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21화 (319/1,050)

320화

음식을 만들어 배식구에 넣을

때쯤, 직원들이 하나둘씩 밥을

먹기 위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

했다.

“이야, 오늘 냄새 좋네요.”

건장한 체구를 가진 근육질 남 자가 웃으며 진을 보고는

배식구에 오다가 강 손을 내밀었다.

“오늘 음식

군요.”

봉사 오신다는 분이

“이강진입니다.”

“오늘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임수희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음식 먹고 내 밥 맛 없다 고 하면 안 돼요.”

“에이! 나는 집 밥보다 이모님 밥 더 좋아하는데 무슨 소리 하 세요.”

웃으며 남자가 식판에 밥을 푸 고는 반찬들을 담았다. 그리고 메인 반찬이라고 할 수 있는 오

징어볶음과 제육볶음을 반반씩 덜어서는 자리로 가다가 반찬을 하나 집어 먹고는 입맛을 다셨 다.

“맛있네.”

다른 직원들도 음식을 담아서는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 다.

그런 직원들을 보던 강진이 힐 끗 그 옆을 보았다. 방금 말을 걸었던 남자의 옆에 젊은 남자 귀신이 서 있었다.

그 귀신은 소방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하긴 위험한 일을 하는 곳이 니……

불과 사고에 대응하는 소방관들 이니 불행한 일을 당하시는 분들 이 있는 건…….

“ 하아.”

작게 한숨을 쉬는 강진의 모습 에 임수희가 그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밥 먹는데 제가 실수했네요.”

강진의 말에 임수희가 그를 보 다가 다시 배식용 음식들을 뒤적 거리고는 말했다.

“그럼 저는 퇴근할게요.”

임수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벌써요?”

11시 조금 넘었는데 벌써 퇴근 이라니. 강진이 의아해할 때 임 수희가 웃으며 말했다.

“하루에 두 시간만 일하거든 요.”

“두 시간만요?”

“아홉 시쯤에 출근해서 직원들 식사할 반찬하고 국 만들고 퇴근 해요.”

“그럼 이건?”

강진이 음식들을 보며 하는 말 에 임수희가 웃으며 말했다.

“놔두면 직원들이 알아서 냉장 고에 넣어 두고 설거지도 해 놓 으세요.”

“그럼 배식도 알아서들 하시고 요?”

“여기 식사 시간 지키면서 일하 려면 퇴근 못 해요.”

“출동 걸려서요?”

강진의 물음에 임수희가 앞치마 를 벗으며 말했다.

“여기는 식사하다가도 출동 걸 리거든요.”

임수희가 식사하는 직원들을 보 다가 웃었다.

“다행히 오늘은 식사들 편하게 하겠네요. 아무튼 그래서 하루에 두 시간만 일해요.”

“두 시간만 일하시는 거면 다른 일이 더 낫지 않으세요?”

두 시간만 일해서 용돈벌이나 될까 싶었다. 출퇴근 시간을 생 각하면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돈 벌기엔 쉬울 것이다.

“돈 생각하면 다른 일 하는 게 좋지만 일 그리 힘들지도 않고, 그냥 봉사한다 생각하고 하고 있 어요.”

“좋은 일 하시네요.”

그에 미소 지은 임수희가 외투 를 걸치고는 강진을 보았다.

“오늘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 다.”

“그럼 저야 좋죠. 먼저 갈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임수희가 나가는 것을 보던 강 진이 고개를 돌려 식사를 하는 직원들을 보았다.

하나둘씩 들어오던 직원들이 어 느새 스무 명가량이 되어서 식사 를 하고 있었다.

‘차은미 씨가 안 올라오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의 눈에 식사를 후딱 마친 직원들이 한쪽 에 음식 남은 것을 버리고는 설 거지를 하는 것이 보였다.

설거지를 한 직원들이 식판을 꼼꼼하게 살피고는 원래 있던 곳 에 반대로 뒤집어 놓았다.

“잘 먹었습니다.”

“고생하십니다.”

강진의 말에 소방관들이 웃으며 손을 들고는 구내식당을 나갔다. 잠시 후 다른 직원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자 직원들도 웃으며 고개를 숙 였다.

“음식 봉사 와 주셔서 감사합니 다.”

“소방관 여러분들이 수고해 주

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강은 누나가 오늘 음식 맛있을 거라고 하더니 냄새 좋네요.”

“맛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식판을 들고는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미다! 은미야!”

차종석의 외침에 강진이 힐끗 그를 보고는 그가 보는 방향, 아 니 그가 뛰어가는 곳을 보았다.

어느새 차종석이 배식구를 넘어 서 입구로 들어오는 한 여성에게 뛰어가고 있었다.

