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화
한마음 보육원에 도착한 강진은 차를 한쪽에 세우고는 장현희와 이아름을 보았다.
두 사람은 어느새 잠을 자고 있 었다.
‘피곤하셨나?’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살며 시 장현희를 흔들었다.
“도착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장현희가 눈을 뜨 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입 을 손으로 훔치고는 이아름을 깨 웠다.
“야, 다 왔대.”
이아름이 눈을 뜨다가 아차 싶 었는지 강진을 보았다.
“죄송해요. 운전하시는데 자 버 리고.”
“아니에요. 자, 내리시죠.”
강진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 사이 푸드 트럭을 본 아이들이
뛰어왔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지만, 두 번 정도 와서 음식 해 주고 하다 보니 아이들이 반갑게 뛰어왔다.
“형!”
“와! 푸드 트럭이다!”
아이들이 뛰어오는 것에 웃었 다.
‘나보다는 푸드 트럭이 더 반가 운 모양이네.’
형이라는 소리보다는 “푸드 트 럭이다!” 하는 소리가 더 큰 것 을 보면 말이다.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다가 장희 섭이 같이 오는 것에 강진이 의 아한 듯 그를 보았다.
“너 왜 여기 있어? 숙소에 있어 야 하는 것 아냐?”
“일요일이잖아요.”
장희섭은 레드윙에 소속이 된 후 그곳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 하고 있었다.
“아! 일요일에는 밖에 나가도 되는 거야?”
“운동선수라고 매일매일 운동하 는 것은 아니니까요. 일요일은 자유 시간이라 휴식도 하고 집에 갈 애들은 집에도 가고 그래요.”
장희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뒤에 서 있는 이아름과 장현희를 보았다.
“오늘 같이 오신 이아름 씨, 장 현희 씨. 인사들 해야지.”
강진의 말에 아이들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애들의 인사에 장현희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내가 맛있는 것 해 줄게. 자장면이 좋아, 짬뽕이 좋아?”
“자장요!”
“짬뽕요!”
아이들의 외침에 장현희가 고개 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럼 두 개 다 먹자!”
장현희가 강진을 보았다.
“캡 열어 주세요.”
장현희의 말에 강진이 푸드 트 럭 캡을 열어 주었다. 장현희가 차 안에 들어가며 물건들을 찾자 강진이 재료들과 기구들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일단 반죽부터 해야 해요.”
“물 떠다 드려요?”
“네.”
장현희의 말에 강진이 차에 실
린 통을 두 개 꺼내서는 장희섭 에게 하나를 내밀었다.
“형하고 물 좀 뜨러 가자.”
“제가 떠올게요.”
“같이 가.”
강진이 수돗가로 걸으며 장희섭 뒤를 따르는 아버지 귀신, 장대 강을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장대강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기분이 좋아 보 이는 것에 강진이 마주 웃어 보 였다.
장대강으로서는 요즘 기분이 좋 을 것이다. 제대로 된 실력 대접 을 받지 못하던 아들이, 이제는 레드윙이라는 좋은 팀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을 하고 있으니 말 이다.
장대강을 보던 강진이 장희섭을 보았다.
“팀 적응은 잘 돼?”
“저만 간 것이 아니라 친구들하 고 같이 가서 적응은 어렵지 않 아요. 그리고 감독님하고 코치님 들이 저희한테 잘 해 주세요.”
장희섭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레드윙으로 갔으 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팀 내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희섭은 인명공고 친구 들하고 같이 들어갔기에 적응을 쉽게 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잘 됐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을 이었다.
“인명공고하고 시합하는 것 봤 다.”
“보셨어요?”
“직접 가지는 못하고 인터넷 방 송으로 봤어. 완전 박살을 내 버 리던데? 4 대 1.”
강진의 말에 장희섭이 머리를 긁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 골도 안 먹 고 싶었는데.”
“그 한 골은 어쩔 수 없어 보이 더라.”
레드윙이 먹은 골은 코너에서 찬 공이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
려 들어갔던 거라 어쩔 수가 없 었다.
“그건 그래요. 병수가 코너킥은 예술로 차거든요.”
“공이 어떻게 그렇게 휘어서 들 어가냐. 그 골 보고 인터넷 방송 비제이도 경악을 하더라. 어떻게 인명공고에 이런 애들만 모아 놓 느냐고.”
“코너킥만으로도 주전에 들어갈 실력 있는 녀석이에요. 게다가 코너킥 말고도 패스도 좋고…… 이제라도 빛을 봐서 다행이에
요.”
