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390화 (388/1,050)

389화

“크윽! 좋다.”

“많이 드십시오.”

“자네가 사는 건가?”

“사 준다고 해도 됐다 하시면 서.”

“무슨! 누가 그래. 나야 사 주 면 아주 좋아하지.”

“그럼 제가 사죠.”

“하하하! 그래. 오늘 자네가 사. 다음에 내가 살게.”

오자명과 이유비가 웃으며 김치 찌개에 소주를 먹었다.

그 사이 강진은 한쪽에서 다른 손님들이 먹고 간 테이블을 정리 하고 있었다.

“사장님.”

테이블을 정리하는 강진에게 도 영민이 살며시 다가왔다.

“김치찌개 일 인분만 더 부탁드 리겠습니다.”

도영민의 말에 강진이 오자명 일행이 먹는 김치찌개를 보았다. 김치찌개는 이미 국물만 조금 남 아 있었다.

“알겠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추가로 주문을 넣을 필요는 없었다.

이미 한쪽에서 배용수가 김치찌 개를 팔팔 끓여 놓고 있었으니 말이다.

“오! 말도 안 했는데 알았어?”

“김치찌개로 안주 드시는데 지 금쯤이면 다 드셨을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했네.”

“술 팔 때는 이런 안주 정도는 서비스로 살펴 드리는 것이 좋 지.”

“술 팔 때?”

“음식 장사 할 때는 재료 아끼 고 음식 아끼면 안 돼. 하루 이

틀은 돈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 로 보면 손해니까. 김치찌개 얼 마 안 하지만 손님들은 고맙게 생각하거든.”

“맞는 말이야. 음식 장사하면서 음식 아끼면 그게 어디 음식 장 사인가. 돈 장사지.”

그런 말을 하던 강진이 홀을 보 았다.

“그나저나 도영민 씨 할머니가 없으니 조금은 이상하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홀을 슬

쩍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아까 도영민 씨 보니까 김미화 씨 생각나더라.”

“나는 그분 독하셔서 도영민 씨 국회의원 당선되면 그거 보고 갈 줄 알았는데.”

“그분 성격이면 국회의원이 아 니라 대통령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지.”

“그런가?”

도영민이 대통령 되는 것을 흐 뭇하게 보다가 떠나는 김미화를

잠시 떠올리던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배용수 를 보았다.

“다 됐어?”

"응."

흐.

배용수가 가스레인지 위에서 달 궈지고 있는 뚝배기에 김치찌개 를 덜었다.

촤아악!

달궈진 뚝배기에 국물이 닿으며 끓어오르자, 배용수가 파와 고추 로 위에 장식을 했다.

“먹다 식으면 말씀하라고 해. 끓여 놓은 것 있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끓고 있 는 김치찌개를 보았다.

음식이란 것은 원래 하고 바로 먹는 것이 제일 좋지만, 김치찌 개는 계속 끓이면 끓일수록 그 맛이 진해지면서 깊은 맛이 올라 온다.

그리고 김치도 푹 익고 말이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쟁반을 조심히 들고 홀로 나왔다.

“김치찌개 나왔습니다.”

강진이 뚝배기를 조심히 놓으며 빈 그릇을 치웠다.

“김치찌개 많이 끓였으니 국물 식으면 말씀해 주세요.”

“하하하! 이거 너무 고맙습니 다.”

“맛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오자명이 가게 안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저녁 영업 끝난 것 같은데 이 사장도 같이 한잔하시지요.”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시간을 보았다. 9시면 단골이 아닌 이상 이 시간에 가게에 올 사람은 없 었다.

논현에 술 마시러 오는 사람들 은 한끼식당 같은 곳보다는 조금

더 분위기 있거나 시끌벅적한 곳 을 찾아가니 말이다.

“같이 한잔하시죠.”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마시던 잔을 내밀고는 소주를 따 라주었다.

“그나저나 이 사장님 가게 영업 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손님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손님들이 찾아준다는 것은 이 사장님 식당만의 장점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으며 덧붙였다.

“일단 음식이 맛이 있으니까 요.”

