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296화 (294/1,050)

295 화

강진이 오신혜가 사라진 빈자리 를 볼 때, 허공에서 종이가 몇 장 떨어졌다.

펄럭! 펄럭!

스윽!

떨어지는 종이를 강진이 받아 들었다. 종이는 수표 두 장과 편 지 한 장이었다.

〈이강진 씨를 만나게 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제 인생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요.〉

지급자: JS 금융

5,000,000원 (금오백만원정)

이 수표 금액을 소지인에게 지 급하여 주십시오.

발행인: 오신혜〉

지급자: JS 금융

5,000,000원 (금오백만원정)

이 수표 금액을 이혜선, 최호철, 배용수, 허연욱, 최태만에게 지급 해 주기 바랍니다.

발행인: 오신혜〉

수표를 받아 든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처음 이런 수표를 받았 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

돈을 좋아하는 강진은 이렇게 큰돈이 정말 욕심 날 수밖에 없 었다.

하지만 요즘은 JS 금융에서 주 는 돈에 대한 욕심은 그리 없다.

저승식당에서 하는 돈만으로도 많은 돈을 벌고 있을 테니 말이 다.

하지만 이 수표를 받으면 여전 히 기분이 좋다. 승천을 한 귀신 이 잘 도착했다고 보내는 전언 같으니 말이다.

수표를 보던 강진이 문득 고개 를 갸웃거렸다.

“이건 내 거고, 이건 신혜 씨 승천하는 데 도움을 준 귀신들인 데……

첫 번째 수표는 그렇다 치고, 두 번째 수표는 전에 한 번 받아 본 적이 있다.

전에 박정철 씨가 자신과 임상 옥에게 고맙다고 수표를 나눠서 지급해 준 적이 있었다.

수표 하나를 갈라서 줄 수도 있

는 것이다. 다만 의아한 것은 최 태만이라는 이름이었다.

“최태만? 누구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고 개를 갸웃거리며 최태만의 이름 을 볼 때, 최호철이 다가왔다.

“알아보고 왔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귀신들 말이 평소에는 집에 있 대. 네가 딩동 하고 반찬 주면서 말을 하면 되겠다.”

지금 강진의 차 안에는 반찬이 담긴 작은 아이스박스가 있었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 그저 오신 혜의 장기를 가진 분에게 건강식 으로 음식을 해 주고 싶었다.

말 들어 보면 장기 기증을 받은 분들은 가려야 하는 음식이 많았 다.

그래서 허연욱에게 물어, 간 장 기 이식을 받은 분이 먹어도 될 음식으로 반찬을 준비한 것이다.

“그런데 신혜 씨는 어디 갔어?”

최호철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승천하셨어요.”

“승천? 승천했어?”

의아해하는 최호철의 말에 강진 이 그네를 타는 아이와 그 가족 을 가리켰다.

“저 여자 분께서 신혜 씨 간 이 식받은 분이세요.”

“그럼 보고 간 건가?”

최호철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행복해 보이잖아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그네를 타는 아이의 가족을 보다가 고개 를 끄덕였다.

“행복해 보이네.”

최호철의 중얼거림에는 뭔가 씁 쓸함이 담겨 있었다.

“형은......"

뭔가 말을 하던 강진이 입을 다 물었다. 지금 최호철의 표정을

처이호. 걸지 않-면 하는 을그:렸:호철을 보던 강진이 몸 。히L차끼트렁크에서 작은 스박:;丁? 나왔다. 아이 :의 모습에 최호철이 물츠. 강 “뭐 하게?”

“이왕 가지고

죠.”

온 건데 드려야

“뭐라고 하면서

줄 건데?”

“사실에서 약간만 바꿔서 말하 려고요.”

강진이 그네를 타고 있는 가족 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부름에 그네를 밀던 남 자가 그를 보았다.

“안녕하세요.”

인상 좋게 인사를 받는 남자를 보며 강진이 여자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그에 그녀도 같이 고개를 숙였 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사 람이라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강진이 말 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네?”

“저는 여기 이아람 씨에게 간을 드린 오신혜 씨의 지인입니다.”

갑자기 강진이 직설적으로 말을 하자, 이아람과 그녀의 남편이 의아함과 놀람이 어린 눈으로 그

를 보았다.

