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44화 (342/1,050)

343 화

쇼핑백을 들고 허종무와 함께 추모원 안으로 들어간 강진은 일 전에 보았던 직원이 자리하고 있 는 것을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직원도 그를 기 억하는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 않아도 연락 받았습니 다. 잘 되셨네요.”

직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 개를 끄덕이고는 쇼핑백을 카운 터에 올려놨다.

“김밥을 좀 만들어 왔습니다.”

“김밥요?”

“제가 음식점을 해서요. 간단하 게 김밥을 좀 만들었습니다. 점 심에 드세요.”

강진의 말에 직원이 쇼핑백을 보다가 웃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하게 끓인 된장국도 있으니 속 편하실 거예요.”

“잘 먹겠습니다.”

기분 좋은 얼굴로 직원이 쇼핑 백을 카운터 밑에 놓았다. 그러 고는 허종무를 보았다.

“허종무 씨?”

“네.”

“신분증 확인하겠습니다.”

허종무가 신분증을 주자 직원이 그것을 확인하고는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그거 작성해 주시면 됩니다.”

허종무가 서류를 작성해 내밀자 직원이 카운터 밑에서 공구 통을 꺼내서는 말했다.

“올라가시죠.”

직원의 말에 허종무와 강진이 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곧 선주와 최훈의 유골함 앞에 도착 하자, 직원이 손에 하얀 장갑을 끼고는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리고는 유골함 앞에 머리를

숙였다.

잠시 묵념을 하며 고인에게 예 를 보이는 직원을 보던 허종무가 유골함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밖에 있겠습니다.”

“안 계시고요?”

“미운 놈 봐서 뭐하겠어요.”

한숨을 쉬며 허종무가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직원을 보았다.

“여기 얼마나 걸리나요?”

공구함을 열어 뭔가 물건들을 꺼내던 직원이 강진의 물음에 케 이스를 보고는 말했다.

“10분 정도 걸립니다.”

직원의 말에 강진이 허종무에게 다가갔다.

“저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허종무가 힐끗 직 원을 보고는 말했다.

“담배 한 대 하면서 이야기하 죠.”

허종무가 밑으로 내려가자 강진 이 그 뒤를 따라 내려갔다.

건물 밖에 있는 휴게실에서 담 배를 꺼내 무는 허종무의 모습에 최훈과 선주가 다가왔다.

“이 새끼 담배 아직도 안 끊었 네.”

최훈의 투덜거림에 강진이 그를 힐끗 보고는 허종무에게 말했다.

“훈이 장례, 허종무 씨가 치른 겁니까?”

강진의 말에 허종무가 담배를 깊게 빨았다가 뱉었다.

“후우!”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허종 무가 담배를 내밀자, 강진이 고 개를 저었다.

“담배 안 피웁니다.”

강진의 말에 허종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훈이가……

그는 잠시 입맛을 다시고는 말

을 이었다.

“훈이 이 새끼가 나한테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문자?”

“썩을 놈.”

허종무가 자신의 핸드폰을 몇 번 터치 하고는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핸드폰을 보았다.

〈내 친구 종무야. 일단…… 미 안하다. 이 문자를 봤을 때는 내

가 없을 거다.

선주가 없는 세상이 나한테는 너무 힘들고…… 아프다. 그래서 선주 보러 간다.

선주 사고 난 곳에 내 차 있을 거야. 119 불러서 같이 와 줘. 그리고 내 주머니에 유언장 있으 니까. 그대로 해 줘.

그리고…… 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런데 너 말고 이런 부탁할 사 람이 없다.〉

핸드폰을 본 강진이 최훈을 보 았다. 옆에서 강진과 함께 문자 내용을 확인한 그는 얼굴이 굳어 져 있었고, 선주는 눈을 감고 있 었다.

최훈은 생전 기억이 흐릿해서 몰랐겠지만, 선주는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계속 차 안에서 지박령으로 있 던 그녀였으니…… 최훈이 그 안 에서 하는 모든 것을 봤을 것이 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하는

것을 직접 봤구나.’

선주의 얼굴에 어린 슬픔을 본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혹!”

작게 울음소리를 내는 선주를 보던 강진이 허종무에게 핸드폰 을 내밀었다. 핸드폰을 받은 허 종무가 담배를 빨다가 끄고는 새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너무 많이 피시는 것 아니세 요?”

