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화
이강혜의 발밑에서 노는 고양이 를 보던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날씨가 풀려서 애들도 좀 살기 좋아지겠네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작게 한 숨을 쉬고는 말했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 운 대로 애들이 고생이 많죠. 그 래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람들 이 오고 가면서 먹을 것 던져 주
고 하니 애들한테는 좀 낫겠죠.”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힐끗 고양이를 보았 다.
‘어제 죽었나?’
어제 아침에는 보지 못했으니 그 이후에 죽어서 이강혜를 따라 다니는 것 같았다.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 일요?”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는 것 같
아서요.”
강진이 고양이 귀신을 보았다. 아는 고양이가 죽었으면 이강혜 에게는 일이 될 것이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업 하다 보면 안 좋은 일이 야 늘 있죠.”
“그럼 다른 일은 없으세요?”
“딱히 없네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양이를 보았다.
‘뭐지?’
이강혜에게 붙어 있기에 아는 고양이 귀신이라 생각을 했는데, 말을 들으니 그녀가 아는 고양이 가 아닌 것 같았다.
‘아니면 죽은 것을 모르시나?’
그에 이강혜를 보던 강진이 다 시 고양이 귀신을 보았다. 강진 의 시선에 고양이가 날카로운 눈 으로 그를 보았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슬며시 발을 들어 강진의 발을 톡톡 쳤다.
그에 강진이 슬쩍 발을 당기자 고양이가 훌쩍 뛰어서는 정자 위 로 올라왔다.
고양이답게 날렵하게 뛰어 오른 고양이는 강진을 보다가 그의 손 을 발로 꾸욱! 꾸욱! 눌렀다.
‘아까는 날을 세우더니…… 지 금은 놀자는 건가?’
그에 강진이 손가락으로 슬쩍슬 쩍 발을 툭툭 치자 고양이가 깜
짝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러고는 크게 울었다.
냐옹! 냐옹! 냐옹!
뭔가 다급하게 우는 고양이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 다.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듣는 강진 의 모습에 고양이가 훌쩍 정자 밑으로 내려가더니 한쪽으로 몸 을 날렸다.
냐옹!
그 모습에 강진이 의아해할 때, 고양이가 다시 정자 위로 올라왔 다가 도로 뛰어내렸다.
냐옹!
‘혹시 따라오라는 건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배용 수가 말했다.
“따라오라고 하는 것 같지 않 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그렇지?’
강진의 시선에 담긴 뜻을 읽은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몸을 일 으켰다.
“이제 그만 가지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리고 강진이 고양이가 있는
곳을 보고는 뛰려고 하자 이강혜 가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쪽으로 가세요? 안 가세 요?”
늘 여기서 만나면 다시 공원 밖 으로 같이 나갔는데, 지금은 오 히려 안으로 가니 의아한 것이 다.
“날씨 좋아서 좀 뛰려고요.”
“그래요. 내일 봐요.”
이강혜가 손을 흔들며 하는 말 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
양이를 보았다.
뒤를 돌아보고 있던 고양이가 강진을 보고는 땅을 박찼다.
파앗!
빠르게 뛰어가는 고양이의 모습 에 강진이 그 뒤를 빠르게 쫓았 다.
하지만 야생 고양이의 뛰는 속 도를 강진이 감당할 수가 없었 다.
뛰다 돌아보고, 다시 뛰다 돌아 보길 반복하며 자신이 오기를 기
다리는 고양이의 뒤를 따라간 강 진은 곧 한 나무 밑에 설 수 있 었다.
냐옹! 냐옹!
나무 밑에서 우는 고양이를 보 던 강진이 주위를 보았다. 그의 눈에 한쪽에 놓여 있는 고양이 사료가 보였다.
여기는 강진도 익숙한 곳이었 다. 이강혜가 가끔 일이 바쁘면 강진에게 자신이 놓고 간 사료 통 수거를 부탁했는데, 그 통을 두는 곳 중 한 곳이 바로 여기였
다.
“네가 여기서 밥 먹던 녀석이구 나.”
강진의 말에도 고양이는 연신 냐옹, 하며 나무 밑을 보고 있었 다.
그에 강진이 의아한 듯 고양이 를 보다가 몸을 숙여 나무 밑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나무 밑에 있는 작은 구멍이 보였다.
“여기 보라는 거야?”
냐옹!
강진의 말에 고양이가 굴로 몸 을 밀어 넣었다. 구멍이 작아서 들어가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도 고양이는 미끄러지듯이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저 작은 구멍을 들어가네.’
