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68화 (366/1,050)

367화

장희섭이 물통을 들고 오자 강 진이 그와 함께 걸으며 말했다.

“피지컬 좀 더 키워야 하지 않 아?”

장대강이 한 조언을 해 줄 생각 이었다.

“지금도 저 피지컬 좋은데요.”

“세계로 나가면 서양 애들하고 붙을 텐데, 그 애들은 피지컬이

우리하고 기본적으로 다르잖아.”

“그건 그렇죠.”

“그럼 지금부터 살 좀 찌워야 하지 않아?”

강진의 말에 장희섭이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는 그래야 하겠지만 지 금은 이 몸으로 해야 할 것 같아 요.”

“왜? 무슨 생각이라도 있는 거 야?”

“저희 같은 선수들은 몸을 키우 려면 그만큼 몸에 무리를 줘야 해요. 단백질도 많이 먹어야 하 고, 피지컬 키우는 운동도 해야 하고요.”

강진이 쳐다보자 장희섭이 말을 이었다.

“지금은 경기에 집중해야 해요. 경기에서 제 실력을 다 보이지 못하면 올해가 제 축구 끝일 수 도 있어요. 그래서 제 실력을 모 두 펼치기 좋은 지금 체격을 유 지할 거예요.”

“그래?”

“그럼요. 몸을 갑자기 키우면 그 몸에 적응하는 기간도 필요한 데 시즌 중에 그러기는 어려워 요. 지금은 제가 가진 것을 최대 한 활용해야 할 때지, 키울 때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러고는 장희섭이 말을 이었 다.

“그리고 세계는 아무나 가나 요.”

“왜? 못 가?”

강진의 물음에 장희섭이 잠시 있다가 웃었다. 그리고 어느새 도착한 푸드 트럭 위에 물통을 올렸다.

그러고는 강진에게 고개를 돌렸 다.

“외국에서 저를 불러 준다면 감 사한 마음으로 가겠지만…… 3년 정도는 오성 레드볼에 있을 생각 이에요.”

“레드볼이면 오성 그룹 축구팀 이지?”

“강상식 이사님 아니면 제 축구 인생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 그 래서 레드볼에서 저를 원한다고 하면 다른 곳이 돈을 더 많이 준 다고 해도 팀에서 뛸 생각이에 요.”

그리고 장희섭이 땅을 잠시 보 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레드볼 떠날 때는 이적 료 많이 받아 줄 생각이에요.”

“의리 있네.”

“강 이사님은 제 생명의 은인이

나 마찬가지니까요.”

말을 하던 장희섭이 강진을 보 았다.

“형도 마찬가지고요.”

“ 나도?”

“그럼요. 형이 강 이사님한테 말을 안 해 주셨으면 제가 어떻 게 기회를 얻었겠어요.”

말을 한 장희섭이 하늘을 올려 다보았다.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생각은

커녕 시합 어떻게 나가나 고민을 했었는데…… 지금은 세계를 생 각하네요.”

기분 좋아 보이는 장희섭을 보 던 강진이 말했다.

“공이나 차라. 구경이나 하게.”

“네!”

장희섭이 애들이 가지고 놀고 있는 축구공 쪽으로 뛰어가서는 가볍게 공을 뺏은 뒤 한쪽에 있 는 골대로 강하게 찼다.

큰 소리와 함께 공이 골대로 빨 려 들어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손뼉을 쳤다.

“나이스!”

축구를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 니지만, 속이 시원해지는 슈팅이 었다.

‘수비수가 슛도 잘하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옆에 있는 장대강을 보았다. 장대강은 흐뭇한 얼굴로 장희섭을 보고 있 었다.

공을 이리저리 컨트롤하고 있는 장희섭을 보던 장대강이 입을 열 었다.

“우리 아들한테는 계획이 다 있 었군요.”

“19살이니까요.”

강진의 말에 장대강이 미소를 지었다.

“19살이라…… 다 컸네요.”

화아악!

그리고 장대강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나오더니 사라졌다.

장대강이 승천하는 것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희섭이가 월드컵 나가서 활약 하는 것 위에서 보세요.”

휘릭! 휘릭!

허공에서 종이가 두 장 떨어지 는 것에 강진이 그것을 잡았다.

지급자: JS 금융

300,000원 (금삼십만원정)

이 수표 금액을 소지인에게 지 급하여 주십시오.

발행인: 장대강〉

〈제가 생전에 착한 일은 좀 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잔고가 얼마 안 되네요. 이 돈으로 희섭이 축 구화 하나 사 주세요.