“오……신혜 씨요?”

“간을 준 분이 누구인지 이아람 씨는 모르실 겁니다.”

장기를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 도 상대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아람도 자신에게 간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 다.

“그…… 네.”

당황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

이는 이아람을 보며 강진이 말했 다.

“이아람 씨에게 간을 드린 오신 혜 씨는…… 죽으면서 총 일곱 사람에게 장기를 주고 떠나셨습 니다.”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 니까?”

갑작스러운 일에 남편이 경각심 을 보이며 반응하는 것에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들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

다. 그저…… 음식을 드리려고 온 겁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남편에게 내밀었다.

남편이 눈을 찡그리며 그를 보 았다.

“뭡니까?”

“말 그대로 음식입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이아람을 보았 다.

“제가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말

해서 죄송합니다.”

“그게......"

지금의 상황이 뭔지 몰라 혼란 스러운 이아람이 머뭇거리자 강 진이 말했다.

“저는 이아람 씨에게 간을 드린 오신혜의 지인입니다.”

“그……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는 딱히 의도를 가지고 온 것이 아닙니 다. 그저 기증받은 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 번 보고 싶어서

왔을 뿐입니다.”

강진의 말에 이아람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보니 어떠세요?”

이아람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신혜 씨가…… 웃으며 볼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이아람의 말에 강진이 아이스박 스를 내밀었다.

“반찬입니다. 제가 음식을 해서 요.”

강진의 말에 남편이 말했다.

“간 이식한 사람은 아무거나 먹 으면 안 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안에 있는 것 모두 간 이식한 분이 먹어도 되 는 것으로 요리했습니다. 혹시 불안하시면 아드님하고 둘이 드 세요. 건강식이기는 한데 맛은 좋습니다.”

강진의 말에 남편이 아이스박스

를 보았다.

그 시선을 보며 강진이 아이스 박스를 다시 내밀었다.

“몸에 좋은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 까?”

남편이 여전히 경계심 어린 눈 으로 보는 것에 이아람이 그를 보았다.

“왜 그래?”

“이상하잖아. 우리가 기증하신

분한테 인사드리고 싶어도 그렇 게 못 찾았는데…… 갑자기.”

남편이 강진을 보는 것에 이아 람이 그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

“그 오신혜 씨는?”

“돌아가셨습니다.”

“아……

이아람이 작게 탄식을 토하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이아람 씨 외에도 여섯 분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돌아가셨습니

다.”

“감사하고…… 좋으신 분이네 요.”

이아람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남편에게 고개를 숙 였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강진의 사과에 남편이 잠시 머 뭇거리다가 손을 내밀었다.

“제가 좀 까칠하게 군 것 같아 서 죄송합니다.”

“이해합니다. 갑자기 모르는 사 람이 이렇게 말을 하면 저라도 그럴 겁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손을 잡자, 남편이 미소를 지었다.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의 말에 강진이 그의 손을 잡아 악수를 하고는 말했다.

“제가 가져온 음식은 정말 간 이식한 분이 먹어도 이상이 없는 음식으로 몸에도 좋고 맛도 좋습 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이아람을 보았 다.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이아람은 잠시 아이스박스를 받 아든 남편을 봤다가, 다시 강진 을 보았다.

“맛있게 잘 먹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게요.”

이아람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오래오래 말고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꼭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게

요.”

이아람의 말에 강진이 그녀와 남편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렸다.

강진이 최호철과 함께 자신의 차로 걸음을 옮기다가 선주와 최 훈을 보았다.

“ 가죠.”

강진의 말에 선주와 최훈이 아 이들 노는 것을 지그시 보다가 몸을 돌렸다.

손을 꼭 잡고 걸어오는 두 귀신 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 다.

‘살았으면 두 분도 자식 낳고 잘 살고 있을 텐데.’

선주와 최훈을 보던 강진이 고 개를 젓고는 차에 탔다.

강진은 반찬이 담긴 통을 들고 이아영의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또 왔네.”

이아영의 고모가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 다.

“두 분은요?”

