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03화 (301/1,050)

302화

한끼식당 안으로 들어간 황민성 이 굳은 얼굴로 가게 안을 보았 다.

‘‘하하하!’’

“마셔.”

“그래서 말이야.”

어제와 같은 모습이었다. 술을 마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드는 모습…….

하지만 지금, 가게 안에 들어온 황민성은 어제와는 다른 마음가 짐이었다.

꿀꺽!

침을 삼키는 황민성의 모습에 배용수가 다가왔다.

“형.”

배용수가 쭈뼛거리며 다가오는 것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한숨 을 쉬며 어깨를 두들겼다.

“이야기 들었다.”

“저…… 저 안 무서워하셔도 돼 요.”

배용수의 말에 그를 보던 황민 성이 피식 웃으며 어깨를 두들겼 다.

“형이 아직 동생들 눈치 보며 살 정도로 주먹이 약하지 않아. 귀……

말을 하던 황민성이 입맛을 다 셨다.

“귀신이 별거냐? 한 번 동생이 면 영원히 동생이지.”

“형

배용수가 바라보는 것에 황민성 이 웃었다. 하지만 발이 살짝 떨 리는 것을 보니 좀 두려운 마음 은 드는 것 같았다.

그런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술이 필요할 것 같네요.”

“흠…… 그, 그래. 좀 필요할 것 같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려 하자, 배용수가 말했다.

“내가 음식 해 올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장고에서 소주를 가지고 오자, 황민성이 말했다.

“맥주도 같이 가져와. 섞어 먹 어야겠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맥주와 소주 그리고 잔을 챙길 때, 황민 성이 김소희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인사드립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슬쩍

그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안 모양이 군.”

“그……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 습니다.”

“실감이 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옆에 있 는 이혜선의 잔을 집어서는 내밀 었다.

“귀신이라고 해서 사람하고 다 를 것 없네.”

황민성이 잔을 받자, 이혜선이 슬며시 말했다.

“그거 제 잔인데……

“작은 일에 신경을 쓰지 말거 라.”

김소희의 말에 이혜선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언니 잔 주지, 왜 제 잔을 줘요.’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말이기에 속으로 투덜거리는 이혜선이었 다.

김소희가 잔에 소주를 따라주자 황민성이 고개를 돌려 술을 마시 고는 돌려주었다.

그에 김소희가 잔을 받자 황민 성이 두 손으로 술을 따라주었 다.

“처음에 제가 무례했던 것 송구 합니다.”

“되었네. 나를 때린 이도 있는 데 그것이 뭐 대수겠는가.”

말을 하며 김소희가 자신을 보 자, 강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

개를 숙였다.

‘아직도 그걸 가슴에 새겨두고 계셨네.’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황 민성이 따라준 술을 김소희가 이 혜선에게 내밀었다.

“네 잔이다.”

김소희의 말에 이혜선이 입맛을 다시며 잔을 받았다. 이혜선에게 잔을 돌려준 김소희가 황민성을 보았다.

“귀신들이라고 해서 사람에게

해를 막 끼치고 그럴 수는 없으 니 두려워할 것이 없네.”

“ 막?”

김소희의 말에 담긴 의미를 생 각하던 황민성이 물었다.

“그럼 적당히는 해를 끼칠 수도 있는 것입니까?”

“자네에게는 그럴 일이 없으니 걱정할 필요 없네. 그럼 가서 시 간 보내시게.”

더 설명을 해 줄 생각이 없는지 물러나라는 김소희의 말에 황민

성이 그녀에게 다시 고개를 숙이 고는 강진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황민성이 슬쩍 물었다.

“귀신이 사람한테 해도 끼치 냐?”

“그런 귀신도 있다고는 하는데 보통은 안 그래요.”

“보통은? 그럼 아닌 경우는?”

“원수가 죽어서 귀신이 된 경우 는 해를 끼치려고 하죠.”

“ 원수?”

원수라는 말에 황민성이 눈을 찡그렸다. 학창시절, 혹은 그 후 조폭 생활을 하면서 황민성에게 는 원수라고 할 자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조금 두려운 표정을 하는 황민 성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저었 다.

“하지만 형한테는 그런 원한령 이 안 붙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 으셔도 돼요.”

