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화
태광무역 손님들이 일어났다.
“오늘도 잘 먹고 가.”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손을 닦 으며 홀로 나왔다.
“단골들 입맛에 맞게 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맛있어.”
이상섭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 우리 다음 주에 신입 들어 와.”
“그래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임호진을 보았다.
“과장님 꼭 오는 거죠?”
“이번에는 꼭 와야지. 상섭이 대리 달고도 막내 할 수는 없잖 아.”
태광무역 입사 시험을 치른 직 원들이 다음 주에 부서 발령이 나는 것이다.
이번에는 꼭 신입 사원이 자기 밑으로 들어오기를 바라는 이상 섭이었다.
“제가 잘 가르칠 테니 꼭 좀 데 려와 주십시오.”
동기들은 후배들 여럿 두고 있 는데 자신만 막내다 보니 제대로 된 후배를 두고 싶은 그였다.
그러다가 이상섭이 강진을 보았 다.
“내가 잘 가르쳐 놓은 네가 회 사에 남았어야 했는데.”
“강진 씨가 회사에 남으면 우리 점심은 어떻게 해요?”
최미나가 웃으며 하는 말에 이 상섭이 한숨을 쉬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러고는 이상섭이 웃으며 주위 를 둘러보았다.
“하긴 직장인 월급보다야 여기 가 훨씬 낫기는 하겠다.”
“우리 같은 직장인하고 같나. 강진이는 사장님이잖아.”
임호진도 동감이라는 듯 하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요즘 자영업자들 힘들어 죽겠 다는 뉴스 안 보셨어요? 저도 참 고생이 많습니다.”
“너도 힘들어?”
이상섭이 걱정스럽게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죠. 어서들 가세요.”
“그래. 잘 먹었어.”
말을 하며 직원들이 나가다가 문 앞에 서 있는 이유비와 도영 민을 보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 다.
식당에서 몇 번 마주치다 보니 눈인사 정도는 하는 것이다.
“오늘 갈치조림 맛있습니다.”
“이런 정보도 주시고 고맙습니 다.”
“손님들 기다리니 빨리들 나오 지?”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서둘러
나가자, 이유비와 도영민이 가게 안을 슬쩍 보았다.
“이 사장님, 들어가도 됩니까?”
“들어오세요.”
서둘러 그릇들을 치우며 강진이 말하자 이유비와 도영민이 들어 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도영민이 강진이 든 쟁 반에 식탁에 있는 그릇들을 같이 올렸다.
“고맙습니다.”
강진이 서둘러 그릇들을 주방으 로 옮기자 배용수가 그것들을 싱 크대에 놓았다.
그에 강진이 서둘러 행주를 챙 겨서는 홀로 나왔다. 식탁을 빠 르게 닦으며 강진이 말했다.
“갈치조림 무와 감자, 두 종류 가 있는데 어떤 걸로 드릴까요?”
“둘 다 먹을 수는 없습니까?”
“그럼 무와 감자 하나씩 드릴 테니 나눠 드시겠어요?”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
고 무 좀 많이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웃으며 강진이 행주를 주방에 가져다 놓고는 메뉴를 말했다.
“아! 그리고 무를 좀 많이 달라 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에 있는 통에서 무 조림을 꺼내 양은 냄비에 더 넣고는 불을 올렸다.
“일단 다 드시고 나면 무 조림 더 드린다고 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끓고 있는 갈치 조림엔 무가 정량으로 들어가 있 다. 여기에 새로운 무를 넣었다 간 이미 들어가 있던 무와 맛도 다르고 양념도 잘 안 먹을 터였 다.
“알았어.”
배용수가 감자와 무가 든 갈치 조림을 쟁반에 올리자 강진이 그 것을 홀로 서빙했다.
“음식 나왔습니다.”
“바로 나옵니다?”
주문과 함께 음식이 나오는 것 에 이유비가 놀라 물었다. 평소 에도 음식이 빠르게 나오는 편이 기는 했지만 이건 많이 빨랐다.
음식을 놓으며 강진이 말했다.
“갈치조림의 무와 감자는 좀 오 래 익혀야 양념도 잘 먹고 맛있 어서 미리 끓여 놓고 있습니다. 갈치조림은 주문받고 요리 들어 가면 오래 걸리거든요.”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직장인들 점심시간은 아주 소 중하니까요.”
