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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373화 (371/1,050)

372화

강상식이 가고 난 뒤 소주 한 병을 더 나눠 마신 황민성이 몸 을 일으켰다.

“집에 가야겠다.”

“벌써요?”

“해 지기 전에 들어가야지. 어 머니 걱정하실 거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배 웅해 주었다.

“어머니도 놀라셨겠지만 형수도 놀라셨을 겁니다. 두 분 다 위로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그런 황민성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쉰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JS 소주를 따라 마시 며 문을 보고 있었다.

“속 안 좋아?”

“어머니 속상해하는 것 보니까 속이 안 좋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앞에 앉았다.

“나도 그렇다.”

“오늘은 소주나 먹자.”

두 사람이 소주를 마실 때, 이 혜미가 슬며시 말했다.

“안주 좀 해 드려요?”

“저희가 해 먹을 게요.”

“기분 안 좋아 보이시는데…… 아! 저 요리 잘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럼......"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에 강진이 고 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후덕한 인상을 가진 중년 남자가 살며시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 모습을 본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충호 씨?”

전에 잘생긴 남편 수호령이 달

린 이효정과 함께 왔던 남자였 다.

“기억하시는군요.”

“손님 얼굴 기억을 잘 해야 장 사가 잘 되니까요.”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실내를 보다가 소주병과 마른 오징어를 보고는 웃었다.

“술 드시고 계셨습니까?”

김충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술이 조금 당기는 날이라서 요.”

“무슨 일이 있으세요?”

김충호의 물음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탁자에 잔이 셋인데 강진만 있 는 것이 의아해 묻는 것이었다. 물론 주위에 배용수와 여자 귀신 들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평소라면 귀신이 넷이나 있으니 김충호가 가게에 들어오기는커녕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향수를 가지게 된 후 가 게에 상주하는 배용수와 여자 귀 신들은 늘 그것을 뿌렸다.

배용수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 고, 여자 귀신들이 설거지를 하 는 동안 사람들에게 안 좋은 영 향을 주지 않으려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귀신 직원 들이 있어도 사람들이 가게를 보 고 들어오는 것이다.

“다 가고 저 혼자네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어떻게 오셨어요?”

밥 먹으러 왔다고 하기엔 지금 이 4시이니 너무 어중간한 것이 다.

“지나가다가요.”

“지나가다가요?”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슬며시 말했다.

“저 혹시 괜찮으시면 참치김치

찌개 검사도 받을 겸 하나 끓여 서 같이 한잔했으면 하는데 괜찮 을까요?”

김충호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김충호와 술을 마시면 배용수가 술을 못 마시니 말이 다.

“난 괜찮아.”

그러고는 배용수가 자리에서 일 어나며 말했다.

“저 아저씨 딱 봐도 울적해 보 인다. 이야기나 좀 들어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김충호를 보았다. 배용수의 말대로 그는 많이 울적해 보였다.

아니, 더 정확히는…….

‘많이 외로워 보이네.’

마치 텅 빈 고시원에서 들어와 멍하니 앉아 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쉬는 날이니 나가 달라는 말을 하기 어려울 만큼 외로움을 온몸 에서 발산하는 김충호를 보던 강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고맙습니다. 아! 술값하고 음식 값은 내겠습니다.”

“편하신 대로 하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 가며 말했다.

“전에 제가 알려드린 참치김치 찌개는 끓여 보셨어요?”

“그럼요. 아침저녁으로 끓이면 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김치찌개는 김치만 맛있으면

되는데.”

“저희 어머니가 집에서 보내주 는 김치가 맛이 좋습니다.”

“어머니 김치면 맛있겠네요.”

“그럼요. 저희 어머니……

말을 하던 김충호가 한숨을 쉬 었다.

“제가 노총각이라 어머니가 아 직도 고생하시네요.”

김충호가 씁쓸하게 웃으며 하는 말을 듣던 강진이 냉장고에서 김

치찌개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꺼 냈다.

“그럼 끓여 보세요.”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료들을 잡으려 하 자 배용수가 말했다.

“손부터 씻으라고 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김충호를 보았다.

“손 씻으셔야죠.”

