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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280화 (278/1,050)

279화

한끼식당에 돌아온 강진은 오늘 사용한 물품들을 주방으로 옮기 고 정리를 하고 있었다.

물론 정리와 청소는 귀신들이 하고 있었다. 푸드 트럭 캡을 닫 아 놓고 선주와 여자 귀신 한 명 이 청소를 하고 있고, 여자 귀신 둘과 배용수는 오늘 사용한 그릇 을 닦고 정리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은 귀신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혼자 일하는 것보다 여 럿이 같이 일하는 것이 좋아.”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그를 보 았다.

“오늘 기분 좋아 보인다?”

“좋지요. 집에 갔다 왔으니까.”

“그리고 동생도 도와줘서?”

장희섭을 말하는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

습에 최호철이 작게 입맛을 다시 고는 말했다.

“희섭이 앞날이 그렇게 좋지만 은 않을 것 같다.”

“왜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최호철 이 말했다.

“그런 나쁜 놈들은 뒤끝도 더럽 거든.”

“뒤끝이야 있겠지만 이제 곧 전 학 갈 건데 무슨 상관있겠어요? 그리고 유스 팀에서 보호해 주겠

죠. 프로 구단에서 관리하는 곳 인데 애 하나 보호 못 하겠어 요?”

감독 뒤끝이 있을 것은 강진도 예상한 일이지만, 유스로 가서 잘하면 곧 프로나 대학으로 갈 녀석인데 고등학교 감독이 뭘 어 떻게 할까 싶었다.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저었다.

“한국 땅 좁잖아. 그리고 축구 판은 더 좁겠지.”

“그 감독이 희섭이 앞길 막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럴 수 있지. 그런 놈들은 나 쁘...”

잠시 말을 멈춘 최호철이 입맛 을 다셨다.

“나쁜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 거든.”

말을 한 최호철이 강진을 보았 다.

“그나마 상식이가 무슨 생각이 있는 것 같던데.”

“언론을 이용해서 감독 옷 벗길 모양이던데요.”

“하긴. 애들 상대로 돈 장사하 는 사람만큼 국민들이 싫어하는 것도 없지. 게다가 이건 갑질도 들어가고.”

최호철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강 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강상식에게 온 것에 강진이 전 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 지금 가는 길인데 비서가

가게를 못 찾고 있더군요.]

“비서요?”

[이야기 들으니 희섭 군과 친구 들 일 정리를 빨리 하면 할수록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비서 불러서 일 좀 알아보라고 했습니 다.]

“아......"

말을 하며 강진이 최호철을 보 자, 그가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는 듯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손님 온답니다. 올라갑시다.”

최호철의 말에 주방에서 분주하 게 움직이던 소리가 사라지고는 귀신들이 홀로 나와서는 바로 2 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최훈이 어느새 뒷문으로 나가 푸드 트럭을 청소하고 있는 선주와 여자 귀신을 데리고 오더 니 2층으로 올라갔다.

조용해진 식당을 보며 강진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제가 밖에 나왔으니 비서 분에 게 손들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강진이 손을 들고 주위를 두리 번거릴 때 남자 셋이 다가왔다.

“저 이강진 씨?”

“비서님?”

“맞습니다.”

그러고는 남자가 가게를 보다가 황당하다는 듯 강진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비서도 코앞에 서 가게를 못 찾은 것에 황당해 하는 것이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가게 안을 가리켰다.

“가게가 잘 눈에 안 띄는 편입 니다. 들어가시죠.”

강진이 앞장서서 들어가자 비서 가 간판을 한번 보고는 가게 안 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비서와 남자 둘을 보며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식사하셨습니까?”

“아직 안 먹었습니다.”

“그럼 식사 준비해 드릴까요?”

“이따 이사님 오시면 같이 먹겠 습니다.”

비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말했다.

“혹시 좋아하는 음식 있으면 말 씀하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럼 따뜻한 차라도 한잔 드릴

까요? 밖에 날씨 춥던데.”

강진의 말에 비서가 고개를 끄

덕이자, 강진이 주방에 들어와 주전자에 야관문차를 끓이기 시 작했다.

그러고는 주방을 살폈다. 귀신 들이 정리하다가 가서 아직 정리 가 안 됐을까 싶었는데 그릇 몇 개 담겨 있는 것 말고는 깔끔하 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빨리 정리했네.”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야관문차 를 컵에 따라서는 홀로 가지고 나왔다.

“야관문차입니다. 남자 몸에 좋 은 것은 아시죠?”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비서 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을 받아 같이 온 사람들에게 내밀었다.

“드세요.”

“고맙습니다.”

