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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348화 (346/1,050)

347화

띠링!

문을 연 강진은 오자명과 이유 비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 다.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이 사장님, 오늘 일요일이라 영업 안 하는 건 아는데…… 혹

시 소주 한 잔 먹고 갈 수 있습 니까?”

이미 술을 많이 마신 듯 혀가 꼬이는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몸 을 옆으로 틀었다.

“일단 들어오세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오자명이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 자 이유비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 다.

“형님이 이 사장님이 만든 김치 찌개에 소주 한 잔만 더 하자고

해서 왔습니다.”

“연락이라도 하시지 그러셨어 요. 오늘 쉬는 날이라 문 닫았을 수도 있는데.”

강진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저었다.

“전화하면 일부러라도 문 열 수 있다고, 연락하지 말고 와 보자 고 하더군요. 혹시 불 켜져 있으 면 한 잔 얻어먹고 불 꺼져 있으 면 다른 곳 가자면서요.”

“그러시군요.”

말을 하며 강진이 문을 닫았다.

‘여자 귀신들이 나가 있어서 다 행인가?’

여자 귀신들과 최호철까지 있었 으면 이유비와 오자명이 가게를 보지 못하고 다른 곳에 갔을 수 도 있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술에 취해서 가게를 못 찾나 했을 것이다. 둘 의 성격상 전화를 걸어 강진을 귀찮게 하지는 않을 테고 말이 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손님 을 받았다. 강진이 주말에 쉬기 로 한 것은 자기만의 일을 처리 할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일 없고 자신이 가게에만 있으 면 문을 안 열 이유가 없었다. 오자명과 이유비가 국회의원이라 서가 아니라 단골이자 마음이 가 는 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도움을 받은 일도 있고 말이다.

강진이 두 사람을 보다가 주방 에서 따뜻한 물에 석청을 타서

가지고 왔다.

“일단 이것 좀 드시죠.”

“고맙습니다.”

“하아! 좋다.”

작게 한숨을 토하며 꿀물을 마 신 오자명이 강진을 보았다.

“김치찌개에 두부 좀 넣어서 부 탁합니다.”

“고기는 많이 넣어드릴까요?”

“두말해서 뭐하겠습니까! 하하 하!”

기분 좋은 듯 크게 웃는 오자명 의 모습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 갔다.

“오자명 의원님 오늘 기분 좋아 보이시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반대다.”

“반대?”

“목소리만 그렇고, 속은 안 좋 아 보이신다.”

“그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홀을 힐 끗 보고는 입을 열었다.

“기분 많이 안 좋아 보이시는 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홀을 보 았다. 오자명은 이유비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며 가끔 눈을 찡그 리고 있었다.

“일단 음식부터 내자.”

강진이 김치찌개에 넣을 돼지고 기를 꺼내 냄비에 넣고는 비비기

시작했다.

촤아악! 촤아악!

돼지고기가 냄비에 달라붙어 난 리가 나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맛 술을 살짝 넣어 문댔다.

그러자 달라붙었던 고기가 떨어 지고 동시에 맛있는 기름이 녹아 났다. 강진이 그 안에 김치를 넣 고는 다시 볶았다.

김치와 고기가 적당히 볶아지자 거기에 육수를 넣고는 끓이기 시 작했다.

오자명과 이유비는 부추전과 돼 지고기 수육을 안주로 소주를 마 시고 있었다.

수육을 한 점 소금에 찍어 입에 넣으며 오자명이 투덜거렸다.

“너희 너무해.”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입맛을 다시다가 소주를 쭉 들이켰다.

꿀꺽!

단숨에 한 잔을 비운 이유비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위에 있는 놈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국민이 원하 는데 왜 계속 그따위인 거야!”

분통을 터뜨리는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는 오자명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 었다.

“여당이 추진하잖습니까.”

“이런 개자식들!”

오자명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 지자 이유비가 고개를 저었다.

“정치 아닙니까. 그리고 곧 총 선이고……

“총선이면 뭐! 국민들이 뽑아 줬으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지! 왜 지들을 위한 정치를 하 고! 지들 정권을 위한 정치를 하 는 거야! 그래 놓고는 남 탓만 하고!”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한숨을 쉬고는 젓가락으로 부추전을 찢 었다.