미인형이라기보다는 귀여운 인 상을 가진 아가씨였다.

‘차은미.’

차은미는 김강은과 함께 들어오 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차은미 옆을 차종석이 뛰어다녔다.

“은미야! 은미야!”

차은미를 부르며 좋아하는 차종 석을 보며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동생 보고 싶었겠지.’

동생 준다고 곰 잡으러 갔다가 20년 넘게 이별을 했으니 많이 반갑고 좋을 것이다.

‘그런데 잘 알아보네?’

20년이 넘게 못 보다 이렇게 아 가씨가 돼서 본 건데도 차종석이 한 번에 알아본 것이다.

강진이 차은미를 볼 때 그녀가 배식구로 다가오며 말했다.

“냄새 좋네.”

“음식 봉사 해 주러 오신 분 솜 씨 좋더라. 맛있어.”

“한끼식당 검색해 보니까, 강남 에서 맛집으로 소문 나 있는 곳 이더라고요.”

“검색도 해 봤어?”

“언니가 음식 봉사 오는 곳이 식당 하신다고 해서 검색해 봤 죠. 거기 오색 찹 스테이크 맛있 다고 하던데.”

“그래?”

김강은의 말에 차은미가 핸드폰 을 꺼내 블로그를 보여주었다.

“맛있겠다.”

“이쁘기도 하죠?”

“그러네.”

두 여자가 웃으며 배식구에 다 가오자 강진이 차종석을 보았다. 차종석은 차은미의 주위를 돌며 웃고 있었다.

“은미야! 오빠가 부 데려왔어! 부야 부!”

차종석이 최동해를 가리키며 연 신 부라고 외쳤지만, 차은미는 음식에 시선을 둘 뿐이었다.

일단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차종석 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런 차종석을 보던 강진이 최 동해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너 이만 내려가 있어.”

“형은요?”

“형은 좀 있다가 내려갈게.”

“같이 내려가요.”

웃는 최동해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네 등에 다시 귀신 올 라타면 어쩌려고 그러냐?’

속으로 중얼거리던 강진이 배식 구에 다가온 차은미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음식이 참 맛있어 보여요.”

“국민을 위해 노력하시는 소방 관 분들이 잘 드셔야죠.”

“그렇게 말해 주시니 제가 소방 관이 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어요.”

웃으며 차은미가 제육과 오징어 볶음을 식판에 담으며 자리로 가 다가 문득 옆에 있는 부 인형을 보았다.

“부 인형이네?”

차은미의 말에 김강은이 웃으며 말했다.

“이강진 씨가 가지고 왔어.”

“부 인형을요?”

차은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부 인형을 보았다.

“이런 인형 있으면 분위기 좀 좋아질 것 같아서요. 부 좋아하 세요?”

강진의 말에 차은미가 어색하게 웃으며 부를 보았다.

“네.”

하지만 목소리는 그리 좋지 않

았다.

“안 좋아하세요?”

“아니야! 우리 은미, 부 좋아 해!”

차종석의 외침에 강진이 부 인 형을 보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 다.

‘하긴…… 오빠가 부 잡아 준다 고 산에 갔다가 죽었으니. 그런 데 아주 어릴 때 일인데 그걸 기 억하고 있었나?’

그런 생각을 할 때, 김강은이

자리로 갔다.

“ 가자.”

김강은의 말에 차은미가 그녀를 따라 식탁으로 가자 차종석이 그 녀를 따라갔다.

그런 차종석을 보며 강진이 일 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동생도 있고 부 인형도 있으니 동해에게는 안 달라붙겠지?’

일단 목적은 달성했다. 조금 걱 정이라면 폭탄 돌려 막기처럼 차 종석을 차은미에게 넘겨 버린 것

인데…….

차종석에게 귀신이 사람에게 달 라붙어 있으면 몸에 안 좋다는 것을 잘 설명하면 더 이상 달라 붙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생에게 해가 되는 일이니 말이다.

‘일단 혜미 씨에게 며칠 더 붙 어 있으면서 종석이가 너무 다가 가지 않도록 잘 타이르게 해야 지.’

강진이 차은미와 차종석을 볼

때 김강은이 강진에게 말했다.

“맛있게 먹을게요.”

“맛있게 드세요.”

웃으며 식탁에 그릇을 놓던 김 강은이 강진을 보았다.

“이강진 씨도 같이 식사하세 요.”

김강은의 말에 강진이 슬쩍 차 종석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음식 드렸으니 가야 죠.”

“벌써요?”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강진이 슬며시 아이스박스를 챙 기자 최동해도 짐 챙겨 주는 것 을 도와주었다.

짐을 챙긴 강진이 후다닥 구내 식당을 벗어났다.

