올 이유가 없 으니 말이다.

그럼 굳이 도봉구가 아니라 한 끼식당에 오면 될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아쉬 운 눈으로 음식을 보고 있는 귀 신들을 보며 말했다.

“그럼 이만 영업 종료하겠습니 다.”

고개를 숙인 강진이 그릇들을 치우자 배용수도 비닐장갑을 끼 고는 같이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 했다.

“어?”

배용수가 그릇들을 치우는 것에 귀신들의 얼굴에 의아함과 놀람 이 어렸다.

“저 어떻게 그릇을 만지세요?”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손을 들었다.

“이건 우에서 파는 비닐장갑이 라서요. 이걸로 물건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저도 하나……

받을 수 있냐는 듯 손을 내미는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 다.

“이거 가져가서 뭐 하시게요?”

“네?”

조금 날카로운 배용수의 반응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왜 그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귀신을 보며 말했다.

“이건 저희 가게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라 외부 방출이 안 됩니 다.”

“아…… 죄송합니다.”

머리를 긁으며 몸을 돌리는 귀 신의 모습에 배용수가 그것을 보 다가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방금 왜 그런 거야?”

방금 배용수의 반응이 조금 달 랐다. 날카롭고 경계했다고 할 까?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손에 끼고 있는 비닐장갑을 보며 말했 다.

“이거 귀신 손에 들어가면 난리 난다.”

“우린 쓰잖아?”

“그거야 우리 직원들이나 쓰는 거고…… 만약 원한 가진 귀신이

이 비닐 갖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냐? 어디서 식칼 하나 주워서 바로 해코지할 수도 있어.”

“ 아!”

강진이 놀란 눈을 하는 것에 배 용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 다.

“나나 호철 형이 그런 짓을 할 일은 없고, 선주와 최훈 씨는 지 박령이라 멀리 못 가고. 뭐 지박 령이 아니더라도 두 분은 칼 쥐 여 줘도 회도 못 칠 양반이기는 하고.”

“다른 셋은?”

최호철이 살피는 여자 귀신 셋 을 떠올린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 가 고개를 저었다.

“그분들은 원한 가진 애가 이미 죽었잖아.”

“아......"

“JS 편의점에서 사온 물건들은 조심히 다뤄야 해. 비닐장갑뿐만 아니라 나무젓가락도 귀신 손에 들리면 살인 무기 된다.”

“아!”

깜짝 놀란 듯한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 생각 못 해 봤냐?”

“나는 너희 일해서 돈 벌라고 가져온 거라…… 그런 생각은 못 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좋은 귀신들만 봐서 그 래.”

“그건 그렇지.”

한끼식당에 오는 귀신들은 모두 좋은 이들이었다. 그리고 밖에서 본 귀신들도 누군가의 수호령이 었기에 영화에서 보는 악귀들 같 은 이들은 본 적이 없었다.

“전에 그 누구야…… 그…… 원 한령 있잖아.”

“도영민 할머니 귀신?”

“맞아.”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말을 했다.

“도영민 할머니가 원한령일 때

우리 비닐장갑 가지고 있었으면 어떻게 됐겠냐? 당장 그 장갑 끼 고 도영민 목을 졸랐을걸.”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아니지만, 원 한령일 때 할머니 귀신은 정말 악기에 가득 차 있었으니 말이 다.

“그럼 이때까지 우리가 쓰던 것 들은 다 어떻게 해? 다 버렸는 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쓴 것이라고 해야 비닐 장갑 정도인데…… 그것들은 다 내가 잘 모아놓고 버릴 때는 가 위로 작게 잘라서 버렸어.”

“ 진짜?”

“진짜지 가짜겠어? 비닐봉지뿐 만 아니라 쓰레기도 다 잘라 버 리고…… 아! 그리고 캔은 사 오 지 마.”

“ 캔?”

“캔은 잘라도 위험하고 뭘 해도 위험해서 찌그러뜨려서 재활용

쓰레기에 숨겨서 버리는데 그래 도 위험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웃었다. 자신이 신경을 쓰 지 못했던 것을 배용수가 묵묵히 챙겨 주고 치워 줬던 것이다.