그리고 희섭이 사인 잘 받아 놓 으세요. 나중에는 받고 싶어도 못 받을 정도로 큰 선수가 될 겁 니다. 이강진 씨에게 고마운 마

음은 제 아들의 사인으로 대신하 겠습니다.〉

장대강이 쓴 편지에 강진이 피 식 웃었다.

“축구화라…… 제가 좋은 거로 하나 사 주겠습니다.”

수표와 편지를 보던 강진이 차 에서 네임펜을 하나 꺼내서는 장 희섭에게 소리쳤다.

“희섭아!”

강진의 부름에 장희섭이 공을 차다가 그에게 뛰어왔다.

“네.”

강진이 장희섭에게 네임펜을 던 졌다.

탓!

장희섭이 펜을 받으며 뭐냐는 듯 보자 강진이 그를 손짓해서는 푸드 트럭에 다가갔다.

차에서 티슈를 꺼낸 강진이 문 옆을 깨끗하게 닦고는 말했다.

“사인해라.”

“네?”

“미래의 대단한 축구 선수한테 미리 사인이라도 받아 놓으려 고.”

“사인 해 본 적 없는데……

“그냥 이름 쓰고 날짜 적으면 그게 사인이지.”

강진의 말에 장희섭이 문짝을 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문에다 적어요? 더러워

질 텐데.”

“나중에 너 유명해지면 백만 불 짜리 사인이 될 줄 누가 아냐? 아니, 네 사인 있다고 찻값이 오 를 수도 있지.”

강진의 말에 장희섭이 웃으며 문짝을 보다가 네임펜 뚜껑을 열 어서는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장희섭. 언제나 감사한 형 이 강진에게…….>

장희섭이 적은 문구를 본 강진 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너 유명해지면 해마다 축구복에 사인해서 형 보내 줘야 해.”

“제 사인 말고도 팀 선수들 사 인까지 몽땅 받아서 드릴게요.”

“그럼 고맙지.”

강진이 웃으며 말을 할 때 옆에 서 장현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진 씨, 재료 손질 좀 도와줘 요.”

장현희의 목소리에 강진이 장희 섭의 어깨를 툭 쳤다.

“가서 놀아라.”

장희섭이 공을 차러 가는 것에 강진이 푸드 트럭 안으로 들어갔 다.

* * *

보글보글! 보글보글!

한쪽에서는 짬뽕 국물이 끓어오

르고, 한쪽에서는 자장이 익어가 고 있었다.

애들이 많고 한 번에 배식해야 하다 보니 일일이 불맛을 내기는 어려워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끓 이는 것이다.

“우리 애들이 오늘 중국 음식을 먹는군요.”

남궁문이 짬뽕 국물을 보고 침 을 삼키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 했다.

“원장님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

은데요?”

강진의 말에 남궁문이 재차 침 을 삼켰다.

“나도 짬뽕은 오랜만이네.”

남궁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육원이 엄청 가난한 것은 아니다.

밥에 고기반찬 올릴 정도로 유 지는 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 만 자장이나 짬뽕을 시켜서 애들 하고 같이 먹을 정도로 풍족한 것은 아니다.

한두 그릇 정도야 상관없지만, 애들 전체 시키면 금액이 세지는 것이다.

그 금액이면 고기 사다가 애들 실컷 먹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남궁문도 짬뽕은 오랜만 에 먹는 별미였다. 먹고 싶다고 애들 놓고 혼자 나가서 먹을 사 람도 아니니 말이다.

“소주 한잔하시죠.”

“ 소주?”

“짬뽕 국물에 한 잔 좋잖아요.”

강진의 말에 남궁문이 입맛을 다시며 짬뽕을 보다가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럴까?”

남궁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푸드 트럭에서 소주를 한 병 꺼 내왔다.

“차에 술도 있어?”

“음식 할 때도 넣고 가끔 원장 님처럼 드시고 싶어 할 분도 있 어서 챙겨 다닙니다.”

“좋구먼.”

웃으며 남궁문이 장현희를 보다 가 옆을 보았다. 옆에서는 보육 원 일을 도와주는 식당 이모님들 이 이아름에게 침을 맞고 있었 다.

원래는 애들 침을 놔 주려고 했 는데 애들이 무서워하기도 하고 맥을 보니 아픈 곳도 없어서 보 육원 일을 하시는 어른들에게만 침을 놔 주고 있는 것이었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의자에서 침을 맞고 있는 이모들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요.”

강진의 말에 남궁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아침저녁은 조금 서늘해 도 해 뜨면 바로 여름 날씨지.”

그러고는 남궁문이 하늘을 보았 다.

“그리고 오늘은 모처럼 미세먼 지도 없고.”

남궁문의 말에 강진도 하늘을 보다가 말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애들이 답답 하겠어요.”

