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대리운전이라는 말에 신수호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군요. 굳이 이강진 씨가 운 전을 할 이유는 없죠.”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주 한 잔 주고 싶은 귀신 분 들 마음 굳이 외면할 필요가 없 겠네요. 한국 사람은 오가는 잔 에서 정이 쌓이는 거니까요.”
그리고는 강진이 김치찌개를 가 리켰다.
“음식 드세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숟가락을 들어서는 찌개를 떠먹었다.
“맛있습니다.”
말을 하며 신수호가 소주를 따 라 찌개를 먹었다. 그렇게 별다 른 말없이 소주를 먹는 신수호를 보던 강진이 신수귀에게 앞으로 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푸드 트럭 영업장소에 대한 도움을 부
탁했다.
그 이야기에 신수귀가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키고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인적 없으면서 귀신이 모이 기 좋은 장소들을 캡처해서 보내 주었다.
“그 외에 장소들은 제가 따로 알아보고 문자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신 수호가 몸을 일으켰다.
“그만 일어들 나자.”
신수호의 말에 형제들이 몸을 일으키자 강진이 테이블 위를 보 았다.
자신이 신수귀와 짧게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새 그릇은 깨끗하 게 비워져 있었다.
‘되게 빨리 드시네.’
그런 생각을 할 때 신수호가 지 갑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아크릴 통에 넣었다.
“잘 먹었습니다.”
“자주 오세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가게를 한번 둘러보고는 몸을 돌렸다. 신수 형제가 가게를 나가자 강진 이 몸을 비틀었다.
“끄응!”
기지개를 켠 강진이 배용수와 귀신 직원들을 보았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어요 ”
“그래. 잘 자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
“혹시 여기서 쉬는 것이 불편하 시면 2층에서도 쉬세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2층에?”
“여기는 일하는 곳이라 너나 다 른 분들도 좀 불편하실 것도 같 고 해서. 앞으로는 이층에서 같 이 쉬자.”
그동안 강진은 귀신들이 이층에 올라오지 못하게 했었다. 귀신들 하고 하루 종일 붙어 있는데 잠
을 잘 때라도 따로 편히 쉬고 싶 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귀신들도 편 히 쉴 수 있게 이층에서 쉬었으 면 했다.
귀신들은 잠을 자지 않고 피곤 함을 느끼지 않지만…… 손님들 올 때마다 가게 밖에 나가는 것 도 안쓰럽고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귀신은 잠 안자.”
“잠은 안 자도 쉬기는 하잖아. 그리고 손님들 오면 가게 밖에서 멍하니 길거리에 있는 것보다는 이층에서 TV라도 보면 되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네. 그런데 괜찮 겠어?”
사적인 공간에 자신들이 들어가 도 괜찮으냐는 물음이었다. 그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직 원들을 보았다.
“저 자는 방에 들어와서 애기처 럼 새근새근 자는 저 구경하실 분은 안 계시겠죠?”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웃 었다.
“뭐래.”
“보라고 해도 안 봐요.”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제 방하고 화장실은 안 들어가셨으면 합니다.”
“알았어요.”
“그럼 올라들 가시죠.”
강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귀신들 이 서로를 한 번 보고는 이층으 로 올라갔다.
* 米 *
토요일 하루를 푹 쉰 강진은 일 요일 아침 푸드 트럭에 음식들을 싣고 있었다.
귀신에게 가는 게 아닌 보육원 에 가는 것이라 식탁과 의자들은 모두 내렸다.
밖에서 먹고 싶은 아이들은 편 하게 서서 먹게 하고, 추워하는 아이들은 음식을 만들어서 식당 에서 먹게 넣어주면 될 일이었 다.
오늘 메뉴는 강진의 기억에 보 육원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던 것들로 준비를 했다.
분식과 튀김 쪽으로 말이다. 거 기에 삼겹살도 넉넉하게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옆에 최호 철이 웃으며 물건들을 살피고 있 었다.
“오랜만에 고향 가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은 그때 참 자주 오셨어요.”
강진의 기억에 최호철은 명절 때마다 왔었고, 어린이의 날이 있는 5월과 연말에도 왔었다.
