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85화 (383/1,050)

384화

〈이야! 잘한다!〉

〈장설하! 장설하!〉

〈오빠!〉

〈사랑해요!〉

채팅창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 다. 처음에는 깊숙이 숨어 있던 방이었지만, 지금은 백 명 정도 가 보고 있었다.

오픈한 지 한 시간도 안 된 방 에 이 정도 인원이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었다.

이혜미가 채팅창을 보며 미소를 지을 때, 강두치가 슬며시 고개 를 내밀어 영상을 보고는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참 발칙한 짓을 하십니다.”

홈칫!

이혜미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 는 동시에 태블릿이 혼들리자, 강두치가 슬쩍 손으로 태블릿을

잡아 고정시켰다.

“어이쿠! 화면 흔들려요.”

“저……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로 일이 다 해결 이 되면 이승이 참 행복할 텐데 요.”

평온한 말투와 달리, 강두치의 미소는 무척 차갑고 무서웠다. 그 미소를 본 이혜미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벌벌 떨기 시작했 다.

“강진아, 강진아 저기.”

장설하의 노래를 듣고 있던 강 진은 배용수의 말에 그가 가리키 는 곳을 보았다.

강두치 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이혜미를 본 강진이 급히 푸드 트럭에서 내려왔다.

“두치 씨.”

강진의 부름에 강두치가 그를 보고는 작게 ‘쉿’ 하고는 옆으로 나왔다.

“ 괜찮아요?”

이혜미가 작게 고개를 끄덕0] 자, 강진이 강두치를 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태블릿 화면을 가리켰다.

“혜미 씨가 인터넷 방송을 하는 군요. 이 모습을……

강두치가 장설하와 귀신들을 보 았다.

“이승에 그대로 말이죠.”

“그 영상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

까? 전에 유언 동영상도 유출하 고 했는데……

“그건 변호사 끼고 한 일인 데…… 이건 그렇지가 않지요.”

“그건......"

강진이 말을 하지 못하자 강두 치가 힐끗 이혜미를 보았다. 그 차가운 시선에 이혜미가 바들바 들 떨었다.

“몰라서 한 것이니 한 번만 지 나가 주시지요.”

겁을 먹은 이혜미의 모습에 강

진이 조심히 사정을 하는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있습니다.]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닌, 머릿속 에서 울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강진이 강두치를 보았다.

[전설의 고향 보면 저승사자가 사람 이름 부를 때 쓰는 목소리 입니다. 일대일로만 들리고 다른 귀신은 못 듣죠.]

‘아……

저승사자가 사람 이름을 세 번

부르면 영혼이 빠져 나온다고 하 는데 그런 것인 모양이었다.

[어쨌든…… 저도 일 만들 생각 은 없습니다. 그저 직원 분들이 사고를 치기 전에 한 번 잡아 놓 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분위 기를 만든 겁니다.]

강두치가 살짝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귀신이 인간들에게 사진 보내 고, 자신들의 영상 보내고…… 문자 보내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바로 저희 JS

금융으로 끌려가도 할 말이 없는 행위이니 사장님께서 한번더 주의를 주세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강두치가 이혜 미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이 사장님이 부탁을 하니 이번 에는 넘어가겠습니다. 하지 만……

강두치가 이혜미와 다른 직원들 을 보며 작게 말했다.

“인간에게 당신들의 메시지를

보내려고 하지 마십시오.”

보내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귀신 직원들은 침 을 삼켰다.

어떻게 하겠다는 말보다 침묵이 더 무서운 것이다.

이혜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 자, 강진이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제가 할게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강진은 태블릿을 든 채 그녀를 잠시 살펴보다가 장설

하에게 다가갔다.

강진이 태블릿을 들고 다가오는 것에 노래를 부르며 귀신들과 어 울리던 장설하가 그를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

태블릿 화면 속의 장설하가 자 신을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장설하 씨, 팬입니다.”

그의 말에 채팅이 연이어 올라 왔다.

