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01화 (299/1,050)

300화

황민성과 소주를 나누며 이야기 를 할 때, 장 사장이 입을 열었 다.

“황 사장님.”

장 사장의 부름에 황민성이 그 를 보았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 다.”

장 사장의 말에 강진이 굳은 얼

굴로 그를 보았다.

‘설마 이승의 일을 부탁하려는 건가?’

이승의 일을 부탁하려면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해야 할 텐데?

그에 강진이 장 사장에게 말했 다.

“여기는 식사하는 곳이라 사업 이야기를 하기에 좋지 않습니 다.”

“큰 부탁은 아닙……

“식사하시죠.”

단호한 강진의 말에 장 사장이 머뭇거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황민성이 웃 으며 말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강 진이 말이 맞습니다. 편하게 밥 먹으러 와서 일 생각해야겠습니 까? 일 이야기는 다음에 밖에서 이야기하시지요.”

황민성의 말에 장 사장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이야기만이라도 들어 주십시 오.”

장 사장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얼굴에 표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전에 고급 바에서 서류를 찢을 때의 그런 표정이었다.

“장 사장님.”

짧은 황민성의 목소리에 장 사 장이 움찔하며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황민성이 입을 열 었다.

“사업 이야기는 사업적인 자리 에서 하시지요.”

“사업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 이 아닙니다. 나는……

“그럼 제가 장 사장님의 부탁을 들어줘야 할 인간적인 친분이 있 습니까?”

“그건……

황민성의 말에 장 사장이 말을 잇지 못했다. 예전에 한 번 사업 투자를 받았을 뿐 친분은 없었 다.

황민성은 사업을 하지, 친분을 쌓는 스타일이 아닌 것이다.

오늘 식당에서 아는 척을 한 것 도 자신이 좋아하는 강진의 가게 에서 아는 얼굴을 봤고, 자리가 없어서 같이 카운터에 기대 먹게 됐으니 모른 척할 수 없어 말을 걸었을 뿐이다.

“제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저를 만났다고 해서…… 저와 친하다 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차가운 황민성의 말에 장 사장 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실수했습니다.”

장 사장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 를 끄덕였다.

“식사하십시오.”

장 사장이 시무룩한 얼굴로 자 장면을 먹는 것을 가만히 보던 황민성이 소주를 따라 마시고는 빈 잔을 내밀었다.

장 사장이 잔을 받자 황민성이 소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사람마다 누구에게나 편한 장 소가 있을 겁니다.”

황민성의 말에 장 사장이 그를 보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저에게 여기가 그런 곳입니다. 여기에서는 사업가 황민성이 아 니라 음식을 먹으러 온 한 명의 손님일 뿐이고 싶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여기서 오가다 보게 되면 일 이야기 말고 그냥 소주 한 잔 같이 하는 것으로 하시지요. 제 가 소주 한 잔 정도는 편히 대접 하겠습니다.”

황민성 입장에서는 크게 뒤로 물러나서 한 말이었다. 평소의

황민성이라면 장 사장을 다시는 안 보려 할 것이었다.

장 사장도 여기 단골인 듯하니 강진의 얼굴을 봐서 봐 준 것이 다.

황민성의 말에 장 사장이 뭐라 고 하고 싶은 듯 그를 볼 때,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낮은 일은 낮에, 밤의 일은 밤 에 하는 법이죠.”

‘이승의 일은 이승에, 저승의 일 은 저승에서 하는 겁니다.’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장 사장을 보았다.

자신을 보며 한 강진의 말에 장 사장이 입맛을 다셨다. 강진이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한 것인 지 짐작이 간 것이다.

“그렇군요.”

장 사장이 알아들은 것 같자 강 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황민 성에게 소주를 따라주다가 문득 말했다.

“그런데 집에 가셔야 하는데 또

소주 드셔도 돼요?”

“한 병만 먹고 갈 거야. 우리 집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술도 잘 깨더라.”

기분 좋게 웃는 황민성의 모습 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병만 드시고 가세요.”

강진이 마저 소주를 따르자, 황 민성이 말했다.

“그래서 아까 하다 만 이야기 다시 하자.”

“하다 만 이야기요?”

“강상식하고 요즘 봉사활동 하 러 다닌다면서?”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말했다.

“그런 이야기도 돌아요?”

“강상식이 나 때문에 봉사 활동 하러 갔다는 이야기도 있지.”

“형 때문에요?”