올 때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통닭과 장난감들을 가지고 왔었 기에 보육원 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제가 형 대신 인사도 드리고 음식도 잘 할게요.”
“그래…… 후우! 원장님은 잘 계신지 모르겠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원장님 이야기가 나오니 강진도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보육원을 나온 후 강
진은 보육원에 찾아간 적도, 연 락을 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보육원 소식은 강진도 알지 못했다.
“근데 보육원에 연락은 했어?”
“아직요.”
“아직도 연락 안 했어?”
최호철의 물음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 보육원 나와서 연락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요. 갑자
기 연락드리기도 민망하고……
“연락도 없이 찾아가면 더 놀라 지 않으시겠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출발할 때 전화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십 년 만에 연락을 해도 반갑 게 맞이해 주시는 분이 원장님이 야. 그리고 우리에게는 어머니고 아버지 같은 분이시잖아. 긴장할
필요 없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시간이면 원장님 애들 밥 챙겨 줄 시간이니 괜찮겠다.”
“그렇겠죠?”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이 푸드 트럭의 캡을 닫았다.
“다 챙긴 거야?”
“다 챙겼어요. 이제 원장님에게
전화하면 되는데……
강진이 여전히 머뭇거리자 최호 철이 피식 웃었다.
“그러게 연락 좀 드리고 살지 그랬냐.”
“제가 좀 바……
바빴어요, 라는 말을 하려던 강 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 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네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그를 보 다가 어깨를 두들겼다.
“전화 드려. 반갑게 받아 주실 거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전화를 하려는 순간 핸 드폰에 빛이 들어왔다.
〈강상식〉
강상식에게 온 전화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려는 건가?”
강진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상식 입니다.]
“네.”
[출발하셨습니까?]
“아직 출발 전입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언제 도착하시나요?”
[5분 정도 남았습니다.]
“그럼 5분 후에 가게 앞에서 뵙 겠습니다.”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에게 최호철이 물었다.
“강상식인가, 그 사람 온대?”
“네.”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네.”
“그런가요?”
“나쁜 놈들 중에도 착한 길로 돌아서는 놈들도 있어. 황민성을 봐라.”
“민성 형요?”
“황민성도 어릴 때는 쌈질하고 애들 까고 다니다가 조폭까지 하 고, 감옥까지 갔지만 지금은 좋 은 일도 많이 하고 잘 살잖아.”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네가 사람 하나 잘 만들어 봐.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그런 놈 하 나 사람 만들면 여러 사람 편해 진다. 가까이는 가족하고 회사 직원들부터 멀리는 회사에서 하 는 후원 사업 혜택 받는 사람들 까지.”
“다른 사람까지는 모르겠고…… 장은옥 씨나 승천했으면 좋겠네 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러네. 딱 봐도
강상식이 사람 되면 장은옥 씨 승천할 느낌이던데.”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오늘 하루 봉사활동 한 다고 사람이 되겠어요?”
“사람을 돕는 즐거움을 알면 변 할지 모르지. 잘해 줘 봐.”
최호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푸드 트럭을 타고는 골목 을 나와 가게 앞으로 차를 몰아 갔다.
식당 앞에 차를 대고 보니 강상 식이 차를 세우고 있었다.
“제 차 타고 가시겠어요? 아니 면 따로 가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푸드 트 럭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제 차 타고 가겠습니다. 주소 말해 주시면 따라가겠습니 다.”
“문자로 주소 넣어 드리겠습니 다.”
강상식이 차에 오르려 할 때,
강진이 물었다.
“식사는 하셨어요?”
“가는 길에 휴게소 들르면 먹으 려고 합니다.”
“휴게소 갈 정도로 멀지는 않아 요. 혹시 김밥 드세요?”
“김밥?”
강상식의 반문에 강진이 조수석 문을 열어서는 은박지에 싸인 김 밥을 내밀었다.
“괜찮으시면 가는 길에 드세
요.”
김밥을 보던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을 받았다.
“고맙게 먹겠습니다.”
“물은 있으세요?”
“있습니다.”
“저는 전화 한 통 하고 바로 출 발하겠습니다.”
