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화
강진은 김윤자와 함께 소기진의 동물 병원에 앞에 서 있었다.
“ 여기는……
“아프고…… 외로운 아이들이 사는 곳입니다. 들어오세요.”
강진이 문을 열자 김윤자가 안 으로 들어갔다.
멍! 멍!
김윤자와 강진이 안으로 들어오
자, 동물 병원에서 기르던 개들 이 소리를 지르며 다가왔다.
멍
멍멍!
기분 좋게 반겨주는 강아지들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애들을 손 으로 쓰다듬었다.
“얘들아, 안녕?”
강진의 손길에 강아지들이 몸을 흔들고 자빠지며 배를 드러냈다.
그런 강아지들의 배를 쓰다듬으
며 강진이 옆을 보았다. 강진이 온 것을 아는지 귀신 개 둘이 그 를 보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다만 포메 귀신은 꼬리가 동그 랗게 말려 있어서 그런지 살짝살 짝 좌우로 꿈틀거리는 것이 전부 였지만 말이다.
그것을 보며 웃은 강진이 김윤 자를 보았다.
“애들 귀엽죠?”
“우리 동네 강아지들하고는 많 이 다르네.”
시골에 사는 사람이라 이런 애 완견은 못 본 모양이었다.
아이들을 쓰다듬을 때, 간호사 가 웃으며 다가왔다.
“강진 씨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애들 보러 오셨어요?”
“네.”
“이쪽으로 오세요.”
간호사가 애들이 입원해 있는 케이지로 향하자 강진이 김윤자
와 함께 그 뒤를 따랐다.
케이지 안에 있는 새끼 고양이 들은 아주 곤하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어쩜…… 이렇게 작은 애들이 어디가 아파서 이렇게 입원을 해 있니.”
김윤자가 작게 한숨을 토하며 새끼 고양이들을 보자 강진이 간 호사를 보았다.
“애들은 괜찮나요?”
“ 건강해요.”
간호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아차 싶었는지 들고 온 쇼핑백을 내밀었다.
“이거 저희 가게 밑반찬들 좀 가져왔습니다.”
“밑반찬요?”
“전에 보니 사무실에서 식사들 하시던 것 같아서요. 두셨다가 식사할 때 같이 드세요.”
“강진 씨 음식 맛있던데 고마워 요.”
“깍두기 있으니 라면 끓여서 같
이 드셔 보세요. 맛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간호사가 웃으며 쇼핑백을 받아들곤 몸을 돌렸다. 그런 간호사를 보던 강진이 어느 새 케이지 앞에 있는 김윤자를 보았다.
그녀는 새끼 고양이들을 보며 케이지에 손가락을 두들기고 있 었다.
그런 김윤자의 행동에 잠을 자 던 새끼 고양이들이 일어나서는 다가와 유리 벽에 머리를 가져다 댔다.
“자는데 내가 괜히 깨웠나 모르 겠네.”
아이들이 귀여워서 케이지 유리 를 건드렸는데 그 소리에 애들이 깨니 미안한 것이다.
“애들이 어쩌다가 병원에 있어 요?”
김윤자의 물음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가 아침마다 길 잃은 아이들 에게 사료를 챙겨 주고 있습니 다.”
“아이들‘?”
“유기견과 유기묘요.”
“아…… 좋은 일 하시네요.”
“사람이나 짐승이나 배고픈 건 서러운 일이죠.”
“하긴 그렇네요. 배고프면…… 그것만큼 서러운 것이 없죠.”
김윤자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이 고양이들은……
강진이 고양이들의 사정을 이야
기하자, 김윤자가 안타까운 눈으 로 고양이들을 보았다.
죽은 엄마 고양이 젖을 빨고 있 었다는 말에 그녀는 눈물까지 글 썽 거렸다.
슬쩍 눈가를 닦은 김윤자가 유 리 벽에 다가와 있는 새끼 고양 이들을 보았다.
냐옹.
냥.
작은 울음을 토하는 고양이들을 보며 김윤자가 말했다.
“애들 좀 만져 봐도 될까요?”
김윤자의 말에 강진이 밖에 있 던 간호사에게 물었다.
“아이들 좀 안아 봐도 될까요?”
“그러세요.”
간호사가 케이지에서 고양이를 꺼내 내밀었다. 고양이를 강진이 조심히 안아 들자 간호사가 말했 다.
“로비에서 같이 노셔도 돼요.”
“그래도 되나요?”
“애들도 케이지 안에 갇혀 있으 면 갑갑해해요. 그리고 운동도 해야 하고요.”
“근데 로비에 다른 애들 있던 데.”
