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53화 (351/1,050)

352화

아주머니가 난감한 듯 자신을 보자 중년 남자가 애써 웃으며 손을 저었다.

“효정 씨, 아닙니다. 제가 생각 이 짧았습니다.”

잠시 우물쭈물하던 중년 남자가 말했다.

“그…… 방탄 좋아한다고 하던

데.”

방탄이라는 말에 여자아이 둘이 그를 보았다.

“아저씨가 방탄을 알아요?”

의아한 듯 보는 여자아이들을 보던 중년 남자가 웃으며 말했 다.

“그럼. 나도 방탄 알고 노래 좋 아하지.”

“아저씨가요?”

“파이어!”

중년 남자가 ‘파이어’라는 가사

를 외치자 여자아이들이 그를 보 다가 피식 웃었다.

리듬도 없이 파이어! 라고만 하 니 황당한 것이다. 그런 두 여자 아이의 모습에 중년 남자가 웃으 며 말했다.

“3시에 코엑스에서 방탄 예능 촬영하거든.”

“방탄이요?”

“오늘 거기에서 ‘달린다’ 예능 찍는데, 방탄하고 같이 촬영한 대.”

“ 진짜요?”

“거기 피디가 나하고 친한 동생 이라 이야기 들었어.”

“그럼 우리 방탄 볼 수 있어 요?”

“볼 수 있지.”

“ 와.”

놀란 눈을 하던 여자애 둘이 서 로를 보며 웃는 것에 중년 남자 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주방에서 보며 강진

은 살짝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남자분이 여자분을 좋아하는구 나. 그리고…… 애들하고 상견례 하는 건가?’

여자아이 둘은 아주머니의 딸인 것 같고, 중년인은 그 딸들에게 점수를 따려고 이 자리를 마련한 모양이었다.

‘근데 둘이 안 어울리네.’

남자는 딱 중년 남성 하면 떠오 르는 이미지의 사람이었다. 머리 숱이 없지는 않았지만 살짝 배가

나온 후덕한 스타일이고, 아주머 니는 나이에 비해 청순한 매력을 가진 미인이었다.

그리고 되게 동안이라 어려 보 이기도 하고…… 옷만 젊게 입으 면 애 있는 아주머니가 아니라 처녀로 보일 정도였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힐끗 아이들 뒤에 있는 남자 귀신을 보았다.

‘그럼 저 귀신은 관계가 어떻게 되지?’

잘생긴 남자 귀신은 훨씬 젊어 보이는 것이 동생이나 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볼 때, 중년인이 주 방 쪽을 보고는 말했다.

“저 주문하겠습니다.”

중년인의 말에 강진이 홀로 나 왔다.

“식사 어떤 거로 해 드릴까요?”

중년인이 여자를 힐끗 보고는 강진을 보았다.

“저기, 손님이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 준다고 하던데.”

“물론입니다. 무엇으로 해 드릴 까요?”

강진의 물음에 중년인이 여자아 이들을 보았다.

“아저씨가 보니까, 젊은 손님들 이 오색 찹 스테이크하고 단호박 스테이크 좋아들 하시더라.”

말을 하며 중년인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여주자 여자아이들이 그것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먹을게요.”

“저도요.”

지금 아이들에게는 메뉴는 뭐가 되든 상관이 없었다. 둘에게 지 금 중요한 것은 바로 방탄을 보 러 가는 것이었다.

그런 둘을 보던 강진이 중년인 을 보았다.

“두 분은 어떤 것으로 해 드릴 까요?”

강진의 말에 중년인이 여자를 보았다.

“여기 김치찌개가 맛있다고 하 던데요.”

“그럼 김치찌개로 먹을게요.”

“아! 다른 것 드시고 싶으면 다 른 것으로 드셔도 돼요.”

“아니에요. 저도 김치찌개 좋아 해요.”

여자의 말에 중년인이 강진을 보았다.

“김치찌개 두 개 부탁드리겠습 니다.”

중년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는 배용수와 여자 귀신 들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귀신들에게 다가가며 강진 이 배용수에게 말했다.

“밖에 귀신 있다. 데려와서 밥 이나 먹이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홀을 힐 끗 보고는 고무장갑을 벗은 뒤 주방을 나갔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냉장고에서

소고기와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 했다.

그리고 찹 스테이크를 만들 재 료 준비를 할 때, 배용수가 남자 귀신을 데리고 들어왔다.

