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 화
귀신들과 인사를 나누게 한 강 진이 김충호를 보았다. 인사를 나눈 김충호의 얼굴에 조금은 안 도감이 어려 있었다.
이건 흔히 경찰들이 인질범이나 흉악범과 대화를 나누기 전에 써 먹는 심리학이었다.
뭐가 됐든 간에 인사를 나누면 최소한의 친분이 생기는 것을 이 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진이
인사부터 나누게 한 것이다.
“일단 일어나세요.”
강진의 부축에 김충호가 주춤거 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는 귀신들을 보며 머뭇거리자 강 진이 그를 자리에 앉혔다.
“일단…… 귀신은 가짜가 아니 라 진짜입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 첫째, 두려움을 인지하고 그 정체를 확 인한다.
어둠이 두려운 것은 어둠 속에
뭐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일 뿐이 다. 전에 강진이 어두운 산길에 서 두려움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 다.
멈칫!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그를 보 았다.
“귀…… 귀신이 진짜라고요?”
“일단…… 이성적으로 생각하세 요.”
“귀신을 어떻게?”
김충호가 당황스럽다는 듯 보자 강진이 소주를 따라주었다.
“보세요. 귀신이 무서운 건 안 보이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서이지 않습니까?”
“그 이전의 문제인 것 같은 데……
“다른 문제는 다음에 생각하시 고요. 딱 보세요. 그냥 귀신일 뿐 이에요. 눈에도 보이고.”
강진이 배용수를 가리키고는 말 했다.
“귀신이라고 해도 사람이 죽어 서 생길 뿐입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 다.
“일단 앉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옆에 앉 자 김충호가 움찔하며 그를 보았 다.
“그냥 조금 무섭게 분장을 했을 뿐이라 생각을 하세요.”
“아니……
배용수를 보던 김충호가 슬며시 여자 귀신들을 보다가 급히 고개 를 돌렸다.
배용수도 무섭지만, 여자 귀신 들은 더 무서운 것이다. 여자 귀 신들은 잔인하게 살해를 당해서 몰골이 처참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김충호를 보며 강진이 말 했다.
“귀신이라고 해서 무서울 것 없 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그를 보
았다.
“어떻게 귀신을 보고도……
말을 하던 김충호가 강진을 보 고는 말을 이었다.
“귀신을…… 사장님도 보시는 거지요?”
이때까지 생각을 못 했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네.”
김충호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
아 들여야 할지 몰라 침을 삼킬 때, 강진이 소주를 가리켰다.
“일단 한잔 드세요.”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배용수를 보고는 소주를 마셨다. 소주라도 마시지 않고서는 너무 무서운 것 이다.
꿀꺽!
소주를 마시는 김충호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무섭죠?”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여자 귀 신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려다가 멈췄다.
배용수는 그렇다 쳐도 여자 귀 신들은 너무 무서워 쳐다볼 엄두 가 안 나는 것이다.
그런 김충호를 보며 강진이 소 주를 따라주었다.
“저도 처음에는 무서웠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떨리는 김충호의 목소리를 들으 며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주방으
로 걸어가려 하자, 김충호가 급 히 말했다.
“어…… 어디 가세요?”
자기를 두고 가지 말라는 의미 의 김충호의 말에 강진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김충호를 보며 말했 다.
“방금 드신 서천소주가 사실 귀 신을 보게 합니다.”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자신의 소주잔을 보았다.
“이건 사람이 먹는 거라 괜찮고 요. 귀신을 보신 것은 아까 드신 소주 한 잔입니다.”
“혹시…… 약이 타져 있는 겁니 까?”
환각제나 그런 것이 섞였나 싶 어 잔을 보는 김충호를 보며 강 진이 고개를 저었다.
“약은 아닙니다. 저 잠시 전화 한 통만 하겠습니다.”
말을 한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강진아.]
임상옥 교수의 목소리에 강진이 말했다.
“교수님, 전에 그 나쁜 놈 귀신 언제까지 봤어요?”
[나쁜 놈이면 그놈?]
“네.”
[죽은 놈 이야기는 왜 해?]
“일이 있어서요.”
[한 일주일 봤나?]
“ 일주일이나요?”
