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284화 (282/1,050)

283 화

강상식과 마주한 오자명이 자신 이 마시던 잔을 내밀었다. 그에 강상식 이 잔을 받자 오자명이 소 주를 따라주었다.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고 이끌 어 줘야 하는데.. 하물며 스승

이라는 자가 저런 짓거리를 하다 니…… 하아!”

작게 한숨을 토한 오자명이 고 개를 저었다.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일입니 다.”

오자명의 말에 강상식이 TV를 슬쩍 보고는 말했다.

“돈이 오고 가는 것은 세상 어 떤 일도 마찬가지만... 최소한

학원 운동에는 그것이 줄었으면 합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를 끌어다 옆에 앉 았다.

“만화처럼 청춘, 열정, 노력, 그

리고 땀 이런 것이 최고라고 하 기는 그렇지만 확실히 학생들은 운동만 열심히 하면 성공했으면 하네요.”

“운동만 열심히라……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강하 게 쳤다.

짝!

그 모습에 강진과 강상식이 놀 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런 두 사람의 시선에 오자명

이 웃었다.

“오랜만에 좋은 법안이 하나 떠 올랐습니다.”

뭔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오자 명이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법안요?”

“학원 스포츠 기부와 투명화 법 안입니다.”

“기부와 투명화 법안?”

“지금 떠오른 것이라 정확하게 뭐라 말을 할 수 없지만…… 요

즘은 운동도 돈이 없으면 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 니까?”

오자명이 강상식을 보자, 강상 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오성그룹도 여러 스포츠 구단 을 가지고 있지요?”

“어지간한 종목에는 대부분 팀 을 하나씩 가지고 있지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뉴스에 나온 학교에서 출전 못 한 선수들을 프로 유스 팀으로 보내 준 것이 강상식 이 사님 입니다.”

“그래요?”

오자명이 그러냐는 듯 강상식을 보자 강진이 웃으며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어느 새 비어 있는 강상식의 잔에 소 주를 따라주었다.

“강 이사님이 보육원 봉사 갔다

는 뉴스는 못 봤는데.”

“뉴스 나가려고 간 것이 아니었 습니다. 그냥 저하고 음식 봉사 하러 가셨다가 보게 돼서 도와준 겁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강상식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일 하셨군요.”

“칭찬받으려 한 것은 아닙니 다.”

강상식의 말에 오자명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 것이 좋은 일이죠.”

오자명의 말에 강상식이 어색한 표정을 짓자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무슨 법안을 생각하신 건가요?”

강상식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 아 화제를 돌린 것이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운동에는 돈이 듭니다. 학생들 이야 돈이 없으니 그 학부모나 단체의 기부를 받아야 하는

데…… 그 기부금을 감독이나 학 교 측에서 마음대로 운영하며 착 복하는 것을 막도록 제도적인 보 완을 하는 것입니다. 그럼 기부 금을 감독이 마음대로 착복하지 못하니……

오자명의 말에 술을 먹던 강상 식이 피식 웃었다.

“그게 쉽겠습니까?”

자기도 모르게 비하를 하게 된 강상식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강상식의 말에 오자명이 그를 보았다.

“쉽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 다.”

오자명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소주를 마셨다.

“법안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 같 습니까?”

“그건 아니겠죠.”

“맞습니다. 하나의 법안을 만들 려면 여러 전문가들이 그 법안에 대해 심사숙고를 합니다. 그렇게

여러 날을 만든 법안은 또 각 정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난도질이 됩니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법 안을 다시 보완을 하고 또 여러 절차를 걸쳐서 국회에 올립니 다.”

말을 멈추는 오자명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법이 힘들게 만들어지는군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그 절차를 다 통과해도 국회에 서 통과되려면 몇 년이 걸립니

다. 법을 만드는 것은 이렇게 오 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고는 오자명이 강상식을 보 았다.

“나는 법안을 여럿 만들어 봤기 에 법안을 만들고 그것을 통과시 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 그 어떤 국회의원보다도 말입니다. 내가 만드는 법안들이 가진 사람들에게는 다 귀찮은 쪽 이거든요.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가진 사람들이라 내가 가

진 법안을 싫어하지요.”

