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46화 (344/1,050)

345 화

추모원을 다녀온 강진은 TV를 보다가 힐끗 주위를 보았다. 홀 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었 다.

평소라면 드라마를 보면서 웃을 여자 귀신들도 그저 허공을 멍하 니 볼 뿐이었고, 최호철은 오에 서 사온 종이컵을 손으로 의미 없이 툭툭 치고 있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가 난다고 하더니……

아침까지만 해도 같이 먹고 놀 던 최훈과 선주가 지금은 없는 것이다.

승천은 축하할 일이지만, 남은 사람들은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여자 귀신들은 선주와 정 이 많이 들었는지, 작게 한숨을 쉬는 일이 많았다.

그런 직원들을 보던 강진이 몸 을 일으켰다.

“모두 주목.”

강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귀신들 의 면면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전에는 저희 직원만 있어도 북 적북적한 느낌이었는데…… 확실 히 두 분이 빠지니 좀 쓸쓸하네 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작게 고 개를 끄덕이며 한쪽 테이블을 보 았다.

두 귀신은 지박령이라는 한계 때문에 부엌에서 가장 가까운 테 이블에 늘 자리를 했던 것이다.

그런 직원들을 보며 강진이 말 했다.

“그래서 말인데……

강진이 진지한 얼굴을 하자 직 원들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웃었다.

“부침개나 해 먹을까요?”

“부침개요?”

“심심하면 빈대떡이나 부쳐 먹 으라고 하잖아요. 부침개나 부쳐 먹죠.”

별다른 답 없이 쳐다만 보는 귀 신들을 보며 강진이 말을 이었 다.

“그 밀가루 많이 넣고 야채는 조금 넣어 만든 부침개가 실속이 없어 보여도 꽤 먹을 만한데, 그 거 해 먹을까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그를 보 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놀면 뭐 하냐? 그거라도 해 먹자.”

최호철의 말에 웃은 강진이 배

용수를 보았다.

“냉장고에 부추 있나?”

“식당 사장이 자기 냉장고에 뭐 가 있는 줄도 모르냐?”

“우리 식당 최고의 요리사가 잘 알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부추는 없을걸.”

“그래?”

“부추는 하루만 지나도 풀이 죽

어 버리잖아.”

“오키! 그럼 내가 가서 부추 좀 사 올게.”

웃으며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 다.

띠링!

가게 밖으로 나서던 강진은 가 게 앞에 꼬마 둘이 있는 것을 발 견했다.

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 하 나는 쭈그려 앉아 있었고, 그 아 이보다 조금 큰 남자아이는 가게

앞에 놓인 아크릴 판을 보고 있 었다.

그러다가 강진이 나오자 남자아 이가 화들짝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남자아이를 보았다.

“혹시 밥 먹으러 왔어요?”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하는 말에 남자아이가 그를 보았 다.

“여기…… 사장님이세요?”

“사장님이기도 하고 주방장이기 도 하고.”

말을 한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 았다.

“그런데 둘만 왔어요? 부모님 은?”

“부모님은 일하러 가셨어요.”

그러고는 남자아이가 아크릴 판 에 적힌, 주말은 쉰다는 문구를 가리켰다.

“저…… 오늘 쉬어요?”

“쉬기는 하는데……

강진이 말꼬리를 홀리며 아이들 을 보았다. 그 시선에 여자아이 가 강진을 보고는 남자아이를 보 았다.

“오빠, 그럼 우리 맛있는 것 못 먹어?”

여자아이의 말에 남자아이가 웃 으며 손에 들린 봉지를 흔들었 다.

“집에 가서 라면 먹자.”

“라면 먹기 싫은데.”

“이거 컵라면이야.”

“정말?”

컵라면이라는 말에 좋아하는 여 자아이를 보며 남자아이가 웃으 며 봉지를 들어 보였다.

“우리 미소, 컵라면 좋아하지?”

“응! 나 컵라면 좋아해.”

두 아이의 대화에 강진이 웃었 다.

“미소 아가씨가 컵라면을 좋아 하는구나.”

“어? 아저씨,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의아한 듯 보는 아이를 보며 강 진이 남자아이를 보았다.