“정말? 나…… 원한 많이 사는 데?”

“으.. ”

..•

잠시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말 했다.

“일단 형은 좀 특별해요.”

“특별? 내가?”

“여기에 있는 손님 중에 사람은 형하고 저 딱 둘이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여기 논현이잖아요. 그리고 저 희 집 음식 맛있는 것 어느 정도 소문이 났는데…… 딱 형만 이 시간에 우리 가게에 와요.”

“왜?”

“사람들이 가게를 보지 못해 요.”

“왜?”

이렇게 멀쩡하게 보이는 가게를 왜 보지 못하냐고 묻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귀신이 많으면 사람들이 그곳

을 보지 못해요.”

“귀신 손님들이 있으면 사람들 이 가게를 보지 못하는구나. 그 렇구나.”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쉽게 이해하는 것 같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쉽게 이해하시네요.”

“귀신도 있는데…… 무슨 일을 못 믿겠어.”

그러다가 황민성이 물었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여기를 들 어오게 된 거야?”

“그게 특별하다는 거예요.”

“특별?”

“형은 귀신들의 기운을 느끼지 못해요.”

“느끼지 못해?”

“그래서 형한테는 귀신이 아무 런 해도 끼치지 못해요.”

“내가 귀신들의 기운을 못 느끼 니까?”

“네.”

“그럼 내가 왜 특별한데?”

“그건 저도 몰라요.”

“몰라‘?”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 이 작게 한숨을 토했다.

“ 괜찮아요?”

“아직도 믿기 어렵기는 한 데……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해. 믿어야지.”

“저도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어

요.”

“처음? 너도 처음에 몰랐어?”

“저는 작년 8월에 여기 일하면 서 알게 됐어요.”

말을 하며 강진이 사정을 이야 기하자, 황민성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런데도 용케 이런 식당을 맡 을 생각을 했네.”

“귀신이 오는 식당이라도 이 건 물 가격 생각하면 해야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식당을 보았다.

“건물은 낡았어도 논현에 이 정 도 땅이면…… 이십억 정도 하겠 네.”

“그래서 저는 하기로 했어요.”

“돈 때문에?”

“처음에는 그랬죠.”

“그럼 지금은?”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식당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춥고 배고프면 귀신이든 사람 이든 힘든 건 마찬가지죠. 그리 고 갈 곳 없는 분들에게 여기는 안식처예요. 그래서 지금은 여기 일 맡게 된 것이 다행이라 생각 해요.”

“배고픈 자들 밥 줘서?”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 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대단하다. 귀신식당이 라니……

“정확히는 저승식당이에요.”

“저승식당?”

“귀신들이 와서 밥을 먹는 곳이 라 저승식당이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호기심과 긴장이 어린 눈으로 귀신들을 보 다가 슬며시 말했다.

“해코지 같은 것은 없어?”

“ 없어요.”

“그렇구나.”

이야기를 나눌 때, 배용수가 음 식이 담긴 그릇을 들고 왔다.

“형, 드세요.”

배용수가 환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황민성이 그가 가져온 음식 을 보았다.

“쫄면이 네.”

“형 쫄면 좋아하시잖아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 혹시 오면 준다고 야채 다 듬어 놓고 있었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래. 죽었으면 어떻고 살았으 면 어때. 동생 삼은…… 아니, 동 생인데.’

속으로 중얼거리던 황민성이 말 했다.

“그럼 용수도 여기에 밤에만 오 는 거야?”

“저는 매일 있어요.”

“매일? 여기 11시부터 1시까지 만 영업하는 것 아니야?”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하려다가 잠시 멈췄다. 그 리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용수는 저희 가게 직원이 라 늘 있어요.”

“늘?”

“아침에도 형 옆에 있었어요.”

“용수가? 난 못 봤는데?”

“귀신을 사람이 볼 수는 없죠. 봐서도 안 되고.”

“그럼 너는?”

“저야 귀신 상대하는 식당 주인 이라 보는 거구요.”

“그렇구나.”

“그럼......"

뭔가 더 물을 듯한 황민성의 모 습에 강진이 말했다.

“형.”

“응?”

“귀신에 대해 이렇게 알게 되셨 지만 굳이 더 많은 것을 알려 하 지 마세요.”

