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화
백일순이 가볍게 몸을 풀었다. 심판이라는 것은 공이 있는 곳 근처에서 계속 뛰어야 하는 것이 라 백일순도 어느 정도 몸을 풀 어두었다.
그러는 사이 강상식도 보육원에 서 받은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채 가볍게 뛰며 몸을 풀고 있었다.
우두둑! 우두둑!
몸을 푸는 강상식을 강진이 어
묵 꼬치를 먹으며 구경하고 있었 다.
어묵 꼬치를 먹고 있을 때 주변 을 둘러보러 갔던 최호철이 다가 왔다.
“다행히 잡귀들은 안 보인다.”
“오래 걸리셨네요.”
아침부터 돌아다니던 최호철이 지금에야 돌아왔다. 그렇다고 보 육원이 엄청 큰 것도 아닌데 말 이다.
“구석구석 잘 뒤져 봐야지. 어
디 구멍 같은 곳에 숨어 있을 수 도 있고. 어쨌든 보육원에는 수 호령만 보인다.”
운동하는 학생들을 보던 최호철 이 말을 이었다.
“이야기 들어 보니 이 들어오는데 그럴 령들이 힘을 모아서 이야.”
가끔 잡귀들 때마다 수호 내쫓는 모양
“다행이네요.”
“그리고 김소희가 가끔씩 들르 는 모양이야.”
“소희 아가씨가요?”
“말 안 듣는 잡귀들 있으면 김 소희가 어떻게 알고 와서 쫓아내 는 모양이더라.”
“소희 아가씨가 참 바쁘게 다니 시네요.”
“고맙다고 다음에 만나면 말이 라도 전해줘라.”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을 차는 학생들을 보았다.
“애들 공 잘 차네요.”
“애들이라고 해도 선수잖아. 일 반인하고는 비교할 수 없지.”
작게 중얼거리는 최호철을 보며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혹시 축구 좋아하세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피식 웃 었다.
“전에 말했잖아. 경찰 체육 행 사에서 공 잘 찬다고 총장님한테 상도 받았다고.”
“ 아!”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태광무역 인턴 체육 대회 때 축구 이야기가 나 오자 최호철이 했던 말이었다.
강진이 아 하는 소리에 최호철 이 고개를 끄덕일 때, 강상식이 다가왔다.
“이 사장님은 옷 안 갈아입으세 요?”
“저는 구경하는 것이 더 재밌어 요.”
“축구 하자고 하신 분이 빼시는
겁니까?”
“빼는 것이 아니라……
강진이 푸드 트럭 주위에 있는 애들을 보았다.
“애들 챙겨야죠.”
“애들이 참 많이 먹네요.”
아침부터 어묵에 떡볶이에 통닭 을 먹고, 점심에는 삼겹살로 또 거하게 포식을 했다.
그런데도 푸드 트럭에서 애들이 먹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 나이 때는 먹고 돌아서면 배고플 나이죠. 그리고……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을 멈 췄다.
‘여기서는 이상하게 허기지기도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을 하는 좋은 원장님과 형과 동생 등 많 은 가족이 생겼지만…… 이상하 게 배가 고팠다.
그리고는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 다.
“같이 뛰면서 애들 좀 봐 주세 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공을 튕 기며 몸을 푸는 아이들을 보았 다.
“실력이 좋다면야…… 저희 구 단 유스 팀에 넣을 수도 있죠.”
“유스 팀?”
그게 뭐냐는 듯 보는 강진의 모 습에 강상식이 피식 웃었다.
“이 사장님은 축구 쪽으로 정말 아는 것이 없으시군요.”
“제가 먹고살기 바빠서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구단에서 운영하는 학원 축구 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프로에서 운영하는 팀이면 좋 겠네요?”
“학원 축구하고는 장단점이 있 죠.”
이야기를 나눌 때 백일강이 다 가왔다.
“이사님, 시작하시죠.”
백일강의 말에 강진이 몸을 돌 려 푸드 트럭으로 향했다. 푸드 트럭에는 아침부터 일을 도와준 여학생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안 힘들어?”
“재밌고 좋아요.”
환하게 웃는 여학생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 하는 것이 그리 좋아?”
“같은 재료로 더 맛있게 만들면
먹는 사람도 좋고 저도 기분이
좋아요.”
여학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요리사가 꿈이야?”
“네.”
“내가 자주 와서 음식 알려 줘 야겠다.”
“그럼 저야 좋죠.”
환하게 웃은 여학생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불판
을 보았다.
