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01화 (399/1,050)

400화

파스타와 스테이크 그릇에서는 두 개의 결과가 나왔다. 파스타 는 도창복의 것이 먼저 싹싹 비 워졌고, 스테이크는 배용수의 것 이 먼저 비워졌다.

“혹시 여기 빵 없습니까?”

남자 승무원의 말에 강진이 그 를 보았다.

“ 빵요?”

“이 소스에 빵 찍어 먹으면 맛 있을 것 같아서요.”

그의 말에 도창복이 미소를 지 었다.

“이탈리아 식당에서는 혼한 일 입니다. 정말 맛있는 파스타를 먹으면 사람들이 빵을 소스에 찍 어 먹지요. 그렇게 먹으니 설거 지할 필요도 없이 깨끗해지는 건 덤이고요. 하하하! 오늘 설거지 거리가 줄어서 좋네요.”

도창복이 의기양양해하는 모습 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빵 있냐는 표정이었다. 그 시선 에 도창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 가면 모닝빵 있습니 다.”

도창복의 말에 강진이 일어나서 는 주방에 들어갔다.

“뭐 필요해?”

“모닝빵 있다고 해서요.”

강진의 말에 박문수가 냉장고에 서 모닝빵을 꺼내며 말했다.

“네가 먹을 거야?”

“손님이 파스타 소스에 빵 찍어 드시고 싶다고 해서요.”

강진의 말에 박문수가 프라이팬 을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탓!

불을 강하게 틀고는 휴지로 기 름을 닦아냈다. 그러고는 모닝빵 을 꺼내 박문수가 손으로 대충 가운데를 가르기 시작했다.

“구우시려고요?”

“냉장고에서 나온 거라 차갑기 도 하고.”

박문수의 말에 강진이 옆에 와 서는 모닝빵을 들었다. 모닝빵은 햄버거 빵 작은 사이즈라고 보면 되었다.

“야채 모닝빵이네요.”

“빵집에서 막 나온 모닝빵 먹어 봤어?”

“아뇨.”

“음식처럼 빵도 갓 나온 것은 정말 맛있지. 잼 같은 것 찍어서 먹을 필요가 없을 만큼.”

웃으며 박문수가 반으로 가른

빵을 프라이팬에 올렸다.

“당근빵이라고 제주도에서 유명 한데, 안 먹어 봤지?”

“네.”

“먹고 가. 그리고 좀 사 가. 육 지에서 먹기 힘든 거라 사서 지 인들 나눠 주면 좋아할 거야.”

“그래야겠네요.”

“내가 빵집 주소 알려 줄 테니 까, 여덟 시쯤에 가서 人}. 그때가 빵 나오는 시간이라 맛이 좋으니 까.”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박문수가 빵을 굽 다가 물었다.

“빵 이렇게 먹어 본 적 있어?”

“없습니다.”

“기름 두르지 말고 이렇게 구워 서 먹어 봐. 식빵도 이렇게 구우 면 바삭하고 맛이 좋아. 아! 근 데 생각보다 잘 타니까, 앞뒷면 살짝살짝만 구워야 해.”

“알겠습니다.”

박문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따뜻하게 구워진 빵을 접 시에 담아 홀로 나왔다.

탁자에 빵을 놓자 승무원들이 집어서는 파스타 소스에 찍어 먹 었다.

“음…… 확실히 맛있네.”

승무원들이 맛있게 빵을 먹는 것을 보며 도창복이 웃었다.

“하하하! 이거 설거지를 할 필 요도 없이 드시네. 이런 것을 보 면 요리사로서 참 기분이 좋지

않습니까?”

도창복이 웃으며 배용수를 보았 다. 그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 셨다. 그의 말대로 소스가 점점 줄어들면서 그릇이 깨끗해지고 있었다.

손님이 이렇게 그릇이 깨끗해질 정도로 음식을 먹으면 요리사로 서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었 다. 다만…… 깨끗해지는 그릇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게 문제였다.

“어머! 스테이크 소스에 찍어 먹는 것도 맛있다.”

한 승무원의 말에 배용수가 눈 을 반짝이며 그쪽을 보았다. 그 승무원은 자신이 만든 스테이크 소스를 빵으로 찍어 먹고 있었 다.

“진짜 정통 이탈리아 가게 온 것 같다.”

“그러게. 완전 색다른데…… 이 상하게 이 둘이 잘 어울린다.”

사람들의 말에 강진이 도창복과 배용수를 보았다. 둘의 표정은 묘했다.

