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 화
삼다식당에서 모여 있던 귀신들 은 강진이 다가오는 것에 의아한 듯 서로를 보았다.
“저거 사람 아냐?”
“사람이네.”
“그런데 왜 이쪽으로 와?”
“그러게?”
귀신들이 의아한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자신들이 이곳에 있으면
사람들은 길을 돌아가거나 이쪽 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고 빠르게 지나간다.
그런데 지금 강진은 이쪽을 똑 바로 보고 다가오고 있는 것이 다.
귀신들이 의아한 듯 자신을 보 자, 강진이 웃으며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응?”
“지금 우리한테 하는 거야?”
“설마‘?”
귀신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람이 있나 볼 때, 강진이 웃으 며 말했다.
“저는 서울에서 저승식당을 하 는 이강진입니다.”
“서울 저승식당?”
“서울 저승식당이래?”
귀신들이 놀란 눈을 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가게를 보았다.
가게 문은 닫혀 있었다.
“가게 지금은 영업을 안 하나 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황당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삼다식당 주인 외에 자신들을 보는 사람은 강진이 처음인 것이다.
그러다가 귀신 한 명이 삼다식 당을 향해 크게 외쳤다.
“박 사장! 박 사장! 손님 왔어! 박 사장!”
귀신 한 명의 외침에 다른 귀신 들도 같이 박 사장이라는 사람을
외쳤다.
그러자 2층의 창문이 벌컥 열렸 다.
“시끄러! 이 귀신 놈들아! 잠 좀 자자!”
갑작스러운 욕설에 강진이 깜짝 놀란 눈으로 창문을 보았다.
창문 너머에는 백발의 노인이 있었다. 머리는 백발인데 피부는 구릿빛이었고 덩치가 무척이나 좋았다.
“잠도 못 자게 시끄럽게 하고
있어!”
자다 깼는지 화를 내는 노인이 문득 강진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러다가 피식 웃었다.
“서울에서 왔어?”
“네. 서울 저승식당 이강진입니 다.”
“그래 보이네. 내려갈 테니까 기다려.”
그러고는 창문이 닫혔다. 창문
이 닫히자 귀신들이 강진을 보았 다.
“그쪽은 어떤 음식 잘해요?”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저는 한식 쪽을 전문으로 합니 다.”
“맛있겠네.”
“박 사장님은 어떤 음식을 전문 으로 하시나요?”
“박 사장은 수산물 쪽으로 잘합
니다.”
“수산물요?”
강진이 보자 귀신 한 명이 웃으 며 말했다.
“사장님이 어부셨거든요. 그래 서 물고기로 하는 요리 잘하세 요.”
“어부셨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강진의 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드르륵!
미닫이문이 열리며 박 사장이 나왔다.
“끄응!”
우두둑! 우두둑!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푼 박 사 장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 난 제주도 박 문수야.”
“안녕하세요.”
강진의 말에 웃으며 박 사장이 가게로 들어갔다.
“일단 들어와.”
박문수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강진은 상 큼한 귤 향을 맡을 수 있었다. 식탁 위에는 귤들이 쌓여 있었 다.
“귤이네요.”
“좀 먹어.”
“감사합니다.”
강진이 귤을 하나 집으며 향을
맡을 때, 박문수가 부엌에서 따 뜻한 차를 가지고 나왔다.
“귤 차야.”
“감사합니다.”
귤 차를 받은 강진이 가게 안을 둘러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저 서울에서 온 건 어 떻게 아셨어요?”
“귀신 놈들 사이에서 떡 하니 있을 사람은 우리 저승식당 주인 들밖에는 없지. 그리고 내가 모 르는 저승식당 주인은 서울 저승
식당밖에 없고 말이야.”
박문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귤이 많으시네요.”
“귤 농장도 하니까.”
“이 농장이 어르신 거세요?”
“내 거라고 하긴 그렇고 삼다식 당 소유지.”
웃으며 말을 한 박문수가 차 마 시라는 듯 손을 들자, 강진이 차 를 한 모금 마셨다.
“맛있네요.”
달콤하면서 새콤한 맛에 강진이 미소를 짓자, 박문수가 웃으며 말했다.
“좀 줄 테니까, 먹고 맛있으면 좀 팔아줘.”
“파시는 거세요?”
“저 큰 귤 농장을 하는데 팔아 야지. 나 혼자 다 먹을 수도 없 잖아.”