“방금 오빠가 아가씨 이름 미소 라고 했잖아요.”

그러고는 강진이 몸을 옆으로 틀었다.

“일단 들어들 와.”

“오늘 쉬시잖아요.”

“손님이 있고, 음식 할 사람이

있으면 하는 거지. 들어와요.”

강진의 말에 여자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남자아이를 보았다.

“오빠, 나 맛있는 거 먹는 거 야?”

여자아이의 말에 남자아이가 잠 시 주저하다가 주머니에서 카드 를 꺼냈다.

“저…… 혹시 이거 사용해도 돼 요?”

남자아이가 주머니에서 꺼낸 카 드를 받은 강진이 그것을 보았

다.

“꿈나무 카드네.”

“네. 이거 사용해도 되나요?”

아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카 드를 돌려주었다.

“그럼. 들어와.”

강진이 가게 안을 가리키자 남 자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동생 손 을 잡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 다.

그런 두 아이를 보던 강진이 고

개를 들었다. 아이들 뒤에는 아 주머니 귀신이 서 있었다.

강진의 시선이 자신 쪽을 향하 자 아주머니 귀신이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때 강진이 웃으며 가 게 안을 가리켰다.

“들어오세요. 비슷하신 분들 많 으니까요.”

말을 하며 강진이 옆을 보자, 귀신들이 바로 입구에 있었다. 강진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 는 걸 듣다가 호기심에 나온 것 이었다.

“귀신들이 왜 이리 많아요?”

아주머니 귀신이 놀라 하는 말 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설명해 드려.”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 주머니 귀신에게 말을 걸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 둘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런 아이 둘에게 강진이 물을 가져다주며 물었다.

“음식 뭐로 해 줄까요?”

강진이 부드럽게 말을 하자 남 자아이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오색 찹 스테이크…… 얼마예 요?”

“오천 원입니다.”

“오천 원……

강진의 말에 남자아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싸고 맛있다고 하더니…… 정 말 싸서 다행이다.’

아이가 눈에 띄게 안도하는 모 습을 보이자, 강진이 작게 웃었 다.

사실은 만 원이지만 아이가 꿈 나무 카드를 내밀었기에 오천 원 으로 단가를 낮춘 것이다.

꿈나무 카드란 각 지방 단체에 서 저소득층 아이들이 급식에 준 하는 밥을 사 먹을 수 있게끔 발 급해 주는 카드였다.

지방 단체마다 차이가 나는데 서울은 오천 원이고 적은 곳은 삼천 원 정도였다.

강진의 말에 남자아이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살며시 봉지를 열 었다.

“저기……

아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 다.

“이거…… 사 주시면 안 돼요?”

말을 하며 연 봉지 안에는 컵라 면이 몇 개 들어 있었다.

“마침 컵라면 필요했는데 잘 됐 네요. 다섯 개니까 오천오백 원 이네요.”

강진이 웃으며 봉지를 받자 아 이의 얼굴에 안도감이 어렸다.

‘다행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아이가 말했 다.

“오색 찹 스테이크 두 개 주세 요.”

아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봉 지를 들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돈이 모자랄까 싶어 컵라면을 챙겨 온 모양이네.’

꿈나무 카드로는 편의점이나 식 당에서 오천 원 정도의 물건만 살 수 있었다.

아마 동생 맛있는 것 사 주려고 자기 먹을 컵라면을 하나씩 모았 다가 들고 온 모양이었다.

배용수는 아주머니 귀신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런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최호철 에게 눈짓을 하자, 최호철이 여 자 귀신들을 데리고 2층으로 올 라갔다.

그런 최호철을 보던 강진이 문

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애들은 어떻게 들어온 거 지?’

선주와 최훈이 갔다고 해도 지 금 안에만 귀신이 다섯이 있는데 아이들이 문제없이 들어온 것이 다.

‘수호령이 있어서 그런가?’

강진이 힐끗 배용수와 함께 있 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고는 주방 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간 강진이 냉장고에

서 소고기를 꺼냈다.

그때, 배용수가 들어왔다.

“저 여자애 생일이란다.”

“생일이면 미역국이네.”

말을 하며 강진이 미역을 꺼내 부셔서는 물에 담갔다.