“아!”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손을 씻 고는 냄비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 리며 말했다.

“쌀뜨물은?”

김충호의 말에 강진이 냉장고에 서 쌀뜨물이 담긴 병을 꺼내 내 밀었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할 때 쌀 뜨물로 하면 맛이 좋다.

“레시피 대로 하시나 봐요?”

“그럼요.”

김충호가 쌀뜨물을 냄비에 붓고 는 불을 켰다. 원래 강진은 미리 만들어 놓은 육수로 김치찌개를 끓인다.

하지만 김충호에게 적어 준 레 시피에는 쌀뜨물을 적어주었다. 김충호가 육수를 내서 하기는 어 려울 테니 말이다.

쌀뜨물을 넣은 김충호가 김치와 참치를 넣고는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팔팔 끓어오르자 마늘을 넣고 파도 길쭉하게 썰어 집어넣 었다.

마늘과 파가 많이 들어간 참치 김치찌개를 만드는 김충호가 강 진을 보았다.

“어떤 것 같습니까?”

“제가 적어 드린 대로 잘 넣고 끓이셨네요.”

참치김치찌개 레시피가 어려운 것이 아니니 틀리게 끓이는 것이 더 어렵다.

강진이 적어 준 것에도 쌀뜨물 넣고 김치, 참치, 마늘과 파 넣고 그냥 끓이라고만 적혀 있으니 말

이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참치김치찌개를 보 던 강진이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서 맛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도 좋네요.”

참치 기름이 두둥실 떠 있는 기 름진 찌개라 그런지 먹는 순간 달짝지근하면서도 끝이 칼칼한 것이 참 좋았다.

게다가 속도 부드러워지는 것 같고 말이다.

확실히 맛이 좋았다. 물론 김충 호의 요리 실력이 좋아서라기보 다는 김치가 맛있어서였다.

맛있는 김치를 넣고 끓이면 새 까맣게 태워 먹지 않는 이상은 맛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보았다.

“맛이 좋으십니까?”

“네.”

그러고는 강진이 찌개를 들고 홀로 가지고 나왔다.

“안주 다른 것 없이 김치찌개만 놓고 먹어도 맛이 좋겠습니다.”

강진이 새 잔을 하나 가지고 오 려 할 때, 김충호가 웃으며 말했 다.

“그냥 이 잔으로 먹겠습니다.”

덥석!

김충호가 그대로 소주를 들이켰 다.

소주잔을 챙기러 가던 강진은 김충호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다 가 목격한 광경에 얼굴을 굳혔

다.

‘어……

소주잔 밑에 작지만 선명하게 박혀 있는 이니셜이 강진의 시야 에 들어왔다.

놀라 굳어진 강진의 눈에 김충 호가 소주잔을 내려놓는 것이 보 였다.

“크으윽!”

작게 신음을 토하며 숟가락으로 김치찌개를 떠먹는 김충호를 강 진이 멍하니 볼 때,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 소주 맛이 좋네요.”

입맛을 다시며 소주잔을 보던 김충호가 옆에 있는 소주병을 들 었다.

〈서천소주〉

“서천소주? 이런 브랜드도 있었 나?”

입맛을 다시던 김충호가 웃었 다.

“깔끔하면서 뒷맛이 개운한 것 이…… 아주 맛이 좋습니다.”

김충호가 서천소주를 보며 입맛 을 다시고는 잔에 소주를 따르려 하자, 굳어 있던 강진이 급히 다 가왔다.

그러고는 소주병을 잡았다.

“이건…… 드시면 안 됩니다.”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의아한 둣 그를 보았다.

“네?”

“이건 사람 먹는 것이 아니에 요.”

“아! 사장님이 따로 아껴 드시 는 건가 보군요.”

김충호가 웃으며 자리에 앉았 다. 그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속 으로 한숨을 쉬었다.

‘치웠어야 했는데.’

배용수는 JS 소주를 마신다. 귀 신이 먹기에 가장 좋은 것은 JS 음식이니 말이다.

그런데 배용수가 마시던 것을 미처 치우지 않고 탁자에 그냥 두었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강진이 돌연 심각한 얼굴을 하 자 김충호가 의아한 듯 그를 보 며 물었다.