“강상식이 보육원에 가기 전에 내가 먼저 갔다 왔잖아. 그거 보

고 나하고 친해지려고 보육원에 봉사활동 하러 갔다는 이야기가 돌았지. 그리고 거기서 고등 축 구계 뒤집어 놨다면서?”

그런 것도 아나 싶어 강진이 물 었다.

“이야기가 생각보다 자세하고 널리 알려졌네요?”

“이 바닥이 생각보다 좁으니까.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도 다 돈이 되거든.”

“이게 돈이 됩니까?”

“그럼. 모든 이야기는 돈이 되 는 법이지. 그리고 이야기를 많 이 아는 사람은 더욱 많은 돈을 벌게 되고.”

강진이 이게 어떻게 돈이 되는 것인가 싶어 생각을 할 때 황민 성이 말했다.

“그래서 강상식하고 친구하기로 한 거야?”

“친구까지는 아니고…… 조금 안쓰러운 사람이더군요.”

“강상식한테 갑질 당하는 사람

들한테 그런 말 하면 너 욕먹는 다.”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말했다.

“착해질 수도 있죠.”

“사람 쉽게 변하는 것 아니다.”

황민성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래도 너무 친해지지 마라. 형 서운하니까.”

“강상식 하고 형하고 비교할 수 있나요. 형은 제 형이잖아요.”

“그럼 됐고.”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며 말했다.

“어쨌든 이번에는 좋은 일 했 다. 알아보니까 그 감독 나쁜 놈 이더라.”

“알아보셨어요?”

“네 이름하고 엮인 일이라 좀 알아봤지.”

“고맙습니다.”

“고마울 것까지야. 나야 한 것

도 없는데.”

웃으며 황민성이 라면을 먹을 때, 김소희가 몸을 일으켰다.

“가지.”

김소희가 일어나는 것에 처녀 귀신들이 모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른 귀신들도 급히 먹던 것을 먹으며 몸을 일으켰다.

김소희가 자신을 옆을 지나가자 황민성이 급히 입을 닦고는 고개 를 숙였다.

“가십니까.”

“시간이 되니 가야지. 잘 먹고 들어가게.”

“들어가십시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지금 하는 일, 자당께 많이 도 움이 될 것이네.”

“네‘?”

“잘하고 있음이야.”

김소희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 서자 황민성이 그 뒤를 쫓으려

할 때, 이지선이 슬쩍 손을 내밀 어 그를 제지했다.

“드시게나.”

이지선의 말에 황민성이 이 여 자는 또 누구인가 그녀를 보았 다.

하지만 황민성이 말을 하기도 전에 이지선이 김소희의 뒤를 따 라나섰고, 그 뒤를 처녀 귀신들 이 따랐다.

그리고 또 그 뒤를 다른 귀신 손님들이 하나둘씩 따라나섰다.

그에 김소희를 따라나설 기회를 놓친 황민성이 의아한 듯 그들을 볼 때, 강진이 작게 장 사장에게 속삭였다.

“1시가 되기 전에 나가셔야 합 니다.”

“1 시?”

“저희 영업시간은 11시부터 1시 까지 입니다.”

강진의 속삭임에 장 사장이 아 쉬운 듯 음식을 보다가 황민성을 보았다. 그리고는 뭔가 말을 할

듯하다가 한숨을 쉬고는 젓가락 을 내려놓았다.

“황 사장님.”

장 사장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장 사장이 웃 으며 말했다.

“아까 내가 한 말 미안합니다.”

장 사장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좋은 자리에서 따로 한 번 뵙겠습니다.”

“아닙니다. 낮은 일은 낮에, 밤 의 일은 밤에 하는 법입니다. 그 럼……

장 사장이 고개를 숙이고는 가 게 문을 나서는 것을 보던 황민 성이 의아한 듯 손님들을 보았 다.

손님들이 우르르 다 가게를 나 서니 이상한 것이다. 황민성이 강진을 보며 물었다.

“여기 영업 종료 시간이 한 시 야?”

전에도 새벽 1시만 되면 손님들 이 우르르 다 나가는 것을 봤으 니 말이다.

“그럼 셈이죠.”

“여기 오는 손님들은 좋은 분들 만 오나 보다.”

“왜요?”

“한잔하다 보면 영업 종료 시간 이 돼도 술 한 잔 더 하려고 뭉 그적거리는 사람들 많잖아.”

“그런 분들 있죠.”

