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88화 (386/1,050)

387화

가게로 돌아온 강진은 봉지를 싱크대에 놓았다. 봉지 안에는 마트에서 산 재료들이 들어 있었 다.

다른 재료들은 가게에 다 있었 지만 닭과 햄버거 빵은 없어서 사 온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JS 편의점에서 산 음식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아이는 장례식장에 있으니 사람

들 눈을 피해 먹기 힘들 것이었 다.

혹시라도 음식을 들고 돌아다니 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기함을 할 일이 생길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승 재료로 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이 닭을 꺼내어 손질을 할 때, 배용수가 말했다.

“그런데 음식은 어떻게 놓을 생 각이야?”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잠시

손을 멈췄다. 장례식장에 통닭과 떡볶이를 가지고 가는 사람은 없 다.

그런데 강진은 그것으로도 모자 라 아이스크림까지 가져다가 상 에 놓아야 하는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말했 다.

“아영 씨 때처럼 해야지.”

“이아영 씨?”

“그때 아영 씨 아는 사람이라고 도시락 만들어서 상에 놓았잖

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어린애잖아. 어 떻게 아는 사이라고 하려고?”

“병원에서 봤다고 해야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알아서 하겠지.”

말을 하며 배용수가 냉장고에서 JS 캔커피를 하나 꺼내 마시는

것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넌 안 도와?”

“아기 천사 먹을 거잖아.”

‘그런데?’라는 시선을 보내는 강 진을 보며 배용수가 말했다.

“저승식당 영업시간에야 내가 만들어도 귀신들이 맛있게 먹지 만, 낮 시간대에는 네가 만들어 야 귀신이 더 맛있게 먹는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아침에 들어오는 귀신들에게 배용수가 JS 식재로

음식을 해 주다 보니 잊고 있었 다.

저승식당 주인이 음식을 하면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먹는 것보 다는 못해도 제삿밥보다는 더 맛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강진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은 음식이라도 저승식당 주 인이 하는 음식이 귀신에게는 더 맛있어. 그럼 혹시 장례식장 요 리하는 분이 저승식당 주인인 가?’

하지만 강진은 곧 고개를 저었 다.

저승식당 주인이면 저승식당에 서 영업을 하지, 장례식장에서 음식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에 관한 생각을 하던 강진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음식부터 하자. 용수가 안 도와주면 더 빨리 해야 해.’

아이가 먹고 싶다는 것에 집중 하기로 한 강진이 통닭을 만들기 시작했다.

‘맛있게 돼라.’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이 손질 한 닭에 소금과 후추로 염지를 하고는 랩을 씌웠다.

양념이 될 동안 강진은 햄버거 를 만들 준비를 했다. 돼지고기 와 소고기 갈은 것을 섞은 강진 이 손으로 모양을 잡고는 치대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이렇게 손바닥 사이를 왔다 갔 다 하면서 치대면 공기가 빠지면

서 찰기가 생긴다.

그렇게 패티도 완성을 한 강진 이 이번엔 떡볶이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장례식장에 다시 도착을 한 강 진은 양손에 음식이 담긴 쇼핑백 을 들고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 다.

“오셨어요?”

이루엘이 반갑게 맞아주자 강진 이 고개를 숙였다.

“아기 천사 배고파할 텐데 빨리 와야죠.”

“정수가 좋아하겠네요. 올라가 보세요.”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아이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 에 들어온 강진이 쇼핑백을 잠시 보았다.

‘이걸 상에 펼쳐야 하는데……

생각을 해 둔 것이 있기는 하지 만 아이 잃은 슬픔에 젖어 있는 부부에게 말을 하는 것이 걱정스

러웠다.

“형!”

강진이 부부를 볼 때, 아이 귀 신이 웃으며 다가왔다.

“형 맛있는 냄새 나요!”

아이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작게 말했다.

“너 주려고 형이 정말 빠르게 만들어 왔어.”

“와! 고맙습니다.”

아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

이 들고 있는 쇼핑백을 보고 있 자 강진이 물었다.

“근데 너 이름이 정수야?”

이루엘이 정수라는 이름을 말한 것을 떠올리며 강진이 묻자, 아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정수입니다.”

“몇 살이야?”

“아홉 살요.”

