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06화 (304/1,050)

305 화

일요일 점심 무렵, 강진의 푸드 트럭은 강원도의 한 야산에 위치 한 고시학원에 들어서고 있었다.

부웅!

고시학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진이 최동해에게 전화를 걸었 다.

“형 왔다.”

[지금 나갈게요.]

통화를 마친 강진이 차에서 내 려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간간 이 귀신 몇이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지만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귀신 없는 곳은 없네.”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귀신들을 보며 말했다.

“사람은 어디든 다 죽으니까요. 그래도 이 정도면 적은 것 아닙 니까?”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정도면 수

가 얼마 되지 않기는 한다.

건물 안은 어쩔지 몰라도 지금 운동장에서 보이는 귀신은 둘 정 도였으니 말이다.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고시학원 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그대로네.”

고시학원은 폐교를 리모델링한 것이었다. 옛날에는 시골이었어 도 학생들이 꽤 있었던 듯, 건물 은 2층으로 지어져 있었다.

그 옆에는 급식실로 이용하던

건물이 하나 더 있었다.

두 개의 동으로 이뤄진 고시학 원을 볼 때, 건물에서 최동해가 뛰어왔다.

최동해를 보던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최동해의 등에 귀신 한 명이 업혀 오고 있었다.

“저거 뭐야?”

강진의 중얼거림에 허연욱이 최 동해의 뒤에 업혀 있는 귀신을 보았다.

“음…… 원한령은 아닌 것 같은

데……

“그런데 저렇게 붙어 있으면 몸 에 안 좋을 텐데.”

“안 좋지요. 살이 너무 빨리 빠 진다 생각을 했는데…… 이해가 되는군요. 귀신이 저렇게 붙어 있으니 먹어도 살이 될 일이 없 지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리며 최동해를 보았다.

손을 혼들며 뛰어온 최동해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오셨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최동해는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얼굴도 좀 좋아져 있었 다. 예전에는 얼굴에 기름이 좀 흐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 런 것은 없었다.

게다가 축 늘어져 있던 턱살도 많이 없어졌고 말이다. 다만 눈 가에 다크서클이 좀 진해져 있었 다.

물론 예전 인턴 시절에도 눈가 가 많이 죽어서 다크서클이 있었 지만 지금은 병자처럼 더 진해 보였다.

“너 살 많이 빠졌다.”

일단 강진이 좋아진 모습을 이 야기하자 최동해가 머리를 긁었 다.

“20킬로 정도 빠졌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 으로 말했다.

“진짜 많이 빠졌네.”

“인터넷 보니까, 뚱뚱한 사람은 초반에 많이 빠진대요. 그리고 똥 빠지는 거래요.”

“똥?”

“사람 대장엔 묵은 변들이 많대 요. 다이어트 초반에는 그런 것 들이 비워지는 거라 체지방에는 영향이 별로 없대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힐끗 그의 등에 업혀 있는 귀신을 보았다.

귀신은…… 어린아이였다. 한

일고여덟 될 것 같은 아이가 최 동해의 머리를 잡은 채 등에 업 혀 있었다.

그런 아이를 보던 강진이 최동 해를 보았다.

“몸은 어때?”

“가볍고 좋아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귀신을 보았다.

‘안 가벼울 것 같은데.’

그러다가 강진이 손을 내밀었

다.

“손 줘 봐.”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허 연욱을 슬쩍 보자, 그가 강진의 손을 쥐고는 맥을 짚었다.

잠시 맥을 보던 허연욱이 입을 열었다.

“아직 몸에는 크게 문제가 없습 니다. 아니, 오히려 몸은 건강해 졌군요. 살이 빠져서 혈액 순환 도 좀 좋아졌습니다. 귀신이 업

혀 있어서 나쁜 것보다 살이 빠 져서 좋은 것이 조금 더 있군 요.”

최동해의 맥을 짚던 허연욱이 입맛을 다셨다.

“ 다만......"

허연욱이 최동해의 등에 업혀 있는 귀신을 보았다.

“저분 덕에 몸에 음기가 좀 쌓 였습니다. 그리고 피로감이 좀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렇게 업혀 있으니……. 따스한 기운이 있는

자소엽 차를 드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몸은 건강해졌다.”

