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00화 (398/1,050)

399화

홀의 손님들은 회를 먹으며 여 유를 즐기고 있었다.

“회가 쫄깃쫄깃하네요.”

“확실히 제주도 해산물들이 좋 아.”

승무원들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 눌 때 주방에서는 음식들을 쟁반 에 담고 있었다.

음식을 담던 강진이 김승태를

보았다. 김승태는 밥에다 계란 프라이와 멸치볶음, 그리고 종종 썬 김치를 넣고 비비고 있었다.

“잘 돼가요?”

강진의 물음에 김승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멸치가 들어가서 동생이 좋아 할 것 같습니다. 제 동생이 멸치 를 좋아하거든요.”

김승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릇을 보았다. 간장과 참기름이 들어가서 고소한 냄새

가 나고 있었다.

“다 됐습니다.”

김승태가 긴장된 얼굴로 계란 비빔밥을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그대로 쟁반에 올렸다.

그러고는 쟁반을 들고 박문수와 함께 홀로 나왔다. 박문수가 음 식을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여유 있게 만들었으니 많이들 드세요.”

박문수가 스테이크를 주문한 사 람 앞에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놓

았다. 그것을 보고 있던 승무원 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두 그릇씩이네요?”

승무원 앞에는 스테이크와 파스 타가 두 개씩 놓인 것이었다.

“같은 음식인데 조금씩 다른 방 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드셔 보시 고 둘 중에 뭐가 더 맛있는지 살 짝 말씀해 주십시오.”

“감사해요.”

맛있겠다는 듯 음식을 보는 승 무원을 보며 박문수가 테이블 가

운데에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더 놓았다.

“여러분들도 드셔 보시고 어느 그릇이 더 맛있는지 한 번 봐 주 십시오.”

박문수의 말에 홀에 나온 배용 수와 도창복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두 사람이 음식을 만들고는 누 구 것이 더 맛있는지 사람들에게 물어봐 달라고 한 것이다.

배용수가 만든 것은 검은 그릇

에 담겨 있었고, 도창복이 만든 것은 하얀 그릇에 담겨 있었다.

그릇 색깔로는 도창복의 것이 조금 더 유리했다. 하얀색에 담 긴 파스타와 스테이크가 조금 더 맛있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배용수가 음식 장식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 차이는 그 리 많이 나지 않았다.

실제로 사람들은 두 그릇 모두 기대가 담긴 눈으로 보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스테이크 시킬걸.”

한 승무원의 말에 박문수가 테 이블 가운데에 놓인 스테이크와 로제 파스타를 가리키며 말했다.

“넉넉하게 준비했으니 모두 드 셔 보시고 맛 평가 좀 해 주십시 오. 어떤 식으로 만든 것이 사람 들 입맛에 맞는지 연구 중입니 다.”

박문수는 개인 접시를 사람들에 게 나누어 주고, 이번에는 초밥 을 놓았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드시면 맛이 좋을 겁니다. 아! 그리고 초밥하고 스테이크와 같은 음식 은 같이 드시면 맛이 섞이게 됩 니다. 따로 드시는 것이 좋지만, 스테이크 먹다가 초밥이 드시고 싶을 때는 여기 가져온 레몬 물 을 한 모금 마시고 드십시오.”

박문수가 준비한 모든 음식을 식탁에 올리고는 말했다.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말씀 해 주십시오.”

그러고는 박문수가 주방으로 가

려 하자, 황민성이 급히 말했다.

“같이 드시지요.”

“아닙니다.”

고개를 숙인 박문수가 문득 강 진을 보았다.

“술은 냉장고에 있으니까 알아 서 꺼내 먹어.”

“감사합니다.”

박문수가 손을 흔들고는 자리를 뜨자, 강진이 양푼에 담긴 계란 비빔밥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건 혹시 탄수화물 드시고 싶 은 분이 있을까 싶어서 만든 계 란 비빔밥입니다. 계란 프라이와 멸치볶음, 그리고 김치 종종 썬 것을 넣은 뒤 간장과 고소한 참 기름으로 맛을 냈습니다. 드시고 싶으신 분은 접시에 덜어서 드시 면 됩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양푼을 슬며 시 김승희 가까운 곳에 놓았다. 따로 김승희에게만 주는 것이 이 상할 것 같아서 사람들이 알아서 퍼먹도록 준비를 한 것이다.

강진이 양푼을 놓자 김승희가 힐끗 그것을 한 번 보고는 초밥 을 집어 자신의 그릇에 놓았다.

