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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290화 (288/1,050)

289화

납골당을 다녀오니 새벽 6시였 고, 강진은 10시쯤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토요일 쉬기로 한 건 정말 잘 한 선택이야.’

주말에 쉬기로 결정을 해서 이 렇게 아침에 여유 시간이 생긴 것이다.

옷을 챙겨 입은 강진이 1층으로 내려오자 귀신들이 TV 를 보고

있었다.

2층에서 지내도 된다고 했지만, 강진이 잘 때 2층에서 TV를 보 면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가게로 내려와 보는 것이다.

“좀 더 자지?”

“많이 잤어.”

“네 시간밖에 안 잤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네 시간이면 충분해.”

몸이야 더 자고 싶다고 말을 하 지만, 몇 달 전만 해도 하루에 4 시간만 자고 20시간을 아르바이 트하며 살았던 만큼 견딜 만했 다.

몸을 비틀며 강진이 말했다.

“밥 좀 줘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일어나며 말했다.

“뭐 먹을래?”

“계란국에 김치볶음밥.”

“ 알았다.”

배용수가 주방에 들어가 재료를 꺼내는 것을 보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허연욱, 허연욱, 허연욱.”

화아악!

허연욱이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 이 말했다.

“오셨어요.”

“무슨 일이십니까?”

자신을 부른 이유를 묻는 허연

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혹시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에 대해 알기 어렵나요?”

“왜 그러시죠?”

사정을 이야기하자 허연욱이 잠 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장기 기증에 관한 것은 당사자 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비밀입 니다. 이유는……

“금전적인 대가가 오갈 수 있으 니까요?”

“아십니까?”

“드라마에서 몇 번 봤습니다.”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장기를 돈을 주고 사는 것은 불법이고 도덕적인 문 제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비밀입 니다.”

“그럼 알 수 있는 방법은요?”

“가장 쉬운 것은 장기 기증 센 터에서 확인하는 건데.... 이 사

장님이 알 수는 없을 겁니다.”

“드라마하고 비슷하네요.”

“현실하고 다르면 시청자들이 비난을 하니까요. 그래서 이런 드라마 만들 때는 의사들이 많이 참여합니다. 아! 전에 한의학 다 룬 동의보감이라는 드라마 있었 는데 보셨습니까?”

“못 봤는데요.”

“못 보셨구나……. 그 드라마에 제가 참여를 했었는데……

허연욱이 아쉽다는 듯 하는 말 에 강진이 말했다.

“나중에 한번 볼게요.”

“그러세요. 거기 침 놓을 때 손 이 제 손이랍니다.”

허연욱이 웃으며 손을 들어 보 이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수술을 한 병원에 떠도는 귀신 들 중에 아는 분이 있는지 알아 보려고 하는데 이게 가능성이 있 을까요?”

강진의 물음에 허연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 병원에 외과 의사 귀신이

있으면 가능할 겁니다.”

“그래요?”

“장기 적출을 할 때는 최대한 빠르게 장기 이식 수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에 손상이 가니까요.”

“신선할수록 좋다는 건가요?”

배용수의 말에 허연욱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하고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맞습니다.”

그리고는 허연욱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장기 적출을 할 때, 장 기를 받아 갈 병원 의사들이 대 기를 하고 있습니다.”

“같은 병원에서 장기 이식도 이 뤄지는 것 아닙니까?”

“일곱 건이나 되는 장기 이식이 라면 그중 장기 몇은 다른 병원 으로 갔을 확률이 큽니다.”

“그렇군요.”

“그 자리에 귀신이 있었다면 장

기를 받아 간 병원과 의사들에 대해 알 겁니다.”

“그런데 수술실에 귀신이 있었 을까요?”

“외과 의사들은 수술을 좋아하 니까요. 병원에 외과 의사 귀신 이 있다면 그 수술에 참여했을 겁니다. 장기 일곱 건을 적출하 는 수술은 많지 않으니까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저하고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 선생님이 같이 가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그렇게 하시지요.”

“고맙습니다.”

“장기 기증으로 일곱 사람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 분입니다. 그 런 분을 돕는 일인데 의료인의 한 명으로서 저도 도울 것은 도 와야지 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웃을 때, 배용수가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자, 밥 먹어라.”