스테이크는 배용수의 것, 파스 타는 도창복의 것이 우세한 것이 다.

즉…… 무승부였다.

‘묘하게 됐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배 용수가 도창복을 보았다.

“국물 요리 하나 더 합시다.”

배용수의 말에 도창복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조개 국물 요리 어

때요?”

“조개 국물?”

“사람들 과식할 것 같은데, 따 스하고 개운한 조개 국물 먹으면 속이 편할 테니 말입니다. 그리 고 저희 승부는 내야죠.”

도창복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주방으로 몸을 움직였다.

“합시다.”

승패를 내겠다는 듯 두 요리사 귀신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강진 이 피식 웃었다.

‘둘 다 잘하는구만. 굳이 승부를 내려 하네.’

강진이 먹어 보니 둘 다 맛이 있었다. 애초에 제대로 결판이 날 수도 없는 승부였다.

둘 다 맛에선 흠잡을 곳이 없었 고…… 스타일이 다를 뿐이라 취 향에 따라 선택이 갈리는 것이 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다른’ 음 식일 뿐이지, ‘틀린’ 음식은 아닌 것이다.

그런 두 귀신을 보던 강진이 빵 을 집어서는 스테이크 그릇에 남 은 소스에 찍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찍어 먹어 얼마 없는 소스에 빵을 문댄 강 진이 그것을 입에 넣었다.

‘확실히 맛있네. 부드러운 잼 발 라 먹는 것 같은데?’

달면서도 살짝 짠맛이 도는 게 빵과도 무척 잘 어울렸다. 강진 이 빵을 하나 더 먹을 때, 김승 희가 미소 된장국을 먹고는 슬쩍 계란 비빔밥을 보았다.

그러고는 계란 비빔밥에 꽂혀 있는 주걱으로 밥을 퍼서 자신의 그릇에 담았다.

힐끗!

강진이 김승희를 보자, 김이슬 이 슬며시 말했다.

“계란 비빔밥, 강진 씨가 한 건 가요?”

“네? 네.”

“저도 좀 먹어 보게 덜어 주세 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비빔밥을 퍼서 그녀의 그릇에 놓았다. 그 에 김이슬이 웃으며 김승희를 보 았다.

“김승희 씨?”

김이슬의 부름에 김승희가 그녀 를 보았다.

“네.”

“맛 어때요?”

김이슬의 물음에 김승희가 웃으 며 비빔밥을 보다가 말했다.

“맛있어요.”

“그렇죠? 강진 씨가 음식을 참 잘해요.”

“그런 것 같아요.”

“나중에 친구들하고 강진 씨 가 게에 한 번 오세요. 강남 논현에 서 식당 하는데 꽤 괜찮아요.”

김이슬의 말에 김승희가 강진을 보았다.

“논현에서 식당을 하세요?”

“아주 작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김승희에게 작업을 하 려는 생각은 아니고…… 아무래 도 몇 번 더 손님으로 만나면서 이야기를 해야 어머니와 화해를 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강진이 명함을 주자 김승희가 그것을 받았다.

“논현에서 식당을 하시고, 대단 하세요.”

“정말 아주 작게 하고 있습니 다.”

“그래도요.”

김승희가 명함을 보자 옆에 있 던 후배가 슬쩍 명함을 보고는 말했다.

“어머! 한끼식당이네요.”

후배의 말에 김승희가 그녀를 보았다.

“ 알아?”

“그럼요. 저 다니는 맛집 동호 회 카페에 가끔 사진 올라와요.”

후배가 강진을 보았다.

“연예인 보는 것 같아요.”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김이 슬이 웃으며 말했다.

“강진 씨 가게가 많이 유명해졌 나 봐요.”

“요즘 보시고 오는 분들이 좀 있기는 하세요.”

말을 하며 강진이 김이슬을 보 았다. 김이슬은 눈을 초롱초롱하 게 뜬 채 자신과 김승희를 보고 있었다.

‘연결해 주려고 하시네.’

아마 식당을 한다고 말한 것도 강진이 사회적으로 괜찮다는 것 을 알려주려고 한 모양이었다.

논현에서 식당 한다고 하면 일 단 능력적인 면으로는 어필이 될 테니 말이다.

여전히 오해를 하고 있는 김이 슬을 보며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문득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외로워 보이나?’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의 눈에 김승희가 비빔밥을 떠서 입에 넣 는 것이 보였다.

비빔밥을 맛있게 먹는 그녀를 보며 강진이 작게 입맛을 다셨 다.

