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72화 (370/1,050)

속삭였다.

“허연욱 선생님이 진맥을 했는 데 치매가 낫고 있대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놀란 눈 으로 그를 보았다.

“정말?”

황민성의 평생소원은 치매 정복 이었다. 치매라는 것을 없애 버 리기 위해 그가 들인 연구비가 천억 가까이 되니 말이다.

물론 그 천억을 그냥 태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치매 연구를 통

해 생긴 연구 결과들로 약도 만 들었고, 특허도 내었다.

그리고 그 특허권으로 제약 회 사와 연결을 해 돈도 벌었다. 그 래서 천억을 연구비로 태우면서 도 새로 태울 돈을 만들어 온 게 바로 황민성이었다.

그는 의사처럼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더라도 치매에 대해서는 많 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그의 지식 상 치매는 불치 였다. 그런데 낫는다니 놀란 것 이다.

“낫고 있다고?”

황민성이 놀라 작게 속삭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황민성이 작게 한숨을 토하며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는 미소 를 지으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 고 있었다.

아이들이 개나리 꽃가지를 뜯어 가지고 놀다가 뛰어왔다.

“할머니!”

아이 하나가 개나리를 조순례에 게 내밀었다.

“꽃이 이뻐요.”

여자아이가 내미는 개나리를 본 조순례가 웃으며 그것을 받았다.

“그래. 꽃이 무척 이쁘구나.”

“헤헤헤!”

여자아이가 웃으며 다시 친구들 곁으로 뛰어가는 것에 조순례가 웃으며 개나리 가지를 들고는 가 볍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아이처럼 개나리를 흔들며 웃은 조순례를 보던 황민성이 슬며시 말했다.

“어머니, 아이들 이쁘시죠.”

“이쁘구나.”

“저기, 어머니.”

황민성의 부름에 조순례가 그를 보았다.

“입양 이야기니?”

“네.”

말을 하며 황민성이 강진에게

살짝 눈짓을 했다. 도와달라는 의미였다.

그 시선에 강진이 조순례에게 슬며시 말했다.

“어머니는 입양 싫어하세요?”

“너도 이야기 들은 모양이구 나.”

“네.”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잠시 있 다가 말했다.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

지만 민성이와 이슬이의 애기가 보고 싶구나.”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옛날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게 안 되니 문제였 다. 황민성은 애를 가질 수 없으 니 말이다.

그런 강진을 보며 조순례가 황 민성을 보았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렴. 너와 이슬이 젊으니 애 생기지 않겠

니.”

그러고는 조순례가 황민성의 손

을 잡았다.

“너희 둘 이렇게 젊은데 입양을

했다가 아이가 생기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하겠니?”

“그..

황민성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제 아이를 가질 수가 없대요.’

이런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어서였다.

“그러니 좀 더 기다려 보자.”

조순례의 걱정은 이것이었다. 황민성의 자식을 보고 싶은 욕심 도 있지만, 조순례는 훗날 두 사 람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을 때 입양한 아이가 소외되거나 상처 받을 것이 걱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황민성과 김이슬의 나이 가 애를 갖지 못할 나이도 아니 고 말이다.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돌려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는 김 이슬을 보았다.

잠시 김이슬을 보던 황민성이 강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리 좀 비켜 줄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민성에게서 멀어진 강진이 한 쪽에서 바위에 앉아 김밥을 먹고 있는 강상식에게 다가갔다.

“나오니 어때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그를 힐끗 보고는 다시 앞을 보았다. 그가 보는 곳은 산 인근의 한적

한 시골 마을이었다.

“멍하니 있기 좋은 곳입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의 옆 에 앉아서는 김밥을 하나 집어 먹었다.

“그런데 가신다면서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원래는 가려고 했었다.

실제 약속도 있고…….

슬며시 강상식이 황민성 쪽을 보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아직도 민성 형한테 관심 있으 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재차 입 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저었다.

“관심 없습니다.”

“그럼요?”

“조언을 좀 얻고 싶은 것이 있 는데……

“조언?”

강상식이 황민성을 보다가 김밥

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김밥을 잘 드시네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김밥 통을 보다가 그를 보았다.

“혹시 김밥 몇 줄까지 드십니 까?”

“김밥요?”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 이 김밥을 보다가 말했다.

“보통 두 줄 먹지 않겠어요?”

한 줄은 부족하고, 두 줄은 먹

어야 배가 부르지 않나 싶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김밥을 보다가 말했다.

“예전에 소풍날에 은옥 누나가 김밥을 싸 줬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옆에 있 는 장은옥을 보았다.