“우리 마누라, 그동안 나 때문 에 고생 많이 했네.”

“미친놈. 치우기나 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릇을 정리해 차에 싣기 시작했 다.

2기화

한끼식당에 돌아온 강진이 짐들 을 내리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 서는 배용수의 도움을 받고 싶지 만, 뒷골목에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강진이 혼자 짐을 내리 기 시작했다.

“애들 나오라고 할까? 애들 다 나오면 사람들 여기 의식 못할

텐데?”

식당 안에는 최호철과 여자 귀 신 셋에 자동차 지박령 둘이 있 으니 그 수만 여섯에 배용수까지 하면 일곱이다.

귀신 일곱이면 사람들은 이곳을 무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 할 것 이니 물건을 날라도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됐어. 테이블하고 간이 의자는 내일 옮기고 설거지 그릇만 내리 면 되는……

덜컥!

말을 하던 강진은 가게 뒷문이 열리는 것에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신수호 형제들이 나오고 있었다.

“어?”

강진이 왜 그들이 왔나 싶을 때 신수귀가 손을 내밀었다.

“주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

“내리실 것 더 있는 것 같으니

저 주세요.”

신수귀의 말에 강진이 들고 있 던 설거지 그릇을 내밀었다. 그 에 신수귀가 그릇들을 들고 가자 어느새 푸드 트럭에 올라탄 신수 조가 식탁과 간이 의자들을 꺼냈 다.

그리고 아이스박스들도 마저 내 리자 신수용이 그것을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영업은 잘 됐습니까?”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식탁과

간이 의자들을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서른 분 정도 오셨습니다.”

“꽤 많군요.”

“노원구 쪽에만 알렸는데, 주변 구에서 올 수 있는 귀신들도 꽤 있나 보더군요. 다음에는 서울 전체에 알리면 올 수 있는 분들 이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군요. 이왕 하는

것이니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귀 신에게 밥을 주면 좋은 일이지 요.”

“푸드 트럭 잘 됐는지 궁금해서 오신 건가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하기도 하고 영업 구역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도 궁금해서 요.”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푸드 트럭을 보다가

말했다.

“제가 식탁을 꽤 넓은 간격으로 두었는데도 그 밖으로 조금 더 영업 공간이 나오더군요. 한 십 미터 정도까지는 인정되는 것 같 습니다.”

“십 미터라…… 공간이 좁지는 않군요.”

“귀신들이 많이 모이시면 적을 수도 있지만…… 손님이 더 많아 지면 공간도 넓어지지 않을까 생 각이 듭니다.”

“손님 수에 따라 공간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겁니까?”

“보통 포차 영업 구역은 손님들 이 먹는 곳이 다 영업 구역이잖 아요. 물론 무허가지만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잠시 생 각을 하다가 말했다.

“영업하시면서 영업 공간이 어 떻게 변하는지 실험 좀 해 주십 시오.”

“실험요?”

“식탁이나 의자를 좀 멀찍이 배

치도 해 보시고, 귀신들도 좀 멀 리 있게 해 보십시오. 영업 공간 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고 싶습 니다.”

“저도 영업 구역이 정확하게 어 떻게 되는지 궁금하니 여러 종류 로 실험해서 알려 드리겠습니 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신 수호가 물었다.

“그럼 다음 주에는 도봉구입니 까?”

“다음 주는 도봉구로 가고 앞으 로는 서울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 생각입니다.”

신수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신수조가 푸드 트럭을 정리하다 가 말했다.

“불편한 것 있었어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동선하고 그런 것 잘 생각해 만들어 주셔서 편하게 영업했습 니다.”

“그럼 보완해야 할 것 없나요?”

“그건 없고…… 혹시 목욕탕 의 자하고 작은 화로 구할 수 있을 까요?”

“몇 개나요?”

“목욕탕 의자 한 서른 개 정도 하고 작은 화로는 네 개 정도 요.”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핸드폰에 그 내용을 입력하고는 말했다.

“화로는 지금 있는 것으로 준비 하면 되죠?”

“네.”