“그럼 혹시 너 병원에 언제부터 있었어?”

“다섯 살 때요.”

강정수의 말에 강진이 아이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다섯 살 때부터 병원에서…… 힘들었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이를 보던 강진이 부부를 보았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부에게 마음속으로 사과를 한 강진이 음식이 담긴 쇼핑백을 내 려놓고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진이 들어오자 부부가 몸을 일으키며 손을 모았다. 그런 부 부에게 작게 고개를 숙인 강진이 국화를 영정 앞에 놓고는 고개를 숙였다.

‘하늘에서 편히 쉬고 실컷 놀 아.’

속으로 강정수가 편히 지내기를 기원한 강진이 부부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자 부부도 마주 고개를 숙였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진의 말에 남편이 그를 보다 가 말했다.

“아까 오셨던 분 같은데.”

“맞습니다. 점심때쯤에 잠시 왔 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서 오셨는지요.”

점심에 왔다가 지금 또 온 것에 남편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어린아이의 장례식이기에 오는 손님들은 양가 친인척이거나 지

인들이 었다.

그런데 두 번이나 올 정도면 친 한 지인인 것 같으니 나중에 따 로 인사를 하려는 것이다.

남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 가 말했다.

“예전에 제 조카가 아파서 병원 에 문병 갔다가 정수와 알게 됐 습니다. 애가 참 착하고 말을 잘 해서 친해졌습니다.”

“아……

강진의 말에 남편이 작게 한숨

을 쉬며 그를 보았다.

“우리…… 아들 손님이셨군요.”

남편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 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조카는 퇴원했습니까?”

“네.”

“잘 됐군요. 병원은…… 오래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강진이 말했다.

“제가 정수한테 약속을 한 것이

있었는데 아까는 미처 생각을 못 해서 지금이라도 약속을 지키려 고 다시 왔습니다.”

“ 약속?”

“정수가 퇴원하면 제가 맛있는 것 사 준다고 했었습니다.”

“그러..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아들의 영정을 물끄러미 보더니 강진에 게 고개를 숙였다.

“마음 감사합니다.”

남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며 말했다.

“제가 집에 가서 음식을 만들어 왔습니다.”

“음식이요?”

“정수가 저한테 먹고 싶다고 했 던 음식들입니다.”

강진이 힐끗 쇼핑백 쪽을 보자, 남편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남편을 보며 강진이 말했 다.

“식사 테이블에라도 정수가 먹 고 싶어 했던 음식을 놓고 가고 싶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내가 말했다.

“우리 애가 먹고 싶다고 한 음 식이 뭐죠?”

그녀의 말에 강진이 입구에 놓 은 쇼핑백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쇼핑백을 슬며시 내밀 자 아내가 그것을 받아 들었다.

잠시 쇼핑백을 보던 아내가 그 것을 천천히 열었다.

쇼핑백을 열자마자 맡아지는 냄 새에 아내가 강진을 보았다.

“정수가 통닭하고 떡볶이, 초코 아이스크림과 햄버거를 먹고 싶 다고 했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내가 멍하니 쇼 핑백 안을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음 식이네요.”

그녀는 음식들을 하나씩 꺼내 남편에게 내밀었다.

종이에 쌓인 튀긴 통닭에 이어

유리 반찬통에 담긴 양념 통닭과 떡볶이가 쇼핑백 안에서 나왔다.

그리고 종이를 접어 만든 상자 에 햄버거도 있었고, 감자튀김도 있었다.

따뜻한 튀김 음식은 반찬통에 넣으면 눅눅해질 것 같아 강진이 종이로 그릇을 접어 담아 온 것 이다.

마지막으로 강진이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사 온 초코 아이스크 림이 다른 종이 가방에 담겨 있 었다.

기름진 치킨 냄새를 맡던 아내 가 음식들을 영정 앞에 놓기 시 작했다.

“여보.”

남편의 말에 아내가 음식들이 담긴 통의 뚜껑을 열었다. 국화 꽃 옆에 놓이는 떡볶이와 치킨이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아내는 묵 묵히 음식들의 뚜껑을 열었다.

그 모습에 남편도 종이 상자를 열었다. 음식들이 모습을 드러내 자 강진이 식사 자리로 가서 젓 가락을 가져다가 남편에게 내밀

었다.