“ 괜찮아요.”
“개하고 고양이 사이 안 좋지 않나요?”
“우리 애들은 친하게 지내요. 그리고 애들이 다른 애들도 좋아 해서 손님 없을 때는 같이 놀게 해 주고 있어요.”
“같이 놀아요?”
“그럼요. 자기 애처럼 핥아주고 감싸주고 좋아해요.”
간호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새끼 고양이들을 안 은 채 로비로 나왔다.
헥 헥 헥 I
강진이 나오자 강아지들이 곧 그의 발에 기대서서는 폴짝거렸 다.
새끼 고양이들을 보고 싶다는 듯 말이다.
그에 강진이 고양이 한 마리를 김윤자에게 살며시 내밀었다.
“안아 보세요.”
강진의 말에 김윤자가 고양이를 살며시 안았다. 곧 김윤자의 얼 굴에 미소가 어렸다.
“따뜻하고…… 부드럽네요.”
“새끼니까요.”
강진이 천천히 바닥에 앉으며 안고 있던 고양이를 조심스레 내 려놓았다.
바닥에 놓인 고양이가 몸을 쭈 욱 폈다가 발발거리며 걸음을 옮 기자 강아지들이 다가와 그 옆에 배를 깔고 누웠다.
그리고 혀로 고양이를 핥는 것 에 강진이 안도를 했다.
‘정말 안 무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고양 이 옆을 보았다. 고양이 옆에는 포메 귀신이 엉덩이를 땅에 붙인 채 앉아 있었다.
마치 사고 나지 않도록 지키는
것처럼 포메 귀신이 고양이를 살 피는 것이다.
‘저 녀석 덕에 애들이 사이가 좋은 건가?’
보니 포메 귀신이 소기진을 따 라다니는 귀신들의 대장인 모양 이었다.
그리고 동물 중 일부는 귀신을 보니, 포메 귀신이 여기 있는 강 아지들의 규율도 잡는 것 같았 다.
‘작은 녀석이 똘똘하네.’
포메 귀신을 보던 강진의 입가 에 미소가 어렸다. 포메 귀신을 보니 흰둥이가 생각이 나는 것이 다.
‘흰둥이는 잘 있겠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이 포메 귀신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 다.
처음 봤을 때는 자신의 손길에 으르렁거렸는데, 지금은 몇 번 봤다고 가만히 머리를 내밀었다.
강진의 손길에 포메 귀신이 문
득 그를 보다가 혀를 내밀어 그 손을 슬쩍 핥았다.
그러더니 미친 듯이 강진의 손 바닥을 핥기 시작했다.
마치 세상에 다시없는 맛집이라 는 둣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손을 빨기 좋게 내밀었다.
‘흰둥이 생각나네.’
흰둥이도 처음 자신의 손을 핥 았을 때, 이런 반응이었으니 말 이다.
흰둥이를 떠올리며 포메 귀신을 보던 강진이 김윤자를 보았다.
김윤자는 고양이를 조심히 품에 안은 채 손으로 쓰다듬고 있었 다.
“많이 건강해졌네요.”
강진의 말에 김윤자가 아이를 쓰다듬다가 앞에 있는 개들을 보 았다.
“이 아이들은 다 환자인가요?”
김윤자의 말에 강진이 애들을 보았다.
“글쎄요.”
강진의 중얼거릴 때, 옆에서 대 답이 돌아왔다.
“한 녀석은 환자고 두 마리는 저희 가게에서 사는 녀석입니 다.”
웃으며 모습을 드러낸 소기진이 강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 다.
“반찬 이야기 들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음식은 나누는 것이 더 맛이
좋죠.”
강진이 강아지들을 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기르세요?”
강진의 물음에 소기진이 씁쓸하 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과 연락이 되지를 않더군 요.”
소기진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주인하고 연락이 안 돼요?”
강진의 물음에 소기진이 입맛을
다셨다.
“저희 병원이 애견 호텔도 합니 다.”
“애견 호텔?”
“아이를 혼자 두고 어디 가야 할 사람들을 위해 며칠 동안 아 이들을 살펴주는 겁니다.”
“그럼…… 맡겨두고 안 데려갔 다는 겁니까?”
강진이 황당한 듯 하는 말에 소 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흔하지는 않지만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강진의 말에 소기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문제예요. 차라리 애를 포기하겠다는 동의서라도 작성해 주면 저희가 새로운 주인이라도 찾아 주겠는데…… 그것도 없이 연락이 안 되면 참 난감합니다.”
“왜요?”
“동의서도 없이 새로운 곳에 분
양 보냈다가 나중에 그 주인이 와서 애 데려가겠다고 하면 저희 책임이거든요.”