“그건 그렇지요.”
웃던 이유비가 물었다.
“그런데 손님 안 오시면 어떻게 하려고요?”
“요즘 저희 가게 입 소문 좀 타 서 점심때는 장사 잘 되거든요.”
“그래도 남으면?”
“남으면…… 손님들께 좀 더 많
이 드리면 되죠.”
“그 말도 맞네요.”
남아서 버리느니 손님들에게 인 심 한 번 더 베풀면 되는 것이 다.
“끓이던 것에 무를 더 넣으면 간이 안 밸 것 같아서 따로 지금 끓이고 있습니다. 다 드시기 전 에 가져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이유비가 웃으며 갈치조림에서 무를 건져 젓가락으로 갈랐다.
스륵!
마치 묵을 가르는 것처럼 스르 륵 잘리는 무에 이유비가 입맛을 다시고는 그것을 들어 입에 넣었 다.
“음…… 맛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이유비가 미소를 짓는 것에 강 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으로 들어가 반찬들을 정리 하던 강진이 힐끗 옆을 보았다.
도영민의 할머니가 어느새 주방 에 들어와 보글보글 끓는 갈치조 림을 보고 있었다.
“좀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입맛을 다셨다.
“난 고등어조림이 더 좋은데.”
“저희 가게 저녁에 오시면 좋은 데……
“그…… 현신한다는 거지?”
“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홀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젓더니 갈치조 림을 보았다.
도영민의 수호령이니, 도영민이 저녁에 여기에 오지 않는 이상 현신해서 저승식당에 손님으로 올 수 없었다.
입맛을 다시며 갈치조림을 보던 할머니가 말했다.
“그거라도 줘.”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양은 냄비를 꺼내 놓았다.
“밥도 드릴까요?”
“그럼 이 짠 것을 그냥 먹으라 고?”
한 마디를 해도 그냥 말하지 않 는 할머니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으며 밥을 꺼내주었다.
“국그릇도 줘.”
강진이 국그릇을 주자 할머니가 스윽 밥을 덜어서는 말했다.
“물 말아 먹을 거니 물도 주 게.”
강진이 밥에 물을 붓자 할머니 가 양념을 떠서는 입에 넣었다.
“양념 잘 했네.”
“입에 맞으세요?”
무를 잘라 입에 넣은 할머니가 중얼거렸다.
“맛은 있네.”
칭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투덜 거리는 듯한 할머니의 모습에 강 진이 피식 웃었다.
‘몇 번을 봐도…… 성격 참 특
이하시네.’
속으로 중얼거리던 강진이 슬며 시 말했다.
“할머니.”
“왜‘?”
“친구 많이 있으셨어요?”
“ 친구?”
“친구 없으셨죠?”
강진의 농에 할머니가 그를 쏘 아보았다.
“훙! 나도 친구들 있었어. 다들
어찌나 나한테 잘 하는지. 김장 철에는 우리 집에서 김치를 안 담가도 냉장고에 김치가 가득가 득했어.”
“다 친구들이 가져다주셔서요?”
“그렇지.”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러시군요.”
“그럼. 나도 친구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웃으며 할머니가 갈치를 갈라
속살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 고는 흐뭇하게 웃다가 한숨을 쉬 며 홀을 보았다.
“내 고등어조림도 맛있는데
“음식 해 주고 싶으세요?”
“손주한테 밥 한 번 못 해 줬으 니까.”
아쉬워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강 진이 웃었다.
“고등어조림에 무슨 비결이라도 있으세요?”
“고춧가루가 중요해.”
“고춧가루요?”
“매운 고춧가루로 해야 칼칼하 고 아주 맛이 있거든. 태안 고춧 가루를 써야 맛이 좋아. 아! 그 리고 꿀을 넣어야 해.”
“꿀.”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꿀을 떠올리다가 말했다.
“저희 집에 좋은 석청 있는데.”
“석청?”
“강원도 산골에 있는 절벽 사이 에서 사는 벌이 만든 석청입니 다.”
“귀한 거네.”
말을 하며 할머니가 호기심 어 린 눈으로 보자 강진이 냉장고에 서 석청이 담긴 통을 꺼냈다.
벌집 상태로 들어 있는 석청을 본 할머니가 감탄을 토했다.
“이거 정말 좋은 거네.”
“알아보시네요.”