“도련님이 좋아하셔서…….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그때 형하고 누나들은 김밥은

안 가져갔어요.”

“왜요?”

“요리사들이 와서 밥을 해 주거 든요.”

“학교에서 요리사를 불러요?”

“학부모들이 요리사를 보내주셨 어요. 그래서 김밥을 싸 가는 사 람은 저밖에 없었어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대단하다 는 듯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상식이 김밥을 보다가 말했다.

“그때 누나가 김밥을 싸서 저 갈 때 몰래 주시고는 했어요. 근 데……

강상식이 웃었다.

“김밥을 한 열 줄은 싸 주시더 라고요.”

“열 줄이나요?”

“친구들하고 나눠 먹으라고 큰 통에 싸 주더군요.”

“아......"

“근데…… 저 혼자 다 먹었어

요.”

“열 줄을?”

“친구들이 없었어요.”

‘성격이 싸가지가 없으니……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강 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남겨 가면 누나가 걱정할 것 같아서 혼자 계속 먹었어요.”

그러고는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 다.

“그리고 이상하게 김밥은 먹어

도 배가 안 부르지 않습니까?”

“배가 안 불러요?”

‘이게 무슨 소리야.’라는 얼굴로 강진이 쳐다볼 때 강상식이 강진 의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김밥은 있으면 계속 들어가지 않습니까? 배 안 고픈데 손이 가 는 것처럼요.”

“그건…… 그러네요.”

강진이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김밥을 보다가 입에 넣었다.

“저는 이상하게 김밥은 많이 먹 어도 배가 안 부르더군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김밥을 더 집어 먹었다.

‘그냥 많이 먹는 스타일이라 그 런 것 아닌가?’

3 기화

강상식은 자신의 라도 하는 것처럼 먹었다.

그런 강상식의 김밥을 한 점씩 허공을 보았다.

‘힐링 되네.’

말을 증명하기

김밥을 꾸준히

옆에서 강진도 먹으며 멍하니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로도 기분이 좋았다. 말 그대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멍하니 앉아 김밥을 하나씩 집 어 먹으니 맛도 더욱 좋았다. 씹 는 맛이 있다고 할까?

‘오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왜 싫어하지?’

입에서 아삭하게 씹히는 오이의 식감을 느끼며 강진은 말 그대로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런데 황 사장님 무슨 일 있 습니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자, 강상식이 황민성 쪽을 눈짓

했다.

그에 강진이 그쪽을 보니 조순 례가 황민성과 김이슬의 어깨를 다독이고 있었다.

‘사실대로 말을 하신 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몸을 일으켜서는 강진에게 다가 왔다.

아마도 조순례가 김이슬에게 무 슨 이야기를 하려고 해서 자리를 비켜 준 모양이었다.

“휴우!”

한숨을 쉬며 다가오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어떻게……

강진이 뒷말을 흐리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사실대로 이야기했어.”

“아…… 어머니 실망 많이 하셨 겠네요.”

강진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 인 황민성이 강상식을 힐끗 보고 는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 이야기하자.”

아무래도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다 보니 강상식 앞에서 이야 기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소주 한 잔 드실래요?”

“지금 술 먹으면 어머니가 걱정 하실 것 같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같은 날 황민성 이 소주를 마시면 어머니가 걱정

하실 것이다.

입맛을 다시던 황민성이 강상식 을 보았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을 힐끗거리는 강상식의 모 습에 의중을 눈치챈 것이다.

“다음에 하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그를 보던 황민 성이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에 강상식도 말없이 허공을 보며 김밥을 먹다가 통을 들어

황민성에게 슬쩍 내밀었다.

그러자 황민성이 김밥을 보다가 그중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눈앞 에 보이기에 무심결에 집어 든 것이었다.

우적! 우적!

김밥을 먹던 황민성이 말했다.

“산에서 내려가면 강진이 가게 에서 한잔합시다.”

“저하고요?”

“싫으시면 말고요.”

“아닙니다.”

강상식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자 황민성이 다시 허공을 보다가 고 개를 돌려 어머니를 보았다.

조순례는 김이슬을 다독이고 있 었다. 슬프고 힘든 것은 그녀가 더할 텐데 오히려 김이슬을 다독 이고 있는 것이다.

잠시 조순례를 보던 황민성이 한숨을 쉬고는 다시 시선을 앞으 로 두었다.

뭔가를 보는 것이 아닌, 그저 허공을 볼 뿐이었다.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각자 차에 올라탔다. 강상식은 명함을 하나 꺼내 남궁문에게 내밀었다.