강진이 술집 아르바이트할 때도 그런 분들 있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는 노래를 틀어 서 슬며시 내보내야 했었다.

“저희 손님들은 시간 준수를 엄 격히 하십니다.”

웃으며 이야기를 하던 황민성이 눈을 찡그렸다.

“이거…… 나도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형은 손님이 아니라 괜찮아

요.”

“손님이 아니라 괜찮다…… 기 분 좋네.”

정말 기분이 좋은 듯 웃어 보인 황민성이 고개를 돌렸다.

“용수…… 어?”

고개를 옆으로 돌린 황민성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옆에 있던 배용수 가 없는 것이다.

“어? 용수 어디 갔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용수 급한 일 있다고 방금 전 에 갔어요.”

“갔어? 왜?”

“급한 일이 있나 봐요.”

“말이라도 하고 가지.”

“아까 장 사장님하고 이야기할 때 조용히 갔어요.”

말을 하며 강진이 황민성 옆을 보았다. 그곳에는 배용수가 시무

룩한 얼굴로 서 있었다.

물론 황민성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귀신의 모습으로 말이다.

그런 배용수를 안쓰러운 얼굴로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 요즘 어떠세요?”

“요즘 주말마다 보육원에 음식 봉사 가셔.”

“형도 같이 가세요?”

“같이 가고 싶기는 한데…… 사 실 나는 바빠서 같이는 못 가고

이슬 씨가 모시고 다녀오고 있 어.”

말을 하던 황민성이 미소를 지 었다.

“거기 다녀오시고 나면 기분이 좋으시다.”

“다행이네요.”

“다행이지. 아! 그리고 요즘은 3일에 한 번 정도는 정신도 돌아 오신다.”

“정말요?”

강진이 놀라 묻자 황민성이 기 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소주를 마셨다.

“병원에서도 많이 좋아지신 것 같다고 하더라.”

“치매도 좋아지는 건가요?”

전에 허연욱에게 듣기로는 치매 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진 행이 되지 않게 하는 거라는 이 야기를 들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묻자 황민성 이 웃으며 말했다.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이 있 다는데 그게 좀 감소했대.”

“그럼 좋은 거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소주를 집었다.

꿀꺽!

그리고는 황민성이 라면을 후루 룩! 먹고는 말했다.

“ 가야겠다.”

“갑자기요?”

“어머니 보고 싶다.”

“그럼 가셔야죠.”

강진의 말에 웃은 황민성이 문 을 열고 나서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나섰다.

대리운전을 부른 황민성이 길게 숨을 토했다.

“후우!”

하얀 김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 며 황민성이 말했다.

“집에 좀 와라.”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누던 황민성은 대리기사가 오자 그 차를 타고 출발했다.

米 米 *

차를 타고 가던 황민성이 뭔가 생각을 하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비서에게 문자를 보냈 다.

〈늦은 시간이라 문자를 보냅니 다. 장대명 사장님 회사 요즘 어 떻게 돌아가는지 확인 좀 부탁드 립니다. 그리고 장대명 사장님과 내일이나 모레쯤 약속 잡으세 요.〉

원래 황민성이라면 장 사장을 다시는 안 볼 것이다. 하지만 강 진의 가게에 오는 손님이라는 것 이 조금 걸려서 일단 무슨 이야 기인지 들어보기나 할 생각이었 다.

그리고 장 사장은 좋은 사업가 라 전에 투자를 했을 때 수익도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한 번 기회를 주려는 것 이다.

“쓸데없는 이야기면, 그쪽 후회 하게 될 겁……

말을 하던 황민성이 핸드폰을 보았다. 비서에게 문자가 온 것 이다.

그에 황민성이 문자를 확인했 다.

〈한우실업에 대한 자료는 내일 제출하겠습니다. 다만 한우실업 장대명 사장님께서는 삼일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사장님 이름으 로 조의금 봉투 보냈습니다.〉

비서의 문자에 황민성이 눈을 찡그렸다.

“뭐래는 거야?”

황민성이 사업적으로 알게 된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그래서 사업적으로 알게 된 사 람들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대 한 연락이 오면 비서가 알아서 축의금과 조의금 봉투를 보낸다. 황민성이 일일이 다 찾아갈 수가 없으니 말이다.

다만…… 산 사람한테 조의금 봉투라니?

그에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황 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아직 잠이 덜 깼나?”

자다가 일어나서 문자를 보내느 라 잘못 보냈나 싶은 황민성이 내일 말하기로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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