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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361화 (359/1,050)

360화

꿀꺽!

강진이 목울대를 영화처럼 움직 이며 소주를 마시는 귀신을 멍하 니 볼 때, 귀신이 미소를 지었 다.

“여기 맛집이군요.”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저희 가게가 맛집이기는 합니

다.”

“다행입니다. 제 동생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겠어요.”

귀신의 말에 강진이 음식을 만 들다가 그를 보았다.

“동생분이 가리는 음식이 있나 요?”

강진의 물음에 귀신이 소시지를 입에 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때는 음식 가리고 그러면 굶어 죽는 시기라 먹을 것이 있 으면 다 먹습니다.”

귀신의 말에 강진이 음식을 접 시에 덜었다. 지금 만든 것은 귀 신이 먹을 것으로 가장 빠르게 되는 소시지볶음이었다.

소시지와 채소에 케첩과 간장을 넣고 볶은 뒤 그 위에 마요네즈 를 올린 것이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간장을 프라이 팬 면을 통해 한 번 태우듯이 하 는 것이다.

“일단 이것 드시고 계세요.”

“고맙습니다.”

웃으며 귀신이 소시지볶음을 볼 때, 배용수가 JS 즉석밥을 하나 데워서 내놓았다.

“밥도 드세요.”

배용수의 말에 귀신이 그를 보 았다.

“그런데 귀신이 일을 하는 겁니 까?”

“혼자 하기 힘들어서 귀신 직원 을 쓰고 있습니다.”

귀신이 일을 한다는 것에 북한 군 귀신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

았다.

“식사하세요.”

강진의 말에 북한군 귀신이 고 개를 끄덕이고는 밥을 떠서 입에 넣었다.

곧 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와…… 이 귀신은 뭘 할 때마 다 CF야?’

딱 즉석밥 광고에 나오는 배우 가 지을 법한 미소였다.

강진의 시선에 귀신이 살짝 웃 으며 말했다.

“밥이 무척 달고 맛이 좋습니 다. 쌀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 다.’’

“그거……

말을 하려던 강진이 입맛을 다 시며 입을 다물었다. 귀신 혓바 닥 위에서 자란 쌀로 지은 밥이 라는 말을 하기는 좀 그러니 말 이다.

“맛있게 드세요.”

그걸로 설명을 마무리할 때, 배 용수가 말했다.

“고등어하고 제육 다 됐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등어구 이와 제육볶음을 가지고 홀로 나 왔다.

두 음식을 식탁에 놓으며 강진 이 말했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강진의 말에 아버님이 웃으며 말했다.

“김치전이 맛이 좋습니다.”

“잡채도 맛있어요.”

부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칭찬을 해 주시니 리필을 빨리 해 드려야겠네요.”

“더 주시면 감사히 먹겠습니 다.”

강진이 주방에서 김치전과 잡채 를 더 가지고 와 테이블에 놓았 다.

“사장님, 혹시 막걸리 있습니 까?”

“있습니다.”

“그럼 막걸리 두 병 부탁드리겠 습니다.”

아버님의 주문에 강진이 냉장고 에서 막걸리를 꺼냈다. 이 막걸 리는 유대성 어르신의 주조장에 서 만드는 막걸리였다.

얼마 전에 주조장에서 일본으로 수출을 할 막걸리를 새로 완성했 다.

전에는 생막걸리라 유통기한이 짧아 주위에만 판매를 했지만, 이번에 만든 것은 수출을 생각해 유통기한을 늘린 막걸리였다.

그걸 임호진이 몇 상자 가지고 와서 팔아 보고 반응 좀 봐 주라 고 놓고 간 것이었다.

강진이 막걸리를 놓고 그 옆에 양은그릇을 내려놓았다.

“막걸리는 또 양은그릇에 마셔 야 제맛이죠.”

“젊은 사람이 막걸리 먹을 줄을

아는군요.”

“맛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정민이 막걸리를 보고는 말했다.

“이거 지금 저희 부서에서 관리 하는 주조장 막걸리예요.”

“그래?”

정민도 막걸리를 아는 것을 보 니 임호진이 그를 데리고 주조장 에 한 번 다녀온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배용수가 다 끓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쟁 반에 놓자, 강진이 그것을 손님 들에게 가져다주고는 주방으로 돌아왔다.