강진의 말에 허종무가 고개를

젓고는 말없이 담배에 불을 붙였 다.

“후우!”

길게 숨을 토한 허종무가 입맛 을 다셨다. 여기만 오면 담배 한 갑은 피우고 가는 그였다.

“개자식.”

작게 욕을 토하는 허종무의 모 습에 최훈이 한숨을 토했다.

“내가…… 너한테 몹쓸 짓을 했 다.”

최훈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한 참 말이 없던 허종무는 뒤늦게 말을 이었다.

“문자 보고 놀라서 급히 갔습니 다. 가니 훈이 차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새끼 나 불렀으면 문 이나 잠그지 말지……

말을 한 허종무가 자신의 오른 손을 보았다.

허종무는 손에서 팔까지 이어지 는 긴 자상을 가지고 있었다.

“훈이가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안 움직이는 것을 보니 미쳐 버 릴 것 같더군요. 정신 차려 보니 창문 깨부수고 문을 열고 있더라 고요.”

“아…… 그러다 상처가……

“그때 119가 와서 지혈 안 했 으면 저도 훈이 따라갈 뻔했었 죠. 후!”

말을 하다가 허종무가 작게 웃 고는 고개를 저었다.

“내 차에 널린 것이 쇠망치고 지렛대인데…… 미련하게 주먹으

로 창문을 깨 부셨으니.”

“정신이 없으셨을 테니까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허 종무가 다시 담배를 빨고는 연기 를 뿜어냈다.

“후우!”

그의 살짝 손이 떨리는 것을 보 며 강진이 물었다.

“괜찮으세요?”

“여기 오면 늘 이래요. 나 두고 간 새끼 밉고, 보면 막 때리고도

싶고……

잠시 말을 멈춘 허종무가 한숨 을 쉬었다.

“근데…… 제일 열 받는 건 그 미운 놈이 너무 불쌍하고 너무 보고 싶다는 거예요. 나쁜 새끼.”

허종무가 담배를 끄고는 다시 새 담배를 꺼내려 하자 강진이 말렸다.

“줄담배 안 좋습니다.”

“담배 좋은 줄 알고 피는 사람 이 있겠습니까?”

그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꺼 낸 담배를 갑에 다시 넣었다.

“그래서 훈이 꺼내고 119 불렀 는데 이미 늦었더라고요.”

“문자 오고 바로 가셨다면서 요?”

“예약 문자로 보냈나 보더라고 요.”

허종무를 보던 강진이 물었다.

“유골함 안에 청첩장 같은 게 있던데.”

“훈이 유서와 함께 나온 건데 유골함에 같이 넣어달라고 쓰여 있더군요.”

“안은 보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허종무가 입맛을 다셨다.

“저에게 보낸 것이 아닌데 제가 볼 이유가 없죠.”

허종무가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 며 강진을 보았다.

“하나 드시겠어요?”

“저는 괜찮습니다.”

강진의 말에 허종무가 말없이 버튼을 눌러 물을 꺼내어 마셨 다.

꿀꺽! 꿀꺽!

물을 단숨에 반절 정도 마신 허 종무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저승에 들고 갔을 테니 선주가 봤겠죠.”

말을 하던 허종무가 피식 웃으 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제수씨 성격 장난 아닌데…… 훈이, 일찍 왔다고 뒤지게 처맞 았을 겁니다.”

허종무의 씁쓸한 목소리에 강진 이 최훈과 선주를 보았다. 최훈 은 허종무에게 미안한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선주는 안쓰러운 눈으로 그와 허종무를 번갈아 보 고 있었다.

“케이스 열었습니다.”

그때 건물 쪽에서 들리는 소리 에 고개를 든 강진이 허종무를 보자, 그가 휴게실 의자에 앉았

다.

“혼자 보고 오세요. 저는…… 이따가 가서 보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강진의 말에 허종무가 쓰게 웃 었다.

“녀석만 보면…… 눈물이 납니 다.”

“아......"

“나이 먹고 남 앞에서 울기는 싫네요.”

허종무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 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추모원으 로 걸음을 옮겼다.

추모원에 들어가자 직원이 2층 을 가리켰다.

“열어 놨으니 보시고 말씀하시 면 다시 닫겠습니다.”