“무슨 그런?”
황당함을 금치 못하는 강진을 보던 소기진이 애들 머리를 쓰다 듬어 주었다.
“그래도 여기다 두고 갔다는 건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겁니다.”
“양심요?”
애를 여기다 맡겨두고 데려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슨 양심이 있
느냐는 둣 되묻는 강진을 향해 소기진이 쓰게 웃었다.
“길에다 안 버린 것만 해도 감 사하게 생각해야죠.”
소기진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물었다.
“그럼 연락이 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밀린 호텔비 받지 않을 테니 강아지 소유권 포기해 달라고 부 탁을 합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
서는 저희가 애를 다른 곳에 분 양을 보내기가 어렵거든요.”
입맛을 다시는 소기진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경찰에 신고하시죠?”
“그게 개를 버려도 과태료가 삼 백 이하의 벌금입니다. 거기에 주인이 버린 것이 아니라 저희에 게 맡긴 것이라고 하면 과태료 추징도 어렵고……
“소유권 포기는 잘 해 주나요?”
“여기에 맡겼다는 것은 최소한
양심이 있다는 것이니 잘 해 줍 니다.”
유기견의 경우 그냥 길거리에 버려지는 게 대다수였다. 그런데 동물 병원에 두고 갔다는 것은 최소한 애들이 길거리에서 죽올 까 걱정은 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격이지만 말이다.
소기진의 말에 강진이 흰둥이를 떠올리고는 전 주인을 욕했다.
‘나쁜 놈…… 차라리 이 아이들
처럼 여기다 맡기기라도 하지.’
흰둥이를 공원 정자에 두고 가 느니, 차라리 동물 병원에다 맡 기기라도 했으면 나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최소한 애가 좋은 주인을 만날 기회라도 생겼을 텐데…….
“애들만…… 힘든 일이군요.”
“그런 셈이죠.”
소기진이 쓰게 웃으며 아이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다가 김윤 자를 보았다.
“그런데 이 분은?”
“마음에 위안이 필요하신 것 같 아서 모시고 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소기진이 웃으며 바닥에 주저앉고는 강아지의 머 리를 쓰다듬었다.
“애들 이렇게 만지고 있으면 힐 링이 되기는 하죠.”
웃으며 소기진이 강아지를 쓰다 듬자, 포메 귀신이 폴짝 뛰어서 는 그 무릎에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몸을 둥글게 말아 편
히 누웠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 이 새끼 고양이를 보았다.
자그마한 고양이들은 어느새 김 윤자의 옆에 가서 형제 고양이를 보며 울고 있었다.
냐앙! 냐앙!
형제를 찾는 모양이었다. 그에 김윤자가 웃으며 강진처럼 바닥 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러고는 안고 있던 고양이를 내려놓자, 두 고양이가 서로를 향해 다가가더니 핥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김윤자가 미소 를 지었다.
“너희는 사이가 좋구나.”
미소를 지으며 고양이들을 보던 김윤자가 한숨을 쉬었다.
“옛날에 우리 애들도 이렇게 사 이가 좋았는데……
고양이들을 손으로 쓰다듬던 김 윤자가 강진을 보았다.
“그럼 얘들은 주인이…… 아니, 가족이 없나요?”
“지금은 이 둘이 가족입니다.”
“사람 가족은?”
김윤자의 말에 소기진이 강아지 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조만간 찾아 줘야지요.”
“그럼 혹시…… 내가 가족이 되 어도 될까요?”
“그러고 싶으세요?”
“네.”
김윤자의 말에 소기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고 그래 도 애들과 가족이 되고 싶다는 확신이 드시면 그때 다시 오세 요.”
“저는 가족이 되고 싶은데
“어머니가 그러시다는 건 아닌 데, 유기견과 유기묘들…… 처음 에 입양하는 사람들은 다 아이들 이 가엽고 귀엽고 해서 데려들 갑니다. 그런데 마냥 이쁘고 귀 여울 것만 같은 아이들이 어느 날 귀찮아지는 때가 있어요.”
소기진이 한숨을 쉬며 강아지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애들은 먹고 싸는 것이 일입니 다. 밥도 줘야 하고 물도 줘야 하고…… 그리고 애들이 말을 안 듣고 하지 말라는 것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가족이 되 실 수 있으시겠어요?”
소기진의 말에 김윤자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한 것이다. 그 러고는 김윤자가 새끼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너희들의 가족이 돼도 되 겠니?”
김윤자의 손길에 새끼 고양이가 그녀를 보며 작게 울었다.
냐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