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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317화 (315/1,050)

316화

서울의 한 커피숍에 이현운과 이현태, 그리고 이현미가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유산 문제로 급히 모인 것이다. 반차를 내고 회사를 나온 이현운 이 한숨을 쉴 때 이현태가 말했 다.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일단 새엄마한테 가서……

“새엄마가 아무리 속이 좋아도 아빠 죽고 4년 동안 한 번 찾아 가지 않았는데 지금 가면 좋다고 반겨 주겠어?”

이현미의 싸늘한 목소리에 이현 태가 눈을 찡그렸다.

“그럼 어쩌자고? 넌 방법 있 어?”

“일단 큰오빠가 가서 싹싹 빌 어.”

이현미의 말에 이현운이 그녀를

보았다.

“내가?”

“새엄마 서운하게 한 건 오빠잖 아.”

“무슨 개소리야.”

“맞잖아. 아빠 돌아가시고 조의 금도 오빠가 싹 챙겼잖아.”

“나 혼자 챙겼냐? 너희하고 나 눴잖아.”

“나누기는 했지. 그래도 오빠가 가장 많이 챙겼잖아.”

“그거야 내 손님들이 가장 많이 왔으니 당연한 거 아냐? 그리고 네 손님들은 몇 오지도 않았는데 나눠 줬으면 감사해야지.”

이현운의 말에 이현태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어떻게 아빠가 죽었는데 손님이 달랑 열이 안 되냐? 그런 데 조의금은 똑같이 나누자고 하 고…… 참 너도 너다.”

“뭐래.”

그러고는 이현미가 이현운을 보

았다.

“일단 큰오빠가 가서 싹싹 빌 어. 그리고 우리가 애들 데리고 슬며시 들어가면 새엄마 성격상 유산 돌려달라고 안 할 거야.”

이현미의 말에 이현운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단순해서 좋겠다.”

“무슨 소리야?”

이현미가 눈을 찡그리자 이현운 이 말했다.

“새엄마가 착하다고 해도 우리 가 아빠 죽고 한 짓..

말을 하던 이현운이 입맛을 다 시고는 말을 돌렸다.

“연락 한 번 안 하고 살았어. 연락 오면 안 받고……. 2년 전 에 넘어져서 병원에 입원해서 병 원에서 연락 왔을 때도 모른 척 했잖아.”

“큰오빠가 그러자고 했잖아.”

“병수발하기 싫다고 한 건 너 아니냐?”

이현운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 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네가 모시 고 살든가.”

“쳇! 누가 그러겠대?”

“어쨌든 그게 4년이야.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4년 동안 연락 한 번 안 한 우리가 달갑겠어?”

“하긴…… 작년부터는 김장김치 도 안 보내 주더라.”

이현태의 말에 이현운이 그를 보았다.

“너…… 설마 반찬 보내주면 그 걸 받았어?”

“어? 어……”

잠시 말이 없던 이현태가 눈을 찡그렸다.

“그럼 먹을 걸 버려?”

“반송을 하든지 해야지.”

“그럼 형은 반송했어?”

이현태의 말에 이현운이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야, 양심이 있지, 그걸 어떻게

받냐. 나는 바로 반송했지.”

이현운의 말에 이현미가 웃었 다.

“보내 주는데 무슨 양심이야. 그냥 주는 거니 받은 거지.”

“너도 받았냐?”

“반송하러 우체국 가는 것도 귀 찮잖아.”

말을 한 이현미가 입맛을 다셨 다.

“뭐…… 작년에는 안 보내줘서

좀 서운하기는 했지. 애들이 할 머니 김치 맛있다고 좋아했는 데.”

이현미의 말에 이현운이 동생들 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너희 참 대단하다.’’

“오빠가 먼저 연 끊고 살자고 꼬셔 놓고는 왜 우리만 나쁜 사 람 만들어? 피도 안 섞인 노인네 뒷바라지하기 귀찮다며.”

그 말에 이현운이 고개를 저을 때, 이현미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오빠도 김치 반송 안 했잖아.”

“무슨 소리야?”

“오빠 집에서 밥 먹을 때 나오 는 김치, 딱 새엄마 솜씨던데.”

“그럴 리가. 그 김치는 우리 장 모님이……

이현운의 말에 이현미가 피식 웃었다.

“개떡 같은 소리 하네.”

“너 무슨 말을-”

“오빠네 장모님이 언제 김치 보 내 준 적이 있다고 장모님 김치 소리 하고 있어.”

“그럴 리가……

“언니가 새엄마한테 보냈다고 하고 그냥 스윽 했나 보지. 김치 담그는 것도 일인데 아깝게 그걸 다시 보냈겠어? 언니도 욕심이 한가득인 사람인데.”