“혹시 에어컨이나 가전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이쪽에 전화하십 시오. 보육원 이름 말하면 수리 기사가 와서 봐 줄 겁니다.”

“감사합니다.”

남궁문이 웃으며 인사를 하자,

강상식이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강진도 남궁문에게 인사를 하고 푸드 트럭에 타려 할 때, 황민성 이 다가왔다.

“어머니 집에 모셔다드리고 갈 게.”

“안주는 뭐로 준비해 드릴까 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마른 오징어로 먹자.”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황 민성이 이아름과 장현희를 보았 다.

“오늘 뵙게 돼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저 가는 보육원에도 한 번 와 주세요.”

“네.”

인사를 나눈 황민성이 자신의 차에 타고 출발을 하자 강진도 차에 타고는 출발을 했다.

* * 米

한끼식당에서 강진은 강상식과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약속은 어떻게 하셨어 요?”

“취소했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힐끗 옆을 보았다. 장은 옥은 기분 좋은 얼굴로 오징어를 씹고 있었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강상 식과 술 한 잔 마셔주면 좋겠다 고 했는데, 황민성 덕에 오늘 바 로 이런 자리가 마련됐으니 말이 다.

그런 장은옥을 볼 때, 문이 열 리며 황민성이 들어왔다.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와서는 앉았다.

“저희 먼저 시작했어요.”

“잘 했어.”

그러고는 황민성이 잔을 들자 강진이 그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 었다.

소주를 받은 황민성이 단숨에 그것을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으 며 말했다.

“그럼 이야기하시죠.”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희 할아버님이 아픕니다. 몇 달 못 버티실 것 같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의외라

는 듯 그를 보았다.

“오성 그룹에서 극비로 하는 이 야기일 텐데, 저한테 하시는 이 유가 뭡니까?”

그룹 총수의 건강 문제는 그룹 의 주가로 이어진다. 큰 회사일 수록 주가가 출렁이는 것을 원하 지 않으니 총수의 건강은 극비 사항인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강상식은 그걸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황 사장님 정도면 며칠 문제냐

뿐이지,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 기 어려운 문제지만 못 알아낼 문제도 아니다.

오성 그룹 총수가 아프다면 그 후계들이 물밑 작업을 할 것이 고, 그럼 황민성의 귀에 들려올 테니 말이다.

“할아버님께서 저에게 오성화학 과 오성물산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셨습니다.”

“오성화학과 오성물산이라…… 손자에게 주기에는 덩치가 좀 큰 데?”

손자라는 말에 강상식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그는 다소 굳 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구박받는 손가락이라 마음이 쓰였나 봅니다.”

‘구박받는 손가락이면 구박받을 이유가 있는 거겠지. 그나저나 계열사를 떼어 줘?’

황민성은 강상식이 변하기 시작

하는 시점에서 그의 야망을 보았 다.

그래서 강상식이 커질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사전 조사를 했다.

이미 잘나가는 자들은 자신이 투자한다 해도 얻을 수 있는 파 이가 작다. 자신의 도움이 아니 더라도 잘나가니 말이다.

하지만 그를 지원해서 잘 될 경 우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크기에 조사를 해본 것이었다.

다만 아직 지원을 할 정도의 싹

이 보이지 않아서 보고만 있었을 뿐……. 하지만 지금 그 싹이 조 금 보이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오성화학 에 있으니 익숙한 회사를 맡는 것이 더 좋지 않나 하셨습니다.”

“그럼 오성물산은 강상식 씨가 요구한 겁니까?”

“아닙니다. 할아버지께서 선택 지를 주신 겁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 회장님은 선택지 주는 것을 좋아하시죠.”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도 동감이 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어디를 선택하는 것이 좋 겠습니까?”

강상식의 물음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파이는 오성물산이 더 큰 데…… 체할까 걱정되시는군요?”

“네.”

“그리고 오성화학은 파이가 작 기는 해도 그동안 쌓은 기반도 있고 직속도 있으니 아쉽기도 하 실 테고.”

황민성이 상황 파악을 끝내고 하는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 였다.

“정확합니다.”

권한이 적기는 해도 그에겐 이 사라는 직함이 있었다. 거기에 야망까지 있으니 자신만의 라인 을 만들어 놓은 그였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오성화학을 선택하십시오.”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 니까?”

