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화
인대병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진이 병원을 올려다보았다.
“확실히 병원이라 그런지 귀신 이 꽤 보이네요.”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병원 주 차장을 보았다. 병원 안에 들어 간 것도 아닌데도 주위에는 돌아 다니는 귀신들이 꽤 많았다.
“하루에도 여럿 죽어나가는 곳 이 병원이니까요. 그리고 죽은
시신들도 많이 들어오고요. 그렇 게 오고 가는 귀신들도 꽤 있습 니다.”
허연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병원으로 향하며 강진이 허연욱과 최호철을 보았다.
“두 분이서 좀 알아봐 주시겠어 요? 저는 장례식장에 갔다가 올 라가겠습니다.”
“죽은 날짜가 언제라고 했지 요?”
강진이 날짜를 이야기해 주자 허연욱이 몇 번 되새기고는 최호 철과 함께 병원으로 걸음을 옮겼 다.
그런 둘을 보던 강진이 주위에 있던 귀신들을 보았다.
‘이렇게 귀신이 많으면 환자들 한테 안 좋은 것 아냐?’
귀신이 다섯만 있어도 사람들이 보기 어려워하는데, 여기는 주차 장에만 열 명이 넘는 귀신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별 영향을 느끼지 않는 듯 병원을 오가고 있었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장 례식장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 겼다.
인대병원 장례식장은 병원 건물 과 따로 있었다.
‘차를 장례식장 주차장에 세울 것을 그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장례식장에 앞에 도착한 강진은 JS 시설 관
리국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저들이다. JS 시설 관리국 직원 드 ’
JS 시설 관리국 직원들은 검은 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찬 채 나가는 사람들의 몸에 휴대용 진공청소기 같은 것을 가져다 대 고 있었다.
우우웅! 우웅!
낮은 진동음과 함께 사람들의 몸에 쌓인 귀기를 빨아들이는 것 이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다가가 자 JS 시설 관리국 직원 중 한 명이 다가왔다.
“저승식당 주인이십니까?”
“저를 아세요?”
“저승식당 주인 정도는 알아봐 야 JS 직원이라 할 수 있죠.”
싱긋 웃으며 직원이 손을 내밀 었다.
“JS 시설 관리국 소속, 인대병 원 담당인 강마루입니다.”
“이강진입니다.”
“조문 오셨습니까?”
강마루가 장례식장을 힐끗 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아영 씨 조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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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어제 죽으신 후에 알 았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분이십니다.”
강마루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의 손에 들린 진공 청소기를 보았다.
“그게 사람들의 몸에 쌓인 귀기 를 빨아들이는 건가 보네요.”
강진의 말에 강마루가 웃으며 진공청소기를 손으로 두들겼다.
“옛날에는 소금 항아리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 나갈 때마다 어 깨에 소금 뿌렸는데…… 요즘은 이렇게 대기만 하면 되니 세상 많이 편해졌어요.”
“소금을 뿌려요?”
“옛날에는 장례식장 갔다 오면 어깨에 소금을 뿌렸잖아요. 그것 하고 같은 겁니다. 그래서 저희 도 소금을 이렇게 툭툭!”
강마루가 웃으며 강진의 어깨에 소금을 뿌리는 시늉을 하며 말했 다.
“소금을 쳤지요.”
“그렇군요.”
“그럼 들어가시죠.”
강마루가 장례식장을 가리키자 강진이 들어가기 전에 슬며시 말 했다.
“저…… 관리국에서 사용하는 방향제가 있다고 하던데요.”
“방향제라. 세상 참 좋아졌어요. 옛날에는 귀기 없애려고 장례식 장 곳곳에 향을 피워야 했거든 요. 효과도 약해서 하루에 몇 번 씩 향을 피워야 했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한 번만 뿌리면 효과가 오래가니까요.”
“그럼 그게 범위로 효과가 있나
요?”
“그럼요. 범위가 꽤 넓어요.”
“혹시 귀신 개인에게도 쓸 수 있는 방향제가 있을까요?”
강진의 말에 강마루가 그를 보 았다.
“그런데 그걸 왜 물으시는지?”
“저희 손님들 중에 귀기가 좀 강하신 분들이 계신데 다른 일반 귀신들이 불편해해서요.”
“처녀 귀신하고 총각 귀신 말하
는 거군요.”
바로 짐작을 하는 강마루의 모 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귀신들이 두려워하고 힘 들어한다고 자주 못 오시고, 와 도 한 시간만 먹고 가시는 것이 안쓰러워서요.”
