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화
강진과 배용수는 강정수가 통닭 을 양손에 쥐고 먹는 것을 지켜 보고 있었다.
양념과 프라이드를 번갈아 뜯어 먹는 강정수를 보던 배용수가 중 얼거렸다.
“햄버거는 손을 안 대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자신이 공을 들여 만든 수제 햄버거를 보았다.
배용수의 말대로 강정수는 통닭 을 뜯느라 정신이 없는 듯, 햄버 거는 손을 안 대고 있었다.
“힘들게 만들었는데.”
“먹겠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정수에게 말했다.
“맛있어?”
배용수의 물음에 강정수가 고개 를 끄덕이며 크게 말했다.
“맛있어요!”
“맛있게 먹고 조심히 가.”
배용수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 리키자 강정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강정수의 답에 배용수가 미소를 짓고는 강진을 보았다.
“가자.”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강정수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몸을 돌렸다.
“형, 잘 가요!”
뒤에서 들리는 강정수의 외침에 강진이 재차 손을 흔들어 주고는 식장을 나섰다.
강진은 1층으로 내려가며 작게 중얼거렸다.
“애들은 오래 살면 좋을 텐 데……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그 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겠어?”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고개를 저으며 내려가던 강진은 문뜩 무슨 생각이 났는지 이루엘 에게 다가갔다.
“이제 가십니까?”
“저녁 장사를 해야 해서요.”
강진의 말에 이루엘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조심해서 가십시오.”
작별인사를 건네는 이루엘에게 강진이 물었다.
“저기, 여기 음식은 여기에서 직접 하는 건가요?”
“병원 구내식당에서 만드는 것 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내식당에서요?”
“네.”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장례식장 에서 보이는 병원 쪽을 보았다.
“그 장례식장 음식은 납품받아 서 쓰지 않습니까?”
배용수의 물음에 이루엘이 그를
보고는 말했다.
“모두 다는 아니고, 음식을 만 들 수 있는 시설이 있으면 장례 식장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여기는 병원 식당이 있 으니 거기서 음식을 만들어서 공 급을 하더군요.”
그러고는 이루엘이 웃으며 말했 다.
“전에 음식 가져온 직원들이 하 는 말이, 딱히 어렵지도 않은 모 양입니다. 한 번에 대량으로 만 들어서 필요한 만큼 공급하면 되
니까요.”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병원 쪽 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일리가 있네.’
장례식장에 들어오는 음식이라 고 해 봐야 육개장과 밑반찬, 거 기에 마른안주와 떡과 과일 정도 다.
그중 실제로 조리를 해야 하는 것은 육개장과 밑반찬 정도이다. 일반 가정집에서야 1000인분과 같은 음식을 만들기 어렵겠지만,
병원의 식당이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강진이 병원을 볼 때, 배용수가 말했다.
“병원 구내식당은 다음에 와서 보자.”
배용수가 손목을 두들기는 시늉 을 했다. 손목시계는 차고 있지 않지만, 시간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이 루엘을 보았다.
“정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루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또 저희 사람 챙기는 걸로는 유명합니다.”
“그런가요?”
“천국은 물론이거니와, 지옥도 저희 하나님 믿지 않으면 들어가 고 싶어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이상한 사이비 놈들이 ‘믿으면 천국, 안 믿으면 지옥.’이라고 소 리치고 다니는데…… 그게 다 거 짓입니다. 믿으면 천국을 올 수 있지만, 안 믿으면 지옥도 못 갑
니다. 지옥도 포화 상태라 믿지 도 않는 자들까지 받아들일 자리 가 없어요.”
재차 웃어 보인 이루엘이 인사 했다.
“걱정하지 마시고 들어가십시 오.”
이루엘의 말에 고개를 숙인 강 진이 배용수와 함께 저승식당으 로 돌아왔다.
서둘러 가게에 도착한 강진은 6 시 10분 정도 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단톡방에는 6시 30분 정도에 오픈을 하겠다고 공지를 했는데, 다행히 20분 정도 일찍 온 것이 다.