“감사합니다.”

“근데......"

강진이 어린 귀신을 보며 말했 다.

“산속이라 그런지 몸에 음기가 좀 쌓였어. 그리고 피로감도 좀

있고.”

“산속인 것도 있고 겨울이니까 요.”

“피로는?”

“밥을 많이 안 먹어서 그런지 힘이 없기는 해요.”

“자소엽 차라고 있거든? 그거 따뜻하게 챙겨 먹어라.”

“자소엽 차. 알겠습니다.”

최동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슬쩍 그의 뒤로 갔다.

“가만히 있어 봐. 등 좀 보게.”

“등요?”

“등 근육 좀 보게.”

최동해가 가만히 앞을 보고 서 있자 강진이 슬며시 꼬마 귀신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었다.

“내려오자.”

작게 속삭이며 강진이 어린 귀 신의 몸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아이가 강하게 최동해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싫어! 안 내려갈 거야!”

소리를 지르는 아이의 모습에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도와달 라는 눈빛으로.

그 시선에 허연욱이 머뭇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저보다 오래되신 분이라……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귀신은 죽은 기간에 따 라 나이를 먹고 힘이 강해진다.

어린아이 귀신이 모습은 어려도 귀력으로는 허연욱보다 더 강하

니, 그가 어떻게 하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더 강하게 어린 귀 신을 잡아당겼다. 그런데…….

“끄으윽!”

최동해가 눈을 찡그리며 관자놀 이를 손으로 눌렀다.

“왜 그래?”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요.”

“머리가?”

“가끔씩 이렇게 머리가 아플 때

가 있어요.”

그 말에 강진이 어린 귀신을 보 았다. 어린 귀신은 사납게 강진 을 보며 최동해의 머리를 잡아당 기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어린 귀신에 게서 손을 뗐다.

“부 내 거야!”

어린 귀신의 외침에 강진이 고 개를 갸웃거렸다.

‘부?’

부가 뭐냐고 물어보고 싶지 만…… 최동해의 시선이 있으니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에 강진이 슬쩍 허연욱을 보 았다.

‘부가 뭐냐고 물어보세요.’

강진의 눈짓에 허연욱이 어린 귀신을 보았다.

“부가…… 뭡니까?”

“곰이잖아! 그것도 몰라? 바보 야!”

어린 귀신의 말에 강진은 부가 뭔지 알았다. 곰과 당나귀, 토끼 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의 캐릭 터를 말하는 것이었다.

‘전혀 다른데?’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강진 의 기억 속에 부는 귀여운 아기 곰이지만…… 최동해는 전혀 그 런 스타일이 아닌 것이다.

부가 아기 곰이라면 최동해는 그냥 시커먼 야생 곰이라고나 할 까?

‘음…… 배 둘레가 조금 닮기는 했나?’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허연 욱을 보았다. 설득을 좀 해 보라 는 의미였다.

그에 허연욱이 어린 귀신에게 말을 걸었다.

“내려오시죠.”

“싫어!”

“거기 계시면 여기 사람이 힘들 어합니다.”

“안 내려가! 부 내 거야! 우리 동생한테 줄 거야!”

사납게 소리치는 것과 함께 어 린 귀신이 허연욱을 노려보았다.

화아악!

“허억!”

허연욱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그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촤아악!

뒤로 한창 날아가던 허연욱이 땅바닥을 뒹구는 것에 강진이 놀

란 눈으로 어린 귀신을 보았다.

‘이렇게 세다고?’

처녀 귀신들 외에 이렇게 귀신 다운 귀신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 다.

“부 내 거야!”

꼬마 귀신이 다시 고함을 지르 자, 동시에 최동해가 신음을 토 했다.

“끄으응!”

두통이 심한 듯한 최동해의 모

습에 강진이 고민에 빠졌다.

‘이거…… 몸에 아주 나쁠 것 같은데.’

나쁠 것이다. 일반 귀신이 가까 이 있는 것만으로도 섬뜩함을 느 끼는데 지금 이 귀신은 아예 등 에 업혀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귀신을 이렇게 날려 버 릴 정도로 강하면 더욱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강진 자 신에게는 그 힘이 통하지 않으니 별 영향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귀신에게 말을 걸자니 최동해가 같이 있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황민성이나 임상옥과 달리 최동 해는 속이 여리다.