‘종석이가 따라 붙기 전에 후딱 튀자.’

구내식당을 나온 강진이 서둘러

푸드 트럭에 아이스박스를 싣자, 최동해가 의아한 듯 말했다.

“그런데 급한 일 있으세요?”

“응? 왜?”

“쫓기시는 것 같아서요.”

“그런 것 아니야.”

애써 웃으며 강진이 힐끗 소방 서를 보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소방서에서 차종석이 뛰어나오 고 있었다.

그에 종석이 급히 차에 오르려

할 때, 이혜미가 소리쳤다.

“괜찮아요!”

이혜미의 외침에 강진이 멈칫해 서는 그녀를 보았다.

“인사하고 싶대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차종석을 보았다. 차종석은 푸드 트럭 옆 에 다가와서는 최동해를 보고 있 었다.

물론 최동해는 차종석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최동해 앞에 선 차종석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동안 놀아줘서 고마워. 그리 고 미안해. 사람한테 가까이 가 면 안 된다고 아저씨들이 이야기 해 줬는데, 너하고 있으면 포근 하고 좋아서…… 미안해.”

차종석의 사과에 강진이 최동해 를 보았다.

‘종석이 녀석도 알고는 있었네. 그냥…… 외롭고 떨어지기 싫어 서 고집을 부린 건가?’

가족도 없는 산속에서 20년 넘 게 떠돌았던 차종석인 만큼, 동 생이 좋아하던 부를 닮은 최동해 가 좋았던 것이다.

물론 최동해는 차종석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하니 멀뚱거리며 강 진을 볼 뿐이었다.

“안 가세요?”

“잠깐만.”

그러고는 강진이 소방서를 보았 다. 소방서를 보며 뭔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에 최동해가 말없이 옆에 서 있을 때, 차종석이 몇 마디 말을 더 했다.

“살 많이 빼지 마. 너는 뚱뚱한 것이 어울려.”

그러고는 차종석이 웃으며 최동 해의 허리를 손으로 몇 번 두들 겼다.

툭툭툭!

“잘 가고, 놀러 와.”

그때 최동해가 문득 자신의 허 리 쪽을 내려다보았다.

“왜 그래?”

“어쩐지…… 뭔가 기분 좋은 느 낌이 들어서요.”

“그래?”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자신의 허리를 손으로 쓰다듬고는 말했 다.

“뭔가…… 그냥 기분이 좋네 요.”

최동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푸드 트럭을 가리켰다.

“ 타.”

최동해가 차에 오르자 강진이 차종석을 보았다. 차종석을 부르 려던 강진이 입을 다물었다가 다 시 말했다.

“잘 지내세요.”

강진의 존대에 차종석이 그를 보고는 웃었다.

“동해 잘 챙겨 줘.”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지금까지 어린애처럼 구 신 거, 일부러 그러신 겁니까?”

“내가 죽었을 때가 어렸지, 지 금도 어린 건 아니잖아. 그리고 다음에 보면 형이라고 불러. 내 가 너보다 나이 많으니까.”

강진은 차종석의 말에서 어쩐지 만복의 느낌이 나는 것 같았다.

“종석 형님이라고 깍듯이 모시 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차종석이 웃으며 차에 탄 최동해를 보았다.

“동해 몸에 있던 귀기는 내가 방금 전에 다 뽑았으니 몸에 문 제는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어? 그런 것도 하실 수 있으세 요?”

“귀신으로 산 지 20년이 넘는데 그런 거 하나 못 할까?”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다시 최 동해를 보았다.

‘방금 전에 기분이 좋다고 한 건 귀기를 뽑아서 그런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차종

석을 보았다.

“너무 오래 머물지 마시고 승천 하세요.”

강진의 말에 차종석이 피식 웃 으며 그 허리를 손으로 두들겼 다.

“음식 자주 해 와. 은미 맛있게 먹더라.”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저희 식당 한 번 들르세

요.”

“알았어. 가.”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살짝 고 개를 숙이고는 이혜미를 보았다.

“ 가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갈게요.”

이혜미의 말에 차종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고마웠어. 가도 돼.”

“아니에요. 며칠 이야기 상대

해 드릴게요.”

이혜미의 말에 차종석이 고맙다 는 듯 그녀를 보다가 서둘러 소 방서로 뛰어갔다.

“은미야!”

차은미를 크게 부르며 뛰어가는 차종석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어쩐지 속은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도 속은 것 같아요. 저

렇게 어른스럽게…… 아니, 어른 인 줄 저도 몰랐거든요.”

“살았으면 배우 해도 됐겠어 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고는 차종석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차에 올 라타서는 소방서를 보았다.

‘다음에도 음식 봉사 좀 해야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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