“하긴 처녀 귀신이든 총각 귀신 이든 둘 다 귀신일 뿐인데……
강마루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 장 상의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가 뺐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향수였다.
“이건 저희가 지박령들에게 사 용하는 향수입니다.”
“ 향수?”
“이것도 방향제처럼 귀기를 줄 여 줍니다. 다만 방향제는 일정 한 범위 내 귀신들에게 영향을 주지만, 이건 향수를 뿌린 귀신 에게만 효과가 있습니다.”
“있기는 하군요.”
“근데 귀찮아요.”
“ 귀찮다고요?”
“이것도 효과가 하루 정도라서 하루에 한 통을 다 쓴다니까요.”
“한 통요?”
“여기 병원에 지박령이 많아요. 그래서 해 떨어질 때쯤 제가 일 일이 가서 향수를 뿌려줘야 해 요. 너무 귀찮아요.”
“장례식장 귀신들 말고도 병원 귀신들의 귀기도 지우세요?”
강진의 물음에 강마루가 병원을 보았다.
“건강한 사람도 귀신 붙으면 몸 이 허해지고 병이 걸리는데, 아 파서 입원한 사람들한테는 더 해 롭죠. 그래서 제가 일일이 지박 령들한테 향수를 뿌립니다.”
강마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주차장에 귀신이 많아서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는 데, 알고 보니 JS 시설 관리국 직원이 병원 귀신에게 향수를 뿌 려 귀기를 없애고 있었다.
“그럼 왜 방향제를 뿌리지 않으 시고 향수를 뿌리세요? 방향제면
한 번 뿌리면 끝 아닌가요?”
“그러면야 저야 편한데…… 그 게 그렇게 안 돼요.”
“왜요?”
“쉽게 말하면 사람에게는 인권 이 있고, 귀신에게도 귀권이라는 것이 있다는 겁니다.”
“인권과 귀권?”
“향수 냄새가 아무리 좋다고 해 도 사람들이 다 그 향을 좋아하 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귀신들 중 에도 자신들의 귀기를 지우는 것
을 싫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무시하고 방향제를 막 뿌 릴 수는 없는 겁니다.”
강진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 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럼 지박령은 왜 향수를 뿌리 는 건가요?”
“병원에 있는 지박령은 다른 곳 을 가지 못하니까요. 그들이 원 하지 않는 데도 사람에게 해가 되는 기운을 뿌리고 그것이 악행 이 되니 그것을 막기 위해 향수 를 뿌리는 겁니다.”
“그럼 다른 곳의 지박령들은 왜 그냥 두는 겁니까?”
차에 묶여 있는 지박령, 선주와 최훈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 어서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다.
차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같이 있다 보니 차주들이 귀기를 더 많이 받게 되고, 연결이 되는 것 이다.
왜 그런 지박령들에게는 향수를 안 뿌리나 싶은 것이다.
“여기는 병원이라는 특수성이
있으니까요. 귀신 아니더라도 오 늘내일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실 수로 귀신이 만져서 죽어 버리기 라도 하면…… 으! 끔찍해.”
몸까지 떨며 끔찍하다고 하는 강마루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처벌이 큽니까?”
“당연히 큽니다. 죽은 자가 사 람을 죽이는 거니까요.”
“하지만 자기 의지로 죽인 것은 아니잖아요?”
“아이가 무심코 돌을 던졌는데
그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었습니 다. 그럼 아이에게 죄가 없습니 까? 아니면 개구리는 그냥 운이 나빴을 뿐입니까?”
강마루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어쨌든 그 덕에 제가 밤만 되 면 바쁩니다.”
“고생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 마루가 아차 싶었는지 몸을 돌렸
다.
“조문하러 오신 분 잡고 제가 너무 말이 많았네요. 들어가시 죠.”
강마루의 말에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저기, 그 향수 혹시 하나 얻을 수 있을까요?”
“이거요?”
강마루가 향수를 꺼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건 저희 JS 시설 관리국 보 급품이라 제 마음대로 드릴 수가 없네요. 이쪽 공무원 세상도 보 급품 개수에 민감하거든요.”
“그럼 따로 구할 수는 없나요?”
강진의 말에 강마루가 웃으며 말했다.
“저승식당 사장님이시니 돈 있 으시잖아요.”
“돈이야 있죠.”
“돈만 있으면 못 하는 것 없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헬팡에 접속 하셔서 주문하시면 됩니다.”