“그리고 목욕탕 의자는 바닥에 앉아서 먹게 하려나 보네요?”

“화로를 가운데 두고 먹는 것이 식탁에 앉아서 먹는 것보다 분위 기도 좋을 것 같아서요.”

“확실히 화로가 가운데 있으면 술 먹을 맛이 나기는 하죠.”

말을 하며 신수조가 말했다.

“귀신들 둘러앉아서 먹을 거면 화로를 좀 큰 걸로 할까요?”

“고기는 푸드 트럭에서 일차로 초벌 해서 나가고 화로에서는 따 뜻하게 먹는 수준으로 할 생각이 라 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 다.”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뭔가 생 각을 하다가 메모장에 글을 적으 며 말했다.

“목욕탕 의자 밑에 바퀴 달린 것도 있는데 그거 어떠세요?”

“바퀴요?”

강진의 물음에 신수조가 바닥에

쭈그려 앉아서는 앞뒤로 움직여 보였다.

쪼그려 앉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조금 이상했지만, 어쨌든 그 런 자세를 취한 신수조가 말했 다.

“바퀴가 달렸으면 화로에서 떨 어지거나 다가갈 때 엉덩이 들 필요 없이 발만 움직이면 되잖아 요.”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고개를

저었다.

“엉덩이 안 들고 의자 질질 끌 다가 다리 부러지는 경우 많아 요.”

“그래요?”

“그럼요.”

“그럼 그걸로 부탁드리겠습니 다.”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메모장에 글을 적고는 푸드 트럭을 살피기 시작했다.

차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것 이다.

“저희 직원 중에 자동차 정비하 던 분이 있으니 그냥 두세요.”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차 아래 축을 보다가 말했다.

“새 차라 문제 될 것은 없겠지 만, 혹시 모르니 직원한테 한 번 살피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신수조가 뒷문으로 들어가자 강 진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주

방에서는 선주와 여자 귀신들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여자 귀신들이 뜨거운 물로 기 름진 식판을 닦는 것을 보며 강 진이 말했다.

“삼겹살 기름이 굳어서 닦기 좀 불편하실 거예요.”

“뜨거운 물 부어서 하는 것은 똑같아요.”

선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며 말했다.

“어쨌든 수고 좀 해 주세요.”

“네.”

선주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 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수 형제 들을 보았다.

그들이 앉아 있는 식탁에는 반 찬들과 소주가 몇 병 놓여 있었 다.

기다리면서 냉장고에서 음식들 을 꺼내 먼저 한 잔씩 하고 있었 던 모양이었다.

“음식 좀 해 드릴까요?”

“김치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수귀의 말에 강진이 주방으로 가려 할 때, 배용수가 말했다.

“내가 할게.”

“신수 형제분들 내가 해 주는 것 좋아하시잖아. 내가 할게.”

배용수가 한 음식도 맛있지만, 신수 형제들은 늘 강진이 해 준 음식을 원했다.

강진이 한 음식은 요리 연습장 에 담겨 있는 어머니의 손맛이니 말이다.

그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슬며시 앉자 강진이 주방 으로 들어가 돼지고기를 넉넉히 넣고 김치찌개를 끓이기 시작했 다.

김치찌개를 다 끓인 강진이 냄 비를 들고 홀로 나왔다.

“김치찌개 나왔습니다.”

강진이 냄비를 들고 나오자 신 수귀가 그릇들을 밀어 자리를 만 들었다.

그에 강진이 냄비를 놓고는 의 자를 끌어다가 앉으며 말했다.

“저도 한잔해도 되겠죠?”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신수 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을 내 밀었다.

그에 잔을 들고 소주를 받은 강 진이 마시고는 잔을 돌려주었다.

“여기서 영업할 때는 귀신 분들 하고 같이 소주를 먹어도 별 걱 정 없었는데…… 야외는 차 때문 에 못 먹더군요.”

“음주운전은 하면 안 됩니다.”

“물론이죠.”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그가 따 라주는 소주를 받으며 말했다.

“저승이 이승의 법도를 따르는 것은 아실 겁니다.”

“많이 들었으니까요.”