“오성물산은 강명식 사장이 오 래 가지고 있던 회사입니다. 다 강명식 사장 라인이죠. 강상식 씨가 오성물산을 받아도 라인을 모두 갈아 치울 수 없으니 휘둘 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강 이사님도 체할까 봐 저어하는 것 일 테고.”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오성화학의 최두인 사장 은 강 회장님의 최측근입니다. 최두인 사장이면 강 회장님이 사 장 자리 놓으라고 해도 웃으며 물러나겠죠.”

“회장님께서 그에 상응하는 대 가를 최두인 사장님에게 주신다 고 했습니다.”

“대가가 아니라도 최두인 사장 님은 강 회장님이 물러나 하면 물러날 분입니다.”

“그럴 겁니다.

그리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최 두인 사장은 원래부터 은퇴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다. 다만 강 회장이 강상식을 보호해 주라고 사장 자리를 그에게 강제로 맡겨 놓은 것이다.

“그걸 아시면서도 오성물산 아 쉬운 모양이군요.”

“사실 그렇습니다.”

오성물산이 오성화학에 비해 두 배 정도 크니 아쉬운 것이다. 잠

시 강상식을 보던 황민성이 소주 잔을 들자 강진이 소주를 따랐 다.

소주를 마신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았다.

“체하면 고생합니다.”

“그래서 황 사장님께 조언을 얻 고 싶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겠습니까?”

강상식의 물음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일본에서 규제하는 물품 아십

니까?”

“이번에 수출 규제하는 것 말입 니까?”

“고순도 불화수소 관심 있습니 까?”

“무슨 의미인지 알겠는데…… 저희가 다루던 것이 아니라서.”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성화학이 불화수소 를 다루지 않는 것은 그도 안다.

애초에 한국에서 고순도 불화수 소를 다루는 곳이 있으면 황민성

이 지금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 이다.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해 특허 를 가진 중소기업이 있습니다.”

강상식이 황민성을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황민성이 말을 이 었다.

“그동안은 특허가 있어도 판로 가 없어서 만들지 못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다르죠.”

“그럼 왜 안 만들고?”

“판로가 없으니 만들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 판로가 널 렸으니 만들려고 생각 중입니 다.”

“혹시 황민성 씨가 투자를 하는 겁니까?”

“투자 계획서를 받기는 했는데 포기했습니다.”

“왜입니까?”

“공장 설비 만들고 준비하는 기 간이면 이미 국내에서 상용화가 될 겁니다. 불화수소가 필요한 그룹들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

고 있고, 외국에서도 국내에 필 요한 불화수소를 팔려고 접촉 중 이니까요.”

“그 말씀은?”

“오성화학의 공장 설비면 재료 준비하고 한 달이면 양산화 가능 하지 않겠습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화학 공장이라고 해서 아무거 나 다 만들 수 있는 건 아닙니 다. 불화수소를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 그에 맞는 설비를 들여야 합니다.”

“쉽다면 다른 회사들이 이미 달 려들었겠죠.”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 았다.

“다른 기업들보다 불화수소를 빠르게 만들어서 국산화에 성공 하면 오성화학은 불화수소를 독 점 판매할 수 있는 위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살짝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이 이미 준 비를 하는 것이라 금방 따라잡힐 겁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돈도 좋지만, 그보다 더 값어 치 있는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미지?”

“일본이 한국 엿 먹이려고 한 불화수소 규제를 첫 번째로 이겨

낸 기업…… 국민들에게 한국의 자존심을 살린 기업이라는 이미 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자존심?”

“돈으로 따지면 수천억, 아니 몇 조의 가치를 가질 겁니다.”

웃으며 말을 한 황민성이 손가 락으로 소주를 찍어 탁자에 뭔가 를 그렸다.

‘이미지…… 일본을 이겨낸?’

강상식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 민성이 탁자에서 손가락을 떼어

냈다.

황민성이 그린 것은 태극기였 다.

“한국인들의 피를 끓게 하는 것 에 이만한 것이 없죠. 특히 상대 가 일본이라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태극기 를 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해 보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 던 장은옥은 해맑게 웃었다.

“특허권 가진 사장님을 내일 찾 아뵙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몸을 일으켰다.

“혹시 필요한 설비에 대한 자료 먼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 없다는 듯 말하는 강상 식을 보며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 였다.

“문자로 넣어 드리죠.”

강상식이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리다가 다시 황민성을 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 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도와준 적 없습니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 았다.

“저는 강 이사님하고 사업을 했 을 뿐입니다.”

“사업?”

“강 이사님…… 아니, 강 사장 님도 사업을 하세요. 로비는 사 업을 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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