그러고는 이현미가 이현운을 보 았다.

“근데 오빠 정말 몰랐어?”

“난 몰랐어.”

“이십 년 넘게 먹은 김치를 어 떻게 몰라? 모르는 척한 거 아 냐?”

이현미의 말에 이현운이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이현운도 알고는 있었다.

어릴 때부터 먹던 새엄마 김치 맛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냥 모 른 척하며 김치가 오면 보내라는 말로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라도 덜고 있었던 것이다.

“괜히 김치를 보내서……

쪽팔림에 중얼거리는 이현운을 보며 이현미가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뭐가?”

“아양 떨 거면 빨리 찾아가야 할 것 아냐. 곧 구정인데.”

“ 하아......"

한숨을 쉬는 이현운을 보며 이 현태가 말했다.

“아니면 법적으로 해결할까?”

“법?”

“내가 알아보니까, 자식들이면 유언 내용이 개같이 적혀 있어도 일정 부분 청구해서 받아 낼 수 있다고 하더라고.”

“맞아. 우리가 자식인데 새엄마 마음대로 주고 말고 할 수 있다 는 것이 말이 안 되지. 게다가 이미 받고 처분한 것이 4년이 넘 었는데 이게 말이 돼?”

이현미가 맞장구를 치고는 이현 운을 보았다.

“상준 오빠한테 물어보자.”

“ 임상준?”

“상준 오빠 검사잖아.”

임상준 이름에 이현운이 입맛을 다셨다.

“그놈하고 연 끊었어.”

“미친! 왜 연을 끊어? 검사 친 구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은데.”

이현미의 말에 이현태도 동감이 라는 듯 말했다.

“맞아. 친구 중에 의사, 검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은데. 왜 상준 형하고 연을 끊어?”

이현태의 말에 이현미가 혀를 찼다.

“그리고 상준 오빠 양심도 없 네. 그 오빠 고시 공부 할 때 우 리 집에서 가져간 김치하고 얻어 먹은 밥이 몇 그릇인데 어떻게 오빠하고 연을 끊어? 그 오빠 생 일날 우리 집에서 미역국도 챙겨 먹었잖아.”

이현미의 말에 이현운이 한숨을 쉬며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그 미역국 덕에 연 끊었다.”

“무슨 소리야?”

“상준이가 우리 집에서 먹은 밥 하고 미역국, 누가 끓여 주고 김 치는 누가 챙겨줬겠어? 네가 해 줬냐?”

이현운의 말에 이현미와 이현태 가 ‘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2년 전에 술 먹다가 새엄마 병 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했다 가…… 그날부로 친구에서 개자

식 됐다.”

“그런 이야기를 왜 했어?”

“술 먹는데 상준이가 어머니 잘 지내냐고 묻더라고. 술김에 입원 해 있다고 하니까, 어디 병원이 냐고 해서 모른다고 했다가 걸렸 지.”

“그냥 슬며시 넘어가지, 그걸 다 이야기한 거야?”

“그놈 검사잖아. 어머니 병원 모른다고 하는 순간 바로 취조하 는 것처럼 묻는데, 검사는 검사

더라. 그날부로 상준이하고 연 끊어졌다.”

이현운의 말에 이현태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새엄마가 우리 친구들한테도 잘해 줬지.”

이현태의 말에 이현미가 혀를 찼다.

“하여튼 오지랖도 넓어.”

이현미의 말에 이현태가 이현운 을 보았다.

“그래서 언제 갈 거야.”

“나 말고 너희 둘이 가는 것 어 떠냐?”

“왜 우리가 먼저 가? 형이 먼저 가야지.”

“그래. 새엄마가 장남이라고 큰 오빠한테 잘해 줬잖아.”

동생들의 말에 이현운이 입맛을 다셨다. 맞는 말이다.

다만, 동생들이 모르는 것이 하 나 더 있는 게 문제였다.

‘연금 통장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알면…… 난리 칠 텐데.’

아버지 연금 통장을 이현운이 가지고 있었다. 관리를 하겠다는 명목으로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런 이현운의 모습에 이현태가 말했다.

“그럼 그냥 법대로 하자.”

“법?”

“널린 것이 변호사인데 상준 형 없다고 법적 도움 못 받겠어? 가 서 가격 물어보고 적당하면 우리

끼리 엔 분의 일 해서 수임료 내 고 끝내자. 차라리 이게 깔끔하 겠어.”

이현태의 말에 이현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괜히 새엄마하고 엮여서 나중에 노인네 병수발 누가 드네 마네 하지 말고. 변호사 사자.”