잠시 말을 멈춘 오자명이 웃으 며 강상식의 빈 잔에 소주를 따 라주었다.

“그런 제가 쉽게 생각하겠습니 까?”

“그건…… 죄송합니다.”

강상식이 다시 사과를 하자 오 자명이 웃었다.

“뭐 어렵다고만 말을 했는데 기 초 법안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쉬 울 때도 있습니다.”

“그건 왜죠?”

강진의 물음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국회에 가면 창고에 박혀 있는 법안들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산 더미만 하게 쌓여 있습니다.”

“법안이 왜 창고에?”

“정당 이해관계나 시국 문제로 처리가 되지 않은 법안부터 중간 에 엎어진 것까지 여럿입니다. 국회 뒤져 보면 제가 만들려는 법안과 비슷한 것이 있을 겁니

다. 기존에 있던 법안을 이거라 고 하면……

오자명이 소주잔에 반만 소주를 따르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것을 가져다가 지금 시 국에 맞게 보완해서……

쪼르륵!

오자명이 다시 소주를 따라 잔 을 채웠다.

“이렇게 한 잔의 소주, 아니 법 안을 만드는 겁니다.”

“근데 만약 그런 법안이 없으면 요?”

“그럼 비슷한 거라도 있겠지 요.”

오자명이 웃으며 소주를 마시고 는 말했다.

“세상에 처음이라는 것은 대체 로 없습니다. 다 있던 것 우리고 우려서 나오는 것들이지요. 저는 그 우리던 사골을 찾아서 더 끓 이기만 하면 됩니다.”

‘사골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

은데.’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오 자명이 강상식을 보았다.

“그럼 이제 쉽지 않다고 생각을 한 이유를 말해 주시겠습니까?”

“아무리 법이 좋아도 그 법을 다루는 것이 사람이고 편법은 난 무하니까요.”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법을 안 만들면 제재를 할 방도 도 없지요.”

웃으며 오자명이 강상식에게 소

주를 따라주었다.

“혹시 법안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것이 있겠습니까?”

오자명의 말에 강상식이 소주를 받으며 말했다.

“이번에 학생들 일도 있고 해서 알아본 것이 있기는 합니다.”

“뭡니까?”

오자명이 노트를 꺼내 받아 적 을 태세를 하자 강상식이 학원 축구의 현실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오자명이 노트에 적으며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면 강상식이 자신이 아는 학원 축구 에 대한 것을 이야기했고 모르는 것은 백일강에게 전화를 해서 확 인해 주었다.

* * *

도봉구의 한 산기슭에 강진의 푸드 트럭이 저승식당 영업을 준 비 중이었다.

강진은 푸드 트럭 주위에 다섯 개의 화로를 깔아 놓고 그 주위 에 바퀴 달린 목욕탕 의자를 깔 아 놓았다.

“오자명 의원하고 강상식, 서로 친해질 상성이 아닌데 친해지더 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질 좋아하고 사람 귀천을 따지는 강상식과 무소속 으로 평생을 서민들을 위한 입법 과 정치 활동을 한 오자명은 어 쩌면 극과 극일 수 있는 인물들

이었다.

그래서 서로 친해지기 어려운 불과 물의 관계였다. 다만…… 좋아하는 축구 이야기를 하다 보 니 서로 친해지게 된 것이다.

거기에 술도 한몫을 했고 말이 다. 술을 마실 때에는 태어난 날 은 달라도 죽는 날은 같아지는 것이 남자들의 우정이니 말이다.

물론…… 술을 깨고 난 후에는 ‘누구?’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강상식과 오자명을 떠올리던 강

진이 말했다.

“아마 서로 닭이고 소라서 그럴 거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무슨 말이야?”

“아까 서로 아는 사이인 것 봤 지?”

“친하지는 않아도 서로 알기는 하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상식 씨와 오자명 씨는 서로 에게 소고 닭인 거야.”

“이게 또 이상한 소리 하네. 뭔 소리야.”

“너 소하고 닭이 서로에게 관심 주는 것 봤냐?”

“못 봤지.”

“두 사람이 그런 관계야.”

“왜?”