강상식이 차로 향하자 강진이 장은옥을 보았다. 장은옥은 기분 좋은 얼굴로 강진에게 고개를 숙
였다.
“도련님께서 차 따로 타고 간다 고 해서 기분 나쁘신 것 아니시 죠?”
“괜찮습니다.”
“자동차 트렁크에 아이들 줄 선 물을 사 오셔서 그래요. 이해해 주세요.”
“ 선물요?”
“보육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어제 백화점 가서 직접 물건들을 사 오셨거든요.”
강상식이 선물까지 준비했을 줄 은 몰랐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 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물까지 준비를 해 오시 고…… 감사하네요.”
“어제 도련님 기분 좋으셨어 요.”
“그래요?”
강진이 의아한 듯 강상식의 차 를 보았다.
‘아이들을 좋아하나?’
그런 생각을 잠시 하던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저 통화 좀.”
“아! 알겠습니다.”
웃으며 장은옥이 조수석에 스르 륵 들어갔다.
그런 장은옥을 보던 강진이 핸 드폰 번호를 검색했다.
<119>
119라 저장된 번호가 바로 보 육원 원장님의 전화번호였다.
-언제든지 힘들고 외롭고 도움 이 필요할 때는 전화를 해. 내가 가진 것도 없고 돈도 없지만…… 그래도 집 나간 자식한테 따뜻한 밥 한 끼 편히 쉴 잠자리 정도는 마련해 줄 수 있다.
퇴소할 때, 원장님이 손을 잡고
해 준 말에 강진은 번호를 119
로 저장을 해 놓았다.
정말 힘들고 외롭고 도움이 필 요할 때는 119이니 말이다.
번호를 잠시 보던 강진이 입맛 을 다셨다.
‘정말 잘 해 주셨는데…… 죄송 하네.’
강진이 가장 힘든 시기에 옆에 서 손을 잡아주고 다독여 준 분 이었다.
그런 분에게 그동안 연락 한 번 안 했던 것에 죄송한 마음이 든
강진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누르기는 해야 하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민망하기도 하고 죄 송하기도 한 것이다.
그 모습에 최호철이 웃었다.
“괜찮아. 눌러.”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띠리링!
발신음과 함께 강진이 심호흡을 하고는 귀에 전화를 가져갔다.
[여보세요.]
조금은 낯설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목소리에 강진이 입을 열었 다.
“남궁문 원장님.”
[네, 제가 남궁문입니다』
“저…… **년 퇴소한 이강진입 니다.”
[이강진? 이강진…… 이강진.]
처음에는 이름올 듣고 기억을 더듬는 듯하던 남궁문이 반갑게
소리쳤다.
[아! 강진이구나!]
자신을 기억하는 듯한 남궁문의 목소리에 강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잘 지내셨어요?”
[하하하! 나야 잘 지내고 있지. 강진이는 잘 지내고 있니?]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 잘 지내고 있으면 된 거 지. 그런데 무슨 일 있는 것은
아니지?]
“일은 없습니다. 제가 기반을 좀 잡아서, 원장님 생각도 나고 보육원 동생들도 생각이 나서 오 늘 인사드리러 가려고 하는데 괜 찮으신지요.”
[집에 오면서 물어보고 오는 사 람이 어디에 있어.]
따스하게 말을 해 주는 남궁문 의 목소리에 강진의 얼굴에 미소 가 어렸다.
자신이 왜 긴장을 하고 망설였
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편 안한 목소리였고 허락이었다.
“사십 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 다. 그리고 아이들 밥 너무 많이 주지 마세요.”
[왜‘?]
“제가 맛있는 음식 해 주려고 요.”
[하하하! 알았어. 아이들 밥 조 금만 먹으라고 해야겠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와라.]
그걸로 통화를 끝내는 강진을 보며 최호철이 물었다.
“반갑게 받아 주시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집이라는 말…… 너무 좋네 요.”
“자! 출발하자. 나도 오랜만에 집에 가 보고 싶다.”
최호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차에 올라 시동을 켜고는 출발을 했다.
강진의 차가 출발을 하자 그 뒤 를 강상식의 차가 따라가기 시작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