골을 넣은 인명공고 2학년을 칭 찬하는 장희섭의 말에 강진이 물 었다.
“그 친구도 인명공고에서 주목 못 받았던 선수 같던데?”
“백 감독님 해고되고 새로 온 감독님이 선수들 실력대로 기용 하시는 것 같아요. 다행이에요.”
“그건 다행이네.”
강진의 말에 장희섭이 웃다가 살짝 한숨을 쉬었다.
“후배들한테 미안하기는 했지 만…… 제 실력을 확실히 보여주 고 싶었어요.”
“실력이라…… 잘 했어. 실력 좋은 사람이 이기는 게 그쪽 바 닥이잖아. 후배들한테 미안하다 고 봐주면서 하면 애들이 더 서 운하고 자존심 상했을 거야.”
“그렇죠.”
말을 하는 장희섭의 얼굴에는 후련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자 신과 같은 신세였던 후배들에게 는 미안하지만, 자신보다 못하면
서 일군이라고 날뛰던 후배들과 삼학년 동기들에게는 이번에 제 대로 엿을 먹여 준 것이다.
특히 청소년 대표로 나갈 거라 고 잘난 척을 하던 3학년 스트라 이커 동기를 이 번에 아예 박살올 내버려서 속이 후련한 그였다.
공격 내내 자신한테 쩔쩔맸으니 대표 이야기는 쏙 들어갔을 것이 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백현덕 감 독이 일찍 잘린 것이 아쉬울 뿐 이었다. 그가 있었다면 그의 앞
에서 당신의 눈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해고를 당해 서 보여 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백 감독은 시합 보러 안 왔어?”
“안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자신이 몇 년 동안 가 르친 제자들 시합인데 벤치에는 못 들어와도 경기장에 보러는 오 지. 너무하네.”
“이미 자신의 팀이 아닌 거겠 죠.”
“마음 접는 것 빠르네.”
“그런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장희섭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 이 물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불편하게 하 는 것은 없어?”
“불편요?”
“들어 보니 백 감독 밑에서 프 로로 뛰는 제자들 있다고 하던 데. 혹시 그쪽에서 너한테 나쁜 소리 하지 않아?”
백 감독에게 불이익을 받은 제 자가 있다면, 이익을 받은 제자 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놈들에게는 백 감독이 참 스승일 것이고 장희섭이 눈엣가 시일 것이다.
“대놓고는 이야기 안 하는 것 같아요.”
“대놓고 안 하면 은밀하게는 한 다는 거야?”
강진의 물음에 장희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 몇이 전화번호 알고 전화 하기는 하더군요.”
“전화해서 욕하디?”
강진의 말에 장희섭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놈들이네. 후배가 고생한 것 알면 위로해 주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욕을 해.”
강진의 말에 장희섭이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 를 갸웃거렸다.
“욕먹었는데 기분 좋아 보인
다?”
강진의 물음에 장희섭이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욕하면서 그러더라고요.”
“뭐라고?”
“국대에서 가만 안 둔다고요.”
“국대?”
강진의 말에 장희섭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며 말했다.
“나를 싫어하는 선배들도 내가 국대로 올 거라 생각을 하는 거
잖아요. 그래서 국대에서 가만 안 둔다고 하는 거고요.”
“아!”
장희섭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그래서 기분 좋았구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내 실 력은 인정하는 거니까요.”
기분이 정말 좋다는 듯 미소를 보이며 장희섭이 강진을 보았다.
“그 전화 받고 기분이 좋더라고
요. 그래서 웃었는데 전화한 선 배가 아주 열받아서 욕을 바가지 로 했어요.”
“그랬겠지.”
욕을 하며 협박을 하려고 한 전 화인데 상대가 웃어 버리니 더 열이 받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국대에서 정 말 보게 되면 어떻게 해? 개고생 하는 것 아냐?”
“백 감독님 밑에서 2년을 버텼 는데 국대 소집 기간을 못 버티
겠어요?”
웃으며 장희섭이 허공을 향해 슈팅하듯 발을 움직였다.
휘익!
허공을 호쾌하게 가르는 가상의 슈팅을 날린 장희섭이 재차 미소 를 지었다.
“그 선배가 하는 욕이 저한테는 칭찬처럼 들리더라고요. 기분 최 고였어요.”
장희섭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래서 국대에는 들어갈 수 있 올 것 같아?”
“성인은 모르겠지만 청소년이나 올림픽 대표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이 넘치네.”