“그럼 갈 때 좀 부탁드리겠습니 다.”
“그렇게 해. 많아.”
박문수가 차를 한 모금 마시는 것을 보던 강진이 힐끗 가게 밖 을 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가게 밖에 귀신들이 많 네요?”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이야.”
“ 일꾼?”
“저 큰 농장을 나 혼자 관리할 수 없잖아. 그래서 노는 귀신들 데려다가 일시키는 거지.”
그러고는 박문수가 탁자에 쌓여 있는 귤을 하나 집어서는 사과처 럼 베어 물었다.
쫘아악!
귤에서 과즙이 터지며 흘러내리 는 것을 강진이 놀란 눈으로 보 며 말했다.
“귤을 껍질째 드세요?”
강진의 말에 박문수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귤이 농약 하나 안 치고 해서 껍질째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어.”
“농약을 안 치세요?”
“귀신들이 일을 해서 우리 농장 에는 벌레들이 안 생기거든. 벌 레가 안 생기는데 농약 칠 일이 있나.”
웃으며 말을 하는 박문수를 보 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귀신들이 있으면 모기도 없고 쥐도 없지.’
귀신들이 있으면 벌레나 쥐도 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귀신
들이 모여서 일을 하면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을 테니 사람들 눈 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럼 JS 장갑 끼면서 일을 하 는 건가요?”
“자네도 귀신 직원을 쓰는 모양 이네?”
“저도 직원 몇 쓰고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박문수가 웃으며 말했다.
“귀신들 중에는 이런저런 기술 가진 애들이 많아서 잘만 쓰면
사람 직원보다 낫지. 그리고 귀 신들도 돈은 필요하고. 서로 좋 은 거지.”
“그건 그렇더군요.”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웃었다.
“이쪽에서 일 시작하면서 귀신 들도 돈이 필요하다는 것 알고 많이 놀랐습니다.”
“여기나 저승이나 거기서 거기 니까.”
박문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무 슨 생각이 들었는지 밖을 향해
소리쳤다.
“창복아! 창복아!”
박문수의 외침에 젊은 귀신 한 명이 들어왔다.
“네!”
“불 좀 붙여.”
“불요?”
“여기 서울 촌에서 온 사람한테 귤 좀 구워 주게.”
“아! 알겠습니다.”
젊은 귀신이 밖으로 나가자 강
진이 의아한 듯 박문수를 보았 다.
“귤을 구워 먹어요?”
“서울 촌에서 왔으니 잘 모르겠 지만 귤 구워 먹으면 맛있어.”
웃으며 박문수가 바구니를 하나 가져다가 귤을 담아서는 가게 밖 으로 나왔다.
박문수를 따라 밖으로 나온 강 진은 가게 뒤쪽에서 장작에다 불 을 붙이는 창복을 볼 수 있었다.
화르륵! 화르륵!
잔가지들을 자 곧 불이 그것을 보며 던져 넣고는
모아다가 솟구치기 박문수가 말했다.
불을 붙이 시작했다. 귤을 툭툭
“장사는 잘 돼?”
“잘 되고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문수가 물었다.
끄덕인 박
“사람 장사도 하는 거야?”
박문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어르신은 사람한테 장사 안 하 세요?”
“사람이야 여기 아니더라도 밥 먹을 곳 많은데 굳이 나까지 팔 필요가 없지. 난 저승식당만 하 고 있어.”
“그럼…… 유지가 되세요?”
귀신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도 돈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어디까 지나 저승 돈이다.
물론 JS 금융에 말하면 이승 돈 으로 바꿔주기는 하지만…… 저
승 돈을 이승 돈으로 환전하면 손해가 크다.
강두치도 저승 돈을 이승 돈으 로 바꾸지 말라고도 했었고 말이 다.
“돈은 있을 만큼 있어.”
“아…… 그러시군요.”
“그리고 돈 쓸 일이 뭐 많이 있 는 것도 아니고. 없으면 없는 대 로, 있으면 있는 대로 살면 되는 거지.”
웃으며 말을 한 박문수가 강진
을 보았다.
“언제 올라가?”
“내일요.”
“그럼 저녁에 와. 제주도까지 왔는데 맛있는 음식은 좀 먹여서 보내야지.”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웃으며 박문수가 나뭇가지로 툭툭 귤을 쳐서는 꺼 냈다.
