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8화
며칠 후 강진은 소기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잘 지내시죠?]
“저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김윤자 할머니가 오셨는데 집 이 가까우세요?]
“할머니요?”
[전에 강진 씨와 오고 난 후에
매일 오셔서 고양이들하고 놀다 가시는데…… 오늘 보니 많이 피 곤해 보이시네요.]
“매일 가셨어요?”
[네. 매일 와서 애들하고 놀다 가 가시는데…… 아무리 집이 가 까워도 이렇게 자주 오시다 몸이 상하실까 걱정입니다.]
“집…… 안 가까워요.”
[네?]
“집 강원도세요.”
강진의 말에 소기진이 잠시 침 묵하더니 뒤늦게 말했다.
[집이 강원도라고요?]
“강원도 산골입니다.”
[그럼 매일 강원도에서 여기까 지 오셨다고요?]
소기진의 놀람에 찬 말에 강진 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빨리 이야기해 주시지.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저도 이렇게 가실 줄 몰랐습니 다. 혹시 아직 거기 계세요?”
[저희하고 식사하시고 지금 애 들하고 같이 있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걸로 전화를 끝낸 강진이 가 게 안을 둘러보았다. 점심 장사 가 끝난 시간이라 귀신들은 TV 를 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에게 말했다.
“나 나갔다 온다.”
“어디?”
“김윤자 할머니가 가족 만나러 갔대.”
“ 가족?”
의아해하는 배용수에게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기 고양이.”
“김윤자 할머니가 아기 고양이
입양하시는 거야?”
“그러시려고 강원도에서 여기까
지 매일 오시는 것 아니겠어?”
“강원도에서 여기까지 매일?”
배용수가 놀란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김윤자 할머니 집을 알 고 있는 배용수다 보니 그곳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얼마나 힘든지 아는 것이다.
“가족을 받아들이는 건데 그 정 도 공은 들여야지.”
강진이 입구 쪽 문을 잠그고는 말했다.
“갔다 올게.”
“언제 올 거야?”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저녁 장사 전에는 올 거야. 저 녁 장사 준비나 잘 해 줘.”
“저녁? 모셔다드리고 오게?”
“그래야지.”
“거기 갔다가 여기까지 저녁 장 사 전에 어떻게 오려고?”
“모셔다드리고 나는 JS 금융을 통해서 와야지. 그럼 금방이잖
아.”
“하긴…… 거기 통해서 오면 금 방이니까. 그래. 알았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가게를 나와 차를 타고는 소기진의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소기진의 동물 병원에 도착한 강진은 김윤자가 새끼 고양이들 과 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 다.
“할머니.”
“강진 씨, 왔어요?”
김윤자가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에 강진도 웃으며 인사를 하고 는 새끼 고양이들을 보다가 말했 다.
“이것 좀 보실래요?”
그에 웃으며 김윤자가 일어나서 는 한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새 끼 고양이들이 ‘냐옹냐옹’ 하며 그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래. 그래. 아이쿠! 잘 걷네.”
새끼 고양이들이 자신을 따라오
는 것을 귀엽다는 듯 보던 김윤 자가 웃었다.
기분 좋아 보이는 그녀의 모습 에 강진도 기분이 좋았다.
‘어른이나 애나 웃는 모습은 다 보기가 좋아.’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웃으 며 말했다.
“고양이들이 할머니를 잘 따르 네요.”
“그렇지요? 얘들이 나를 엄마라 고 생각하나 봐요. 이게 얼마나
신기한지.”
활짝 웃으며 할머니가 아이들을 쓰다듬을 때, 안쪽에서 소기진이 나왔다.
“오셨어요?”
강진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 자, 소기진이 김윤자를 보았다.
“할머니.”
소기진의 부름에 김윤자가 그를 보았다.
“말씀하세요.”
“이제 여기 오지 마세요.”
소기진의 말에 김윤자가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제가 너무 자주 와서 귀찮게
해 드렸나요?”
“그게 아닙니다.”
“내일…… 아니, 이제 며칠에
한 번씩 올게요.”
김윤자의 말에 소기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여기에 너무 자주 오면
집에 있는 애들은 어떻게 해요.”
“네?”
“이제 애들 데려가셔야죠.”
“제가 데려가도 되나요?”
김윤자가 조심스럽게 묻자 소기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원도에서 여기까지 매일 오 실 정도의 정성이시면 애들이 귀 찮게 하고 말썽 부려도 잘 참으 실 것 같습니다.”