오전에는 떡볶이를 했었고, 점 심에는 삼겹살을 구웠던 불판은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
“깨끗하게 잘 해 놨네.”
“새로운 음식 하신다고 하셔서 요.”
여학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축구장을 보았다. 학 생들은 적당히 양 팀으로 나누어 진 채 포지션에 맞춰 자리를 잡 고 있었다.
그리고 삐! 하는 소리와 함께 곧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것을 잠시 보던 강진이 여학 생을 보며 말했다.
“수플레 팬케이크 만들 건데 알 아?”
“모르는데 말만 들어도 몽글몽 글 할 것 같아요.”
여학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료들을 꺼냈다.
밀가루와 계란 그리고 버터와 설탕을 꺼낸 강진이 수플레를 만
들기 시작했다.
수플레가 이름은 거창해도 그냥 팬케이크였다. 단지 계란 흰자로 머랭을 치는 것이 좀 불편할 뿐 이었다.
차차차착! 차차착!
볼에 들어간 계란 흰자를 빠르 게 휘젓자 잠시 후 몽글몽글한 하얀 머랭이 만들어졌다.
머랭을 만든 강진이 여학생이 만든 밀가루 반죽을 보았다. 밀 가루와 설탕 버터 녹인 것을 우
유와 함께 섞어 반죽을 완성한 여학생에게 강진이 머랭을 내밀 었다.
“이제 섞으면 돼.”
여학생이 머랭과 반죽을 섞기 시작하자 강진이 다시 반죽을 만 들기 시작했다.
애들이 많다 보니 하나씩만 먹 이려고 해도 반죽을 몇 번은 더 해야 했다.
그래서 강진이 반죽을 다시 만 들며 여학생에게 말했다.
“판에 불 올랐을 거야. 조금 두 툼하게 반죽을 올려.”
“어느 정도나요?”
“햄버거 크기 정도?”
“그렇게 크게요?”
“구워지면 줄어들어.”
강진의 말에 여학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죽을 두툼하게 불 판에 올렸다.
촤아악! 촤아악!
“이거 달라붙는 것 아니에요?”
“안 달라붙으니까 걱정하지 마.”
‘ 아마도.’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 실 수플레 팬케이크는 요리 연습 장에 있던 레시피로 강진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이런 디저트를 좋아하는 손님들 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 수플레를 준비한 것은 아 이들이 이런 간식거리를 좋아하 는 것이 생각이 나서 준비한 것
이다.
전에 배용수가 식당 안 재료들 로 케이크를 만들었던 것처럼 말 이다.
그래서 가게에 있는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맛있는 디저트 간 식을 가지고 온 것이다.
반죽을 만들며 강진이 틈틈이 여학생에게 수플레를 뒤집을 타 이밍을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한 눈으로는 축구장을 보았다. 강상식은 왼쪽 수비 라
인에서 뛰고 있었다.
‘높은 사람들은 다 중앙 공격수 하던데... 확실히 축구 좋아하
기는 하는 모양이네.’
자신이 좋아하는 포지션을 잡고 뛰는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장희 섭과 학생들을 보았다.
장희섭이 부른 친구들은 다섯 명이었다. 원래 동기들은 서른 명쯤 있다고 하는데 중간에 나가 는 애들도 있고, 친하지 않은 애 들도 있고 해서 다섯 명 정도만 온 것이었다.
아마도 이 다섯 명이 그동안 경 기 한 번 뛰어 보지 못한 형편 어려운 아이들일 것이다.
구장도 작고 뛸 아이들도 적어 서 7명씩 팀을 짠 채 경기를 치 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공을 잡고 뛸 때는 살 살하다가도 선수가 공을 잡으면 장희섭과 다른 아이들이 강하게 접근을 하며 수비를 했다.
그리고 상대 공격수에게서 공을 뺏은 장희섭이 그대로 앞으로 튀 어나갔다.
파앗!
공을 앞으로 길게 차고 튀어 나 가는 장희섭은 마치 표범 같았 다.
‘빠르다!’
강진이 놀란 눈으로 장희섭을 보았다. 공을 앞으로 차고 달리 는데 장희섭이 달리는 속도가 워 낙 빨라 순식간에 공을 터치하고 는 강하게 찼다.
펑!
대포알처럼 날아간 공이 바로
골대 근처에 있는 공격수에게 연 결이 되더니 그대로 슛으로 이어 졌다.
철렁!
골네트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골을 넣은 공격수가 웃으며 장희 섭에게 엄지를 세워주었다.
그에 장희섭도 웃으며 엄지를 세우고는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 왔다.
