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화
강진은 TV를 보고 있었다. 정 확히는 핸드폰을 연결해서 TV로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있었다.
핸드폰 화면에서는 대프리카의 한 유명한 축구 BJ가 축구 방송 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와! 장희섭 선수, 미친 것 아 닙니까! 한 번에 저걸 연결하네 요!]
[백현덕 감독, 정말 미친 거 아 닙니까! 어떻게 저런 수비수를 고등학교 2년 동안 묵히고 있을 수가 있죠?]
[아! 최전방에 있던 강마루 선 수, 장희섭 선수의 패스를 받아 서 그대로 골!]
[인명공고에서 레드윙으로 옮겨 온 선수들, 펄펄 날고 있어요!]
[지금 경기 흐름이면 레드윙이 몇 골 넣느냐만 문제일 뿐 2회전 진출 확정인데, 재밌는 것이 2회 전 상대가 바로 인명공고예요.]
[인명공고, 이 경기 보면 팬티 갈아입어야 겠어요.]
[백현덕 감독이 학교에서 잘린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해야겠어 요. 잘리지 않고 2회전에서 만났 으면 저 선수들 백현덕 감독 버 프 오지게 받아서 버서커처 럼 날 뛸 것 아니겠어요?]
[지금도 날아다니는데 백 감독, 아니 백 새끼하고 붙었으면 슈퍼 맨 돼서 공 터뜨려 버리는 것 아 닙니까!]
대프리카에서 하는 축구 방송은 지금 전남에서 열리는 전국축구 대회를 방송하고 있었다.
방송국에서 방송할 정도의 규모 는 아닌 만큼 비제이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가서 방송하고 있 었는데, 화질이 상당히 좋고 앵 글도 잘 나오고 있었다.
원래 강진은 오늘 하루 쉬고 장 희섭이 뛰는 경기를 직관하려 했 었다.
하지만 소방서에 음식 봉사를 하느라 하루를 쉬었고 내일은 졸
업식에 가야 했다.
그럼 오늘까지 해서 세 번이나 가게 문을 닫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오늘 직관은 포기하고 집에서 보기로 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강상식이 대 프리카에서 유명한 축구 BJ를 섭 외해서 인터넷 방송으로 경기를 중계시켰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방송 장비와 직원들도 지원을 해 줘서 이렇게 화질과 구도가 좋은 것이다.
강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인명 공고에서 쪼옥 빨린 학생들을 레 드윙에서 데려다가 잘 키웠다는 홍보 효과와 그로 인한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레드윙에 지분은 없지만, 실력 있고 가난한 선수들을 강상식이 케어했다는 뉴스가 나와서 그룹 내에서 조금 인식이 좋아졌다.
그래서 그 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한 번 더 띄우기 위해 인 터넷 방송의 힘을 빌린 것이다.
인터넷 방송이라 그런지 BJ들의
말은 가감이 없었다. 백현덕 감 독은 분리수거도 안 되는 쓰레기 가 되어서 야무지게 욕을 먹고, 장희섭과 그 동료들은 비운의 천 재 선수처럼 포장이 되고 있었 다.
〈이야! 우리나라 수비 자동문이 라는 소리 들었는데, 장희섭 들 어오면 업그레이드되겠다.〉
〈수비도 좋은데 킥 한 번에 전 방으로 찔러주는 킬 패스도 죽인 다. 이건 수비와 공격력 둘 다
잡는 선수다.〉
〈우리나라에 이런 선수가 나타 났네.〉
〈상대 골키퍼 근처에 왔다 갔다 하는 키 큰 공격수도 잘해.〉
〈맞아. 저 녀석이 위치 선정을 기가 막히게 하니 장희섭 패스가 킬 패스가 되는 거야.〉
〈다른 애들도 잘하는데 확실히 저 둘이 눈에 띄네.〉
시청자가 워낙 많아서 채팅창 내용이 휘리릭 올라가 보기 어려 웠지만 대충 장희섭과 공격수가 잘한다는 내용인 것 같았다.
“강상식이 이번에는 일 잘 했 네.”
옆에서 밥을 먹고 있던 황민성 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황 민성은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러 왔다가 강진과 함께 축구 시합을 보고 있었다.
“애들 잘하죠?”
“잘하네.”
“형도 투자 좀 하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았다.
“해 줘?”
“농담이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돼지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며 TV를 보았 다.
“축구 유망주한테 투자하는 것 도 나쁘지는 않지.”