“그럼. 명절날에 우리 집에 이 런 선물 많이 왔거든. 색깔이 시 꺼먼 것 보니 이삼십 년은 족히 숙성된 거네. 이건 꿀이 아니라 약이야, 으f.”
할머니가 석청을 보며 하는 말 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 한 물에 석청을 타서는 밥 옆에 놓았다.
“후식으로 드세요.”
“이따가 우리 영민이하고 어르 신도……
좋은 것을 보니 도영민과 이유 비에게 먹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럴게요.”
“고마워.”
그러고는 할머니가 석청을 보다 가 입맛을 다시고는 밥에 무를 올려 먹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하나둘씩 나가며 가게 안이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한끼 식당도 그렇고 주변 식당들은 대 부분 점심 직장인들을 상대로 영
업을 한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 시부터 바쁘고 1시쯤 되면 한산 해진다.
정해진 점심시간이 있는 직장인 들은 오래 기다려서 먹을 수 없 으니, 12시 반 정도 되면 대부분 다 식사를 마치고 들어가는 것이 다.
그래서 지금 식당에는 두 테이 블 정도만 남아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이 웃으며 일어나는 손님들 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다 손님 중 한 명이 밥값을 내고는 웃으 며 말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그러게요. 잘 드시더라고요. 그 리고 잠시만요.”
강진이 주방에서 검은 봉지를 내밀었다.
“이거 가져가세요. 무 조림 좀 챙겼습니다.”
“너무 자주 챙겨 주셔서…… 미 안하네요.”
“사모님이 저희 반찬 좋아하신 다면서요. 그리고 무 조림만 조 금 넣었어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웃으며 봉 지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는 사람들 과 함께 나가자 강진이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손님한테 음식도 주고 그러십
니까?”
물에 밥을 말고는 그 위에 무 조림을 올려 먹던 이유비의 물음 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이 갱년기라 입맛이 없 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번 에 한 번 같이 오셨는데 돌아가 신 엄마 맛이라고 우셨던 것이 생각이 나서…… 가끔 반찬 보내 주고 있습니다.”
“반찬이라……
이유비가 강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음이군요.”
“마음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그 냥 맛있는 반찬이죠. 그리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무 조림이 좀 남기도 했고요.”
“하! 아까 말을 한 인심이군요.”
“음식 장사 하면서 음식 아끼면 장사 접어야죠. 아! 좀 싸 드릴 까요?”
“아이고! 그러면 저야 감사하지 요. 하하하!”
이유비의 웃음에 강진이 마주 웃으며 그릇들을 마저 정리한 뒤 석청을 따뜻한 물에 타서는 가지 고 나왔다.
“후식으로 좀 드세요.”
“이건 뭐죠?”
“강원도에서 가져온 석청입니 다.”
“석청이라. 좋군요.”
웃으며 석청차를 보며 이유비가 말했다.
“그런데 석청 복용 방법…… 아 십니까?”
“따로 복용하는 방법이 있나 요?”
“석청은 공복에 생으로 한 숟가 락 떠먹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요?”
이유비의 말에 강진이 석청차를 보며 말했다.
“저는 그냥 차처럼 물에 타 먹 거나, 음식에 넣어 먹었는데.”
“이 귀한 석청을 음식에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유비 가 웃었다.
“앞으로는 공복에 물 한 잔 드 시고 한 숟가락 드십시오. 몸에 좋습니다.”
“잘 아시네요?”
“나이가 나이다 보니 몸에 좋다 는 것은 찾아서 먹게 되더군요.”
웃으며 이유비가 석청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진한 것이 좋네요.”
이유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힐끗 할머니 귀신을 보았 다.
할머니 귀신도 어느새 도영민 옆에 서 있었다.
그 할머니 귀신을 보던 강진이 도영민을 보았다.
“부모님은 잘 지내세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몸은 괜찮으시죠?”
강진의 말에 도영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건강하십니다.”
“언제 한번 들러 주세요. 제가 맛있는 음식 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꼭 한 번 들러 주세요. 제가 해 드리고 싶은 음식이 있습니다.”
“음식요?”
“꼭 들러 주세요.”
강진의 말에 도영민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에게 말씀 드리겠습니 다.”
“맛있는 음식 해 드리겠다고 꼭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도영민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 이 할머니를 보았다.
‘맛있는 식사 꼭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