〈이거 찍으신 분이 팬이셨나 보 네.〉

〈찍은 분 운 좋으시네.〉

올라오는 채팅을 확인한 강진이 장설하에게 말했다.

“이 동영상, 나중에 인터넷에 올려도 되나요?”

장설하가 멈칫한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그는 지금 이게 무슨 상

황인지 모르는 것이다.

자신을 찍고 있다는 것조차 이 제 알았으니 말이다. 그에 강두 치가 장설하를 향해 입술을 달싹 였다. 육성으로 말을 하면 영상 에 목소리가 들어가니 아무도 듣 지 못하게 상황 설명을 해 주는 것이다.

[저기 여자 귀신 분이 장설하 씨가 노래하는 것을 실시간 인터 넷 방송에 올렸습니다.]

장설하가 의아한 눈으로 강두치 를 보다가 다시 태블릿을 보았

다.

‘지금 이 모습을 사람들이 본다 고?’

장설하가 태블릿을 보자, 강두 치가 말했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있 으면 하세요. 대신... 장설하

씨가 죽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남긴 것처럼요.]

강두치의 말에 장설하가 멍하니 카메라를 보았다.

〈장설하 당황한 것 같은데?〉

〈하긴…… 무대도 아니고 갑자 기 카메라 들이밀고 동영상 찍었 다는데 좋아할 리가 없지.〉

〈이거 찍은 분 너무 매너가 없 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봐서 나는 좋네요.〉

장설하가 당황하는 이유를 다르 게 해석한 사람들의 채팅에 강진 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것 아닌데……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시청자들 은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 다.

자신이라도 누가 몰래 나를 촬 영하면 기분이 나쁠 것 같으니 말이다.

공인이라고 해도 허락받지 않고 촬영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채팅 을 볼 때, 태블릿 화면 속의 장 설하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요.”

“촬영이 마음에 안 드시면 지금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사람들한테 욕먹기 싫어서 강진 이 한마디 하자, 장설하가 웃으 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이런 모습 보고 팬들이 푼수 같다고 할 수 있겠 지만…… 이런 모습도 재밌게 봐 주신다면 저는 오히려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럼 이 영상을 볼 팬들에게

한마디만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장설하가 잠시 말 을 멈췄다. 그리고 가만히 태블 릿을 보는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 다.

시청자들은 지금 보고 있는 것 이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자신은 이 미 죽은 것이다.

죽은 후 팬들에게 말을 남기려 하니…….

잠시 태블릿을 보던 장설하의

뺨을 타고 눈물이 홀러내렸다.

〈운다.〉

〈갑자기?〉

〈어떻게 해.〉

〈오빠 울지 말아요.〉

장설하가 눈물을 흘리는 것에 채팅창이 요동을 치는 사이, 강 진은 힐끗 태블릿 PC 위에 떠 있는 시간을 보았다.

〈오전 12:55>

시간이 얼마 없었다. 그에 강진 이 손가락을 살짝 들어 원을 그 렸다.

‘팬들에게 할 말이 있으면 이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장설 하를 보자, 그가 눈물을 닦고는 화면을 보았다.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이 름이 있다고 하던데…… 저에게 는 팬이 그런 것 같습니다. 저를 사랑해 주시고, 제가 저로서 설 수 있도록 해 주시는 분들…… 팬이 있어 저는 행복했습…… 아 니, 행복합니다.”

화면을 보며 미소를 지은 장설 하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처럼 좋은 팬을 가지게 된 저는 정말 행운아였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그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양손

을 들어 하트를 만들었다.

“사랑합니다!”

큰 소리로 외치는 장설하의 모 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채팅 창을 보았다.

〈사랑합니다!〉

〈이렇게 해맑은 분…… 사랑해 요!〉

〈장설하와 같이 멋진 연기자를 사랑하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장설하! 최고!〉

〈당신이 있어서 나는 웃을 수 있었고 울 수 있었습니다. 당신 이라는 연기자를 만나서 행복했 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장설하를 추모하는 글을 확인하 던 강진이 태블릿을 눕혔다. 영 상에서 바닥이 나오는 동안, 장 설하가 채팅창을 보았다.