귀신은 햇반에 소시지, 그리고 JS 편의점 표 볶음김치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맛 괜찮으세요?”

“아주 맛이 좋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밥은 귀신 돼서 처음입니 다.”

“저승 음식이 생각보다 맛이 좋 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제삿밥하고 는 전혀 다릅니다.”

환하게 웃는 귀신을 보던 강진 이 물었다.

“저승식당은 그럼 전쟁통에 가 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럼 그때는 식사 어떻게 하셨 어요?”

“그때는 전쟁통이라 저승식당도 무척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이것 저것 넣고 끓인 찌개나 전 그리 고 국수 같은 것을 먹었습니다.”

“ 전요?”

“다른 건 많이 모자라도 밀가루 는 미군이 많이 풀어서 그나마 먹을 만큼 있었습니다.”

귀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런데 사투리를 안 쓰시네 요?”

북한군이면 ‘-하라우’, ‘-합네 다’ 같은 북한 사투리를 쓸 것 같았는데, 다소 옛날 말투기는 했어도 분명 서울 말투를 쓰고 있었다.

“나는 경성 사람입니다.”

“경성이면 서울요?”

“맞습니다.”

“그런데 북한군 옷을 입고 계신 데……

강진의 물음에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부모님께서 독립운동을 하셔서 그런지, 저도 독립운동을 했습니 다.”

“아! 독립투사였군요.”

“투사라고 할 것은 아닙니다. 그땐 나이가 어려서 독립운동하 던 분들 심부름이나 하고, 정보 나 모으는 길거리의 아이였습니 다.”

옛날 기억을 떠올리는 듯 잠시 말이 없던 귀신이 소주를 마시고 는 입을 열었다.

“그러다가 순사에게 쫓기는 동 지를 보고 그를 도주시키는 것을 도와줬는데 운이 나쁘게도 제가 잡혔습니다.”

“아……

“그래서 감옥에 들어갔는데 거 기에서 독립을 맞았습니다. 그때 는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세상 이 우리 것이 된 것 같고…… 남 눈치 볼 것 없이 대한 독립 만세 라고 외칠 수도 있고.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셨군요.”

강진이 소주를 따라주자 그가 다시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독립한 조선의 하늘 밑에서 이 제 열심히 살아보자 생각을 했는 데……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순 사 놈을 봤습니다.”

“순사요?”

“조선인 순사였는데…… 그놈이 아직도 경찰을 하고 있더군요.”

“일제 청산……

귀신이 하는 말에 강진이 작게 중얼거렸다. 일제의 그림자를 모

두 지워 버린 북한과 달리 당시 남한은 모두 지우지 못했다.

일본인들은 쫓아버렸지만, 그 밑에서 일하던 조선인 중 많은 수가 여전히 남한의 정부에서 일 을 했다.

그중에는 군인도 있었고, 경찰 도 있었고…… 어쨌든 그들은 남 았다.

“그것 보고 열이 받았습니다. 저런 놈들이 아직도 하늘 아래 떳떳하게 고개 치켜들고 다니는 것 보니…… 참을 수가 없더군

요.”

“그래서 월북을 하신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귀신이 한숨을 쉬었다.

“제가 공산주의나 민주주의 그 런 것은 모르지만, 그런 놈들과 같이 살기는 싫었습니다. 나를 고문하던 순사 놈이 대낮에 돌아 다니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입맛을 다신 귀신이 재차 소주 를 마시고는 말했다.

“그래서 그 순사 놈을 죽이고 어린 동생과 월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북에서 군인이 되었습 니다.”

“그런데 왜 하필 군인이?”

“월북을 하다가 북한 군인들에 게 잡혔는데 그 부대 대장님이 제가 도주를 도왔던 분이더군 요.”

“아! 그런 우연이.”

강진이 놀란 눈을 하자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께서 차라리 부대에 남아 있으라고 하더군요.”

“부대에요?”

“그때 남한도 혼란스러웠지만, 북한도 많이 혼란스러웠던 때라 안정될 때까지 여기에 있는 것이 좋겠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거기 에 남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군인이 됐습니다.”

“그럼 동생분은?”

“제 사정을 알고 대장님이 같이 지내게 해 주셨습니다.”

“부대에요?”