강진의 말에 고모가 슬쩍 한쪽 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아영의 부모님이 딸의 영정 앞에 이불을 덮고 쪼그려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아영이 앉 아서 부모님을 지그시 보고 있었 다.

그런 이아영을 보던 강진이 반

찬통을 내밀었다.

“어제 가져다준 반찬도 남았는 데. 고마워요.”

고모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잘 드시던가요?”

“잘은 아닌데 끼니는 거르지 않 고 있어요.”

고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내일은 일찍 가져다드릴게요.”

“내일은 마지막 날이라 가족끼

리 식사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여기 있는 반찬만으로도 충분히 잘 먹을 것 같네요.”

그허고는 고모가 말했다.

“그 반찬 통을 돌려드려야 하는 데 정신이 없어서 덜어 놓지도 못했네요.”

“안 주셔도 됩니다. 그럼 두 분 주무시니 전 이만 가보겠습니 다.”

강진이 몸을 돌리려 하자 고모 가 말을 걸었다.

“저기.”

고모의 말에 강진이 다시 몸을 돌리자, 고모가 슬며시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너무 감사해서.”

고모의 봉투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았다.

“제가 받아야 마음이 편하실 것 같으니 받겠습니다.”

거절하는 것보다 받는 것이 고 모님이나 이아영 씨 부모님의 마 음이 편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식당 위치가 어떻게 되나요?”

“강남 논현에 있는 한끼식당입 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명함을 꺼내 주자 고모가 그 명함을 보다가 말했다.

“언니가 내일 거기에서 점심 먹 었으면 하던데……

“몇 시쯤 오실 것 같으세요?”

“그게 점심 좀 지나서일 것 같 아요. 내일 아영이……

말을 하던 고모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아영이 화장하고 납골당에 인 장하면 두 시나 세 시쯤 될 것 같아요.”

“그럼 두 시에서 세 시 사이로 예약 받겠습니다. 인원은 몇인가 요?”

“저희 가족들만 가는 것이라 13 명이에요.”

“혹시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시 면 거기 번호로 문자 주세요. 드

시고 싶은 음식으로 준비하겠습 니다.”

“고마워요.”

고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며 가게를 나서다가 이아영 을 보았다.

이아영은 강진이 온 것도 모르 고 부모님을 보며 뭔가 말을 걸 고 있었다.

그런 이아영을 보며 강진이 중 얼거렸다.

‘내일만 있으세요.’

귀신이 되지 말라는 의미로 중 얼거린 강진이 장례식장을 나섰 다.

* * *

월요일 점심 장사를 마친 강진 이 배용수를 보았다.

“음식 부탁 좀 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너는?”

“이아영 씨 화장은 했지만 오늘 까지는 머무는 거잖아.”

이승에서 귀신이 머무는 시간은 3 일이다.

“아닐걸?”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삼일장까지는 있는 것 아냐?”

“정확히는 유골함에 유골이 들 어가는 시간까지만 있는 거야.”

“ 진짜?”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그럼…… 이미 가셨겠네?”

지금쯤이면 이미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유골함이 들어갔을 것 이다.

“그렇겠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하늘을 보았다. 수표나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녀가 승천하는 데 도움을 준 것도 없으니 말이다. 다만……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인사를 하고 올 것을……

어제 인사를 안 하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JS 편의점 다녀오려고 했어? 이아영 씨 음식 드시게 하려고?”

"응."

강진이 씁쓸하게 하는 말에 배 용수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다녀와.”

“이아영 씨 못 온다며.”

“이아영 씨 잘 갔는지 확인도 하고…… 수표 받았다며. 그것도 넣고 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메모지를 보았다.

“여기 있는 음식들 하면 되는

거지?”

메모지는 고모님이 보낸, 먹고 싶은 음식 메뉴들이었다.

“그리고……

“알고 있어. 아영 씨가 좋아하 는 음식들 하라는 거잖아.”

이아영은 없지만 부모님은 음식 을 드실 테니 말이다. 배용수가 자신의 마음을 알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부탁한다.”

그러고는 강진이 카운터에 넣어 둔 수표를 챙겼다. 수표를 주머 니에 넣은 강진이 한끼식당을 나 와 JS 금융을 갈 때 늘 이용하는 지하 노래방 문을 열고 들어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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