소기진의 말에 김윤자가 새끼
고양이를 보다가 손으로 조심히 안아 들었다.
“애들은 말썽 부리는 것이 당연 한 거죠. 애들이 애들답지 않으 면…… 제가 할 일이 있나요.”
“맞습니다.”
소기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녁에 영업 끝나면 제가 모셔 다드리겠습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요. 저 혼 자서도 잘 오고 잘 갔어요.”
김윤자가 손을 젓는 것에 소기 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야 혼자 오고 가셨지만, 지금은 아기를 둘이나 데리고 가 시잖아요. 그리고 챙겨야 할 애 기들 용품들도 많습니다.”
“애기들 용품요?”
“여기서 애들 화장실 청소하셨 을 때 모래 깔려 있는 거 보셨 죠?”
소기진의 말에 김윤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 보러 오는 동안 애들을 키우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많이 배운 것이다.
“거기에 사료하고 필요한 물품 들까지 합치면 그거 혼자서는 못 들고 가세요.”
소기진의 말에 강진이 김윤자를 보았다.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강진 씨가요?”
“소기진 씨 말대로 혼자 가시는 건 무리입니다. 오늘은 제가 모
셔다드릴게요.”
“갔다 오려면 저녁 장사 못 하 실 텐데?”
“괜찮아요. 그리고 저도 거기 갈 일이 있습니다.”
“강원도 시골엔 무슨 일로
“동네 옆에 고시학원 있는 것 아시죠?”
“알지요.”
“거기에 제 동생이 있거든요.
그 녀석이 며칠 전부터 오라고, 오라고 했는데 겸사겸사 다녀오 려고요.”
“그래요?”
“그럼요.”
강진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김 윤자가 새끼 고양이를 보고는 고 개를 끄덕였다.
“그럼…… 좀 얻어 탈게요.”
강진의 말에 소기진이 웃었다.
“잘 됐네요. 그럼!”
소기진이 한쪽에서 몇 개의 물 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고양이 모래, 사료, 그리고 이 건 화장실.”
소기진이 꺼내는 물건들은 모두 고양이들이 사용할 물품들이었 다.
“이렇게 가져가시고 더 필요한 물건이 생기시면 연락 주세요. 직접 배달은 못 해 드려도 택배 로 보내 드릴게요.”
소기진이 명함을 꺼내자 김윤자
가 그것을 받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고맙기는요. 아이들의 가족이 되어 주셔서 저야말로 더 고맙고 감사합니다.”
소기진의 말은 진심이었다. 아 이들이 커갈수록 누구에게 분양 을 보낼지, 혹 분양이 안 되면 어디에 보내야 할지 걱정이 컸었 다.
그런데 좋은 사람이 아이들의
가족이 됐으니 감사하고 고마웠 다.
기분 좋게 웃는 소기진을 보며 김윤자가 지갑을 꺼냈다.
“이거로 고양이들 치료비하고 이 물건들 계산해 주세요.”
“괜찮습니다.”
“원장님도 땅 파서 영업하시는 것은 아닐 텐데……
“제가 하고 싶은 일 하려고 돈 을 버는 건데…… 제가 하고 싶 은 일이 바로 이런 일입니다. 가
족 없는 애들한테 가족을 만들어 주는 일요.”
웃으며 소기진이 김윤자의 지갑 을 손으로 살며시 밀었다. 그 모 습에 김윤자가 잠시 머뭇거리다 가 지갑을 열었다.
“원장님 마음은 알지만…… 제 가 요즘 돈이 좀 많아요.”
“돈이 많으세요?”
소기진이 의아한 듯 김윤자를 보았다. 김윤자를 무시해서가 아 니라, 평범한 시골 할머니 복장
을 한 그녀가 돈이 많은 사람으 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에 김윤자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원하지 않던 돈이 좀 생겼는 데…… 쓸 데도 없고. 이왕이면 좋은 일에 쓰고 싶어요.”
그러고는 김윤자가 미소를 지으 며 소기진을 보았다.
“원장님에게 돈을 드리면 다른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것 같아요. 그래서 꼭 돈을
드리고 싶어요.”
김윤자의 말에 소기진이 어찌해 야 하나 고민을 할 때, 간호사가 슬며시 나왔다.
“78만 원입니다.”
간호사의 말에 소기진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장 간호사님.”
강진도 살짝 놀란 눈으로 간호 사를 보았다.