“그때는 북이 남을 침공하지 않 았을 때라, 동생 혼자 있는 것보 다는 부대 내에 같이 있는 것이 생활하기가 나았습니다.”

말을 하던 귀신이 미소를 지었 다.

“어떻게 보면 그때가 제 인생에 서 가장 편안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요?”

“저 챙겨 주시는 대장님도 계시 고, 동생도 있고, 밥도 꼬박꼬박

나왔으니까요. 그리고 부대가 예 전에 독립운동하던 이들을 모아 놔서 그런지 분위기도 나쁘지 않 았습니다.”

“독립운동하시던 분들을 모은 부대요?”

“그때 북한에는 파벌이 몇 개 있었습니다. 저희는 독립운동을 하던 무력 단체에 속한 부대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말을 하던 귀신이 눈을 찡그렸 다. 그러고는 곧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그러다가 전쟁이 터지 면서 동생을 데리고 내려오게 됐 습니다.”

“전쟁터에 동생을 데리고 가신 건가요?”

“동생이 떨어지기 싫어하더군 요. 그리고 그때 대장님이 차라 리 데리고 가는 것이 안전할 것 이라고도 하셨고요.”

난리 통에 어린애 한 명 혼자 떨어져 있는 것보다는 데리고 다 니는 것이 나을 거라 생각한 것 이었다.

게다가 북에는 아이를 맡길 연 고지도 따로 없고 말이다. 그렇 게 남한으로 들어온 부대는 남진 을 하다가 전투에서 패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 전투에서 그도 죽었고 말이 다. 그 당시 그는 전쟁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왜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북한군의 학살에 치를 떨고 있었 다.

귀신이 속한 부대의 대장님은

양민의 학살이나 피해를 철저하 게 막았지만 다른 부대는 아니었 다.

같은 북한에 속한 부대였지만, 다른 부대가 지나간 마을에는 시 신이 널려 있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 여자 할 것 없이 몰살을 당한 마을들이 너무 많았다.

그것을 보며 귀신은 북한군이 같은 조선의 군대가 아니라 마치 일본군처럼 느껴졌었다.

결국 그는 부대가 전멸을 당할 때 동생에게 말했다. 남한으로 가라고.

“왜 남한으로 가라고 하셨어 요?”

한국 전쟁 초반은 북한이 우세 한 상황이었다. 남한은 부산까지 밀려났으니 말이다.

그리고 형이 북한군이니 북한으 로 가는 것이 나은 것이 아닌가 싶은 강진이었다.

강진의 물음에 귀신이 고개를

저었다.

“조선의 백성은 강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 보는 강 진을 보며 귀신이 입을 열었다.

“억압받고 밟혀도 조선의 백성 은 일본과 싸웠습니다. 총과 칼 이 없으면 이빨로 싸웠습니다. 누르면 누를수록 강해지고 단단 해지는 것이 조선의 백성입니 다.”

“그 말씀은?”

“그때 제가 보기에 북한은 일본 놈들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죄 없는 이를 너무 많이 죽였습 니다. 저희 대장님께서 해 주신 말이 군인의 적은 적국의 군인이 지, 적국의 백성이 아니라 했습 니다. 군인이 적군의 군인을 죽 이는 것은 명예이나, 군인이 일 반인을 죽이는 것은 살인 그 이 상도 이하도 아니라 하였습니 다.”

“그래서 동생에게 남한으로 도 망치라 하신 거군요.”

“그 당시엔 북한이 이기고 있었 지만, 머지않아 질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이기고 독립을 한 것처럼요.”

귀신이 홀을 보며 미소를 지었 다.

“제 동생에게는 남한이 어울립 니다.”

그러다가 귀신이 강진을 보았 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정복남입 니다.”

“이강진입니다.”

이강진과 인사를 나눈 정복남이 소시지를 먹다가 홀을 보고는 말 했다.

“제 동생도 소시지 좀 볶아 주 실 수 있을까요?”

정복남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부산에서 미군들이 먹고 버린 깡통 햄이 얼마나 맛있던지

“깡통 햄요?”

“사지는 못하고 미군들이 먹고 버린 것 주우면 제 동생이 그걸 며칠 동안이나 핥아먹었는지 모 릅니다.”

정복남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에 서 스팸을 하나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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