“헬팡?”
“저승의 인터넷 상점이라고 보 면 됩니다. 사이트 주소 알려 드 릴까요?”
강마루가 핸드폰을 꺼내는 것에 강진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다 가 문득 말했다.
“근데…… 이승에서도 접속할 수 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저승에서도 이승 인터넷 접속해서 드라마도 다운 받아 보고 하는데요.”
“그게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옥에 인터넷 선이 들어갈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건 헬넷에서 관리하는 거라 방법은 저도 모릅니다.”
“헬넷?”
“저숭 인터넷 사업자입니다. 어 쨌든……
강마루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주 소를 찾아서는 강진에게 내밀었 다.
“여기입니다.”
강마루의 핸드폰 액정을 강진이 보았다.
〈헬 팡〉
〈이승과 저승 최고의 판매처! 최저가가 아니면 열 배 보상!〉
〈오늘의 특가!〉
주소 이름과 함께 사이트 홍보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화 면을 내리니 여러 물건들이 人}이 트에 올라와 있었다.
“물건들 많네요.”
“이승과 저승 물건을 다 판매하 니까요. 그리고 찾으시는 물건은 이겁니다.”
강마루가 상품을 치고는 액정을 보여주었다.
가격: 29,900원〉
‘가격도 그리 안 비싸네.’
가격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강 진이 말했다.
“주문하면 이승으로도 배달이 옵니까?”
“이승으로 오는 배송비는 비쌉 니다.”
“그래요?”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넘는 것 이근}…… 비싸게 받더군요.”
강마루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 문 하나 통과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거야 우리 생각이고, 헬팡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 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어 서는 것은 맞으니까요.”
“그럼 JS 금융으로 받을까요?”
“JS 금융은 저승과 이승의 중간 지점입니다. 이승보다 택배비가
더 나올 겁니다.”
“그건 왜죠?”
“이 사장님처럼 생각하는 분들 이 있을까 싶어서 헬팡에서 머리 쓴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가요?”
“이승에서 헬팡 물건 시키는 사 람들은 다 JS 금융에 대해 아는 사람들일 테니 말입니다.”
“택배비는 얼마죠?”
“십만 원 정도 할 겁니다.”
“물건이 삼만 원인데?”
“저승과 이승을 넘어가는 택배 니까요.”
강마루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하긴…… 저승과 이승의 경계 를 넘어서 물건이 오는데 십만 원이면 싸게 먹히는 거지.’
누군가는 전 재산을 바쳐서라도 편지 한 통 보내고 싶을 것이니 말이다.
강마루가 알려주는 대로 사이트
에 접속해 가입을 한 강진이 주 문을 했다.
〈129,900원을 결제하시겠습니
까‘?〉
결제를 하려던 강진이 문득 강 마루를 보았다.
“향수는 몇 회 분량이나 됩니 까?”
“오십 번 정도 쓸 수 있습니
다.”
오십 번이라는 말에 잠시 생각 하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니…… 한 번 살 때 많이 사야겠다.’
생각을 마친 강진이 주문 창에 서 수량을 열 개로 고쳤다.
<399,900 원을 결제하시겠습니 까?〉
그리고 결제를 클릭하고 JS 금 융에서 받은 카드 번호를 넣자 결제가 완료되었다.
〈배송이 완료되었습니다.〉
결제가 끝나자마자 배송이 완료 됐다는 글에 강진이 강마루를 보 았다.
“배송이 완료됐다고 뜨는데요?”
“헬팡이 자랑하는 ‘결제와 함께
배송 끝’ 서비스죠.”
“배송 빠른 건 마음에 드네요.”
“그럼 더 궁금한 것 있으십니 까?”
강마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으며 손을 내밀었다.
“도움 감사합니다. 다음에 저희 식당에 한번 들러 주세요.”
“그러고 싶은데…… 여기는 손 님 없는 날이 없어서요.”
강마루의 말에 강진이 장례식장
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죽지 않는 날이 없으니 장례식장이 쉬는 날이 없고, 장 례식장의 조문객은 24시간 언제 든지 오는 것이다.
“고생하시네요.”
“어디서나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이 공무원의 일이니까요. 자, 들어가시죠.”
강마루가 앞장서서 장례식장으 로 들어서자 강진이 그 뒤를 따 라 안으로 들어갔다.
“이아영 씨는 2층 5호실입니 다.”
강마루의 말에 강진이 2층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