“근데 꿈나무 카드가 뭐냐?”

“저소득층 아이들 배 곪지 말라 고 주는 급식 카드 같은 거야.”

“오! 그럼 그 카드로 밥도 사 먹고 물건도 사는 거야?”

“물건은 못 사고 편의점에서 이 런 라면이나 먹는 것은 살 수 있 지.”

“그런데 난 이런 것이 있는 줄 도 몰랐네.”

“필요한 사람이나 알지, 모르는 사람은 몰라.”

강진이 미역을 손으로 문대고는 아이들을 힐끗 보았다. 남자아이 가 젓가락과 숟가락을 여자아이 앞에 놔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아주머니 귀신

이 아이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 고 있었다.

아이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남자애가 기특하네.”

“동생 생일이라고 며칠 전부터 라면을 모았다고 하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 모자랄까 봐 걱정됐나 보 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돈 받을 거 아니지?”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돈을 받겠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리 가게는 꿈나무 카 드 안 받아.”

“안 받아?”

“가맹점이 아니거든.”

“애들한테는 받는다고 했잖아.”

“그래야 애들이 편하게 들어와 서 먹을 것 아니냐.”

말을 한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 다.

“애들 뭐 좋아한대?”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주방을 나서며 말했다.

“물어보고 올게.”

배용수가 기분 좋은 얼굴로 주 방을 나가자 강진이 피식 웃었

다.

“왜 쟤가 신이 났대?”

그렇게 말하는 강진도 기분이 좋았다. 동생 생일날 맛있는 것 사 주겠다고 자기 먹을 라면을 모아 온 남자아이가 기특했고, 그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해 줄 생각에 강진과 배용수 둘 다 기분이 좋은 것이다.

아주머니에게 갔다 온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여자애는 계란말이 좋아한대.

아! 참치 넣고 말은 것 좋아한 대.”

“참치 계란말이 오케이. 그럼 남자애는?”

“남자애는 김치 좋아한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김치를?”

“김치에 밥 먹는 것 좋아한대.”

“안 맵나?”

“물어봤는데 어릴 때부터 좋아

했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신기하다 는 둣 남자아이를 보았다.

강진도 김치를 어릴 때 먹기는 했지만 있으니 먹었지, 챙겨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김치도 잘 먹고, 착하네.”

“부모님 속 안 썩일 스타일이기 는 하다.”

기특하다는 듯 아이를 보는 배 용수를 보며 강진이 재료들을 더

꺼냈다.

홀에서 남자아이는 여동생과 이 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괜찮아?”

“ 괜찮아.”

“애들이 안 괴롭혀?”

“안 괴롭혀. 애들 나 좋아해.”

“다행이다.”

웃으며 남자아이가 주머니에 손 을 넣고는 안에 있는 걸 만지작

거렸다.

‘좋아하겠지?’

며칠 라면을 모았다가 친구들에 게 하나씩 팔아서 모은 돈으로 산 여동생 선물을 생각하며 남자 아이가 미소를 지었다.

“맛있는 냄새 난다.”

동생의 말에 남자아이가 주방 쪽을 보았다.

“맛있겠다. 많이 먹어.”

"응."

두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주방 을 볼 때, 강진이 음식들을 들고 홀로 나왔다.

“주문하신 오색 찹 스테이크입 니다.”

쟁반을 식탁에 놓은 강진이 반 찬을 놓고는 오색 찹 스테이크를 두 사람의 앞에 놓았다.

“와! 이뻐!”

동생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손님들이 사진도 찍고 그러더 군요.”

강진의 말에 남자아이가 핸드폰 을 꺼냈다.

“오빠가 찍어 줄게.”

남자아이가 핸드폰으로 음식 사 진을 찍고는 동생과 음식이 같이 나오도록 해서는 한 장 더 찍었 다.

그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제가 두 분 모두 나오게 사진 을 찍어 드릴까요?”

“그래 주세요.”

남자아이가 핸드폰을 주자 강진 이 그것을 받아 뒤로 살짝 물러 나서는 앵글을 크게 잡았다.

음식을 가운데 두고 웃으며 바 라보는 두 아이를 보며 강진이 사진을 찍었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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