직원의 말에 강진이 감사하다 인사하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유골함이 있는 곳으로 가 보니 유리 케이스가 빠져 있었다.

그에 강진이 선주와 최훈의 유

골함에 가까이 다가갔다.

유골함을 보던 강진이 손을 내 밀어 종이봉투를 꺼냈다.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해 준 당신에 게……

겉에 적혀 있는 글을 본 강진이 슬쩍 추모원 밖을 보았다. 그러 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봉투를 열 었다.

“꺼내 가기는 그렇고, 사진 찍 어서 보여주자.”

작게 중얼거리며 강진이 종이봉 투를 열어 그 안에 든 것을 꺼냈 다.

강진의 생각대로, 봉투 안에 있 는 것은 청첩장이었다.

스륵!

청첩장을 펼칠 때 안에서 뭔가 가 떨어졌다.

땡!

뭔가 금속성 물체가 떨어진 소 리에 고개를 숙인 강진의 눈에 반지가 보였다.

정확히는 금색 줄에 묶여 있는 두 개의 반지였다.

그에 강진이 반지를 주워들었 다. 가까이 보니 금색 줄은 얇은 금목걸이였다.

금목걸이에 반지 두 개가 엮여 있는 것이었다.

“백금인가?”

백금 반지에 작은 다이아가 박 혀 있었다.

“결혼…… 반지를 넣어 뒀구 나.”

무슨 의미인지 안 강진이 입맛 을 다시며 반지를 보았다. 아마 도 최훈이 죽기 전에 사서 준비 를 한 모양이었다.

반지를 보던 강진이 청첩장을 펼쳤다. 그리고 잠시 내용을 보 던 강진이 도로 접어 조심스레 봉투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잠시 두 사람의 유골 을 보다가 청첩장을 들고는 밑으 로 내려왔다.

“저기, 좀 이따가 케이스 닫아 도 될까요?”

“그렇게 하세요.”

강진의 말에 직원이 웃으며 고 개를 끄덕이다가 슬며시 말했다.

“그리고 김밥 너무 맛있네요.”

직원이 웃으며 슬쩍 김밥이 담 긴 도시락 통을 들어 보이자 강 진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는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강진은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허종무와 그 옆에 서 있는 두 귀신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배용수는 추모원의 한 바위 위에 올라 뒷짐을 진 채 주 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를 향해 작 게 속삭였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작아서 들리지 않을 음성이지 만,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귀신 을 부르는 소리는 거리와 상관없 이 들리니 말이다.

“왜!”

배용수의 외침에 강진이 최훈

쪽으로 손으로 가리키고는 그쪽 으로 걸음을 옮기자, 배용수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바위에서 내려왔다.

배용수가 오는 것을 보며 강진 이 최훈과 선주를 보며 입을 열 었다.

“최훈, 최훈, 최훈.”

강진의 부름에 최훈과 선주도 의아한 얼굴을 한 채 다가왔다.

“무슨 일 있으세요?”

최훈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손에 들린 종이봉투를 양손 으로 잡아들었다.

두 귀신에게 잘 보이도록 고쳐 들자, 선주와 최훈이 그것을 보 았다.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 이.”

“나를 가장 사랑해 준 당신에 게……

두 귀신이 한 문장씩을 읽는 것 을 보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두 분이 직접 보셔야 할 것 같

아서 유골함 옆에 있던 걸 가지

고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것은 없는데

최훈이 의아한 듯 봉투를 볼 때, 선주가 말했다.

“안에 보여주세요.”

선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봉 투 안에서 청첩장을 꺼냈다.

스윽!

청첩장 앞에는 사진이 하나 끼 워져 있었다. 청첩장 양 모서리 를 살짝 잘라, 그곳에 사진의 모 서리를 끼워 고정을 해둔 것이었 다.

사진 속에는 선주와 최훈이 전 통 혼례 복장을 한 채 서로를 보 며 미소 짓고 있었다.

“이건…… 전주 한옥 마을에서 찍은 거네.”

선주가 기억이 난다는 듯 말하 는 사이, 사진을 보는 최훈의 눈 빛이 흔들렸다.

그런 최훈을 눈치채지 못한 선 주가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우리 한옥 마을 가서 전통 혼 례 체험했을 때 찍은 사진이야.”

선주의 말에 최훈이 멍하니 사 진을 보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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