그것을 본 강진이 입맛을 다시 고는 조순례를 보았다. 조순례는 미역국이 담긴 그릇을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따뜻한 온기에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조순례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미역국 드셔 보세요. 미역국은 제가 끓였습니다.”

“아주 맛이 있어 보이는구나.”

“미역이 생미역이더라고요.”

“생 미역?”

“아침에 해녀 분들이 따 온 질 좋은 것이 있더라고요. 아! 잠시 만요.”

말을 하던 강진이 주방에 들어 가더니, 미역 줄기를 그릇에 담 아 가지고 왔다.

“생미역이라 그런지 미역 줄기 가 맛이 있어 보이더라고요.”

조순례가 맛있겠다는 듯 줄기를 집어서는 초장에 찍어 입에 넣었 다.

“맛이 좋구나.”

“그렇죠.”

웃으며 강진도 미역 줄기를 집 어 초장에 찍어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역 특유의 향과 식감이 혀에 착 감겼다. 그에 심취한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조순례가 강진 을 보았다.

“안주가 이렇게 좋은데 한잔해 야지.”

“어머니 계신데요.”

“괜찮아. 민성아, 가서 술 좀••…

“아닙니다. 제가 가져올게요.”

강진이 일어나려 할 때, 남자 승무원 한 명이 급히 일어났다.

“술은 제가 가져오겠습니다.”

“아니......"

“초대해 주시고 음식까지 해 주

셨는데 저도 뭐 하나 해야죠.”

싱긋 웃은 승무원이 서둘러 냉 장고로 가서는 소주와 맥주를 양 손에 잔뜩 들고 왔다.

식탁에 술을 놓고 다시 한 번 더 가서 술을 챙겨오는 그를 보 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냥…… 술이 먹고 싶었던 건 가? 하긴, 이런 안주를 두고 술 이 안 당기면 사람이 아니지.’

맛있는 회에 초밥, 거기에 스테 이크까지 있다. 맛있는 것 옆에

맛있는 것이 있는데 소주가 안 당길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에게 황 민성이 소주를 내밀며 말했다.

“소주?”

“회에는 소주죠.”

어차피 오늘은 쉬는 날이라 마 음 편히 마셔도 된다. 웃으며 강 진이 잔을 들어 소주를 받고는 힐끗 앞을 보았다.

배용수와 도창복은 여전히 긴장 한 모습으로 스테이크와 로제 파

스타 그릇을 보고 있었다.

같은 두 종류 음식이 있다면 그 승부는…… 어떤 그릇이 먼저 비 워지느냐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들의 얼굴에 희비가 오 고 갔다.

그런 두 귀신을 보던 강진이 김 승태를 보았다. 김승태는 김승희 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김승태가 만든 계란 비빔밥에 손을 안 대고 있

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소주를 마 셨다. 그러고는 회를 한 점 집어 들었다.

‘소금이라.’

소금에 회를 찍어 먹어 본 적이 없다. 조금 망설이던 강진은 회 를 소금에 살짝 찍고는 입에 넣 었다. 살짝 짠맛과 함께 단맛이 돌면서 회와 묘하게 어울렸다.

‘음…… 이런 맛이네.’

생각보다 이상한 맛은 아니었

다. 아니,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강진의 입맛은 아니 었다.

‘역시 회는 초장이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회를 초장에 찍어 먹은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소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 라 그냥 자신의 입맛에는 초장이 맞을 뿐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회 한 점을 그냥 먹어 보고는 재차 고 개를 끄덕였다.

‘숙성회인가 보네.’

식감이 전에 배용수가 만들어 준 숙성회와 비슷했다. 조금 더 차진 느낌과 함께 쫀득쫀득한 식 감이 일품이었다.

강진이 식감에 감탄하고 있을 때, 황민성이 말했다.

“회 소금에 찍어 먹으니까 색다 르면서 맛있다.”

“그래요?”

“왜,너는 아니야?”

“저는 초장이 좋네요.”

“그래? 소금 찍어 먹으니까 아 주 맛있는데.”

황민성이 소금에 회를 찍어 먹 는 것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형은 순대 뭐에 찍어 먹어요?”

“순대면 소금이지?”

“지방마다 다르더라고요. 어디 는 초장, 어디는 된장, 어디는 쌈 장.”

“음…… 그 이야기는 들었는데,

된장에도 찍어 먹는다고?”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니까요. 그리고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 거 고요.”

“그건 맞지.”

고개를 끄덕이며 황민성이 잔을 들자 강진이 잔을 들고는 부딪혔 다.

그러고는 한 모금 마신 강진이 조순례를 보았다.