이승과 저승의 법도는 익숙하게 들은 이야기였다.

“이승에서도 음주운전올 무척 심각한 사회 범죄로 여기는 것처

럼 저승도 크게 다룹니다.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도 음주운전 전과가 있으면 무척 빼기 어렵습 니다. 그러니 사고가 나지 않더 라도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빼기 어렵다는 말은…… 빼기 도 한다는 말인가요?”

“이승도 음주운전 돈만 있으면 빼내잖습니까? 저승도 마찬가지 입니다. 돈이 많으면 음주운전 이력 하나 정도는 어렵지만 뺄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고를 내서 사람을 상하 게 했으면 어렵지만요.”

“이승이나 저승이나 역시 돈이 최고군요.”

물론 이승과 달리 저승의 화폐 가치는 얼마나 착하게 살았느냐 에 달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승보다는 저승 돈이 더 가치 가 있습니다. 이승은 돈 없다고 몸을 자르고, 혓바닥을 뽑아 거 기에 농사를 짓지는 않으니까 요.”

소름 돋는 이야기를 편안한 얼 굴로 하는 신수호의 모습에 강진 이 입맛을 다셨다.

‘발설지옥에서 나는 사과 정말 맛있기는 하던데……

끔찍한 일이기는 해도, 거기에 서 나는 농작물이 맛이 있는 것 은 사실이었다.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그 이야기를 들은 가게 귀신 직원들 은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강진은

죽고 난 후의 이야기지만, 여기 귀신 직원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인 것이다.

그러니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귀신들이 자신의 혀를 손으로 만 지작거릴 때, 강진이 말했다.

“확실히 지옥은 무섭네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무섭습니다.”

“신수호 씨도요?”

“저는 그런 현장을 다 보니까 요. 그래서 참 착하게 살려고 마 음먹는데…… 이 직업이 또 착하 게 살기만 하기에는 어려운 쪽이 라.”

작게 한숨을 쉰 신수호가 고개 를 저었다.

“어려운 일입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변호사는 죄인을 변호하 는 것이니……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신 수호가 입을 열었다.

“이강진 씨가 그럴 일은 없겠지 만 어쨌든 음주운전은 하지 마십 시오. 어떤 면에서는 살인보다 더 큰 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 습니다.”

“살인보다요?”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어떻게 음주운전이 더 큰 죄로 처벌을 받나 의아해하는 강진을 보며 신 수호가 말했다.

“살인은 타인을 죽이지만, 음주 운전은 타인과 자신까지 해치는 일입니다. 그러니 살인보다 더 크게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고가 안 나도 심각하게 다루 는 겁니까?”

“사람을 죽이려고 칼을 들고 막 찌르려고 하다가 그 앞에서 멈췄 다고 보시면 됩니다. 칼이 사람 을 찌르지는 않았으니 다친 사람 은 없지만…… 죄가 없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고가 나지 않은 음주운전은 살인미수와도

같습니다.”

“그렇네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신수호 가 이어 말했다.

“제가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하 는 이유는 야외에서 영업을 하시 게 되면 귀신들이 한 잔 받으라 고 술을 주는 경우가 많을 겁니 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그런 경우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강진을 보며 신수호가 말 을 했다.

“먹지 말아야지 하겠지만 호의 와 감사함이 담긴 잔은 거절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이 이때까지 본 귀신 중 가 장 안쓰러운 것은 막걸리 주조장 의 할머니 귀신이었다.

할머니가 고맙다고 손을 잡아 주며 술을 따라준다면 무심코 받

아서 먹을 것도 같았다.

곰곰이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 개를 끄덕이고는 잔을 들자 신수 호가 소주를 따라주었다.

소주를 맛있게 꿀꺽한 강진이 신수호를 보았다.

“그냥 먹어야겠네요.”

“네?”

신수호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보 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대리 부르면 되죠.”

“대리라……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술 마시면 어떻습니 까. 대리를 부르면 되는 건데요.”

술을 먹는 건 문제가 아니다. 술을 먹고 운전하는 것이 문제 지…… 그렇다면 어렵게 생각하 지 말고 대리 운전을 맡기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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