주르륵! 주르륵!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들을 본

장설하가 웃는 듯, 우는 듯한 얼 굴로 미소를 지었다. 강진이 다 시 태블릿을 세우자, 장설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이 동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어 떤 분들일지 모르지만…… 제 팬 들을 위해 한 곡 하겠습니다. 제 목은…… 잊지 말아요.”

자신이 찍은 드라마의 OST이 자, 드라마 방영 당시 모든 차트 를 씹었던 인기곡을 말하자 채팅 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꺄악! 잊지 말아요!〉

〈내 최애곡!〉

〈잊지 말아요! 그대와 내 이야 기를!〉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을 보던 강진이 장설하를 보자, 그가 소 주병을 들고는 노래를 부르기 시 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노래와 드라마에 대해 잘 모르는 강진도 들어 본 적이

있는 노래였다.

‘노래 정말 잘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노래를 들을 때, 강두치가 다가와서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손가락으로 터치했 다.

톡톡!

그 모습에 강진이 시간을 보니 12시 59분이었다. 그에 강진이 마지막으로 화면 속의 장설하를 보고는 실시간 방송을 종료시켰 다.

화아악!

1시가 되자마자 술을 마시던 이 들의 모습이 귀신으로 변했다.

그리고…….

장설하의 손에 들려 있던 소주 병이 그대로 떨어지며 깨어져나 갔다.

쨍그랑!

눈을 감고 열창하던 장설하가 그 날카로운 소리에 노래하던 자 세 그대로 굳은 듯 잠시 서 있다 가 한숨을 쉬었다.

“후우!”

깊은 한숨과 함께 눈을 뜬 장설 하가 강진과 이혜림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 마지 므]‘…… 콘서트 감사합 니다.”

장설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손을 내밀었다.

“편히 가세요.”

강진의 말에 장설하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잡았다.

“제가 살아서 봤으면 좋은 친구 가 됐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 다.”

“저도 아쉽습니다.”

강진의 말에 장설하가 그를 보 다가 손을 놓았다. 그런 장설하 에게 강두치가 다가왔다.

“이제 가시죠.”

강두치의 말에 장설하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그를 따라 걸 음을 옮겼다.

장설하와 JS 금융 직원들이 가

는 것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 었다.

‘저렇게 가시는 것을 보니 귀신 으로 남지는 않으시겠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장설하를 보 던 강진이 손을 흔들었다.

“잘 가세요!”

강진의 외침에 장설하가 그를 보고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 또 봅시다!”

장설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죽어서 저승에 가는 사람이 또 보자는 말을 하는 것은…… 덕담 이라고 보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그가 어떤 마음으로 말한 건지 알기에 미소로 답한 것이다.

장설하가 가고 나자 강진이 귀 신 직원들을 보았다. 여자 귀신 들은 안쓰러운 눈으로 멀리 가는 장설하를 보고 있었고, 배용수는 어느새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었 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이제 정리하고 저희도 가죠.”

강진의 말에 여자 직원들이 그 릇들을 정리하고 먹던 자리를 청 소하기 시작했다.

그런 귀신들을 보며 강진도 빗 자루를 가져다가 장설하가 떨어 뜨린 소주병의 잔해를 치우기 시 작했다.

강진과 직원들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장설하의 발 인이 보도되고 있었다.

가족들이 관을 차에 싣고 그 주 위에 장설하의 팬들이 촛불을 든 채 울면서 서 있었다.

[장설하 씨의 발인이 이뤄졌습 니다. 장설하 씨를 추모하는 팬 들은 촛불을 든 채 그의 노래를 부르며 고인이 가는 길을 배웅했 습니다. 한편, 어제 한 인터넷 방 송 사이트에서는 고인의 생전 영

상이 올라왔습니다. 고인의 마지 막 모습 준비했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자, 어제 의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하트를 그리며 웃는 장 설하의 모습과 함께 화면이 멈췄 다.

그리고 그 밑에 검은 자막이 생 겼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이 있어 우리는 행복했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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