강진이 고양이가 들어간 구멍을 보았다. 어두컴컴한 구멍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에 강진이 구멍을 보다가 핸 드폰을 꺼내서는 플래시를 켰다. 그리고는 동영상 촬영 모드를 켜 곤 굴 쪽에 카메라를 가져다댔
다.
그러자 화면에 고양이의 모습이 보였다.
냐옹…….
냥! 냥! 냥!
플래시 불빛에 고양이들이 놀란 듯 작은 울음소리를 마구 내뱉었 다.
“어?”
굴속을 보여주는 화면엔 누워 있는 고양이와 아주 작은 솜뭉치
같은 새끼들이 있었다.
냥.
작은 울음을 토하며 누워 있는 고양이의 젖에 입을 대고 있는 새끼 고양이들을 본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냐옹! 냐옹!
그때 강진의 귀에 낮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양이 귀신 이 어느새 밖으로 나와 강진의 팔을 손으로 긁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고양이 귀신을 보
았다.
냐앙!
다시 크게 우는 고양이를 보며 강진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진의 손길에 고양이가 홈칫 놀란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가 슬며시 고개를 숙였다.
그에 강진이 고양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애들이 걱정이 돼서…… 못 갔 구나.”
아기 고양이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고양이가 바로 이 고양이 귀신이었다.
냐옹.
작게 울며 고양이가 구멍을 바 라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 일단 애들 배고플 테니 까 빨리 구하자.”
그러고는 강진이 굴 안으로 손 을 집어넣으려 했다. 하지만 구 멍이 좁아서 강진의 손이 들어가
지를 않았다.
‘손도 안 들어가는데 얘는 어떻 게 들어간 거야?’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이 손을 몇 번 더 힘 줘 넣다가 눈을 찡 그리며 손을 빼냈다.
아무래도 손이 커서 안 들어갈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아직 안 가셨을 거야.”
그러고는 강진이 이강혜에게 전 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저기, 여기 공원 화장실 근처 에 있는 나무인데요. 아! 이 사 장님이 고양이 사료 놓는 곳이 요.”
강진이 빠르게 말을 하자 이강 혜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었 다.
[무슨 일이에요?]
“여기 나무 밑에 새끼 고양이들 이 갇혀 있어요.”
[새끼 고양이요? 그럼 그냥 두
세요.]
그냥 두라는 말에 강진이 핸드 폰을 보았다.
“그냥 두라고요?”
[우리 눈에야 갇힌 것처럼 보이 지만 애들은 알아서 잘 나와요. 그리고 새끼 고양이 근처에 엄마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강진 씨 가면 엄마 고양이가 알아서 꺼낼 거예요. 아! 그리고 새끼 고양이 괜히 만지지 마세요. 사람 냄새 묻으면 엄마 고양이가 안 키우기 도 하고 심하면 물어 죽이기도
해요.]
“저기, 그런 것이 아니라 고양 이 소굴인 것 같은데 엄마 고양 이가 죽고 애기들만 있어요.”
강진의 말에 잠시 말이 없던 이 강혜가 이어 말했다.
[지금 갈게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굴을 보았다. 자신의 손은 커서 못 들어가지만 이강혜 의 손은 작으니 안에 충분히 들 어갈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굴 안을 보다가 주 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한쪽 에서 돌을 하나 주어서는 굴 주 변의 땅을 파기 시작했다.
날씨가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아 직은 저녁과 새벽은 추워서 그런 지 땅이 단단해서 잘 파이지 않 았다.
게다가 돌도 불편하고…….
그렇게 땅을 파고 있을 때 이강 혜가 남자와 함께 급히 달려왔 다.
“헉 헉헉!”
급하게 뛰어왔는지 이강혜가 거 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 어…… 헉! 어디에요?”
강진이 나무 밑 굴을 가리키자, 이강혜가 몸을 숙이려 했다. 그 에 같이 온 남자가 급히 슈트 상 의를 벗어 바닥에 깔았다.
도원규 실장의 행동에 이강혜가 별말 없이 몸을 숙여 굴속을 보 았다.
굴 안은 어두웠기에, 강진이 핸
드폰으로 플래시를 켜서는 안을 비추어 주었다.
“어머…… 호랑고양이가……
“아시는 고양이세요?”
“얘가 성격이 강해서 제가 호랑 이라고 불렀거든요.”
안쓰러운 목소리로 굴 안을 보 던 이강혜가 한숨을 쉬었다.
“어제만 해도 사료를 다 먹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애 엄마가 죽어서 애들이 우유
를 못 먹었을 겁니다. 어서 꺼내 야 할 것 같습니다. 손 들어가시 겠어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조심히 손을 넣으려 하자, 도원규가 말 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실장님 손이 커서 안 들어갈 것 같아요.”
