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23화 (321/1,050)

322화

부웅!

강진의 차가 학교 주차장에 들 어서고 있었다.

“꽃 사세요!”

“꽃!”

주차장 곳곳에선 졸업식에 필수 라 할 수 있는 꽃을 팔고 있었 다.

아주머니들이 파는 것도 있고

학생들이 파는 것도 보였다. 아 무래도 졸업식 특수에 학교 후배 들이 용돈이라도 벌려고 꽃을 가 져다가 파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강진은 주차할 곳을 찾 아 주위를 서성이다가 입맛을 다 셨다.

‘차를 괜히 가지고 왔네.’

주차를 할 곳이 없었다. 확실히 졸업식에 참석한 가족들이 많다 보니 주차할 곳을 찾기 힘들었 다.

그에 강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 다가 한쪽 길가에 차를 세웠다.

원래는 주차 금지 구역이지만, 졸업식이라 학교에서 차를 세울 수 있게 해 놓은 곳이었다.

그곳에 주차를 한 강진이 차에 서 내렸다.

덜컥!

강진이 타고 온 차는 평소 그가 타고 다니던 것이었다. 황민성의 차가 너무 눈에 띄기도 하고, 막 상 타려니 너무 과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긁어먹기라도 하면 황민성 에게 미안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황민성이 타라고 준 차 는 가게 뒤에다 세워 놓고 자신 의 차를 끌고 온 것이다.

대신 황민성이 준 옷은 잘 차려 입고 온 강진이었다.

“그럼 졸업식 잘 하고 오세요.”

“졸업 축하드립니다.”

차에 붙어 있는 선주와 최훈의

축하에 강진이 웃으며 슈트 재킷 을 걸쳤다.

“감사합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강진의 모 습에 선주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잘 어울려요.”

“그래요?”

“네.”

선주의 말에 강진이 자동차 유 리에 자신을 비추어 보았다. 확 실히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머

리가 조금 어색했다.

지금 강진은 머리를 세팅한 상 태였다. 물론 강진이 한 것은 아 니었다.

평소에는 그저 손으로 스슥! 하 는 것으로 외출 준비 끝이었는 데, 오늘은 여자 귀신들이 헤어 제품으로 스타일을 잡아 준 것이 다.

그래서 어색했다.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손으로 만지려던 강진에게 선주가 말했

다.

“지금 딱 좋아요. 만지지 말아 요.”

선주의 말에 강진이 손을 내리 곤 입맛을 다셨다.

“정말요?”

“그래요. 가서 졸업식 잘 하세 요.”

“잘 하고 말고 할 것이 있나

요.”

웃으며 강진이 과사가 있는 곳

으로 걸음을 옮겼다.

심리학과 과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몇몇 후배들이 그를 보 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형 오늘 멋진데요?”

후배들이 하는 인사에 강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 고는 걸음을 옮겼다.

사실 지금 강진의 몸에 걸친 것

중 팬티 한 장 빼고는 다 황민성 이 보내 준 것들이었다.

슈트케이스 안에는 시계, 지갑, 벨트에 양말까지 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따로따로 주면 강진이 안 받을 것 같아서 슈트케이스 안에 다 넣어서 보낸 모양이었 다.

〈형한테 선물 들어온 건데 너 써라.〉

그래서 강진이 지금 입고 있는 제품들은 다 명품이었다. 명품에 대해 잘 모르는 강진이지만, 황 민성에게 선물로 들어오는 물건 들이 싸구려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황민성이 보냈기에 강진 은 모두 착용했다.

명품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오늘은 졸업식이기도 하니 멋을 낸 것이다.

부모님이 원했던 서신대를 졸업 하는 것이니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나 할까?

어쨌든 그래서 오늘 강진은 평 소와 좀 다른 모습이었다.

“강진 선배 아냐?”

“ 누구?”

“이강진 선배 말이야.”

“아…… 아! 오늘 추리닝이 아 니라서 못 알아봤다.”

“졸업식인데 추리닝 입고 오겠 냐? 그나저나 저렇게 입으시니 보기 좋네.”

“ 친해?”

“친할 것이 뭐 있겠냐? 수업 하 나 같이 들은 게 단데.”

“그나저나 저 형 졸업은 하네. 학교 다닐 때는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했다고 하던데.”

“저렇게 졸업할 필요가 있나 싶 다. 그냥 학비로 생활비 하는 게 더 나을 텐데.”

후배들이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 를 들은 강진이 어색함을 느끼고 는 서둘러 과사 안으로 들어갔

다.

과사 안으로 들어간 강진을 조 교를 하는 동기가 웃으며 맞이했 다.

“졸업하는구나. 축하한다.”

“고맙다.”

“취업 준비는 잘 돼가?”

“취업했어.”

“그래? 태광무역 인턴 한다더니 아예 거기 들어가기로 한 거야?”

“그건 아니고, 음식점에서 일

해.”

“음식점?”

“나중에 한번 밥 먹으러 와라.”

