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화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최훈이 선 주를 향해 몸을 돌려서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 오빠?”
자신의 두 손을 잡고 마주 서는 최훈의 모습에 선주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런 선주의 시선을 받으며 최 훈이 미소를 지었다.
“나 보고…… 많이 놀라고…… 많이 화가 났을 거야.”
“무슨 소리야?”
선주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 는 사이, 강진이 슬쩍 청첩장을 펼쳤다.
청첩장 안에는 선주에게 보내는 최훈의 편지가 있었다. 군데군 데…… 눈물의 흔적으로 글씨가 번져 있었다.
이 글을 쓸 때 최훈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해 강진은 마음이 아
팠다.
〈나 보고…… 많이 놀라고…… 많이 화가 났을 거야.
일단…… 네 성격에 나 욕하고 많이 때릴 것 같아서 너 볼 날이 무섭기는 한데…….>
“일단…… 네 성격에 나 욕하고 많이 때릴 것 같아서 너 볼 날이 무섭기는 한데.”
최훈은 지금 선주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 아니, 말을 하고 있었다.
“너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 에 난 너무 가슴이 떨려. 내가 퇴소를 하고 너를 찾아갔을 때 보여 주었던 그 미소로…… 나에 게 한 번 더 웃어 줄 수 있을 까? 네 미소는 햇살처럼 따스하 고 나를 행복하게 해 줬어. 그리 고 지금 그 미소를 볼 수 없는 나는…… 너무 아프고 아파서 살 수가 없어. 그래서 난 살려고 너
를 만나러 가는 거야. 그러니까 나 너무 일찍 왔다고, 너무 빨리 왔다고 화내지 마. 너는 화내는 것보다 웃는 것이 더 사랑스러우 니까.”
잠시 말을 멈춘 최훈이 선주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해 준 당신에 게…… 보냅니다.”
최훈의 말에 선주의 눈동자가 혼들렸다.
“ 오빠.”
선주의 중얼거림에 최훈이 강진 을 보았다.
“반지가 있었을 텐데요.”
최훈의 말에 강진이 봉투 안에 서 반지와 목걸이를 꺼냈다. 강 진의 손에 들린 반지와 목걸이를 보던 최훈이 손을 내밀었다.
스윽!
곧 최훈의 손에 불투명한 반지 와 목걸이가 들렸다. 최훈이 목 걸이 매듭을 풀어서는 선주의 목
에 걸어주었다.
선주의 목에 목걸이를 채운 최 훈이 심호흡을 하고는 한쪽 무릎 을 꿇었다.
“오……빠.”
떨리는 목소리로 선주가 최훈을 보았다. 그 시선에 최훈이 긴장 이 된 둣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나와…… 결혼해 줄래?”
최훈이 반지를 들어 보이자 선 주가 입을 손으로 막은 채 잠시
있다가 손을 내밀었다.
"응."
선주의 말에 최훈이 미소를 지 으며 그녀의 손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그리고…….
화아악! 화아악!
두 사람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둘의 옷이 사진 속의 전통 혼례 복장으로 변했 다.
전에 선지 국밥집 오순영이 젊 었을 때를 강하게 떠올리자 그녀 의 모습이 변했던 것처럼, 지금 두 사람도 그때의 기억에 따라 의상이 변한 것이다.
혼례 복장을 한 두 사람이 서로 를 보고 미소 지었다. 그러다 돌 연 선주가 손을 내밀었다.
“반지 줘.”
선주의 말에 최훈이 반지를 내 밀자, 그녀가 반지를 받아서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왜 그래?”
“남자만 청혼하라는 법 있어?”
그러고는 선주가 반지를 살짝 들어 내밀었다.
“나와 결혼해 줄래요?”
선주의 말에 최훈이 그녀를 보 다가 고개를 숙였다. 선주의 입 에 자신의 입술을 맞춘 최훈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손 으로 쓰다듬었다.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너와 결혼하고 싶었어.”
“그건 답이 아니잖아.”
선주가 웃으며 하는 말에 최훈 이 미소를 지었다.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최훈의 말에 선주가 미소를 지 으며 그의 손에 반지를 끼워 주 었다.
그리고…….
화아악!
두 사람의 모습이 희미한 빛과 함께 사라졌다.
“하아!”
둘이 사라지는 것에 강진이 깊 게 한숨을 토하고는 하늘을 올려 다보았다.
하늘에서 종이 두 장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종이를 받은 강진이 그것을 볼 때,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인사하라고 부른 거였냐?”
바위 위에 있던 자신을 부른 이 유를 안 것이다.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가실 것 같더라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불렀다.”
재차 입맛을 다시며 하늘을 슬 쩍 본 배용수가 말했다.
“최훈 씨하고 친하던 호철 씨가 아쉬워하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마음이 그래서 호철 형까 지는 생각을 못 했다.”
강진이 청첩장을 잠시 보다가 접어서는 봉투 안에 넣었다. 그 리고는 봉투 안에 반지와 목걸이 도 넣은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돈 많이 못 벌었을 텐데…… 배나 곪지 않을까 모르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 다 살아서는 착한 일
좀 했을 테니 배 곪지는 않을 거 다. 다만…… 최훈이 자살을 해 서 지옥이 문제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다가 주머니에 넣은 종이를 꺼 냈다.
‘돈 말고 그냥 잘 갔다고 편지 나 보냈으면……
속으로 중얼거리며 종이를 펼친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첫 번째 종이는 수표였다.
지급자: JS 금융
2,000,000원 (금이백만원정)
이 수표 금액을 소지인에게 지 급하여 주십시오.
발행인: 최훈, 이선주〉
수표를 보며 강진이 한숨을 쉬 었다.
“무슨 돈을 이렇게 보내. 그냥 자기들 내복이나 사서 입지.”