“강상식 씨가 재벌이기는 해도

오자명 의원이 하는 서민 지원에 돈을 지원해 줄 사람으로 보여?”

“그건 아닌 듯한데.”

강상식이 이번에 좋은 일을 했 지만 남을 돕는 데에 거금을 쓸 사람으로는 안 보였다.

“그럼 오자명 의원이 돈 때문에 강상식 씨가 하는 일에 국회의원 의 힘을 써 주겠니?”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오자명 의원님이면 절대 그럴

일 없을 것 같은데…… 아! 아니 다.”

“왜, 써 줄 것 같아?”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배용수 가 웃었다.

“오자명 의원님이면 이것 좀 해 달라고 돈을 주면 일단 돈은 받 고 그 해 달라는 일 방해할 것 같다.”

“돈 받고 방해를 한다고?”

“그게 더 열 받게 하잖아.”

“아! 근데 그렇게 하면 뇌물 수 수로 걸리잖아.”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 짜 받으시겠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쨌든 서로 줄 것도 없고 받 을 것도 없으니 친해지기는 더 쉬워졌을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겠네.”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이 푸드 트럭에 달아 놓은 시계를 보았

다.

“20분 남았네.”

“이제 슬슬 모이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 위에는 배용수만 있고 다른 귀신 들은 없었다.

강진이 오는 귀신들에게 11시에 영업하니 그전에 돌아다니면서 소식 못 들은 귀신들 좀 데리고 오라고 다들 보낸 것이다.

인적 없는 길가의 가로등 밑이

오늘 영업을 할 곳이었다.

“커피 한잔하고 시작할까?”

“그러자.”

강진이 한쪽에서 끓고 있는 물 통에서 물을 덜어서는 커피 믹스 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용수와 한 잔씩 나눠 마시려고 할 때 발소리가 들렸 다.

뚜벅! 뚜벅!

발소리에 강진이 슬쩍 푸드 트

럭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한 남자가 봉지를 들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사람 온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비닐장갑을 벗어놓았 다.

남자는 푸드 트럭을 힐끗 보고 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슬 며시 푸드 트럭에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작게 한숨

을 토했다.

“후우!”

남자의 숨에 술 냄새가 맡아지 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술 좀 하셨나 보네요.”

“조금 마셨습니다.”

말을 하며 남자가 어묵 꼬치를 보고는 하나를 집어 입에 가져갔 다.

그에 강진이 컵에 육수를 담아 주자 남자가 그것을 받아 마시며

말했다.

“푸드 트럭이 생긴 줄 몰랐네 요.”

“오늘만 하는 겁니다.”

“하긴 오가는 사람도 없는데 여 기서 푸드 트럭을 하기는 자리가 안 좋기는 하네요.”

웃으며 남자가 어묵 꼬치를 먹 다가 푸드 트럭 밑에 있는 소주 박스를 보고는 말했다.

“소주 한 병 먹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강진이 힐끗 옆에 있는 봉지를 보았다. 봉지에서는 고소한 통닭의 냄새가 맡아지고 있었다.

“자제분들 주려고 사셨나 보네 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웃으며 통 닭을 보았다.

“오는 길에 통닭이 맛있어 보여 서 샀습니다.”

강진이 소주를 한 병 집어서는 잔을 앞에 놓았다.

“한 잔은 서비스입니다.”

강진이 한 잔 따라주자 남자가 웃었다.

“소주 한 잔이 서비스입니까?”

“통닭 식으면 맛없잖아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통닭 봉지 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 묵 꼬치를 입에 넣은 뒤 소주를 마셨다.

그러고는 남자가 푸드 트럭을 보았다.

“이런 것 하나 차리는 데 얼마 나 합니까?”

남자의 말에 강진이 통닭 봉지 를 보았다. 향긋하고 고소한 기 름 냄새와 맛있어 보이는 통닭 그림이 그려진 봉투…….

하지만 그 봉투를 들고 온 사람 의 마음은 통닭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듯했다.

‘삶이 힘든 날 사 오는 것이 통 닭이라……

최호철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강진이 말없이 남자의 빈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아이들이 통닭 보면 좋아하겠 네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피식 웃었 다.

“그 표정 보면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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