그는 귀신에 대해 알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살 빠져서 좋기는 한데…… 이 거 골치 아프네.’

고시학원 원장과 직원들에게 인 사를 한 강진은 최동해가 지내는

방에 들어왔다.

고시학원이기는 하지만 방은 작 지 않았다. 일반 원룸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라고 할까?

혼자 살기엔 괜찮은 사이즈였 다. 방을 둘러보던 강진은 한쪽 에 뭉텅이로 쌓여 있는 검은색 옷을 보고는 물었다.

“이건 다 뭐야?”

“땀복요.”

“땀복이 뭐가 이렇게 많아?”

“이왕 운동할 것 땀 흘리려고 많이 샀어요. 땀 흘리면 바로 갈 아입어야 해서요. 하루에 네 번 은 갈아입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보다가 옆을 보았 다.

옆에는 다이어트 보조제가 놓여 있었다.

“약도 먹어?”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다이어트 보조제를 치웠다.

“이런 것 안 믿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그냥 비타민 먹는다 생각하고 먹고 있어요.”

최동해가 머리를 긁으며 말을 이었다.

“이게 이렇게 보여도 비타민도 많이 들어 있고 좋대요.”

“비포, 애프터 찍어서 여기 회 사에 사진 보내면 너한테 모델료 지급하겠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둘러보았다. 그 러다가 강진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컵라면이 있네?”

침대 머리 쪽에 컵라면이 하나 놓여 있었다.

“다이어트하면서 라면 같은 거 먹으면 어떻게 해?”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먹어요.”

“안 먹는데 왜 머리맡에 뒀어?”

“안 먹으려고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격 요법 같은 건가?”

“먹을 수 있지만 안 먹는다. 제 작은 다짐이자 각오예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으며 그를 보다가 꼬마 귀신을 보았다.

‘이 녀석 어쩌지? 살 빠지는 것

도 아무래도 이 녀석하고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고 먹는 것 조절하니 살 빠지는 것은 당 연하다.

하지만 빠지는 속도가 너무 빠 르고, 빠지는 양도 너무 많다.

아마도 귀신이 등에 업혀 다니 니 그 영향으로 살이 더 빠지는 모양이었다.

지금이야 살 빠지는 데에 도움 이 된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몸에 해가 될 것이다.

그에 최동해를 보던 강진이 슬 쩍 고개를 돌렸다.

‘누구를 부르지?’

최동해에게 붙은 귀신과 자신이 직접 대화하기 어려우니 귀신을 한 명 불러서 이야기를 하게 할 생각이었다.

호철 형은…… 아무래도 애가 무서워할 것 같고. 용수는 음식 만드는 것 외에는 애하고 소통하 기 어려울 것 같고.

그때 허연욱이 입을 열었다.

“이혜미 씨 불러서 이야기를 나 눠 보게 하시지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슬쩍 그 를 보았다. 그 시선에 허연욱이 말했다.

“이혜미 씨가 살았을 때 어린이 집 선생님이었습니다. 아이 상대 하는 건 이혜미 씨가 잘할 겁니 다.”

이혜미는 최호철과 함께 다니 는, 살인사건 피해자 귀신 중 한

명이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혜미, 이혜미, 이혜미.”

작게 이혜미를 세 번 부르자 그 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나 화장실 갔다 올게.”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괜찮아. 형 여기서 아르바이트 했었어. 쉬고 있어.”

최동해를 두고 방을 나선 강진 이 화장실 앞에서 이혜미에게 말 했다.

“아까 봤겠지만 동해…… 아! 방에 있던 덩치 좋은 애가 최동 해라고, 제 후배예요.”

“네.”

“후배 등에 어린 귀신이 붙어 있는데 떨어질 생각을 안 하네 요.”

“그분 오래되셔서 제가 떼어내 기는 어려운데……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떼어 달라는 건 아니고, 그 꼬 마가 동해를 꼬마 곰 부라고 알 고 있어요. 왜 그런지 좀 물어봐 주세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와

허연욱을 데리고 다시 최동해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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