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09화 (307/1,050)

308화

강진이 신음을 토하는 것에 최 동해가 급히 다가왔다.

“형, 왜 그래요?”

“아…… 아니야.”

그러는 사이 종석이 그대로 최 동해의 등에 올라탔다.

“부도 데려갈 거야!”

아이의 외침에 강진이 당황스러 운 눈으로 그를 볼 때, 최동해가

어깨를 움찔하고는 손으로 두들 겼다.

“왜, 안 좋아?”

“다시 어깨가 좀 묵직한 느낌이 네요. 아까는 개운했는데……

어깨를 손으로 주무르던 최동해 가 말했다.

“몸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운전하실 수 있겠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그를 보았다.

‘내 걱정 할 때가 아니야.’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잠시 최동해의 등에 업혀 있는 종석을 보다가 차에서 곰 인형을 들고 내렸다.

그러고는 최동해에게 곰 인형을 내밀었다.

“ 자.”

“저 주시게요?”

“너 주려고 가지고 온 거야.”

아무래도 종석을 이대로 데려갈

수 없을 것 같으니, 차라리 곰 인형을 최동해에게 주려는 것이 다.

그럼 종석이 최동해가 아닌 곰 인형에 달라붙을 수도 있으니 말 이다.

“자랑하려고 들고 오셨다면서 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장난이지. 너 주려고 가져왔 어.”

“왜 이런 걸?”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이 녀석하고 친구나 해.”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부 인형 을 보다가 웃으며 그것을 받았 다.

“인형 받아 보기는 처음이네 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종석을 보았다. 최동해가 곰 인형을 안 자 종석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강진이 또 자신과 최동 해를 떼어 놓을까 봐 경계를 하

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저으 며 말했다.

“형 간다.”

“운전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 그럼 수고해.”

“가세요.”

최동해의 배웅에 강진이 차에 오르며 이혜미에게 눈짓을 하자 그녀가 다가왔다.

“종석이 좀 달래서 곰 인형에

달라붙게 해 보세요.”

“종석이가 곰 인형을 좋아하니 어렵지 않을 거예요.”

이혜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일단 차에 올라탔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네.’

종석이 곰 인형에 달라붙을 때 만 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싫다고 떨어져 나갈 줄은 생각을 못 한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손을 흔드는 최동해를 보았다.

‘애를 꼭 떼어내야 하는데…… 동해를 위해서나 저 귀신을 위해 서나.’

종석은 나쁜 짓을 하게 되는 것 이고, 최동해는 몸이 상하니 어 떻게든 떼어내기는 해야 했다.

최동해를 보던 강진이 그의 옆 에 있는 이혜미를 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이혜미도 고개를 끄덕이더 니 종석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했 다. 그러자 종석이 강진을 한 번 보고는 슬며시 곰 인형의 등에

업혔다.

그러고는 곰 인형의 머리를 쓰 다듬는 종석의 모습에 강진이 최 동해를 보았다.

‘둘이 안 닮았는데……

부는 노란색의 귀여운 스타일이 지만 최동해는 까무잡잡하고, 전 혀 귀여운 얼굴이 아니었다.

닮은 거라고는…… 곰처럼 뚱뚱 하다는 것 정도일까? 그런 생각 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시동을 켰다.

부릉!

‘일단 춘천 저승식당에 가서 인 사드리고 푸드 트럭 오픈 양해부 터 받자.’

지금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 으니 말이다.

부웅!

강원도의 저승식당은 춘천의 인 형 극장 옆에 위치해 있었다. 저 승식당의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 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차장 크네.”

인형 극장과 주차장을 같이 쓰 는 듯했는데, 상당히 널찍했다.

“부럽다.”

주차장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한끼식당에는 마땅한 주 차장이 없다.

그래서 차를 타고 오는 손님들 은 주변 빌딩에 차를 주차하거나 길가에 세워 두는 수밖에 없었 다.

단골들은 이제 알아서 차를 안

가져오거나 인근 주차장에 주차 를 하고 오지만, 처음 오는 손님 들은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주차 할 곳이 있냐와 여기 앞에 딱지 떼냐는 것이니…… 주차장이 없 는 강진으로서는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주차장이 있는 저승식당 이 더더욱 부러웠다.

주차장을 보던 강진이 저승식당 을 보았다.

〈중화대반점〉

춘천 저승식당은…… 중국집이 었다.