“우리 학교 나와서 무슨 음식점

O.. ”

“배고픈 사람 밥 주는 것, 얼마 나 좋냐.”

강진이 웃자 동기가 한쪽에서 졸업장을 뒤져 그의 것을 꺼내 내밀었다. 강진이 그것을 받아들 자, 동기가 종이와 펜 하나를 내 며 말했다.

“여기 사인.”

졸업장을 수령했음을 확인하는 내용의 서류에 강진이 서명을 하 려고 손을 내밀자, 동기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시계 좋다.”

동기의 말에 강진이 그냥 웃고 는 서명을 했다. 그런 강진에게 서 종이를 받은 동기가 말했다.

“시계 좀 봐도 되냐?”

“시계?”

“내가 시계 좋아하거든.”

동기가 자신의 손목을 들어 보 였다. 그의 손목엔 고급스러워 보이는 시계가 있었다.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 덕이고는 시계를 풀어 내밀었다.

강진이 준 시계를 받아 본 동기 가 귀에 대고 소리를 듣다가 고 개를 갸웃거렸다.

“이야…… 청아한 소리 째깍째 깍! 좋네. 이거 어디서 샀냐?”

“왜?”

“내가 이때까지 본 콘스탄틴 짝 퉁 중에 이런 건 없었어. 이 정 도면 S급인데. 이야! 강진이 큰 마음 먹었네.”

“무슨 소리야?”

“이 정도 짝퉁이면 돈백도 넘을 걸?”

시계를 보던 동기가 시곗줄을 보고는 혀를 찼다.

“이야, 이거 진짜 같네. 이거 어 디서 샀냐? 나 소개 좀 시켜 주 라.”

“산 거 아냐. 선물 받았어.”

“ 선물?”

의아해하는 동기를 보며 강진이 시계를 받아 손목에 차다가 문득 물었다.

“그래서 이거 비싼 거라고?”

“그 정도 짝퉁이면 백오십 정도 인데…… 백삼십이면 나는 살 용 의가 있다. 지금 바로 팔래?”

“선물 받았다니까.”

손목에 시계를 찬 강진이 물었

다.

“그런데 왜 가짜라고 생각해?”

“그거 진짜면 손목에 중형차 한 대 차고 다니는 건데…… 너 손 목 부러져.”

동기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 로 시계를 보았다.

“이게 중형차?”

“그거 진짜면 사오천 정도 할 걸.”

“우와.”

순간 강진은 손목이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자기도 모르게 소 매를 내려 시계를 숨겼다.

그 모습에 동기가 웃었다.

“가짜 티 안 나. 그냥 내놓고 차.”

동기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 셨다. 황민성이 준 건데 짝퉁일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손목에 중형차를 차 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보자.”

“아! 학사모하고 학사복은 안 필요해?”

“됐어.”

“그래도 왔으면 그거 입고 찍어 야 졸업식 느낌 나지.”

동기가 한쪽에 걸려 있는 학사 복을 가리키자, 강진이 그것을 보았다.

“필요하면 말해. 내가 스윽 해 줄 테니까.”

동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 으며 졸업장을 들었다.

“난 이거면 됐다. 간다.”

과사를 나온 강진이 곧 임상옥 연구실로 향했다.

“어! 졸업 축하해요!”

“그래. 너도 축하한다.”

“형! 이야! 옷 좋네요!”

“그래. 너도 오늘 옷 좋다.”

같이 졸업하는 후배들 중 대부 분은 강진이 모르는 애들이었지 만, 같이 수업을 들었던 몇몇 후 배들이 바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

를 했다.

“강진 형!”

임상옥 연구실을 향해 가던 강 진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말끔하게 생긴 청년이 그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이라 누군가 싶 을 때 청년이 웃으며 다가왔다.

“이야! 형 옷 좋네요!”

“그…… 미안한데, 형이 오랜만 에 학교를 와서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아! 저 정수예요. 오정수.”

“오정수?”

의아한 듯 그를 보던 강진이 힐 끗 그 옆을 보았다. 오정수 옆에 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귀신이 서 있었다.

머리를 크게 다친 듯 피가 줄줄 흐르는 중학생 귀신의 모습에 강 진이 입맛을 다셨다.

‘지박령……

오정수의 옆에 서 있는 것은 지 박령이었다.

강진이 지박령을 볼 때, 오정수 가 말했다.

“형 정말 오랜만이네요. 보고 싶었습니다.”

친한 척을 하는 오정수의 모습 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래. 오랜만이다.”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은 애이

니 친한 것은 아닐 테지만, 이렇 게 반가워하는데 모르는 척하는 것도 민망하니 말이다.

다만…….

‘얘 뭔가 이상한데.’

사람이 뭔가를 좋아하거나 좋아 하는 것을 보게 되면 동공이 확 장된다.

감정에 기복이 있을 때도 마찬 가지다. 반가움도 감정의 기복이 니 눈동자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 데 오정수의 눈동자에는 전혀 그

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눈은 전혀 반가워하지 않는 데…… 왜 이러는 거야?’