강진은 배용수가 만들어 준 김 치볶음밥과 계란국을 보고는 미 소를 지었다. 살짝 붉은색이 도 는 김치볶음밥 위에는 반숙 계란 이 있었고, 계란국은 과하지 않 을 정도로 계란이 잘 풀어진 채 파와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그리고 살짝 맡아지는 후추 향 이 기분이 좋았다.

“맛있겠다.”

“많이 먹어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수저로

계란의 노른자를 살짝 터트렸다.

주루룩!

노른자가 흘러나오며 김치볶음 밥에 스며들자 강진이 크게 떠서 는 입에 넣었다.

‘맛있다. 확실히 용수가 음식을 잘해.’

밥을 다 먹은 강진은 JS 금융에 들어왔다. 병원에 가기 전에 귀 신들이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 도록 방향제를 구해 볼 생각이었

다.

‘일단 편의점 가서 물어보고 없 으면 그때 강두치 씨에게 알아보 자.’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편의 점에 들어서자 직원이 웃으며 말 했다.

“단골손님 오셨네요.”

그동안 편의점에서 물건을 꽤 사서 그런지 직원과도 안면이 많 이 익은 것이다.

“안녕하세요.”

“아! 오늘 라면 신상 들어왔는 데, 드셔 보실래요?”

“라면 신상요?”

강진의 말에 직원이 라면 코너 를 가리켰다.

“염화 마라탕면입니다.”

“염화 마라탕면?”

“요즘 이승에서 마라탕인가 하 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입맛에 맞게 저희 JS 편의점에서 새로 신상을 만들었 습니다.”

“신상도 나오는 줄은 몰랐네 요.”

“이승의 입맛을 따라가야 매상 이 오르죠.”

직원의 말에 강진이 중얼거렸 다.

“염화 마라탕면…… 제목만 들 어도 매울 것 같은데요.”

“제가 먹어 봤는데 매운데 맛있 게 맵더군요.”

“그래요?”

“근데 호불호가 좀 많이 갈리는 것 같아요. 드시는 분들 중에 좋 다는 분도 있고 국물은 손도 못 대고 면만 드시고 가는 분들도 있고.”

“정말 호불호가 많이 갈리나 보 네요.”

말을 하며 강진이 염화 마라탕 면을 여러 개를 집었다.

“그렇게 많이 사세요?”

“저희 직원들이 좀 있으니까 요.”

“거기 직원들은 좋겠네요. 이승 귀신이 JS 음식도 자주 먹고.”

“고생들 하니까요.”

마라탕면을 바구니에 담은 강진 이 물었다.

“여기 방향제도 파나요?”

“그럼요. 서천꽃밭 향부터 발설 지옥 사과밭 향, 포도밭 향…… 향 좋은 것 많습니다.”

말을 하며 직원이 한쪽을 가리 키자 그곳에는 방향제들이 진열 이 되어 있었다.

〈서천꽃밭 향〉

〈발설지옥 사과밭 향〉

〈옥난 향〉

강진이 진열되어 있는 여러 방 향제를 구경을 할 때, 직원이 말 했다.

“개인적으로 서천꽃밭 향을 추 천합니다. 향이 과하지 않고 은 은한 것이 좋습니다.”

직원의 말을 들으며 방향제를 보던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혹시 JS 시설 관리국에서 사용 하는 방향제는 없나요?”

“귀기를 지우는 방향제 말씀하 시는군요.”

“네.”

“그건 JS 시설 관리국에서 사용 하는 거라 저희 편의점에서는 팔 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직원이 강진을 보았 다.

“그런데 그건 왜 찾으세요?”

“처녀 귀신 분들도 다른 귀신 분들하고 같이 식사하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

강진의 말에 직원이 그를 보다 가 말했다.

“전에 제가 말을 했던 것 같은 데, 저도 저승식당 손님이었습니 다.”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이 말했다.

“논현의 11시부터 1시면 한창 사람들 술 마시고 돌아다닐 시간 인데…… 귀신들 귀기가 사라지 면 사람 손님들이 들어오지 않겠 어요?”

직원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 렸다.

“아…… 그건 생각을 못 했네 요.”

맞다. 귀신들이 몰려 있으니 사 람들이 그 시간에 가게에 들어오 지 않는 것이다.