조순례는 미역국을 먹으며 김이 슬을 보고 있었다.

“아가, 많이 먹어.”

“네, 어머니.”

김이슬의 답에 조순례가 안쓰러 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애기 때문에 미역국을 주문하 신 건가?’

아까 일출봉에서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게 신경 쓰여서 미 역국을 주문한 모양이었다.

“봐요. 내 것이 더 많이 줄었 네.”

“그거야 그쪽이 덩어리를 크게 썰어서 그렇고. 딱 봐도 사람들 이 내 것 맛있게 먹는구만.”

“남은 양을 봐야죠.”

조순례가 미역국 먹는 것을 보 던 강진은 배용수와 도창복의 목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승무원들이 먹는 로제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보고 있었 다.

그에 강진이 테이블을 보니, 파 스타와 스테이크가 많이 줄어 있

었다. 그릇 색 구분 없이 다들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이다.

“이거 되게 맛있다.”

“이탈리아에서 먹은 파스타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와…… 스테이크 대박. 유명한 곳에서 먹은 것보다 더 맛있어 요.”

승무원들이 자신들이 먹었던 파 스타와 스테이크를 떠올리며 하 는 말에 두 요리사 귀신들의 입 가에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떠올

랐다.

그런 두 귀신을 보던 강진이 스 테이크를 보다가 두 점을 집어서 는 자신의 그릇에 올렸다.

그중 먼저 도창복의 스테이크를 맛보았다.

‘음…… 맛있네.’

부드러우면서도 육즙이 터지는 것이 맛이 있었다. 게다가 소스 가 새콤한 매력이 있었다.

‘아까 소스에 귤을 넣던데 그 맛인가?’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맛을 음미하자 배용수가 그를 노려보 았다.

‘저 배신자!’

배용수가 살벌한 눈빛으로 바라 보자 강진이 급히 손으로 입을 닦는 시늉을 했다. 못 먹겠다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배용수가 흐뭇한 표 정을 짓자, 강진이 안도의 한숨 을 쉬고는 이번에는 그가 만든 스테이크를 입에 넣었다.

맛을 본 강진의 얼굴에 살짝 미 소가 어렸다.

‘이 자식이 작정을 했네.’

배용수의 스테이크는 거짓말 조 금 보태서 입에 넣는 순간 녹아 버렸다.

씹자마자 녹아서 흩어져 버린다 고 할까? 마치 고기로 만든 거품 같았다.

게다가 소스가 너무나도 훌륭했 다.

도창복의 소스는 새콤하다면,

배용수의 소스는 단짠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짠맛이 같이 느껴 진다고 할까?

강진의 입맛에는 배용수의 소스 가 더 맞았다. 게다가 고기 자체 가 너무 부드러웠다. 이빨이 없 어도 씹힐 것 같다고나 할까?

강진이 배용수의 스테이크를 몇 개 집었다.

“어머니, 이것 좀 드셔 보세요. 부드러운 게 어머니 입에 잘 맞 을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스테이크 한 점을 먹더니 미소를 지었다.

“부드러워서 먹기가 좋네.”

“맛도 좋죠?”

“맛이 아주 좋아.”

흐뭇한 얼굴로 말하는 조순례를 보며 배용수는 득의양양해졌고, 도창복은 얼굴이 굳어졌다.

그때…….

“이거 맛있다.”

김승희가 도창복의 로제 파스타

를 먹으며 하는 말에 그의 얼굴 에 미소가 어렸다.

김승희의 말에 다른 승무원들도 로제 파스타를 먹고는 고개를 끄 덕였다.

“진짜 맛있네요.”

“와…… 여기 진짜 맛집이네 요.”

“특히 소스가 정말 마음에 들어 요.”

말을 하며 승무원이 파스타를 들어 보이자 소스가 면을 타고

진득하게 흘러내렸다.

그것을 보던 승무원이 강진에게 물었다.

“이 소스, 맛이 엄청 부드러운 데 계란인가요?”

승무원의 말에 강진이 뭐라 말 을 해야 하나 할 때, 도창복이 말했다.

“까르보나라 파스타에 들어가는 계란 소스를 응용했습니다.”

강진이 도창복을 보자 그가 미 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로제 파스타라고 해서 계란이 들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죠. 로 제 파스타 마지막에 계란을 소스 처럼 해서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 함을 담았습니다.”

말을 마친 도창복이 강진을 뚫 어져라 보았다. 설명해 주라는 의미였다.

그에 강진이 그의 말을 그대로 읊자, 승무원들이 그가 만든 로 제 파스타를 집어 가기 시작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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