검게 탄 귤껍질을 보며 강진이
이거 먹어도 되나 고민할 때, 박 문수가 목장갑을 꺼내 내밀었다.
“뜨거워.”
박문수의 말에 강진이 목장갑을 끼고는 귤을 조심히 들었다.
뜨겁기는 했지만 못 쥘 정도는 아니었다. 구운 감자 잡는 느낌 이랄까?
어쨌든 구운 귤을 잡고 조심히 껍질을 까자 뜨거운 김과 함께 속살이 드러났다.
“과즙 안 터지게 까. 과즙 터지
면 뜨거우니까.”
박문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껍질을 조심히 까다가 입 에 침이 고였다.
까맣게 탄 귤껍질을 까자 상큼 한 향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구운 귤이라.. 특이하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이 알맹 이를 후후! 불어서는 입에 넣었 다. 곧 강진의 얼굴에 놀람이 어 렸다.
엄청 달지?”
“네. 엄청 달면서 전혀 시지도 않네요.”
귤 특유의 신맛은 사라지고 달 콤함 만이 남아 있는 것에 강진 이 놀랄 때, 박문수가 웃으며 말 했다.
“겨울에 따뜻한 방바닥에 배 깔 고 귤을 먹는 것도 이와 같지. 귤이 따뜻해지면 당도가 올라가 서 달고 더 맛있거든.”
“그러네요.”
강진이 귤을 먹는 것을 보며 박
문수가 말했다.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박문수의 말에 강진이 귤을 먹 다가 말했다.
“삼다식당의 특색 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데요.”
“우리 가게는 회 전문인데.”
“회요?”
“내가 원래는 어부였거든.”
“이야기 들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박문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자네 작년에 사장이 됐지?”
“네.”
“몇 살이야?”
“29살입니다.”
“그럼 28살에 된 거네?”
“네.”
박문수가 귤을 까서는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나는 마흔다섯에 여기 받았 어.”
“마흔다섯에요?”
“내가 낚싯배를 했는데 여기 사 장님이 단골이었어. 낚시를 엄청 좋아하셨거든.”
박문수가 웃으며 말했다.
“바다에 낚시를 하러 갔는데 어 르신이 갑자기 배에 나타난 거 야.”
“갑자기요?”
“그래서 놀라서 어떻게 오셨냐 고 하니까, 나 보고 싶어서 왔다 면서 나한테 식당을 물려주고 싶
다고 하더군.”
씁쓸한 얼굴로 불을 보던 박문 수가 웃으며 말했다.
“귀신이더라고.”
“많이 놀라셨겠어요.”
“엄청 놀랐지.
박문수가 그때를 떠올리며 껄껄 웃었다.
“바다에 뛰어들 뻔했으니까.”
웃던 박문수가 강진을 보았다.
“우리 같은 저승식당 주인들은
어디 여행 가기 쉽지 않은데 제 주도는 어떻게 왔어?”
“친한 형님이 가족 여행 가신다 고 해서 따라왔습니다.”
“정말 친한가
보네.”
“네.”
강진의 말에 끄덕였다.
박문수가 고개를
“친한 사람이 찮으면 저녁에
있으면 좋지. 괜
모시고 와.”
“저녁에요?”
“저승식당 영업할 때 말고, 저 녁밥 먹는 시간에 오라는 거야. 손님이 왔는데 내가 저녁 한 끼 는 해 드려야지.’’
“아…… 알겠습니다.”
박문수의 말에 강진은 미소를 지었다. 일단 맛이야 저승식당이 라는 점에서 흠잡을 것이 없을 터였다.
저승식당은 모두 맛이 훌륭하니 말이다.
김소희와 다른 귀신들은 전주
저승식당이 맛있다 말했고, 강원 도 저승식당은 자신이 직접 먹어 보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주도 저승식당도 맛이 있을 것이다.
강진의 말에 박문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자네도 새로 왔는데 우리 모임 한 번 잡아야겠어.”
“그러면 저야 좋지요. 여러 선 배님들하고 인사도 하고요.”
“자네 말고도 전주 저승식당도
주인이 바뀌었다고 하니 날짜 한 번 잡아 보자고.”
박문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그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형 가족들은 다 일반인 이라 귀신들이 이렇게 있으면 못 들어올 것 같은데요.”
“직원들이야 일하라고 보내면 돼.”
박문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