황민성이야 특별한 경우라 귀신 이 바글바글해도 들어와서 술 먹 고 밥 먹고 다 하지만…… 다른 일반인들은 귀신이 많으니 들어 오지도, 가게를 보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방향제로 귀신들의 기운 을 없애면 일반 사람들도 황민성 처럼 들어오게 될 것이다.

“혹시 방향제 말고도 귀기 없애 는 그런 것은 없나요?”

“저야 저희 편의점에 들어오는 물건들만 알지, 그런 것은 잘 모

르겠습니다.”

직원의 말에 강진이 카드를 꺼 내 결제를 하고는 봉투에 물건들 을 담아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강진이 강두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사장님.]

강두치의 인사에 간단하게 인사 를 나눈 강진이 물었다.

“이아영 씨는 어떻게 되셨어 요?”

[이아영 씨는 어제 잘 하시 고…… 장례식장에 계십니다.]

“벌써요?”

[고객님의 부모님께서 빨리 보 내고 싶은지 수술이 끝난 후 바 로 장례를 시작했습니다.]

“어디인가요?”

[인대병원 장례식장입니다.]

“인대병원요?”

[네.]

‘잘 됐네. 신혜 씨 병원도 인대

병원인데.’

오신혜의 장기 수술을 한 곳도 인대병원이었다.

“인대병원 갈 일 있었는데 가서 장례식장에 인사 드려야겠네요.”

[가시면 이아영 씨 뵐 수 있을 겁니다.]

강두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물었다.

“저기 혹시 JS 시설 관리국에서 사용하는 방향제 아세요?”

[혹시 방향제 식당에서 쓰시게 요?]

“그러려고 했는데…… 그거 쓰 면 귀신 손님들 있을 때 사람들 이 올 것 같아서요.”

[아시네요.]

자신이 생각을 못 했던 것을 강 두치와 편의점 직원은 아는 것에 입맛을 다신 강진이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지역에 사용하는 방향제 말고 귀신 개인 에게 사용할 수 있는 방향제 같

은 것은 없을까요?”

[글쎄요. 제가 그쪽으로는 잘 몰라서…… 아! 이아영 씨 장례 식장 가실 거면 그쪽에 JS 시설 관리국 직원 나와 있을 테니 그 쪽에 문의해 보세요. 그쪽이 그 런 쪽으로는 전문이니 저에게 알 아보는 것보다는 그쪽에 문의하 는 것이 빠르고 정확할 겁니다.]

“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으로 강두치와 통화를 끝낸 강진은 한끼식당으로 돌아와서는 라면을 내려놓았다.

“심심하면 이거 드시고 있으세 요.”

“뭔데?”

배용수가 다가와 봉지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염화 마라탕면? 처음 보는 라 면이네. 신상이야?”

“이승에서 마라탕이 유행이니까 JS 편의점에서 만든 모양이야.”

“확실히…… 저숭이 이승을 많 이 반영하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마라탕 먹어 봤어?”

“한식은 아니지만 먹어는 봤지. 요리사는 여러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수행이니까.”

“어땠어?”

“맛있었지. 근데 중국식 향신료 넣었으면 한국인 입맛에는 호불 호가 많이 갈릴걸.”

“편의점 직원도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하던데.”

“정확하게 봤네. 좋아하는 사람 들은 정말 잘 먹고,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향만 맡아도 못 먹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염화 마 라탕면을 들어 킁킁 냄새를 맡아 보았다.

하지만 봉지에 싸여 있으니 냄 새가 맡아질 리가 없었다. 그에 강진이 염화 마라탕면을 배용수 에게 휙 하고 던졌다.

타앗!

배용수가 라면을 받자 강진이

말했다.

“병원 갔다 온다. 맛있게 먹어 라.”

“나도 따라 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병원에 아픈 분들 많은데 귀신 하나 더 늘어서 좋을 것은 없지. 허연욱 선생님 한 분으로도 병원 환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거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귀신의

기운은 몸이 약한 환자들에게 더 더욱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나는 따라가야겠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형이요?”

“귀신들한테 이야기 들어야 한 다며.”

“그렇죠.”

취조까지는 아니지만 탐문하는

것은 전직 경찰이었던 내가 낫 지.”

최호철의 말에 생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에 강진이 뒷 문을 가리켰다.

“가시죠.”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연욱과 함께 뒷문 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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