“ 진짜요?”
“잘나가는 축구 선수는 그 자체 만으로 기업과 같으니까. 게다가 그 선수로 인한 홍보 효과도 좋 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 때문에 해 주려는 것이면 안 해 주셔도 돼요.”
“너 때문에 관심 가는 것은 맞 는데…… 실력만 있으면 투자할 만하지. 내가 투자하는 회사들
인지도도 좋아질 수 있고.”
말을 하던 황민성이 TV를 보다 가 턱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괜찮은데? 불운을 이겨낸 스포츠 스타.”
마음에 든다는 듯 장희섭을 보 던 황민성이 핸드폰을 꺼냈다.
“난데, 레드윙 장희섭 선수 경 기 앞으로 세 개 정도 촬영해 서……
잠시 뭔가 생각을 하던 황민성 이 말을 이었다.
“미국 다니엘에게 보내. 그리고 어느 수준까지 성장 가능한지 알 아봐.”
그러고 전화를 끊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미국 다니엘요?”
“미국에서 스포츠 에이전시 하 는 녀석인데, 선수들을 잘 알아 보지.”
“스포츠 에이전시에도 투자하세 요?”
“돈 되는 건 다 하지.”
TV를 보던 황민성이 웃으며 말 했다.
“그리고 형 친분으로 투자하는 사람 아니다. 앞으로 세 경기 더 보고, 전문가 의견 받고 투자할 거야. 실력 안 되면…… 투자 철 회다.”
“실력 보고 결정하세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 민성이 TV를 보다가 말했다.
“어머니 요즘 하루에 한 시간씩 정신 차리신다.”
“잘 됐네요.”
“그래서 형이 자주 못 왔어. 언 제 정신 드는지 몰라서 집에서 일을 했거든.”
“그럼 집에 일찍 들어가셔야 하 는 것 아니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아침에 어머니 정신 차리는 것 보고 나온 거다.”
정말 잘 됐네요.”
황민성이 카운터에 놓인 옥난을 쳐다보았다.
“옥난이라는 게 정말 효과가 좋 나 봐.”
“저승에서 피는 난이라 조금 꺼 림칙하기는 해도 효과는 좋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그래서 뭐 좀 물어볼 겸 해서 왔어.”
“뭔데요?”
“옥난을 우리 연구실에서 좀 연 구해 보려고 하는데……
“연구실에서요?”
“어떠한 성분이 있어서 뇌에 좋 은 영향을 주는지 말이야. 옥난 의 성분만 잘 연구해서 결과만 나와도…… 치매 연구에 있어 커 다란 한 발자국이 될 거야.”
M...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 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치매 연구에 커다란 한 발자국
이 되는 건 좋지만…… 좀 위험 할 것 같은데요.”
“위험해?”
“저승에서 피는 난이라 저도 어 떻게 될지 몰라요.”
“그냥 연구실에서 연구하는데 위험할 것까지 있겠어?”
“그게......"
잠시 말을 멈췄던 강진이 말을 이었다.
“사실 저승의 물건들을 먹거나
접하면 귀신을 볼 수가 있어요.”
“귀신?”
무슨 말인가 싶던 황민성이 놀 라 말했다.
“귀신을 본다고?”
“옥난의 향을 맡는 것만으로는 귀신을 보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 세요.”
“그래?”
“향을 맡는 것 정도로도 귀신을 보게 된다면 옥난을 형 주지도
않았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겠지.”
“향을 맡는 건 괜찮은데, 옥난 을 연구한다고 째고 약품 바르고 하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가 없어요. 그래서 위험하다는 거예요.”
“근데…… 귀신을 보는 것이 그 리 위험한가?”
말을 하며 황민성이 옆을 보았
다.
옆에는 일회용 종이컵이 허공에 두둥실 떠 있었다. 배용수가 JS 일회용 컵에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컵이 두둥실 떠 있는 것을 봐도 놀라지 않는 것은, 귀신에 대한 공포감이 많이 옅어졌기 때문이 었다.
그리고 11시 이후에 귀신들과 함께 술을 마셔 보면 사람과 별 다를 것이 없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 공포 영화 보면 귀신들 나 오잖아요. 실제로 보면 그렇게 생겼어요.”
“무슨 소리야? 밤에 보면 멀쩡 하던데?”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 가게 안에서는 생전의 모 습을 해서 그렇고……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사지 는 멀쩡해 보여도 배용수의 눈과 코, 그리고 귀까지 모두 피를 질
질 홀리고 있으니…….