중화대반점이라 써진 간판에 다 가간 강진은 입구에 써진 메뉴판 을 볼 수 있었다.

〈짜장 4,000원

짬뽕 6,000원

탕수육 인당 7,000원〉

심플하게 딱 세 개의 메뉴만 하 는 저승식당 메뉴를 보며 강진이 문을 열었다.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손님들 몇 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진이 들어오자 한쪽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던 중년의 사내가 그 를 힐끗 보고는 피식 웃으며 손 을 들었다.

“이리 와요.”

사내의 부름에 강진은 그가 강 원도 저승식당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내가 저승식당 주인이라는 느낌이 강 하게 든 것이다.

그에 강진이 다가오자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반가워요.”

“제가 누군지 아세요?”

“정확히는 모릅니다.”

“정확히는?”

“서울이나 전주 저승식당 주인 아닙니까?”

사내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 로 그를 보았다.

“그걸 어떻게……

“다른 저승식당 주인 얼굴은 아 는데, 내가 모르는 얼굴인 것을 보면 올해 주인 바뀐 서울이나 전주 둘 중 하나겠죠.”

웃으며 사내가 손을 내밀었다.

“강원도 이운강입니다. 내가 나 이도 있고 선배기도 하니 말 편 히 놓고 싶은데?”

이운강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악수를 했다.

“서울 한끼식당 이강진입니다. 말 편히 하셔도 됩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고.”

고개를 끄덕인 이운강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다른 저승식당 주인들은 모두 아세요?”

“우리끼리도 일 년에 한 번은 모이니까. 인사는 하고 지내지.”

“식당 주인끼리 모이나요?”

“우리도 회식 같은 걸 하기는 하니까. JS 금융 가 봤나?”

“가 봤습니다.”

“거기 가면 편의점 있잖아.”

“압니다.”

“거기 골목에 가면 전주 백반집 이라고 있는데, 매년 6월에 한 번씩 모이지.”

“JS 금융에서 회식을 하세요?”

“전국 팔도에 제주도까지 흩어 져 있는데 언제 어디서 모이겠 어. 가는 데만 하루인 사람도 있 는데……. 근데 JS 금융은 문 열 면 바로잖아. 술을 먹어도 바로 문 열면 집이고. 그래서 거기서 모이는 거지.”

이운강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일리가 있네.’

이운강 말대로 JS 금융을 통하

면 한국 내 어디에 있어도 바로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회식 할 때 식당은 어떻 게 하시고요?”

“쉬는 날 맞춰서 모이는 거지.”

이운강이 웃으며 앞자리를 가리 키고는 말했다.

“이렇게 왔는데 밥이나 먹고 가. 뭐 먹을래?”

“짬뽕 먹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운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짬뽕과 단무지를 들고 나왔다.

“우리 집 짬뽕이 좋아.”

이운강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짬뽕 국물을 수저로 떠먹었다.

“맛있네요.”

“돼지 육수로 해서 맛이 묵직하 지.”

기분 좋게 웃는 이운강을 보며 강진이 면을 크게 집어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면은 쫄깃하고 국물이 잘 스며 들어서 맛이 좋았다.

“그런데 혼자 하세요?”

“딱히 직원 두고 할 수 있는 것 도 아니고……

“혼자 하시면 힘들지 않으세 요?”

“내 가게는 셀프거든.”

보라는 둣 이운강이 한쪽을 가 리키자 강진이 그곳을 보았다.

〈저희 가게는 셀프입니다. 음식 이 나오면 알아서 가져다 드셔야 합니다. 사장 혼자 하는 가게라 죄송합니다.〉

“혼자 해도 힘들 것은 없지.”

그러다가 이운강이 강진을 보았 다.

“한끼식당은 여전히 한식 하 나?”

“아세요?”

“김복래 여사님이야 일 년에 한 번은 봤으니까.”

“그렇군요.”

“메뉴가 많아서 힘들겠어. 나야 단무지하고 양파만 썰면 끝인 데.”

“그……

강진이 손님들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저녁 장사 때도 중식만 하세

요?”

저녁 장사는 저승식당 시간을 말하는 것이었다.

“저녁에는 중식에다 메뉴 하나 만 더 해. 메뉴가 많으면 나 혼 자서는 힘드니까.”

“귀신 직원을 쓰지 그러세요?”

강진의 말에 이운강이 그를 보 았다.

“귀신 직원 써?”

“네.”

강진의 답에 이운강이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귀신 직원 있으면 일은 좀 편 하기는 하지.”