잔을 받아 든 남자들에게 비서 가 존대를 하는 것에 강진이 힐 끗 그 둘을 보았다.

‘이 두 분은 비서가 아니신가?’

그에 강진이 슬며시 의자에 앉 으며 물었다.

“그런데 이 두 분은?”

강진의 물음에 비서가 두 남자 를 가리켰다.

“스포츠대한의 홍석 기자님과 시사일간지 이몽운 기자님입니 다.”

“기자님이셨군요.”

강진이 대단하다는 듯 보자 홍 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마시 다가 가게를 둘러보았다.

“한끼식당 맛집이라는 이야기 들었는데 이렇게 오게 되네요.”

“저희 가게 이야기 들으셨어 요?”

“스포츠 쪽이기는 하지만 기자 다 보니 여기저기서 듣는 이야기 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한끼식당 이야기는 몇 번 들었습니다. 요 즘 강남에서 가장 핫한 버#반집이 라고 하더군요.”

“손님들이 맛있게 드셔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혹시 드시고 싶은 것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

요.”

이야기를 나눌 때 문이 열렸다.

띠링!

풍경 소리와 함께 강상식이 안 으로 들어왔다. 강상식이 들어오 자 비서와 기자 둘이 급히 일어 났다.

그들이 일어나는 것에 손을 든 강상식이 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 고는 비서를 보았다.

“알아보라는 것 확인했습니까?”

곧장 단도직입적인 물음을 하는 강상식의 말에 비서가 급히 서류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내밀었다.

“인명공고 감독 신상입니다.”

“옷 벗을 양반 신상까지 알 필 요는 없고.”

서류를 치우는 강상식의 말에 비서가 흥석을 가리켰다.

“이쪽은 스포츠대한 홍석 기자 님이십니다.”

비서의 말에 강상식이 홍석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강상식 입니다.”

“홍석입니다.”

악수를 나눈 강상식이 옆의 사 람을 보자 비서가 이몽운 기자를 소개해 주었다.

그렇게 악수를 나눈 강상식이 홍석을 보았다. 그 시선에 홍석 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인명공고 백현덕 감독 돈 밝히 는 것은 이쪽 바닥에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학교 측에서 도 그건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안 자르는 건?”

“성적을 잘 내니까요. 돈을 밝 히든 성격이 나쁘든 성적을 내면 명장,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성 적을 못 내면 무능하다 소리 들 으니까요.”

홍석이 사람들을 보며 말을 이 었다.

“그리고 선수 기용은 어디까지 나 감독의 권한이니까요. 게다가 돈이 없어도 실력이 있으면 3학 년 때는 시합을 내보냅니다. 거 기서 잘하면 대학이나 프로 팀으

로 갈 수 있고 성적을 못 내면 이렇게 못 하니 시합을 못 내보 냈다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못 버티고 나가는 애들 도 있다고 하던데요.”

“다른 학교 축구부도 중간에 그 만두는 애들이 있습니다.”

“프로로 진출한 선수 중에 이런 부조리에 대해 말을 한 사람은 없습니까?”

“축구판이 좁습니다. 백현덕 감 독도 젊었을 때는 국대도 나간

적이 있는 만큼 인맥이 있습니 다. 프로나 대학 축구로 진출을 했으면 백 감독 까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흥석의 말에 강진이 자기도 모 르게 물었다.

“그럼 희섭이하고 애들 프로 가 도 불이익 당하는 것 아닌가요?”

강진의 말에 홍석이 강진을 힐 끗 보았다. 그 시선에 강상식이 말했다.

“이강진 사장님이 봉사 활동 다

니는 보육원 학생이 그 선수입니 다. 저도 같이 봉사 갔다가 이번 일을 알게 된 것이고 도우려 하 는 겁니다.”

“아…… 좋은 일 하시네요.”

“제가 다니는 보육원 학생이라 서가 아니라 아이들 꿈은 지켜 주고 싶습니다.”

강진의 말에 홍석이 그를 보다 가 말했다.

“백 감독이 학원 축구에서 명장 이라는 소리 듣는 만큼 그 밑에

서 배운 학생들이 프로 쪽으로 꽤 있습니다.”

“그 말은 불이익 받을 수도 있 는 건가요?”

“반반입니다.”

“ 반반?”

“백 감독에게 불이익 받았던 선 수들은 장희섭 선수를 이쁘게 볼 테고, 백 감독에게 돈을 가져다 줬던 선수들은 장희섭 선수를 나 쁘게 보겠죠.”

말을 하며 홍석이 가방에서 메

모장을 하나 꺼내며 말했다.