“지금 보면 무섭게 생겼어요.”
“그래?”
“저도 가끔 깜짝깜짝 놀라는 분 들도 있으니 말 다 했죠.”
“아……
“저야 이쪽 세상에 이미 손을 담갔고 이분들의 사정을 알지 만…… 일반인이 귀신을 보면 정 신병 걸릴 거예요.”
그러고는 강진이 황민성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옥난 자르고 연구하다 가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 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다가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알았다.”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화제를 돌렸다.
“내일 졸업식이지?”
“어떻게 아셨어요?”
“졸업식 시즌이기도 하고, 너도 4학년이라고 해서 너희 학교 졸 업식 알아봤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졸업식에는 갈 거지?”
“왜요? 안 갈 거라고 생각하셨 어요?”
“너라면 안 갈 수도 있다는 생 각을 했지.”
“왜요?”
“너는 이런 졸업식 같은 것 안 좋아할 것 같아서.”
“저를 잘 보셨네요.”
“그래도 졸업식에는 가. 사진도 찍고.”
그러고는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 다.
“네 덕에 학교 졸업식에도 가보 겠네.”
“안 가 보셨어요?”
“고등학교는 중퇴고…… 학교하 고는 친한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형이 내일 자장면 人} 줄게. 가 자.”
“제가 무슨 애도 아니고, 자장 면으로 설득을 하세요.”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갈게요.”
“가는 거야?”
“친한 사람이 없어서 안 가려고 했는데…… 자장면 사 준다는 사
람이 둘이나 있는데 가야죠.”
“응? 나 말고 또 있어?”
“학교생활 할 때 많이 도와준 형 한 명 있어요. 아! 내일 소개 해 드릴게요.”
“네가 소개해 줄 정도면 좋은 사람인가 보네.”
웃으며 황민성이 마저 밥을 먹 다가 TV에서 비제이가 외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골!]
[로스 타임에 터진 그림과 같은 골!]
[방금 슛은 완전 그림이네요. 희섭이의 롱 패스를 마루가 머리 만 살짝 댔는데 그게 골이에요. 축구 너무 쉽게 하는 것 아닙니 까?]
[우리 국민 청원이라도 해야 하 는 것 아닙니까!]
[국민 청원요?]
[희섭이 국대로 보내야죠!]
비제이들이 하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한 경기 보고 국대라…… 희섭 이 인기 좋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물었다.
“장희섭하고 연락하고 지내?”
“문자는 나누고 있어요.”
“붕 뜨지 말라고 해. 붕 뜨면 떨어지는 법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젓가락을 놓고는 말했다.
“내일 아침에 옷 보낼 테니까 그거 입고 가라.”
“옷요?”
“졸업식인데 이쁘게 입고 가야 지.”
웃으며 황민성이 몸을 일으켰 다.
“내일 보자.”
황민성이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米 * *
다음 날 아침, 강진은 황민성의 전화를 받고는 가게 앞으로 나왔 다.
띠링!
문을 열고 나오자 한 남자가 검
은색 슈트케이스를 내밀었다.
“황민성 사장님께서 보내셨습니 다.”
그것을 받은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구두입니다.”
남자가 구두 상자를 내밀자 강 진이 그것도 받았다.
“감사합니다.”
그러고 강진이 몸을 돌리려 할
때,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이거.”
강진이 그가 내민 손을 보았다. 손 위엔 차 키가 있었다.
“이건?”
“이거 타고 가시랍니다.”
그러고 남자가 찻길 쪽을 가리 켰다. 그곳에는 검은색 외제 스 포츠카가 주차되어 있었다.
“어?”
강진이 당황스러운 눈으로 차를
보았다. 옷이야 그냥 받는다 쳐 도 차는 너무 과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거절을 하려 할 때,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께서 주는 것은 아니고 오늘 깨끗하게 타라고 하셨습니 다.”
“아! 주는 것은…… 아니었군 요.”
머쓱해진 강진이 입맛을 다실 때, 남자가 품에서 메모지를 꺼 내 내밀고는 몸을 돌렸다.
그가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을 보 던 강진이 메모지를 펼쳤다.
〈김칫국 잘 마셨냐?
졸업식장에서 보자.〉
황민성이 보낸 메모지를 보며 피식 웃은 강진이 스포츠카를 스 윽 흩어보았다.
“살짝 마시기는 했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슈트와 구두를
들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졸업식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