“생각보다 빨리 왔다.”
“차가 생각보다 안 막혔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 한 번 막히면 답
이 없는데 오늘은 다행히 차가 잘 빠졌다.
뒷문으로 서둘러 들어간 강진에 게 배용수가 말했다.
“음식 준비한다.”
배용수가 냉장고에서 도]]지고기 를 꺼냈다. 토요일 저녁 손님은 대부분 술을 함께 하는 손님이라 술안주가 될 안주 음식이면 충분 했다.
그래서 토요일 저녁에는 돼지볶 음과 김치찌개를 주로 하고 있었
다.
그리고 사실…… 매일 음식 메 뉴 바꾸는 것도 강진이나 배용수 입장에서는 머리에 쥐가 날 정도 의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배용수가 고기를 손질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띠링!
문을 열은 강진은 입구에 서 있 는 오자명과 이유비를 볼 수 있 었다.
“어!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일찍 문을 여셨군 요.”
환하게 웃는 오자명의 모습에 강진이 일단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사람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보던 강진이 가게 앞에 세워 둔 아크릴 판을 보았다.
〈금일 저녁 영업은 개인 사정으 로 인해 오후 6시 30분에 시작
합니다.〉
자신이 적어 놓은 글을 지운 강 진은 영업 시작이라는 문구와 함 께 오늘 메뉴를 적었다.
〈김치찌개 / 돼지불고기〉
그러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온 강진은 오자명 테이블에 물을 가 져다주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저희도 금방 왔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한명현을 보았다.
“저희 식당 단톡방에 오늘 저녁 영업시간 적어 놨는데 시간 맞춰 서 오시지 그러셨어요?”
한끼식당 단톡방에는 한명현도 가입이 돼 있었다. 그럼 오늘 저 녁 오픈 시간이 늦는 것을 알 텐 데 왜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나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한가한 직업은 아 닐 텐데?’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한 명현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의원님께서 기분 좋은 일 이 있으셔서, 꼭 여기서 한잔하 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연락이라도 주시죠.”
기다리게 한 것이 미안해 강진 이 말하자 오자명이 고개를 저었 다.
“이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기다
리니 금방이더군요.”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음식 바로 해 드리겠습니 다.”
“하하하! 그렇게 해 주십시오. 김치찌개하고, 전에 소금돼지볶 음 맛있더군요.”
“알겠습니다.”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배용 수가 어느새 냄비에 돼지고기를 넣고 볶고 있었다.
오자명이야 오면 늘 김치찌개를 먹으니 알아서 준비를 하는 것이 다.
“좋은 일? 무슨 일이래?”
“그건 나도 모르지.”
말을 하며 강진은 미리 달궈 놓 은 프라이팬에 돼지비계를 한 조 각 넣고는 비볐다.
촤아악! 촤아악!
돼지비계에서 기름이 나오는 것 을 보며 강진이 고기를 넣고는 빠르게 볶기 시작했다.
거기에 소금을 툭툭 넣어서 간 을 하고 마지막에 후추를 넣은 강진이 그것을 접시에 담고는 반 찬을 쟁반에 담아 가지고 나왔 다.
“ 빠르군요.”
“안주 없이 드시면 속 버리실 것 같아서요.”
안주도 없이 이미 소주를 까서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웃은 강진이 음식들을 놓았다.
“김치찌개는 한 오 분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오자명이 강진을 보았 다.
“제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데…… 혹시 궁금하십니까?”
“무척 궁금하네요.”
강진의 맞장구에 오자명이 미소 를 지으며 말했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 될 것 같습니다.”
“어! 정말요?”
강진이 놀란 눈으로 오자명을 보다가 이유비를 보았다. 그 시 선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월요일에 본회의에서 법안 통 과될 것 같습니다.”
“아…… 아직 된 것은 아니군 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저었다.
“통과만 되면 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통과가 될 겁…… 아
니, 됩니다.”
“형님 말대로 이번에는 될 겁니 다. 법안 통과에 필요한 의원을 다 모았습니다.”