강진이 놀란 눈으로 김충호를 보고는 말했다.
“그럼 일주일 이후엔 귀신을 안 봤나요?”
[그렇지. 왜, 무슨 일 있어?]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저희 손님 한 분이…… 저승 음식을 드셔서요.”
[아…… 관리 좀 잘 하지.]
“제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습니 다.
[그래서, 귀신 보고 있어?]
“네.”
[이런…….]
잠시 말이 없던 임상옥이 말을 이었다.
[일단 귀신 안 보일 때까지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거야.]
“그렇겠죠?”
[귀신이 보이는 상태에서는 운
전도 위험해. 운전하다가 갑자기 귀신 봐 봐라. 바로 사고야.]
“알겠습니다.”
[내가 갈까?]
“아닙니다.”
[괜찮겠어?]
“네.”
그걸로 전화를 끊은 강진에게 김충호가 물었다.
“귀신을 일주일 동안 보는 겁니 까?”
“전에 음식 먹은 놈은 일주일 정도 귀신을 봤다는데…… 김충 호 씨는 소주 한 잔이라 그리 길 지 않을 겁니다.”
“최대…… 일주일이라는 거군 요.”
김충호가 배용수를 보며 말을 더듬거리자 강진이 말했다.
“귀신 무서워하지 마세요.”
“어떻게…… 안 무서워할 수가 있습니까?”
“그냥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안
보일 뿐입니다. 그리고……
강진이 김충호를 보며 말했다.
“귀신이 안 보일 때까지 며칠 쉬는 것이 좋으실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힐끗 배 용수를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스피커폰으로 대화를 나눈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말 이 맞다.
이렇게 무서운데 운전을 하다가 옆에서 갑자기 귀신이라도 보면
말 그대로 사고였다.
잠시 멍하니 있던 김충호가 강 진을 보았다. 조금 진정이 된 듯 한 그가 물었다.
“귀신을…… 예전부터 보셨습니 까?”
“그건 아닙니다. 저도 귀신 본 건 작년 8월 정도입니다.”
“그럼 귀신을 보고 어떠셨습니 까?”
“처음에는 김충호 씨처럼 많이 놀라고 당황했습……
말을 하던 강진이 김충호를 보 았다.
“저기……
“네?”
“보도국장이면…… 기자이신 거 죠?”
“그렇지요. 보도국이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까요.”
김충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물었다.
“혹시…… 저 취재하시는 건가
요?”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그를 보 다가 머리를 긁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직업병이 라……
김충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혹시 기사로 쓰실 생각이신가 요?”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멈칫했 다. 그러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그의 시선은 방금까지 무서움에
부들부들 떨던 사람의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했다.
말 그대로 기자의 직업병인 호 기심이 생긴 것이다.
잠시 배용수를 보던 김충호가 고개를 저으며 소주를 마셨다.
“특종이네요.”
“특종요?”
“귀신이 있는 식당…… 귀신을 보게 해 주는 식당. 말 그대로 특종 중에 특종일 겁니다.”
“그 말은?”
강진이 김충호를 보자 그가 다 시 고개를 저었다.
“기사는 못 쓰겠습니다.”
강진이 보자 김충호가 배용수를 보며 말했다.
“지금 제가 보고 있으면서도 믿 지 못할 것을 어떻게 쓰겠습니 까? 이런 기사를 쓰면 저 바로 해고될 겁니다.”
김충호의 말에 강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승식당에 관해
기사를 쓰면 무척 난감해질 터이 니 말이다.
“게다가 기자란 공익성에 관련 된 기사를 써야 하는데…… 귀신 은 공익성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기사 안 쓰시는 거죠?”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상과학 판타지 잡지사에 일 한다면 쓰겠지만 제가 그래도 공 영 방송국에서 일하는지라.”
김충호가 배용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국민의 알 권리에 귀신은 포함 이 안 될 것 같습니다.”
김충호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숙였다.
“비밀로 해 주셔서 감사합니 다.”
“아닙니다. 아까는 제가 너무 심하게 놀라서 그만…… 죄송합 니다.”
“괜찮습니다. 강진이는 저 처음 봤을 때는 오줌을 지릴 뻔……
“쓸데없는 소리를.”