“그렇지. 그리고 여기서 먹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해.”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와 보좌관 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 두 똑같이 느끼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곳에 오는 이유 는 맛도 있지만 마음이 편해서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았다.

“맛도 있고 마음도 편하고…… 그래서 장사가 잘 되는 것 같군 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기분이 좋 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국회의원이나 사장님이나 같은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하고 저하고 같을 수 가 있나요?”

“같지요. 저희도 유권자들이 찾 아주지 않으면 가게 망하니까 요.”

“그건 그러네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그를 보 다가 한숨을 쉬었다.

“다만 다른 건 가게 오픈을 하 면 망하지를 않아요.”

“유권자들이 투표 안 주면 망하 는 것 아닌가요?”

“그건 그렇죠. 근데 국회의원이 라는 가게는 한 번 오픈하면 사

년 동안은 안 망한다는 겁니다. 싸구려 식재를 쓰고 원산지 속여 서 팔아도 이놈의 국회의원 가게 는 사 년 동안 절대 안 망하죠.”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었 다.

“오픈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오픈만 하면 손님이 한 명도 안 와도 저희가 망하지는 않죠.”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버럭 소리쳤다.

“그러게 말이야. 손님이 안 오

면 망해야지, 왜 안 망하냔 말이 야!”

이유비가 돌연 놀란 얼굴로 오 자명을 보았다. 그러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그거 추진하려는 것은 아 니시죠?”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 없는 식당은 망해야지.”

그러고는 오자명이 강진을 보았 다.

“안 그렇습니까?”

“그건 그렇죠. 손님도 없는데 가게 운영하려면 그게 다 적자고 마이너스인데요.”

탓!

오자명이 옳다는 듯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치고는 말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겁니 다. 손님이 없는데 가게 운영을 하면 그 적자를 그 주인이 부담 해야 하는데, 국회의원 가게는 우리가 아니라 국민이 부담하는

겁니다. 손님이 가지 않는 가게 를 왜 혈세를 들여서 유지를 해 주냐 이겁니다.”

그러고는 오자명이 소주를 마시 더니 말했다.

“그런데 그 가게 주인들은 사 년 동안 망하지도 않고, 자기 돈 안 들어가니 배 째라는 식으로 영업하지요.”

“월급 사장 같네요.”

“월급 사장! 딱 그 짝입니다. 도둑놈의 자식들이에요.”

자신도 국회의원이면서 국회의 원들 도둑놈들이라 욕을 하는 오 자명을 보며 강진이 소주를 따라 주었다.

소주를 받아 마신 오자명이 말 했다.

“국민소환제라고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지금 국회에 국민소환제와 관 련된 법안 세 건이 계류 중입니 다.”

“세 건이나요?”

“저처럼 국회에서 날로 먹는 사 람들 보기 싫어하는 국회의원들 도 몇 있거든요. 근데 이게 계속 계류 중이라는 겁니다.”

오자명이 이유비를 보았다.

“일 안 하는 놈은 먹지도 말 라……

“왜 저한테 그러세요. 저는 일 해요.”

“너 말고. 아무튼 이번에 당선 이 되면 그건 꼭 통과시키고 은 퇴할 거네.”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한숨을 쉬었다.

“그 일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못 도와드립니다.”

국회의원을 소환해 해임을 시키 는 법안이다. 자기 목에 목줄을 스스로 채워야 하는 법안이니 이 유비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 다.

“당선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데 벌써부터 발을 빼는 건가?”

“형님 지역구에서는 형님이 대

통령 아닙니까. 이번에도 되시겠 죠.”

“선거엔 백 프로라는 것은 없 어. 말 그대로 뚜껑을 까 봐야 아는 것이 선거판이야.”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었 다.

“형님하고 붙으면 여야 원내 대 표가 나가도 안 될 겁니다.”

그러고는 이유비가 오자명을 보 았다.

“어떻게 하는 겁니까?”

“뭐가?”

“지역구 관리요. 무소속으로 3 선, 아니, 이번에 되면 4선인 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지역구 자주 찾아가서 억울하 다는 사람들 이야기 들어주고 국 민이 좋아할 법안 많이 만들면 돼. 아! 그리고 사고 치지 말고.”