“그렇지. 너희 때만 해도 공 하 나 던져주면 알아서 밖에서 놀았 는데 요즘은 미세먼지 때문에 밖 에 못 나가게 하니 애들이 많이 답답해하지.”

“애들은 밖에서 놀아야 하는 데…… 미세먼지가 큰일이에요.”

“그러게 말이야.”

그러다가 남궁문이 강진을 보았 다.

“아! 강상식 씨가 공기 청정기 를 여럿 기부해 주셨다.”

“강상식 씨가요?”

뜻밖이라는 듯 보는 강진의 시 선에 남궁문이 미소를 지었다.

“좀 싸가지 없어 보이는데 좋은 사람이다.”

“싸가지 없으면 나쁜 사람 아닙 니까?”

강진의 말에 남궁문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기부해 주잖아. 그럼 좋은 사 람이 다.”

“하긴, 사람 죽여서 가져온 돈 만 아니기만 하면 따질 것이 뭐 가 있겠어요. 어쨌건 애들한테 필요한 돈이고 밥 먹을 돈인데 요.”

“그래서 내가 우리 지역구 국회 의원하고 관공서 장들을 좋아하 잖냐.”

남궁문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연초와 연말에 의례적으로 국회 의원이나 관공서 장들이 보육원 이나 노인정에 기부를 하러 온 다.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여주기 식이네, 사진 찍으러 왔네, 저러 고 싶을까? 라는 식으로 말을 하 지 만..

보육원이나 노인정처럼 받는 입 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어쨌 건 사진 좀 찍어 가면서 기부금 도 주고 식료품과 필요한 생필품 을 주고 가니 말이다.

그게 다 돈이고 애들한테 필요 한 것이었다.

“강상식 씨가 자주 옵니까?”

“혼자 두 번 정도 더 왔다 갔 어.”

남궁문의 말에 강진은 놀랐다. 자신에게 연락도 없이 혼자서 올 것이라는 생각은 못 한 것이다.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저보다 더 왔네요.”

전에 강상식과 한 번 오고, 강

진은 나중에 또 한 번 왔을 뿐이 었다.

일이 좀 있고 시간이 없어 못 온 것이기는 하지만, 자신보다 강상식이 더 왔다니 멋쩍은 것이 었다.

“사람마다 생활이라는 것이 있 는데 자주 올 수 있나.”

웃으며 남궁문이 말을 이었다.

“나도 우리 집에 일 년에 두 번 간다.”

남궁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은 설과 추석 같 은 명절에 집에 가겠지만, 남궁 문은 보육원 아이들이 있으니 집 에 가지 못한다.

명절에 특히 외로운 것이 보육 원 아이들이니 말이다. 그래서 명절이 끝나고 며칠 후에 본가에 갔다가 돌아오는 식이었다.

“자주 오겠습니다.”

“자주는 무슨……. 그냥 심심하 고 할 일 없을 때 와. 괜히 시간 내서 오려고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눌 때, 장현희가 강 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 됐어요.”

장현희의 말에 강진이 푸드 트 럭에 올라타며 말했다.

“자장면 먹을 사람은 이쪽으로 서고, 짬뽕 먹을 사람은 형 쪽으 로 서.”

강진의 말에 한 아이가 손을 들 었다.

“자장 짬뽕 둘 다 먹고 싶으면 요?”

“한 그릇 먹고 또 먹으면 돼.”

“알겠습니다.”

자장과 짬뽕 중 하나만 선택해 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먹 고 다른 것을 더 먹으면 된다는 말에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양 쪽으로 갈라졌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고민이 되는 듯 양쪽을 보고 있었다.

두 개를 다 먹을 수도 있지만,

먼저 뭐를 먹어야 더 맛있을지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두 개 같이 먹고 싶은 애들은 말을 해. 형이 조금씩 덜어서 두 개 만들어 줄 테니까.”

“네!”

그제야 아이들이 서둘러 양쪽으 로 갈라졌다.

작은 아이들부터 큰 애들까지 모두 양쪽으로 갈라지자, 강진이 옆을 보았다.

그곳에는 장희섭과 그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이 바닥에 돗자리 를 깔고 있었다.

그리고 돗자리에는 탕수육이 하 나씩 놓이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던 강진이 줄 을 선 애들에게 짬뽕을 덜어주었 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음식을 받아 돗자리로 가서 앉자 장희섭이 다 가왔다.

“뭐 먹을래?”

“저는 자장면요.”

장희섭이 장현희 앞에 가는 것 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많이 먹어라.”

“네.”

아이들이 음식을 담아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여기 오면 기분이 좋 아.’

음식 봉사를 하러 온다고 하지 만…… 오히려 자신이 아이들을 보며 치유받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니 말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봉사를 다니 나?’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중독이 되는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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