배용수의 말을 끊은 강진이 김 충호를 보았다.
“그런데 이제는 안 무서우세 요?”
강진의 물음에 김충호가 배용수 를 보며 침을 삼키다가 슬며시 여자 귀신들 쪽을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 했다.
“지금도 무섭습니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진이 보자 김충호가 배용수를 보았다.
“제가 기자 생활만 20년인데, 그동안 귀신이 사람 죽였다는 이 야기나 해를 끼쳤다는 뉴스를 다 뤄 본 적도, 읽어 본 적도 없습 니다.”
“그건 그렇죠.”
“그 20년 동안 나쁜 놈들을 취 재하고 인터뷰를 한 적이 몇 번 있는데, 그중엔 살인범도 있고 사람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인성 이 개판인 놈도 있었습니다. 그
런 놈들에 비하면 여기 있는 분 들은 남을 해칠 것 같진 않습니 다.”
그러고는 김충호가 배용수를 보 았다.
‘해침을 당했다면 모를까?’
김충호는 사람 죽은 것을 많이 보았다. 젊었을 적에는 경찰서와 병원에서 죽치며 사건사고를 취 재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배용수와 비슷 한 모습을 하고 있던 시신도 있
었다.
‘독이었던가?’
그는 옛 기억을 떠올리다가 고 개를 젓고는 말했다.
“지금도 무섭기는 한데…… 두 렵지는 않습니다.”
김충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그를 보 았다.
“의아해하지 않으시네요?”
무서움과 두려움은 의미가 같아 보이지만 조금 차이가 난다. 그 리고 일반인은 그 단어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이다.
“무서운 것은 말 그대로 무서운 것을 볼 때 느끼는 것이고, 두려 움은 어떤 상황이 닥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을 말합니 다.”
“잘 아시네요?”
“제가 심리학과 출신이라서요.”
“아......"
고개를 끄덕인 김충호가 강진을 보았다.
“귀신 자체는 무섭지만, 귀신이 저에게 해를 가하지 않을 것 같 지는 않으니 두렵지는 않습니 다.”
“맞아요. 얘는 착하기만 한 녀 석이고, 여기 있는 여자분들 도……
강진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한 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잠시 위에 올라가 계시겠어 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고 개를 끄덕이고는 2층으로 올라갔 다.
여자 귀신들이 다 올라간 것을 확인한 강진이 김충호를 보며 말 했다.
“강영강 사건 아시죠?”
“압니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큰 사건이니 말이다.
“그 사건 피해자들입니다.”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놀란 눈 으로 그를 보다가 2층으로 올라 가는 계단을 보았다.
“저분들이 그 사건 피해자?”
“네. 무서운 분들이 아니라 안 쓰러운 분들입니다.”
“아......"
강진의 말에 김충호의 눈에 미 안함이 떠올랐다.
“제가…… 상처를 드린 것 같습
니다.”
무서운 일을 당하고 죽어 귀신 이 된 분들인데, 자신이 그녀들 을 보고 너무나 두려워한 것이었 다.
그것이 여자 귀신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됐을까 봐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 그였다.
김충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저었다.
“모르고 하신 거니까요.”
“사과를 해야겠습니다.”
그러고는 김충호가 배용수를 향 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가끔씩 거울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요.”
배용수의 말에 김충호가 소주를 따라 그에게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김충호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 다.
“이제 제가 안 무섭나 보네요?”
“그럴 리가요. 지금도 무섭습니 다. 하하하!”
애써 웃음을 터뜨리는 김충호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었다.
“이분 말 재밌게 하시네.”
“제가 유머가 좀 있죠. 그런 의 미로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 다. 살짝…… 지린 것도 같고.”
김충호가 슬쩍 하체를 보는 것 에 배용수가 화장실을 가리켰다.
“들어가세요.”
배용수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던 김충호가 문득 물었다.
“저기 화장실에…… 다른 분 은?”
화장실처럼 밀폐된 곳에서 귀신 을 보게 되면 정말 쌀지도 몰랐 다.
“귀신도 냄새나는 화장실 안 좋 아해요.”
배용수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토한 김충호가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