황민성이 보자 강진이 말했다.

“어제 장 사장님과 이야기하면 서 했던 말대로…… 낮은 일은 낮에, 밤에 일은 밤이니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사람이 귀신의 일을 알아서 좋 을 것이 없다는 건가?”

“맞아요.”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형이 우리 가게에 오시

는 이상 알려 하지 않아도 아시 게 되는 것이 있으실 거예요.”

“……문제는 없는 건가?”

“문제는 없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다행이라는 듯 고 개를 끄덕이던 황민성이 멈칫하 곤 그를 보았다.

“겁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에 대해 안다고 해서 달라

질 것은 없어요. 형은 형대로 사 시면 됩니다.”

‘지금처럼만 사세요.’

자신처럼 저승이 무서워서 일부 러 착하게 살 필요는 없는 것이 다.

소맥을 마시며 황민성은 긴장이 많이 풀린 듯 다소 덤덤하게 귀 신들을 보고 있었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사람하고 별 차이 없네.”

“사람이 죽어서 되는 것이 귀신 인데 차이가 있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았다.

“너는 귀신이 일상이구나.”

“매일 보니까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황민성이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 우리 집 아침마다 밥상 차 려 주라고 했잖아. 혹시 그것도 귀신하고 관련이 있는……

뒷말을 차마 잇지 못하고 말끝 을 흐리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 이 말했다.

“해를 주지는 않을 거예요.”

“콜록콜록! 크흠. 그럼 우리 집 에…… 귀신이 있다는 건가?”

“좋으신 분들이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멍하니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이사를 가야 하나?”

“집 안으로는 안 들어가기로 약

속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 요.”

“그래도 귀신하고 같이 사는 거 잖아. 그리고 어머니한테 안 좋 을 것 같은데.”

“어머님 옆에는 수호령이 붙어 있어서 괜……

말을 하던 강진이 아차 싶어 입 을 다물었다. 그런 강진의 모습 에 황민성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어머니에게 수호령?”

놀란 눈을 하는 황민성의 모습 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 다.

“수호령은 귀신이기는 한데 붙 은 사람을 수호해 주는 좋은 귀 신이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차갑게 변한 얼 굴로 입을 열었다.

“혹시…… 우리 아빠냐?”

“아버님은 아니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다행요?”

“아빠였으면…… 내가 죽여 버 렸을 거야.”

“죽…… 죽여요?”

“그 도박에 미친 새끼 때문에 엄마가 고생을 많이 했거든. 집 에 빚쟁이 쫓아오고…… 그런 놈 이 수호령이네, 뭐네 하고 붙어 있으면 우리 엄마 잠도 못 자.”

자신의 아버지를 새끼라고 부르 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침을 삼켰다.

그리고 뭐라 하기도 그런 강진 이 슬며시 화제를 돌렸다.

“요양원에서 알고 지내시던 분 이 돌아가시면서 수호령으로 남 으셨어요. 좋은 분이세요.”

“그래? 누구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황민성이 물 었다.

“누군데?”

“그건 모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굳이 보이지도 않는 귀신에 대 해 알아서 좋을 것이 없을 것 같 아 강진이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 다.

“낮에 사는 사람이 밤에 일에 대해 너무 많이 알면 안 좋은 거 겠지.”

그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 다.

“내가 알아야 할 거면 네가 이 야기해 줬겠지.”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 성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럼 장 사장님은 나한테 무슨 부탁을 하려고 했던 거지?”

“장 사장님요?”

“죽은 사람이 나한테 사업 부탁 을 하려던 것은 아닐 것 아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장 사장님 좋은 분이세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내가 사람을 죻다 나쁘다 나눌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최 소한 회사 사정 어렵다고 직원들 월급 밀리지 않았으니 좋은 분이 지.”

“그래요?”

“중소기업에서 직원들 월급 밀 리는 경우 혼해. 월급은 밀려도 직원들은 일을 하지만, 사업 자

금이 밀리면 회사가 흔들리니 까.”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이 말했 다.

“하지만 장 사장님은 직원이 흔 들리면 회사가 흔들린다는 생각 을 가진 분이야. 가족이 배고픈 데 직원이 일을 어떻게 하냐는 마인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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