‘78만 원? 뭐가 이렇게 비싸?’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간 호사가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가 돈 쓰고 싶으시다잖 아요. 그리고 어머니 말씀대로 원장님은 그 돈으로 다른 애들 사료 사고, 안쓰러운 애들 후원 하실 거잖아요. 그리고 이게 다 어머니 마음 편하게 해 드리는 거예요.”
소기진이 돈을 안 받을까 싶어 ‘그리고’를 몇 번이나 붙이며 빠 르게 변명을 하는 간호사의 모습 에 김윤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요. 제가 낸 돈은 다른 안 쓰러운 애들 돕는 기부라고 생각 해 주세요.”
김윤자의 말에 소기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괜찮으시 겠어요?”
“그럼요. 저 돈 많아요.”
웃으며 김윤자가 지갑에서 카드 를 꺼냈다.
“근데 현금은 없네요.”
김윤자가 카드를 내미는 것에 소기진이 웃었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소기진이 카드를 받고는 간호사 에게 건네자, 그녀가 결제를 하 고는 종이를 한 장 출력해서 내 밀었다.
“이건 그동안 아이들이 받은 치 료 내용입니다.”
간호사의 말에 김윤자가 종이를 받아 보다가 가방에 집어넣었다.
사실 본다고 해도 무슨 내용인
지 잘 모르는 것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소기 진에게 물었다.
“78만 원요?”
강진의 말에 소기진 이 쓰게 웃 으며 머리를 긁었다.
“그동안 병원에서 계속 지냈으 니까요. 아! 일부러 많이 받고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소기진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아이들 이 여기에 머문 기간이 한 달은
되니 말이다.
게다가 소기진이 챙겨 준 애들 용품도 상당하고 말이다.
“그런데 안 받으려고 하셨어 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그리고 저도 돈은 좀 법니다.”
소기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다가 말했다.
“직원분들하고 진짜 식사하러 한 번 오세요.”
“알겠습니다.”
“알겠다고만 하고 안 오시니 서 운합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 김윤 자가 말했다.
“강진 씨, 이만 출발해요. 저녁 장사 하시려면 일찍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시죠.”
강진이 소기진과 간호사에게 고
개를 숙이고는 양손에 고양이들 용품을 챙겼다.
차에 물건들을 실을 때, 저 멀 리서 이목한이 뛰어왔다.
“강진 씨!”
이목한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안 보이셔서 집에 계시나 했는 데.”
“마누라가 멀리 가는데 안 따라 올 수가 있나.”
“그럼 왜 같이 안 계시고?”
“가까이 있어서 좋을 것이 없잖 아.”
이목한은 수호령이 아니라 그냥 귀신이다. 아무리 아내라고 해도 김윤자의 옆에 있어서 좋을 것이 없다.
그래서 그동안 이목한은 김윤자 와 늘 거리를 두고 있었고 말이 다.
“ 일단......"
강진이 이미 차에 타고 있는 김
윤자를 보고는 말했다.
“제가 집에 가서 불러 드릴게 요.”
“아…… 그래.”
이목한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그를 뒤로하고 차에 탄 뒤 출발을 했다.
김윤자의 집 앞에 차를 세운 강 진이 물품들을 꺼내자, 김윤자가 아이들을 품에 안고 내렸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이건 어디에 둘까 요?”
“그냥 한쪽에 놓아두세요. 내가 이따가 정리할게요.”
말을 하며 김윤자가 새끼 고양 이들을 조심스럽게 마당에 놓아 주었다.
“여기가 앞으로 너희 집이야.”
김윤자의 말에 새끼 고양이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놀기 시작 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이목한을 불렀다.
화아악!
이목한이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 이 고양이들에게 풀을 흔들고 있 는 김윤자를 보다가 말했다.
“마당이 넓고 잔디밭이라 애들 이 놀기 참 좋겠어요.”
강진의 말에 이목한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마누라가 아이들을 좋아 해서 나중에 손주들 오면 놀라고
만들어 놨는데…… 이제라도 써 먹는군요.”
기분 좋은 얼굴로 고양이 앞에 서 개나리꽃 가지를 흔드는 김윤 자를 보던 이목한의 얼굴에 흐뭇 한 미소가 어렸다.
그것을 본 강진이 웃으며 물었 다.
“좋으세요?”
강진의 말에 이목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윤자한테…… 가족이 생
겼어요.”
이목한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김윤자와 고양이들을 보 았다.
“아기 고양이들에게도 가족이 생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