“이따 애들하고 술 마실 건데 같이 하시죠.”

“술?”

“졸업하시면 이제 보기 어려우 니까, 같이 한잔해야죠.”

오정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러고 강진이 몸을 돌리려 하 자 오정수가 급히 말했다.

“형, 그럼 이따 다섯 시에……

“강진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은 자신을 보고 있는 최광현을 발견했다.

“그럼 다음에 보자.”

오정수에게 인사말을 건넨 강진 이 최광현에게 다가갔다. 강진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최광현이 힐끗 오정수를 보고는 말했다.

“쟤하고 친해?”

“아뇨.”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해?’’

“그냥 와서 말 걸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오정수를 보았다. 오정수는 이쪽을 보다가 최광현의 시선에 작게 고개를 숙 이고는 몸을 돌렸다.

그런 오정수를 보며 최광현이 눈을 찡그렸다.

“저거 개자식이야.”

“네?”

지금껏 후배들을 나쁘게 말한 적이 없던 최광현이었기에, 강진 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왜요?”

“어쨌든 저놈하고 말 섞지 마 라. 저거 인간 말종에 개 호로 잡놈의 새끼야.”

그러고는 최광현이 연구실로 들 어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들 어갔다.

연구실 안에서는 늘 보던 후배

들이 뭔가 서류를 펼쳐 놓고 보 고 있었다.

“형 오셨어요?”

“오셨어요.”

후배들의 인사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는 말했다.

“밥 먹으러 와.”

“요즘 애들 바빠서 밥 먹을 시 간도 없다.”

“바빠요?”

“최호철 씨가 가져다준 정보들

취합해서 여기서 쓸 수 있게 설 정해야지.”

“아......"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귀신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보 자체가 귀신에게 들은 것 이라, 어디에서 들었냐고 했을 경우 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호철이 가져온 정보들 을 여기서 쓸 수 있게 가공을 하

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강진이 최광현 을 보았다.

“그런데 오정수는 왜요?”

강진의 말에 후배 중 한 명이 그를 보았다.

“오정수요?”

“너도 알아?”

“그 새끼 개새끼예요.”

“네 선배 아냐?”

“선배면 뭐 개새끼가 사람 새끼

되나요?”

평소 조용한 성격의 후배가 이 렇게까지 말하는 것에 강진이 그 를 보다가 말했다.

“어떤 앤데?”

“굳이 알 필요 없는 놈이에요.”

“궁금하다.”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말했다.

“부모 잘 만나서 부모 돈으로 학교 다니는 새끼.”

“돈 있는 애들 우리 과에도 꽤

있잖아요.”

서신대에 다니는 학생 중에는 부자들도 꽤 있었다. 한국 최고 의 명문 대학교라는 이름답게 부 잣집에서 많이들 보내는 것이다.

“그거 하고는 달라. 애가…… 개자식이야.”

말을 하던 최광현이 신경질적으 로 고개를 저었다.

“그 새끼 이야기하지 마. 기분 더럽다.”

최광현이 기분 나빠하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 였다.

“알겠어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어쨌든 그 새끼 다음에 아는 척하면 그냥 쌩 까라. 엮여서 좋 을 것이 하나도 없는 놈이다.”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 쪽을 보았다.

‘그런 놈이 왜 나한테 아는 척 을 한 거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문이 열리며 임상옥이 들어왔다.

“교수님.”

강진이 고개를 숙이자 임상옥이 그를 보고는 웃었다.

“졸업식이라고 옷에 힘 좀 줬구 나.”

“조금…… 어색하네요.”

“잘 어울린다.”

그러고는 임상옥이 말했다.

“강진이 졸업도 했는데 자장면

먹어야지.”

말을 하며 임상옥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최광현에게 건넸다.

“자장면하고 탕수육하고 고량주 도 몇 잔 해라.”

“감사합니다!”

임상옥이 주는 카드를 환하게 웃으며 넙죽 받는 최광현의 모습 에 강진이 말했다.

“교수님도 같이 드시죠.”

“됐다. 대신 사진이나 찍자.”

임상옥이 강진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는 최광현을 보자 그가 핸 드폰을 꺼내 후배에게 내밀었다.

“자! 행사 시작하자!”

최광현의 말에 후배가 급히 핸 드폰을 받자 다른 후배가 한쪽에 서 꽃다발을 들고 왔다.

“선배님 졸업 축하합니다!”

“졸업 축하합니다!”

후배들의 외침과 꽃다발에 강진 이 피식 웃었다.

“민망하게 뭘 이런 걸……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웃으며 꽃다발을 받았다.

“원래 이런 건 다 민망한 거야. 그래도 이걸 해야……

최광현이 꽃다발을 내밀었다. 강진이 웃으며 그것을 받자, 최 광현이 말했다.

“졸업식 느낌이 나지. 졸업 축 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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