그에 배용수도 수표를 보고는 말했다.
“그래도 돈이 있으니까 보내겠 지.”
그러더니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 다.
“난 돈 안 보낸다.”
“너는 JS 금융에 끌려가지나 마 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작게 한 숨을 쉬고는 수표와 함께 떨어진 종이를 보았다.
〈사장님, 갑자기 가서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습니다.
그동안 저희 두 사람 잘 챙겨 주시고, 일 시켜 주셔서 정말 감 사합니다.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사장님 밑에서 더 열심히 일을 해서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그리고 신수호 변호사님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수호 변호 사님하고 상담을 했는데 제가 지
옥 몇 곳은 무죄 받기가 어려울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가기 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최대한 형 량을 줄여 주시겠다고 해 주셨습 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뵙게 되면 사장님이 아니라 형님이라고 부 르겠습니다. 강진 형, 그래도 되 지?〉
최훈이 쓴 글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그래도 되지.”
강진의 중얼거림에 옆에서 편지 를 보던 배용수가 놀란 듯 말했 다.
“신수호 씨가 변호를 맡았다 고?”
“그런 모양이네.”
“신수호 씨 비싼 변호사라고 하 던데 어떻게 맡아 주셨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편지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한끼식당 직원 복지인가 보 다.”
“직원 복지?”
“신수호 씨도 한끼식당에 애정 이 있잖아. 식당에서 일했던 직 원이라 변호 맡아 주셨나 보다. 잘 됐다. 신수호 씨 정도면 오에 서도 최고라고 하니까 고생 많이 안 하겠다.”
미소를 지으며 강진이 청첩장을 보다가 허종무를 보았다. 허종무
는 고개를 숙인 채 담배를 피우 고 있었다.
강진이 허종무를 보자 배용수도 그쪽을 보고는 혀를 찼다.
“담배를 몇 대나 피우는 거야? 여기 올 때마다 폐가 죽어나겠 다.”
“속이 얼마나 답답하면 그러겠 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허종무를 보다가 추모원으로 올라갔다. 선 주와 최훈의 유골함 앞에 선 강
진이 청첩장에서 사진을 꺼냈다.
사진을 꺼내 유골함 사이에 잘 놓은 뒤, 청첩장을 그 옆에 놓았 다.
그리고 뒤로 물러난 강진이 유 골함을 보았다.
해변에서 웃고 있는 둘과, 혼례 복을 입은 채 마주 보는 둘은 무 척 행복해 보였다.
“늘 행복하세요.”
미소를 지은 강진이 고개를 깊 이 숙이고는 배용수와 함께 추모
원을 나왔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허종무가 강진을 보았다.
“이제 저 올라가도 될까요?”
허종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허종무가 담배를 끄고는 추모원으로 걸음을 옮겼 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지갑에 서 동전을 꺼내 자판기에 넣고는 커피를 꺼냈다.
“마실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한 잔을 더 꺼 내 탁자 위에 올렸다.
“한 잔만 뽑아서 나 먹고 너 먹 지 그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탁자에 놓인 커피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 다.
“그건 너 혼자 다 마셔.”
“왜?”
“그냥 너 많이 먹이고 싶어서.”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 으며 커피를 들었다.
스윽!
희미한 커피 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대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 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하 늘을 보았다.
“승천하기…… 딱 좋은 날씨 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여전히 맑았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
고…… 승천하기 딱 좋은 날씨였 다.
하늘을 잠시 보던 배용수가 미 소를 지었다.
“이런 좋은 날에 승천해서 다행 이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멍하니 파란 하늘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얼 마 후 허종무가 추모원에서 나왔 다.
눈가를 닦으며 오는 것이 많이 운 모양이었다. 많이 울었는지 빨개진 얼굴로 눈을 닦으며 오던 허종무가 강진을 향해 말했다.
“뚜껑 다시 닫았습니다.”
그러고는 허종무가 강진에게 물 었다.
“사진이 하나 들어가 있던데.”
“제가 넣었습니다.”
“가지고 계시던 거였나요?”
허종무는 청첩장 안을 보지 않
아서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 는 것이다.
“네.”
강진의 답에 허종무가 그를 보 다가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이 사진 속이라도 혼례 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 다.”
허종무의 말에 강진이 그를 흐 뭇한 얼굴로 보았다.
‘그래서 많이 우셨나 보네요.’
속으로 웃은 강진이 추모원을 보고는 허종무에게 고개를 돌렸 다.
“오늘 바쁘시지 않으면 제 가게 에서 식사라도 하시겠습니까?”
“식사요?”
“훈이 친구분에게 식사 한 번 대접하고 싶네요.”
‘그리고 오늘은 둘이 결혼한 날 이니…… 하객들끼리 같이 식사 라도 하고 싶네요.’
강진이 뒷말은 속으로 삼켰다.
강진의 식사 초대에 허종무가 잠 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 다.
“오늘은 제가 약속이 있어서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러세요? 그럼 다음에 시간 한 번 내서 와 주시겠어요?”
강진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한끼식당입니다. 꼭! 정말 꼭 한 번 들러주세요.”
강진이 신신당부를 하는 것에
명함을 받은 허종무가 그것을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음에 꼭 한 번 찾아가겠습니다.”
그러고는 허종무가 강진의 차를 보더니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차에 문제 생기면 언제든지 연 락해 주세요. 제가 고칠 수 있는 거면 고쳐 드리고, 장비가 필요 하면 제가 아는 정비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연락 드리겠습니다. ”
명함을 교환한 강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하늘을 보았 다.
“그나저나 오늘 날씨 정말 좋네 요.”
강진의 말에 허종무가 하늘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달칵!
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인 허종무 가 연기를 후 하고 불고는 하늘 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