남자 귀신이 들어오자 강진이 가림막을 슬쩍 쳐서 홀과 주방을 가리고는 말했다.

“어서 오세요.”

강진의 인사에 남자 귀신이 놀 란 눈으로 그와 주방을 둘러보았 다.

“귀신이…… 설거지를 하네요?”

놀란 눈으로 여자 귀신들을 보 는 남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2층에서 드라마 보는 귀신도 있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 다.

“설명 안 해드렸어?”

“이제 해야지.”

배용수가 남자 귀신을 보며 이

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아…… 소문은 들었습니다. 여 기가 그 저승식당이군요.”

남자 귀신이 주방을 둘러보다가 여자 귀신과 배용수를 보았다.

“그런데 이분들은?”

“저희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 입니다.”

“귀신도…… 일을 하나요?”

“귀신이고 사람이고 일을 해야

죠.”

웃으며 강진이 돼지고기를 냄비 에 넣고는 달달 볶으며 말했다.

“드시고 싶은 것 말씀해 주시면 준비해 드릴게요.”

“식사요?”

“제삿밥은 드셔 보셨죠?”

“네.”

말을 하며 남자 귀신이 홀을 보 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저분이 누나예요?”

강진의 물음에 남자 귀신이 미 소를 지었다.

“우리 효정이가 이제 저보다 나 이가 들어 보이나 봐요.”

“그럼 혹시?”

“제 아내입니다.”

남자 귀신이 아내를 보다가 입 을 열었다.

“저는 김진배라고 합니다.”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인사에 김진배가 홀을 보았다.

“저기 아내는 이효정이고, 안경 낀 애는 김정아, 옆에 애는 김수 아. 둘이 쌍둥입니다.”

김진배의 소개에 강진이 홀을 보고는 말했다.

“애들이 이쁘네요.”

“제가 없어도…… 효정이가 잘 키웠어요. 내가 살았어야 했는 데.”

김진배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김진배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드시고 싶은 것 말씀하세요. 맛있게 해 드릴게요.”

“맞습니다. 귀신한테 밥 해 주 는 곳이라, 제삿밥보다 더 맛있 습니다.”

배용수의 설명에 김진배가 강진 이 볶고 있는 고기를 보다가 슬 며시 말했다.

“효정이 먹을 김치찌개인가요?”

“네.”

“고기가 들어가는군요.”

김진배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효정 씨 고기 안 드세요?”

“고기 잘 먹습니다. 대신…… 김치찌개는 참치 넣고 끓인 것 좋아해서요.”

김진배의 답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참치 넣고 끓이면 되죠.”

“이미 하시는 것 같은데.”

“이건 저 먹으면 되죠.”

웃으며 강진이 한쪽에 냄비를 하나 더 올리고는 그 위에 육수 를 붓고 김치를 넣었다.

그리고 참치를 하나 꺼내자 김 진배가 말했다.

“참치 기름 다 넣어 주세요.”

“기름진 것을 좋아하시나 보네 요.”

“효정이는 자기 피부의 비결을 기름이라고 자주 이야기했었죠.”

피식 웃는 김진배를 보며 강진 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참치를 통 째로 넣고 기름도 잘 넣었다.

“혹시 더 원하는 스타일 있으면 말씀하세요.”

“파를 좀 큼직하게 썰고 반을 갈라서 마지막에 넣어 주세요. 좀 많이요.”

“파를 크게요?”

“효정이가 파를 좋아해요. 대신 파 숨이 너무 죽지 않게요. 살짝 데치는 정도로요.”

“그럼 다른 양념은?”

“다른 건 평범한데…… 마늘을 그걸로 두 숟가락 넣어 주세요.”

“마늘도 많이 들어가네요.”

“마늘도 좋아해서요. 아! 그리고 두부 있나요?”

김진배의 말에 배용수가 두부를 꺼냈다.

“두부 따뜻하게 해서 참기름 살 짝 둘러 주면 좋아합니다.”

김진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냄비에 물을 하나 더 받았다.

두부를 따뜻하게 데우기 위해서 였다.

강진이 준비를 하는 사이, 배용 수가 냉장고 구석에서 비엔나소 시지를 꺼내 내밀었다.

“이거라도 드세요.”

배용수가 건네는 소시지를 본 김진배가 놀란 듯 그를 보았다.

“잡……으셨어요?”

“이건 귀신 먹는 거라 잡을 수 있어요. 드셔 보세요. 깜짝 놀라 실 겁니다.”