그러고는 이강혜가 소매를 걷고 는 조심히 손을 밀어 넣었다. 구 멍이 작아 좁기는 했지만 이강혜
의 손이 안으로 조금씩 들어갔 다.
“닿았어요.”
“다행이네요.”
그러고는 이강혜가 손을 빼려다 가 눈을 찡그리며 멈췄다.
“이거…… 안 되겠어요.”
“왜요? 안 잡히세요?”
“아니, 애는 잡았는데 주먹을 쥔 상태로는 손이 안 빠질 것 같 아요.”
“아......"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손을 펴고 넣을 때에는 들어가 도, 손에 고양이를 쥐고 빼려고 하면 걸리는 것이다.
“구멍을 더 파야겠어요.”
그러고는 이강혜가 도원규를 보 았다.
“삽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이강혜의 말에 도원규가 말했
다.
“잠시 제가 보겠습니다.”
도원규의 말에 이강혜가 일어나 자, 도원규가 구멍을 보다가 주 머니에서 다목적용 칼을 꺼내 들 었다.
그러고는 칼을 꺼내서는 땅을 찍었다.
파앗! 파앗! 팟!
땅을 이리저리 쑤시고 찌르던 도원규가 칼을 찔러 넣고는 사선 으로 잡아당겼다.
후드득! 후드득!
땅이 조금씩 파내지자 도원규가 구멍을 보고는 몸을 비켰다.
“이제 되실 겁니다.”
도원규가 비켜나자 이강혜가 손 을 집어넣었다.
“됐어요.”
그러고는 이강혜가 아기 고양이 를 살며시 잡았다.
냥! 냥!
그와 동시에 굴속에서 작은 울
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됐어요.”
그러고는 이강혜가 아기 고양이 를 조심스럽게 꺼내자 강진이 입 고 있던 잠바를 급히 벗어 아기 고양이를 감쌌다.
이강혜가 한 마리를 마저 꺼내 자 강진이 두 마리를 잠바에 감 싸 품에 안았다.
그러고도 이강혜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스윽!
이강혜의 손에서 다시 어린 아 기 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세 번째 아기 고양이를 본 이강 혜가 작게 탄식을 토했다. 잡을 때부터 차가운 느낌에 불안했는 데…….
혀를 내밀고 있는 것이 이미 죽 어 있었다.
죽은 새끼 고양이가 나오자 어 미 고양이가 크게 울음을 토했 다.
냐앙! 냐앙!
서글프게 들리는 어미 고양이의 울음에 강진이 한숨을 쉴 때, 이 강혜도 어쩔 줄 몰라 하며 아기 고양이의 시신을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말했다.
“일단 애들을 병원으로 데려가 야 할 것 같습니다.”
슬퍼할 시간이 없다는 강진의 말이었다. 그에 이강혜가 한숨을 쉬고는 아기 고양이 시신을 강진
에게 내밀자, 강진이 잠바 속에 아기 고양이 시신을 담았다.
그에 살아 있는 고양이들이 죽 은 형제의 냄새를 맡고는 작은 혀를 내밀어 핥았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이강혜 가 굴속에서 어미 고양이 시신을 꺼내려 하자 그녀를 말렸다.
“그냥 두세요.”
“이렇게 두라고요?”
“어차피…… 흙이 될 아이 입니 다. 제가 다음에 와서 흙으로 입
구 잘 막을게요. 병원부터 가시 죠.”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구멍을 잠시 보다가 무릎을 꿇고는 파낸 흙을 구멍 안으로 밀어 넣어 구 멍을 막았다.
“ 가죠.”
이강혜가 서둘러 공원 밖으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이강혜가 자신의 차 문 을 열고는 강진을 보았다.
“여기서부턴 제가 할게요.”
“아닙니다. 저도 같이 구했으니 병원까지 같이 가겠습니다.”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뒷 문을 열어주자 강진이 차에 탔 다.
타앗!
그런 강진의 무릎 위로 어미 고 양이가 폴짝 뛰어 올라앉았다.
‘그래. 너도 같이 가자.’
그러고는 강진이 차 밖에 있는
배용수를 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 였다.
“점심 준비하고 있을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이강혜가 뒷좌석 에 급히 타고는 도원규에게 말했 다.
“도곡동 소 선생님 병원으로 가 죠.”
이강혜의 말에 도원규가 차를 출발시키자 강진이 그녀를 보았 다.
“도곡동이면 전에 본 소기진 선 생님 병원인가요?”
“기억하시네요?”
“좋으신 분이라 기억이 남네 요.”
보기 쉽지 않은 강아지 귀신을 둘이나 수호령으로 두고 있는 분 이라 기억에 남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