그러고는 이현미가 몸을 일으켰 다.

“어디 가? 이야기는 끝내고 가 야지.”

“변호사 산다며. 그럼 됐지. 나 약속 있어. 간다.”

이현미가 휙 하고 몸을 돌려 가 는 것에 이현태가 그녀를 부르려 할 때, 이현운이 고개를 저었다.

“됐어. 저 싸가지 그냥 가게 둬.”

“그럼 나도 가도 돼?”

“넌 왜?”

“나 일하다 나왔거든.”

“나는 일 안 하냐?”

눈을 찡그리는 이현운의 말에 이현태가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 다.

“그럼 가. 여기 앞에도 변호사 사무실 있던데.”

이현태의 말에 이현운이 자리에 서 일어났다.

커피숍 근처에 있는 변호사 사 무실에 들어간 이현운이 유산 상 속 문제로 왔다는 말을 하자, 중 년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유산 상속이라…… 상황을 말 씀해 주시겠습니까?”

“변호사님이세요?”

“저는 사무장입니다. 일단 저에 게 상황 설명해 주시면 변호사님 하고 면담하실 겁니다.”

“그럼 변호사님하고 바로……

“변호사님하고 이야기하시면 시 간당 법적 상담료가 드는데 괜찮 으시 겠습니까?”

얼마나?”

“시간당 15만 원입니다.”

“시간당 15만 원?”

“뭐가 그렇게 비싸요?”

“그래서 일단 제가 먼저 들어보 고 난 후에 법적 상담이 필요하 면 변호사님에게 연결해 드리는 겁니다. 상담 받으시고 저희 변 호사님을 선임하시면 수임료는 공제해 드립니다.”

“일을 맡기면 상담료를 안 내도 된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상황을 먼

저 말씀해주세요.”

사무장의 말에 이현운이 현재 상황을 말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무장이 웃었다.

“저희 변호사님하고 상담하시면 잘 해결될 겁니다.”

“그럼 변호사와 상담하는 겁니 까?”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고는 사무장이 한쪽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나 왔다.

“들어오십시오.”

사무장의 말에 이현운과 이현태 가 슬며시 일어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조금 젊은 듯한 변호사가 웃으 며 자리를 가리키자 두 사람이 그곳에 앉았다.

뒤이어 변호사가 수첩을 들고 와서 앉으며 말했다.

“자, 그럼 자세하게 말씀해 보 시겠어요? 아! 그리고 변호사와

의뢰인 간에는 비밀이 있으면 안 됩니다. 불법적인 것이나 양심에 걸리는 것이라도 저는 의뢰인과 의 상담 내용을 남에게 발설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하나부터 열까지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시 면 됩니다.”

이현운이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 내용을 적은 변호사가 고개를 갸 웃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후 4년 후에 공개된 유언 동 영상이라…… 저한테 맡겨 주시 면 깔끔하게 해결해 드리겠습니

다.”

“해결 가능한 겁니까?”

“그럼요.”

웃으며 변호사가 말했다.

“유언 동영상과 그걸 인증한 변 호사가 있는 것이 조금 걸리지 만, 문제될 것 없어 보입니다. 그 리고 유언 내용이 있어도 자식에 게 유산 상속되는 것이야 당연한 거니까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변호사 선임하시겠습니 까?”

“그런데 선임비는……

“그거야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고……

변호사가 문득 이현운을 보았 다.

“그런데 찾아왔다는 변호사 이 름이 어떻게 됩니까?”

“상대 변호사요?”

“굳이 법정까지 갈 내용은 아닌

것 같으니…… 제가 따로 만나봐 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도 있습니다.”

변호사의 말에 이현운이 주머니 에서 신수호에게 받은 명함을 꺼 내 내밀었다.

이현운이 주는 명함을 받은 변 호사가 잠시 멈칫했다가 물었다.

“서&백 신수호 변호사님이 상 대입니까?”

“그 변호사가 와서 주고 갔습니 다.”

“신수호 변호사님이 직접?”

“무슨 문제라도?”

이현운의 말에 변호사가 명함을 한 번 더 보고는 슬며시 내밀었 다.

“아무래도 이번 의뢰는 저희 사 무실하고는 안 맞는 것 같습니 다.”

“네?”

“저희 사무실이 사실 이혼 전문 이라서요. 이런 민사 쪽은 제 전 문이 아니네요.”

“아니, 방금 맡아 주신다고

“죄송합니다. 제가 약속이 있었 는데 까먹었네요.”

그러고는 서둘러 변호사가 상의 를 챙겨 나가는 것을 이현운과 이현태가 멍하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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