“이야기 듣고 오기 전에 확인해 보니 레드윙 구단에 인명공고를 나온 선수는 세 명입니다. 1군에 한 명, 2군에 둘인데 다행히 1군 에 있는 건 3학년 때 첫 출전했 던 차명석 선수입니다.”

“희섭이하고 같은 케이스네요.”

“좋게 풀린 케이스기는 한 데……

홍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 다. 그 시선에 홍석이 메모장을

보며 말했다.

“고질적인 발목 인대 부상을 가 지고 있습니다.”

“3학년 때 고생해서인가요?”

“그럴 거근}고 생각됩니다.”

홍석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 실 때,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어디 가나 텃세는 있고 못되게 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건 장 희섭 선수가 이겨내야 할 일입니 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 이었다.

강진이나 강상식이나 장희섭에 게 기회를 주려는 것이지 꽃길을 만들어 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어디 직장을 가든지 친 한 사람과 안 친한 사람은 있는 법이었다.

그런 문제는 장희섭과 아이들이 이겨나가야 할 일이었다.

“제가 원하는 건 그 감독이 이

바닥에서 나가는 겁니다.”

강상식의 말에 이때까지 말이 없던 시사일간지 이몽운이 입을 열었다.

“감당은 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몽운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았다.

“ 감당?”

“이사님께서 원하시는 건 언론 을 통해 백 감독을 패가망신 시 키겠다는 건데…… 이렇게 할 경 우 감당해야 할 것은 백 감독 하

나뿐이 아니라 학원 축구 전체로 일파만파 퍼질 수 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축구계 비리를 터뜨리는 겁니 다. 학원 축구라고 해도 축구 협 회 관리 하에 있으니 그쪽에도 똥물이 튀길 수 있습니다. 아시 겠지만 축구 협회 현기그룹이 이 끌어 가는 곳입니다.”

“현기그룹에 똥물이 튈 수도 있 다?”

“이건 간단히 한 학교 감독 망

가뜨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강상식이 이몽운을 보자, 이몽 운이 입을 열었다.

“언론을 이용하면 판이 너무 커 집니다. 차라리 그냥 백 감독 해 고해 버리시는 것이 가장 빠르고 깔끔합니다.”

무슨 말이냐는 듯 보는 강상식 을 보며 이몽운이 말을 이었다.

“인명공고 재단이 청운그룹 계 열이니 이사님이 거기 사람 만나

서 술 한잔 사시면 백 감독 해고 는 내일도 가능할 겁니다.”

“청운이라……

“청운그룹 윤창권 이사님과 절 친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윤창권 이사님을 통하면 백 감독 해고 바로 될 겁니다.”

“잘 아시네요?”

“재벌가 이야기만큼 저희 쪽에 재밌는 소스는 없으니까요.”

이몽운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절친하다는 것만 빼고는…… 뭐 틀린 말은 아니군요.”

윤창권 약점 몇 가지 알고 있으 니 학교에서 감독 하나 자르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명장이다 뭐다 해도 고등학교 감독일 뿐이다. 돈 주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옷 벗기는 것 일도 아니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상식이 이 몽운을 보았다.

“기자 생활 할 만합니까?”

“할 만해서 하겠습니까? 먹고살 려고 하는 겁니다.”

이몽운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자님하고는 다음에 이야 기 한번 하기로 하고……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김치찌개하고 음식 몇 개 해 주세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기자들을 보자 홍석이 슬쩍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를 말했다.

그 메뉴를 받은 강진이 문득 강 상식을 보았다. 강상식은 핸드폰 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뭐 하세요?”

문자를 보내며 강상식이 말했 다.

“내가 다른 것은 몰라도 미운 놈은 꼭 패주는 성격입니다.”

문자를 몇 번 더 보낸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몽운을 보았 다.

“이 기자님이 하나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요?”

“현기그룹 몽현 형이 왜 축구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줄 알아 요?”

“그야 축구를 좋아해서 아닙니 까?”

이몽운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몽현 형이 축구를 정 말 좋아하죠. 그리고 나도 축구 를 좋아하고……

강상식이 이몽운을 보며 웃었 다.

“창권이하고는 술친구지만, 몽 현 형하고는 축구 친구라고 할 수 있죠.”

말을 하던 강상식의 핸드폰에 벨이 울렸다.

“어. 형. 소주 한잔하자는 거지.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계의 미래 에 대해 이야기도 좀 하고. 응! 주소는 내가 문자로 찍어 줄게.”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상식이

이몽운을 보았다.

“남이 싼 똥을 치우는 건 싫겠 지만, 자기가 싼 똥을 자기가 치 우는 건…… 귀찮아도 당연히 해 야 할 일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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