“안주나 좀 드십시오.”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다소 거친 젓가락질로 부추전을 집어 입에 넣고는 그를 보았다.

“너 탈당해라.”

“왜요?”

“나하고 당 만들자.”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었 다.

“형님하고 저하고 둘이요?”

“내가 만든다고 하면 나 따라올

의원 몇 되지.”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쓰게 웃었다.

오자명과 마음이 맞으니 탈당하 고 당을 만들어도 되기는 할 것 이다.

하지만…… 너무 힘이 없다. 용 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좋다고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통하지 않 는 말이다.

뱀의 머리보다 용의 발톱일 때 더 권력이 생기고 할 수 있는 일

이 많은 것이 정치권이었다.

그리고…… 오자명이 말을 한 ‘따라 나올 의원들’도 자신과 생 각이 같을 것이다.

오자명과 친하고 그를 존경하지 만, 힘과 권력은 다른 것이다.

이유비가 입맛을 다실 때, 강진 이 김치찌개를 들고 나왔다.

“김치찌개 나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이 사장님, 내가 이 사장님 좋 아하는 것 아시죠?”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럼요. 저도 어르신 애정합니 다.”

강진이 슬쩍 손 하트를 보이자, 오자명이 웃으며 소주를 마시고 는 잔을 내밀었다.

“같이 한잔합시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웃으며 의자를 가져다가 앞 에 놓았다.

“주시는 거면 받아야죠.”

강진이 잔을 받자, 오자명이 웃 으며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에 강진이 소주를 받아 마시고는 오 자명에게 잔을 준 뒤 술을 따라 주었다.

쪼르륵!

강진이 따라주는 소주를 받아 든 오자명이 한 잔 쭈욱 마시고 는 김치찌개를 떠서 입에 넣었 다.

“크윽! 좋다.”

미소를 지으며 오자명이 강진을 보았다.

“그 뭐더라……

뭔가 할 말이 있는데 생각이 나 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리던 그는 곧 생각이 난 듯 웃었다.

“‘내 영혼의 달고기 수프’라는 책이 있던데 아십니까?”

“달고기 요?”

강진의 말에 이유비가 웃으며 말했다.

“닭고기 수프를 말하는 것 같네 요.”

“아…… 내 영혼의 닭고기 수 프.”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물었다.

“아십니까?”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무 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힐링 푸드 같은 내용 아니겠습 니까?”

오자명도 자세히는 모르는 듯

겸연쩍게 웃다가 김치찌개를 한 술 떠서 먹으며 말했다.

“이 사장님의 김치찌개는 내 영 혼의 김치찌개라고 할 수 있습니 다.”

“그러세요?”

강진의 물음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젊었을 때 작은 사업을 했는 데, 그 겨울에 먹던 김치찌개가 생각이 나요.”

오자명이 과거를 회상하듯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입맛을 다셨다.

“직원들하고 사무실 연탄난로에 서 끓여먹던 김치찌개 맛입니 다.”

“사무실에서 김치찌개도 끓여 드셨어요?”

“겨울에 연탄난로라도 있어야 지, 없으면 살 수가 없거든요. 난 로에다 양은 냄비 하나 올리고 거기다 비계 두툼하게 달린 고기 하고 김치 툭 넣고 볶다가 물 넣 고 끓이면 참 맛이 좋았죠.”

기분 좋게 웃으며 오자명이 잔 을 내밀자, 강진이 웃으며 한 잔 받고는 일어나서 새 잔을 하나 가져다가 그 앞에 놓았다.

“제가 마시는 술도 어르신이 계 산해 주시는 거겠죠?”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많이 드십쇼.”

강진이 잔을 채워주자 오자명이 잔을 들고는 이유비를 보았다.

“오늘 먹고 죽자고.”

“내일 일 안 하시려고요?”

“하하하! 먹고 내일 지역구 내 려가는 차 안에서 자면 돼.”