계란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계란 비빔밥은 호 불호가 갈리기 어려운 음식이었 다.

계란을 넣고 여러 재료들을 넣

어 간장과 참기름으로 조화를 이 룬 음식이라 맛이 없기가 더 힘 든 것이다.

그러니 김승희가 맛있게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 녀가 음식에서 김승태의 손길을 느꼈으면 했는데,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좀 아쉬웠다.

‘하긴 비빔밥이 워낙 흔한 음식 이기는 하니.’

워낙 흔한 음식이라 개성을 내 기 어려운 것이다. 입맛을 다신 강진이 마저 음식을 먹기 시작했

다.

‘김승태 씨는…… 쉽게 안 되겠 네.’

하긴 쉬울 일이 아니었다. 자식 이 부모와 연을 끊겠다는…… 아 니, 이미 연을 끊은 상황이니 말 이다.

작게 고개를 저은 강진이 일단 은 신경 끄고 음식을 먹기 시작 했다.

명함도 줬으니 다음에 김승희가 가게에 오게 되면 그때 다시 이

야기해 보기로 하고 말이다.

“언니.”

밥을 먹던 김승희는 자신을 부 르는 목소리에 후배를 보았다.

“언니도 한잔해요.”

후배가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소주병을 들고 있었다.

그에 김승희가 힐끗 황민성과 강진을 보고는 잔을 들었다.

쪼르륵!

김승희의 잔에 소주를 따라 준 후배가 작게 속삭였다.

“호텔에서 먹는 근사한 식사가 아니라 조금 실망했는데…… 여 기 정말 좋네요.”

후배의 말에 김승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이트 홀 호텔이 아 닌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고 했을 때, 승무원들은 조금 당황했다.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 를 할 거라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온 곳은 허름한 동네 식당이었으 니 말이다.

당연히 김승희도 조금 실망했었 다. 그런데 먹어 보니 유명 레스 토랑에 버금갈 정도로 맛이 좋았 다.

게다가 양도 푸짐하고 말이다.

“가족이나 친구들하고 오기에는 딱 좋은 곳 같아요. 다음에 친구 들하고 한 번 같이 와야겠어요.”

후배의 말에 김승희가 다시 고 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음식이 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오기에 좋 은 곳이었다.

“나도 다음에 한 번 와야겠다.”

가게 모습을 보면 비싼 곳 같지 도 않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 던 김승희가 소주를 마시고는 비 빔밥을 떠서 입에 넣었다.

몇 숟갈 먹던 그녀는 남은 비빔 밥을 보았다.

‘오빠가 비빔밥 자주 해 줬는 데.’

계란 비빔밥을 보던 김승희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다시 한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비빔밥을 먹자 입안에 아삭한 식감이 느껴졌다.

천천히 씹던 김승희가 젓가락으 로 비빔밥을 뒤적였다. 그러다가 김승희가 강진을 보았다.

강진은 황민성과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여행을 다녀온 곳에 대한 감상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김승희가 살 며시 말했다.

“저기.”

김승희의 부름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네?”

“저 비빔밥에 김치가요.”

“김치요?”

강진이 비빔밥을 보자 김승희가 말했다.

“김치에 잎 부분은 없고 하얀 줄기 부분만 있던데.”

“아……

김승희의 말에 강진이 비빔밥을 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비빔밥에 는 김치 줄기만을 잘라서 썰어 넣었다.

-우리 승희가 김치를 좋아했습 니다. 그것도 줄기 부분을 좋아 했습니다. 먹을 때 아삭아삭한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승희 비빔밥 만들어 줄 때 는 일부러 줄기만 잘라서 썰어 넣었습니다.

김승태의 계란 비빔밥이 조금 다른 점은 이것이었다. 김치의 줄기 부분만 썰어 넣은 것 말이 다.

“비빔밥에 식감을 좀 주려고 줄 기 부분을 이용했습니다. 마음에 안 드세요?”

“아니요. 너무 맛있어요.”

말을 한 김승희가 웃으며 비빔 밥을 보았다.

“옛날에 저희 오빠도 비빔밥에 김치 줄기를 넣어서 해 줬거든

요. 이거 보니 그게 생각이 나서 요.”

말을 한 김승희가 비빔밥을 한 숟가락 떠서는 입에 넣었다.

“오빠 생각나네요.”

김승희의 말에 강진이 슬쩍 김 승태를 보았다. 오빠 생각이 난 다는 말에 김승태가 웃으며 그녀 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많이 먹어. 이거 오빠가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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