“고용하셨어요?”

“나도 친한 귀신들이 있었거 드 ”

이운강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과거형이네……. 승천들 하셨나 보구나.’

그제야 강진은 이해가 되었다. 이운강도 귀신 직원들을 쓰다가 그들이 승천을 하자 더 이상 직 원을 고용하지 않는 것이다.

김소희가 새로운 인연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용수와 호철 형이 가면 무척 아쉬울 것 같은데……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이운 강이 말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왔어?”

“강원도에 볼 일이 있어서 왔다

가 저승식당이 있다는 말에 찾아 왔습니다.”

“저승식당 맡은 지…… 한 다섯 달 되어가나?”

“8월에 시작했으니 그쯤 됩니 다.”

강진의 말에 이운강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냉장고에서 소주를 하나 꺼내 가져다주었다.

“이따가 저 가봐야 할 곳이 있 어서요. 술은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먹지 뭐.”

웃으며 이운강이 소주를 한 잔 따라 먹고는 양파를 집어 먹었 다.

“초기에는 저승식당이나 귀신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을 거야.”

“맞습니다.”

“근데…… 나도 딱히 아는 것은 없어.”

“ 없으세요?”

“내가 아는 건 아마 너도 아는 걸 거야. 11시부터 1시까지 저승 식당 영업하고, 필요한 것 있으

면 JS 금융에 가서 사는 것…… 그것 빼고는 일반 식당하고 딱히 다를 것이 없거든.”

“그건 그렇죠.”

“우리도 일반 식당하고 마찬가 지야. 다른 것은 귀신 손님 좀 받는 건데…… 그것 빼고는 음식 파는 것은 같으니까.”

이운강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혹시 여기도 열리지 않는 문이 있나요?”

“있지.”

“사장님도 거기 못 열어 보셨 죠?”

“그거야 내가 죽기 전에 열리 는, 저승식당이 나한테 주는 선 물이니까. 지금 열리면 큰일 나 지.”

가볍게 웃는 이운강을 보던 강 진이 물었다.

“아, 제가 여기 온 이유 중 하 나가 푸드 트럭 때문이에요.”

“푸드 트럭?”

강진이 푸드 트럭으로 저승식당

을 운영한다는 말에 이운강이 웃 었다.

“대단하네. 난 그런 생각을 해 보지 못했는데.”

“가게 오지 못하는 귀신들에게 밥을 어떻게 줄까 생각하다가 만 들었습니다.”

“서울 귀신들은 좋겠네.”

웃는 이운강을 보며 강진이 말 했다.

“강원도 산골에 저희 식당에서 쓰는 김치 저장고가 있습니다.”

“강원도 산골처럼 김치 숙성 잘 되는 곳도 없지.”

“거기에 김장할 때 도와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신데, 오늘 거기서 제가 영업을 좀 해도 될까요?”

강진의 말에 이운강이 웃었다.

“배고픈 귀신들 밥 주려고 있는 게 저승식당인데 뭘 그런 것을 물어?”

“그럼 영업을 해도 될까요? 제 구역도 아닌데?”

강진의 말에 이운강이 물었다.

“혹시 궁금했던 것이 서울 저승 식당이 강원도에서 영업을 해도 귀신들이 현신을 할 수 있나 없 나 그런 거였나?”

“그런 것도 있고 사장님한테 양 해도 구하고요.”

“나는 괜찮으니 양해는 상관이 없고……

잠시 생각을 하던 이운강이 말 했다.

“저승식당이 자신의 지역이 아 닌 곳에서 오픈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아마 상관없을 거야.”

“그런가요?”

강진의 물음에 이운강이 손가락 으로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떻게 보면 저쪽이 본사고 우 리는 지점 같은 거잖아?”

“그렇겠네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운강 이 말을 이었다.

“그럼 본사에서 이것저것 지침

이나 터치 같은 것이 있을 것도 같은데, 전혀 그런 것이 없거든. 아마 본사에서는 시간 맞춰서 귀 신들 밥만 주면 뭘 하든지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러고는 이운강이 천장을 보며 말했다.

“방임이라고나 할까?”

뭔가 지겹다는 기색이 느껴지는 이운강의 목소리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일이…… 혹시 마음에 안 드십

니까?”

강진의 물음에 이운강이 한숨을 쉬었다.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 서..”

잠시 말을 멈춘 이운강이 입맛 을 다셨다.

“좀 외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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