“첫 대회기는 했지만 내 수비를 뚫을 만한 공격수를 못 봤어요. 그리고 제 패스도 통했고…… 제 실력이 통하는데 자신감을 안 가 질 수가 없죠.”
“그 정도면 자신감 가져도 되겠
다.”
강진의 말에 장희섭이 머리를 긁었다.
“실력인데요.”
“후! 그렇다 치고 그럼 올림픽 대표 들어가는 거야? 곧 도쿄 올 림픽 있잖아?”
강진의 물음에 장희섭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실적이 없어서 어려울 거예요.”
하긴, 이번 대회에서 실력을 보 였다고 해도 나라를 대표하는 국 대를 뽑는데 대회 하나 보고 뽑 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다음은?”
“열심히 실적 쌓으면…… 다음 에는 될 거예요.”
자신감 넘치는 장희섭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들고 있던 물통을 던졌다.
휘익!
장희섭이 물통을 받자 강진이
말했다.
“너 잘나가니 배 아프다. 가서 물 떠와라.”
“네, 형.”
웃으며 장희섭이 물통을 들고 수돗가로 뛰어갔다.
“뭘 뛰어가. 바로 코앞인데.”
웃으며 장희섭을 보던 강진이 옆에 있는 장대강을 보았다. 장 대강은 흐뭇한 얼굴로 장희섭을 보다가 강진의 시선에 그에게 고 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제가 뭐 한 것이 있나요?”
말 그대로 강진이 한 것은 별로 없다. 다 주변 사람들이 도와줬 을 뿐…….
“이강진 씨가 아니었다면 우리 희섭이 지금쯤 몸에 파스 붙이고 있을 겁니다.”
“ 파스요?”
“백현덕이 아직도 팀 맡고 희섭 이가 그 팀에 있었으면, 몸이 가 루가 될 정도로 경기를 뛰었을
테니까요.”
“아……
“백현덕 그 자식 성격이면 우리 희섭이 몸이 걸레가 되도록 시합 을 뛰게 했을 겁니다. 다행입니 다.”
미소를 지으며 물을 받고 있는 장희섭을 보던 장대강이 문득 강 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 않아도 이강진 씨 보면 할 말이 있었습니다.”
“저한테 요?”
“희섭이한테 고기 좀 많이 먹으 라고 해 주십시오.”
“고기요?”
“네.”
장대강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물었다.
“운동선수 식단 조절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고기를 먹어야죠.”
“그러다 살찌면 안 되지 않아 요?”
강진의 물음에 장대강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살찌라고 먹으라는 겁니다.”
“살을요?”
“희섭이는 수비수입니다. 수비 수는 피지컬이 좋아야 해요. 그 래야 공격수를 막고 밀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너무 살찌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그 렇게 무식하게 살을 찌울 정도로
멍청하게 키우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장대강이 장희섭을 보며 말했 다.
“지금보다 4킬로는 더 쪄야 합 니다.”
“4킬로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4kg 정도 찌는 것은 며칠 먹어 대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었다.
강진의 말에 장대강이 고개를 저었다.
“단백질로 된 근육으로 4킬로를 찌우는 거라 쉽지 않습니다. 그 리고 우리 희섭이 운동량을 생각 하면 4킬로 찌우려면 정말 많이 먹어야 합니다.”
“아! 하긴 축구 선수면 운동으 로 소모되는 열량도 엄청나겠네 요.”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장대강이 장희섭
을 보며 말했다.
“고기를 매끼 1킬로는 합니다. 그것도 단백질 요.”
“단백질 위주면?”
“닭가슴살 위주로 매끼 생각하면 될 겁니다.”
“아…… 맛없겠네요.”
“맛없죠.”
“근데 희섭이 지금도 몸 요.”
먹어야
위주로
먹는다
좋은데
장희섭은 딱 봐도 근육질의 좋 은 몸이었다. 그리고 전에 인터 넷 방송에서 BJ도 장희섭의 피지 컬을 칭찬했었다.
이 정도면 더 키우지 않아도 되 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 장대강이 고개를 저었다.
“세계로 나가게 되면 지금보다 더 피지컬이 좋아야 합니다. 게 다가 외국 선수들은 다 저 정도 로 피지컬이 좋으니 근육을 더 늘려야 합니다.”
“근데 희섭이가 평소 고기를 안
먹나요?”
“먹습니다. 다만 너무 조금 먹 어요.”
장대강의 말에 강진이 장희섭을 보았다. 장희섭은 물을 받아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장희섭을 보며 강진이 말 했다.
“제가 이야기 한 번 해 볼게 요.”
강진의 말에 장대강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