“와…… 저 공이 저렇게 한 번 에 연결이 되네.”
축구를 잘 모르는 강진이 보기 에도 방금 패스는 참 깔끔하고 잘 연결이 되었다.
차트 판을 들고 라인 옆에서 선 수들을 보던 백일강이 잠시 생각 을 하다가 자신의 근처를 지나가 는 선수에게 말을 걸었다.
“학생.”
“네.”
백일강의 부름에 학생이 그를 보았다.
“보니까 저 학생하고 저기 저 기……
백일강이 축구를 뛰는 선수들을 가리키고는 말했다.
“학교에서 선수 생활하는 것 같 은데 어디 학교야?”
“인명공고 축구부입니다.”
“아! 인명공고!”
전국대회에서 늘 좋은 성적을 얻는 인명공고라는 말에 백일강 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들 기량이 좋다고 생각을 했는데 인명공고라면 이해가 되 었다.
“올해 인명공고 성적 좋겠어.”
“네?”
“이런 좋은 선수들 가지고 있으 면 최소한 준우승은 해야지.”
백일강의 말에 선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다시 경기에 집중을 하 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선수를 보며 백일강이 차 트에 뭔가를 기재하기 시작했다.
〈키 크고 몸 좋은 수비수: 순간 가속 스피드가 아주 좋다. 그리 고 대인 수비 능력도 좋고 후방 에서 전방으로 한 번에 질러주는 롱 패스 능력 활용 잘 하면 팀 무기로 성장 가능할 듯.
키 큰 놈 공격수: 발재간이 좋 다. 그리고 수비수하고 손발이 잘 맞아서 패스 받을 위치를 잘 선점한다. 대신 피지컬이 떨어진 다. 피지컬 전문 훈련으로 몸무 게를 늘리면 성장할 듯……〉
선수들 이름을 모르기에 백일강 은 신체 특징으로 보고서를 작성 하고 있었다.
강상식이 누구를 생각하는지 모 르기에 일단 선수들 장단점을 잘 적어 놓는 것이다.
백일강이 글을 적으며 선수들을 보고 있을 때, 강진이 슬며시 다 가왔다.
“날씨 춥죠.”
강진의 말에 백일강이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 다.
“겨울에는 추워야죠.”
백일강의 말에 강진이 슬며시 가지고 컵을 내밀었다.
“어묵 국물인데 좀 드세요.”
강진의 말에 백일강이 그제야 고개를 돌려 컵을 보았다. 컵에 는 어묵 꼬치와 어묵 국물이 담 겨 있었다.
그에 백일강이 차트를 겨드랑이 에 끼고는 컵을 받았다.
“고맙습니다.”
백일강이 컵을 받아 꼬치를 입 에 넣는 것을 보며 강진이 슬며 시 말했다.
“애들 실력 어떤가요?”
“잘하네요.”
“객관적으로는요?”
강진의 물음에 백일강이 선수들 을 지긋이 보다가 말했다.
“저 정도면 전국 8강 주전급은 돼 보이네요.”
“전국 8강요?”
“대충 그렇다는 것이고 진짜 실
력은 실제 경기를 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죠.”
말을 하던 백일강이 힐끗 수비
라인을 보고는 말했다.
“대신 저기 몸 좋은 수비수는
탐나네요.”
백일강이 장희섭을 가리키는 것
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래요?”
“일단 순간 스피드가 좋네요. 구장이 좀 작아서 스피드를 정확 하게 보기는 어렵지만 순간 스피 드는 프로에서도 통할 것 같아 요. 그리고 수비도 좋고 한 번에 전방으로 질러주는 롱 패스도 정 확하고…… 인명 공고가 작년에 는 아쉽게 4강에서 떨어졌는데 올해는 우……”
말을 하던 백일강이 문득 고개 를 갸웃거렸다. 백일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 생각하는 것 같 자 강진이 물었다.
“왜 그러세요?”
강진의 물음에 백일강이 눈을 찡그렸다.
“왜 내가 쟤들을 모르지?”
“네?”
백일강이 눈을 찡그리다가 핸드 폰을 꺼내들었다.
“이것들이 일을 어떻게 하는 거 야?”
“왜 그러세요?”
두 번이나 같은 물음을 하는 강
진의 모습에 백일강이 설명을 했 다.
“저 정도 실력이면 최소한 제가 이름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런데 제가 저 애를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말을 하며 백일강이 핸드폰에 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일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작게 욕을 하며 통화 버튼을 누 르는 백일강을 보며 강진이 미소
를 지었다.
‘일단 실력은 진짜라는 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