그러고는 오자명이 소주를 쭈욱 마시자, 이유비가 고개를 젓고는 따라 마셨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물 었다.

“그런데 오늘은 보좌관님들이 안 보이시네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오늘은 이 친구하고 다닐 일이 있어서 그 친구들은 쉬게 했습니 다.”

“두 분이서 다니셨어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에 강 진은 보좌관들을 떼어 놓고 다닐 정도로 비밀스러운 일이 있었구 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오자명이 강진을 보 았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에 대해 어

떻게 생각하십니까?”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힐끗 이유비를 보았다. 그 시선에 이유비가 작게 한숨을 쉬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일이 또 틀어진 모양이네.’

그 모습에 강진이 오자명을 보 았다.

“어르신 만나기 전에는 잘 몰랐 지만…… 어르신 만나고 난 후에 는 꼭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올해 여야 합의해서 진 행되기로 했는데…… 이 새끼들 이 또 미뤘어요.”

오자명이 이유비를 손으로 가리 키자, 강진이 애써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러셨군요.”

말을 한 강진이 문득 이유비를 보았다.

“그런데 왜 반대하시는 거죠?”

강진의 물음에 이유비가 입맛을 다시고는 입을 열었다.

“제 생각은 빼고 당 입장을 말 하자면, 지방 분권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지금은 지방 자치 단 체에서 소방관 처우에 대한 예산 을 처리하지만, 국가직이 되면 그것을 중앙에서 처리해야 하니 예산이 많이 들어갑니다.”

“ 예산요?”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 물음에 오자명이 말했다.

“돈이 많은 지방 단체도 있고, 적은 단체도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소방서라도 어디에 있느냐

에 따라 장비의 차이가 있습니 다. 그런데 국가직으로 관리가 되면 모두 균일한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 예산을 말하 는 겁니다.”

“그럼 오히려 더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하지 않아요? 장비가 안 좋 거나 모자란 곳은 채워 줘야 불 도 끄고 사람도 구하죠.”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갑자기 식탁을 손으로 내리쳤다.

딱!

“국가직이 아니면 불을 못 끄 냐!”

갑작스러운 오자명의 말에 강진 이 놀란 눈을 하자 이유비가 한 숨을 쉬었다.

“저번 국감 때 저희 의원이 저 런 말을 해서……

“아……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이유비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저희 당 의원이라고 해 서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

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일인데 저희라고 반대를 할 이유 가 없지요. 게다가 소방관들 역 시 저희 지역구의 유권자들인 데……

“그런데 왜 반대하세요?”

강진의 물음에 이유비는 대답 대신 소주를 따르고는 마셨다.

그가 말을 하지 않는 것에 오자 명도 고개를 저었다. 둘이 있을 때야 욕 한다 쳐도…… 강진 앞 에서까지 그러기엔 뭐한 것이었

다.

두 사람이 말없이 소주를 마시 는 것에 강진이 눈치를 살피다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제가 얼마 전에 소방서에 음식 봉사를 하고 왔습니다.”

“음식 봉사요?”

“얼마 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보육원에 음식 봉사를 다녔는데, 어르신께서 소방관들 고생한다고 하셨던 말이 생각이 나서 음식을 좀 해서 드리고 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일 하십니다.”

강진이 소주를 따라주며 말했 다.

“음식 만드는 사람이라 음식 나 눔 하는 거죠.”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쓰는 것은 다 좋은 일입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어쨌든 음식 봉사하러 가서 보 니까, 소방서마다 밥 먹는 스타 일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저희 지역 소방관들 은 도시락 싸 와서 먹거나, 냉장 고에 반찬 가져다 놓고 자기들이 밥 해서 챙겨 먹더군요.”

“그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것도 개선해야 할 일입니다. 소방관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 데 밥도 그렇게 먹고 말입니다.”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슬며시

말했다.

“그래도 대원 얼마 안 되는 시 골 소방서에 구내식당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눈을 찡그렸다.

“소방관은 밥 안 먹어도 불올 끌 수 있나!”

버럭 화를 내는 오자명의 모습 에 이유비가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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