오자명이 별것 아니라는 듯 하 는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저었 다.

“정론이시네요.”

“그게 국회의원이 해야 하는 일 이지. 억울한 사람들 없고, 국민 이 잘 살게. 그런데 왜 억울하다 고 온 사람들을 외면하는 거냐 고!”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에게 잔을 내밀었다.

“대단하십니다.”

“대단한 것이 아니라…… 국회 의원이란 건 원래 이런 겁니다.”

소주를 받는 오자명을 보며 강 진이 물었다.

“그럼 어르신은 이번 총선만 나 가시고 다음에는 은퇴하실 건가 요?”

“저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이제 그만 물러나야지요.”

“그러시군요.”

“은퇴하면 시골에서 농사를 지 으면서 살 생각입니다.”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으며 말했다.

“가을 되면 쌀 좀 얻어먹을 수 있는 겁니까?”

“그건 안 되겠는데.”

“왜요?”

“사과 농사 지을 거거든.”

“사과?”

“내가 국회의원하면서 사과 박 스를 받아 본 적이 없어서 그게 좀 아쉽더라고. 그래서 내가 사 과 박스를 만들어 볼 생각이야.”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었 다.

“오만 원 나온 지가 언제인데

사과 박스입니까? 요즘은 드링크 박스라고 하더군요.”

“그런가?”

“그럼요.”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젓다가 그를 보았다.

“자네, 받아 본 것은 아니지?”

“저를 어떻게 보시고……

이유비가 불쾌하다는 듯 그를 보다가 웃었다.

“택배 박스는 마누라가 대신 받

아 주라고 해서 몇 번 받은 적은 있습니다.”

두 국회의원의 이야기에 강진이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지금 말씀하시는 박스가…… 제가 생각하는 그 박스인가요? 그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과 박 스에 사과는 안 들어 있고 돈 들 어 있는?”

“안 좋은 현실 고증이지요.”

그러고는 오자명이 강진을 보았 다.

“제가 농사 지으면 이 사장님께 도 한 박스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그리고 맛있으면 다른 분들에게 소개도 해 주십시오.”

“맛있게만 농사 지어 주세요. 제가 여기저기 소문내서 팔아 드 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웃던 오자명이 스 윽 고개를 돌려 이유비를 보았 다.

“그리고…… 자네 전에 나한테

한 말, 아직도 변함없는가?”

“어떤 이야기요?”

“전에 도 보좌관에 대해 한 말 있잖아.”

오자명의 말에 도영민이 의아한 듯 그를 보고는 다시 이유비를 보았다.

그 시선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런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건 왜……

이유비의 물음에 오자명이 고개 를 끄덕였다.

“내 보좌관들한테 물어봤는데, 그 친구들은 나 은퇴하면 같이 은퇴해서 고향에서 쉬고 싶다고 하더군.”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슬며시 한명현을 보았다. 그 시선에 한 명현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어르신 모시고 농사 지을 생각이고, 다른 보좌관들도 이쪽 이 체질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럼?”

“저는 어르신 농장에서 일하고 다른 친구들도 내려가기로 했습 니다.”

“아직 한창 일하실 나이신 데……

“정치만 일자리겠습니까? 그리 고 어르신께서 다들 먹고살 자리 는 알아봐 주시기로 했습니다.”

한명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퇴직금은 못 줘도 일자리는 알

아봐 줘야지.”

“아……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비를 보며 오자명이 도영민을 보았다.

“이 친구는 우리가 무슨 이야기 하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아직 이야기 안 했습니다.”

이유비의 답에 오자명이 도영민 을 보다가 말했다.

“나중에 이 의원에게 사정 이야 기 듣고 마음 있으면 말해.”

“네?”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해하는 도영민을 보며 이유비가 작게 말 했다.

“내일 이야기해 주겠네.”

“알겠습니다.”

다른 화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 누던 중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에 강진이 고개 를 돌렸다.

문 쪽을 본 강진의 얼굴에 의아 함이 어렸다.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황민 성과 강상식이었다.

‘둘이 어떻게 같이 들어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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