“그럼 되는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오자명이 웃으며 소주를 따라 내밀었다. 강진이 그것을 받자 오자명이 재차 미소 를 지었다.
“본회의 통과해도 바로 되는 것 은 아니고…… 한 팔월에서 구월 에는 시행이 될 겁니다.”
“소방관 분들이 좋아하시겠어
요.”
“소방관 분들뿐만 아니라 국민 들도 좋아할 겁니다.”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욕먹는 면 좋겠습니다.”
것이
줄었으
좀
“욕이요?”
“소방관 국가직 는 거냐고 저희
전환
당에
왜
항의성 문
안 하
의가 많이 들어왔거든요.”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 다.
“그거야 너희 당이 계속 발목을 잡았으니 그렇지.”
“야당 하는 일이 정부가 하는 일 감시하며 잘 돌아가는지 확인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반대하는 것인데…… 그건 어쩔 수 없지 요.”
“옳은 일도 반대하니 문제지.”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입맛을 다시며 작게 변명을 했다.
“옳은 일이라고 다 찬성만 할 수 없죠.”
“왜요? 옳은 일이면 찬성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강진의 물음에 이유비가 그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론은 그렇지요. 그런데……
말을 하던 이유비가 고개를 저 었다.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복잡하니 간단하게 말하자면, 햇빛이 있으 면 그림자가 생기는 정도라고 생
각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피식 웃었다.
“빛과 그림자라…… 말은 멋지 구만. 그냥 돈하고 표 문제지.”
“험!”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헛기침 을 했다. 그 모습에 오자명이 웃 으며 그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 다.
“근데 국회의원이 그거 신경 안 쓰면 정치 못 하지.”
“병 주고 약 주시는 겁니까?”
“약이라고 할 것이 있나. 그냥 그게 진실인데.”
씁쓸하다는 듯 고개를 젓는 오 자명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진행이 되셨네 요?”
“총선이 머지않았잖습니까.”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 를 끄덕이는 강진을 보며 오자명
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이번에 올린 겁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이런 법 안 반대하면 바로 얻어맞는 거지 요. 아마 반대하는 사람들도 공 천 탈락한 이들뿐일 겁니다.”
이유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반대하는 분이 있을 거라고 요?”
“공천 탈락한 사람들은 이번 선 거에 못 나가니 민심을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요.”
“이번은 못 나가도 다음 선거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반대를 할 겁니다.”
“왜요?”
“그래야 다음 선거 때 공천을 받을 테니까요.”
이해하기 힘든 말에 강진이 고 개를 갸웃거리자, 오자명이 웃으 며 말했다.
“명분입니다.”
“ 명분요?”
“이때까지 반대하던 당에서 갑 자기 모두 찬성을 하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총선 때 문에 당론을 바꿨다 생각하지 않 겠습니까?”
“아……
“그래서 이번 공천에 탈락을 한 의원들에게는 반대 표를 던지게 하는 겁니다. 의원들이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표를 던졌다는 것을 보이려고요.”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해야 저희 정당 지지해 주는 분들도 납득을 할 수 있으 니까요.”
“근데 너무 눈 가리고 아웅 하 는 거 아닌가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괜히 국회의원들을 도둑놈들이 라고 하겠습니까? 눈이라도 가리 고 아웅 하는 것은 양반입니다.”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으며
그를 보았다.
“형님도 국회의원입니다.”
“하하하! 나도 도둑놈 중 한 명 이지. 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나 한테 돈 뜯긴 사람이 어디 한둘 인가?”
“형님이 도둑이면 저는 이미 감 방에 들어가 있어야겠습니다.”
“그래. 앞으로 우리 둘 다 감방 가지 않게 열심히 하자고.”
기분이 좋은 듯 웃는 오자명을 보니 강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
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 돼서 기 분이 많이 좋으신가 보네.’
오자명을 보던 강진의 귓가에 배용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치찌개 다 됐어!”
배용수의 외침에 강진이 일어났 다.
“찌개 가져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