‘그건 제가 할 말인데.’

속으로 말을 한 강진이 옆에 서 있는 배용수를 보았다.

‘어쩌지? 아직 귀신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소주 한 잔 정도는 괜찮나?’

전에 나쁜 놈이 귀신을 봤을 때 는 JS 도시락에 생수, 컵라면과 사과를 한 번에 먹었다.

그 양에 비하면 소주 한 잔은 아주 작은 양이라…… 혹시 못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 다.

강진이 배용수를 보자 그도 당 황스러운 듯 김충호를 보다가 말 했다.

“소주 한 잔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김충호를 보았다. 김충호는 덩달아 심각해 진 얼굴로 강진을 보고 있다가 물었다.

“혹시 제가 시간을 뺏는 거 면…… 다음에 올까요?”

“아닙니다. 지금은 저와 꼭 같

이 있어 주세요.”

JS 음식을 먹었으니 귀신을 볼 수도 있다. 혹시라도 그렇게 된 다면 차라리 여기에서 봐야 해결 이 된다.

밖에 나가서 귀신을 보게 되면 사고가 날 수 있었다.

“네?”

“소주를 혼자 마시면 무슨 맛인 가요.”

웃으며 강진이 사람이 마시는 소주를 그의 잔에 따라주고는 슬

며시 서천소주를 주방에 가져다 놓았다.

‘이대로 보내면 안 돼.’

소주 한 잔은 아주 적은 양이라 귀신을 보지 않을 수도 있다. 하 지만 보는지, 그렇지 않는지 확 인을 해야…….

덜컥!

“허억! 뭐…… 뭐야!”

의자가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진이 한숨 을 쉬었다.

동시에 머릿속에 음주운전 공익 광고가 떠올랐다.

[소주 한 잔도 안 됩니다.]

‘역시 소주 한 잔도 음주는 음 주인 건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급히 홀로 나왔다. 김충호가 놀란 눈 으로 배용수를 향해 손을 휘젓고 있었다.

“귀…… 귀신이다! 으악!”

고함과도 같은 비명을 지르는 김충호의 모습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그에게 다가갔다.

“김충호 씨, 진정하세요.”

“사…… 사장님, 귀…… 귀신입 니다.”

“압니다. 알아요.”

“귀…… 귀, 귀, 귀…… 귀신!”

외치던 김충호가 손가락으로 어 디를 가리켰다. 그에 강진이 그

가 가리킨 곳을 보니 옆에서 TV 를 보던 여자 귀신들이 있었다.

여자 귀신들 셋을 본 김충호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급히 손뼉을 강하게 쳤다.

짝!

움찔!

깜짝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김충호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김충호 씨.”

강진의 낮은 목소리에 김충호가 움찔거렸다. 그에 강진이 재차 그를 불렀다.

“김충호 씨.”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그를 보 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말했다.

“그냥…… 귀신일 뿐입니다.”

“그게…… 귀신.”

김충호가 배용수와 여자 귀신들 을 가리키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맞아요. 귀신이에요.”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당황스러 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귀신......"

멍하니 강진을 보던 김충호가 말했다.

“귀신인데?”

왜 안 놀라고 안 무서워하냐고 묻는 듯한 시선에 강진이 말했 다.

“용수야, 이리 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다가왔다.

“인사해.”

“ 인사?”

“ 인사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김충호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배용수가 인사를 하자, 김충호 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어렸다. 귀신이……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김충호를 보았다.

“인사 받으셔야죠.”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그를 보 다가 배용수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 녕하세요.”

김충호의 다소 부자연스러운 인 사에 강진이 여자 귀신들을 보았 다. 그 시선에 여자 귀신들이 다 가왔다.

움찔!

김충호가 쓰러진 상태로 주춤거

리며 뒤로 물러나자 이혜미가 고 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이혜미의 인사에 다른 여자 귀 신들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 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자 귀신들이 인사를 하자 강 진이 김충호를 보았다.

인사 받으셔야죠.”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황당하다 는 듯 그를 보았다.

‘이 사람 대체 뭐야?’

강진을 보던 김충호가 여자 귀 신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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