배용수의 말에 김진배가 의아한 눈으로 소시지를 보다가 손을 내 밀어 그것을 잡았다.

손에 소시지가 잡히자, 정말 놀 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슬며시 그것을 입에 넣었다.

“아……

김진배의 입에서 감탄성이 나왔 다. 너무…… 맛있는 것이다.

그가 소시지를 먹는 것을 볼 때, 강진의 귀에 여자 귀신들끼 리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잘생겼다.”

“완전 연예인이야.”

“어쩜 속눈썹이 저렇게 길지?”

“입술에 뭐 발랐나? 완전 반짝 거린다.”

“나 저렇게 잘생긴 귀신 처음 봐.”

“팔뚝 근육 봐. 잔근육 쩐다.”

여자 귀신들이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에 강진이 힐끗 그녀들을 보 았다.

여자 귀신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는 설거지를 하며 김진배를 힐끗 거리고 있었다.

그런 여자 귀신들의 모습에 강 진이 손을 움직이며 말했다.

“그런데 진배 씨 정말 잘생기셨 어요.”

강진의 말에 소시지를 두 손으 로 소중히 잡은 채 우물우물 먹

던 김진배가 웃었다.

“저하고 효정이가 학교에서는 유명한 커플이었습니다.”

“학교 CC셨나 보네요.”

“네.”

웃으며 김진배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잘생기기는 했네.’

강진이 실제로 본 남자 중에서 는 가장 잘생긴 외모였다. 게다 가 여자 귀신들이 감탄할 정도로

몸도 제법 좋은 것이 아주 보기 좋았다.

강진이 김진배를 보다가 배용수 를 보았다.

“소시지 좋아하시는 것 같으니 소야하고 JS 식품으로 음식 좀 해 드려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장고 한쪽 깊숙이 있는 통을 꺼냈다.

통 안에는 JS 식재들이 담겨 있 었다. 그것을 꺼낸 배용수가 접

시에 소시지를 몇 개 더 담아 김 진배에게 주었다.

“고기 좋아하시죠?”

배용수의 말에 김진배가 소시지 를 하나 더 집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네.”

“그럼 불고기하고 밥으로…… 혹시 다른 좋아하는 음식 있으세 요?”

“계란찜 좋아합니다.”

“계란찜. 알겠습니다.”

배용수가 JS 재료가 담긴 통에 서 돼지고기와 계란을 꺼냈다.

“재료 안 섞이게 조심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먹을 식재에 JS 식재가 섞이면 큰일이라 식재를 신중히 관리하는 것이다.

주방에서 나는 음식 냄새에 이 효정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냄새가 좋네요.”

이효정의 말에 김충호가 미소를 지었다.

“맛집 검색해 보고, 근처 회사 다니는 친구들한테 확인해서 찾 은 곳입니다.”

“친구분들이 여기에서 먹어 봤 대요?”

“제 친구가 여기 앞 무역 회사 다니는데, 물어보니 여기 단골이 라고 하더군요. 아주 맛있다고 했습니다.”

“그럴 것 같아요.”

이효정이 주방 쪽에서 새어 나 오는 냄새를 맡다가 미소를 지었 다.

“맛있겠어요.”

이효정의 말에 김충호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김정아와 김수아를 보았다.

둘은 핸드폰으로 아이돌 관련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김충호가 뭐 라도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할 때,

이효정이 작게 말했다.

“얘들아, 아저씨한테 궁금한 거 없어?”

이효정의 말에 김정아가 김충호 를 보았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자, 김수아도 김충호를 보 았다.

두 아이가 자신을 보자 김충호 가 긴장되는 듯 침을 삼켰다.

“아저씨한테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봐.”

“흠

김충호의 말에 김수아가 팔짱을 끼고는 그를 보았다.

“우리 엄마가 좋아요?”

대뜸 직설적인 질문이 들어오자 김충호가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한다.”

김충호의 말에 김정아와 김수아 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정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지금부터 궁금한

것을 묻겠어요.’’

말을 하며 김정아가 지갑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냈다.

“그건 뭐니?”

“엄마가 아저씨 소개해 준다고 해서 미리 준비했어.”

“뭘 그런 걸 준비했어?”

“준비해야지. 엄마하고 아저씨 하고 잘 되면 우리한테 아빠가 생기는 건데…… 검증해야지.”

단호한 김정아의 말에 김충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든 물어봐.”

“그럴 거예요.”

그러고는 김정아가 종이를 펼치 자 김충호가 다소 경직된 얼굴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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