그에 남편이 젓가락을 뜯어 아 내에게 건넸다.

젓가락을 받아 음식들 앞에 놓 으며 아내가 작게 한숨을 토했 다.

그러고는 물끄러미 음식들을 보 았다.

“엄마…… 나 통닭 먹고 싶어.”

아내의 작은 중얼거림에 남편이 그녀를 보았다. 아내는 멍하니 영정을 보며 중얼거렸다.

“엄마……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초코 맛으로 한 통 크게 먹고 싶어.”

“여보•…"

“엄마…… 햄버거 소스 가득 넣 어서 먹고 싶어.”

아내가 이상한 말을 하는 것에 남편이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쥐 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아내의 눈에 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 다.

“아들이 먹고 싶다고 나한테 계 속 말했는데…… 귀에 너무 생생 해요.”

아내의 말에 남편이 작게 한숨 을 쉬었다.

“여보......"

“근데 여보…… 나는…… 있잖 아요.”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굵은 눈 물방울이 그녀의 옷자락을 적셨 다.

주르륵!

“나는.. 나는.. 안 된다고

만 했어요. 우리 새끼가 그렇게 먹고 싶다고…… 한 입만 먹으면 안 되냐고…… 했는데 나는…… 안 된다고…… 나으면 먹자 고…… 약속만 했는데……

눈물을 흘리는 아내의 모습에 남편이 잠시 음식을 보다가 그녀 를 뒤에서 안아주었다.

말없이 자신을 안아주는 남편의 품 안에서 아내가 오열하기 시작 했다.

그런 부부를 보던 강진이 강정 수를 보았다. 강정수는 부모님이 울고 있는 것에 옆에서 같이 울 고 있었다.

“흐어엉... 엄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자신이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도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우는 강 정수의 모습에 강진이 작게 한숨 을 쉬었다.

‘네가 죽은 것이 왜 네 잘못이 겠니.’

강진은 부부에게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영정이 있는 방에서 나 왔다.

나오자마자 조문실 밖에서 이쪽 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 었다.

유가족들인 듯한 사람들의 시선 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들을 지나쳐 장례식장을 나서 려 했다.

덥석!

그런 강진의 손을 한 할아버지

가 잡았다.

“식사…… 하고 가시게.”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강진을 데리고 할아버지가 한쪽 빈 탁자에 앉자, 점심때 서빙을 해 주었던 청년이 음식들을 다시 가져다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부가 있는 곳을 보 았다.

“저 음식들 자네가 가지고 온 건가?”

“정수가 나으면 사주겠다고 했 던 음식들입니다.”

강진의 답에 할아버지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늙은 나도 있는데......" 어린애 를 데려가시다니 하늘도 무심하 지.”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런 강진을 보며 고개를 저은

할아버지가 그를 보았다.

“고맙네.”

“정수 어머님 마음만 아프게 해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강진의 저었다.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것이

“맺힌

안고 살면 더

있으면 풀어야지.

슬프기만 해.”

한숨을 쉰 할아버지가 몸을 일

으켰다.

“식사…… 하게나.”

할아버지가 자리를 벗어나자 강 진이 음식을 보다가 육개장을 먹 기 시작했다.

“ 에휴!”

맞은편에 앉은 배용수는 한숨을 쉬고는 땅콩을 집어 먹기 시작했 다.

강진이 음식을 다 먹고 일어나

려 할 때, 그 앞에 부부가 와서 앉았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아내가 강진을 보았다.

“손님 덕에 제가 우리 아들하고 했던 약속을 지킬 수가 있게 됐 어요. 정말 너무…… 감사해요.”

아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일 때, 어느새 옆에 온 강정수 가 강진에게 말했다.

“이제 나 더 이상 안 아프니까, 걱정하지 말고 울지 말라고 말 좀 해 주세요.”

강정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고는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 다.

“정수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겁 니다.”

강진의 말에 잠시 멍하니 있던 아내가 미소를 지었다.

“아파서…… 더 이상 아프기 싫 었나 봐요. 다행이에요.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곳에서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을……

말을 하던 아내가 울기 시작하 자 강진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 었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말과 미 소가…… 너무 가슴 아프게 느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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