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03화 (401/1,050)

402화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호텔을 거닐고 있었다.

“어땠어?”

“누구? 도창복?”

"응."

“그놈 요리 잘하더라.”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요리 실력만큼은 확실히 뛰어났기에 배용수도 인정은 하고 있었다.

“그 애성식당이 맛있는 곳인 가?”

도창복이 일을 했다는 애성식당 을 떠올리자 배용수가 입맛을 다 셨다.

“별 두 개 받은 곳이니 맛집이 기는 하지. 하지만!”

배용수가 하늘을 보며 말했다.

“운암정은 별 네 개도 모자라 지.”

“별 두 개가 그렇게 대단해?”

“요즘은 미슐랭이 돈 주고 사네 뭐네 해서 유명한 요리사들이 거 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계적 으로 인정받는 맛집 기준이니까 무시할 수는 없지.”

“운암정은 왜 미슐랭 안 받아?”

“말했잖아. 우리는 그런 것 신 경 안 쓴다고.”

“그렇구만.”

“그리고 우리는 미슐랭 같은 것 안 받아도 기존 손님들도 있으니 까 받으면 오히려 귀찮지.”

“귀찮아?”

“전에 와서 봤겠지만 우리 운암 정은 정식이나 코스를 위주로 하 니까. 예약 안 하고 오시는 손님 들은 감당하기 어렵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운암정에 갔을 때 단품으로 혼자 먹을 만한 메 뉴가 몇 개 되지 않았으니 말이 다.

운암정 입장에서는 자신과 같은 단품 손님보다는 정식이나 코스 를 드시는 손님들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야기를 하던 강진의 주머니에 서 띠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핸드폰을 꺼내 보니 여자 귀신들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 다.

〈저희 서울로 불려 왔어요. 저 희 다시 불러 주세요.〉

“혜미 씨하고 다른 귀신들 지금

서울이라는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까 나도 서울로 끌려가 는 느낌 들기는 하더라.”

“그래?”

“근데 네가 삼다식당으로 불러 서 그쪽으로 빨려 가는 느낌이었 어. 불러 드려라. 제주도에서 좀 더 노셔야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자 귀신들을 불렀

다.

배용수의 말이 아니더라도 여자 귀신들이 불러 달라고 하는데 안 불러 줄 강진이 아니니 말이다.

화아악! 화아악! 화아악!

강진의 부름에 여자 귀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게에 별일 없죠?”

강진의 물음에 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별일 없어요.”

“이따가 제주도 저승식당 갈 건 데 같이 가실래요?”

“네.”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회가 맛있더군요.”

“회 맛있겠다.”

한끼식당에서는 회를 먹기 어렵 다. 수조도 없고 숙성회를 만들 어도 유통기한이라는 것이 있으 니 말이다.

그래서 한끼식당에서는 회가 좀 귀한 편이었다.

여자 귀신들이 입맛을 다시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호텔은 잘 구경하셨어요?”

그에 이혜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 되게 좋아요.”

“좋은 호텔인 것 같더라고요.”

“아! 여기 호텔 수영장 되게 좋 아요.”

“수영장요?”

“거기 비키니 입은 여자 되게 많아요.”

이혜미가 므흣한 눈빛을 보내는 것에 강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저 그런 것 안 좋아해요.”

“안 좋아하기는요. 남자는 다 좋아해요.”

싱긋 웃으며 이혜미가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세요?’’

“삼다식당 가기 전에 호텔 구경 좀 하고 가세요. 시설 되게 좋아 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경이나 해 보죠.”

이혜미와 여자 귀신들이 앞장서 서 걸어가자 강진과 배용수가 그 뒤를 따르다가 말했다.

“호철 형도 부르자.”

“호철 형?”

“호철 형 스타일에 이런 호텔이 가당키나 하냐? 이왕 온 김에 형 도 같이 호텔 구경하게 해드려야 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에 강 진이 최호철을 부르고는 허연욱 도 불렀다.

이왕 좋은 곳 온 김에 두 사람 도 불러서 같이 호텔 구경이나 하려는 것이다.

박문수의 저승식당 오픈 시간인

11시가 되려면 시간이 좀 남았으

니 말이다.

최고급 호텔답게 호텔 부대시설 하나하나가 무척 좋았다. 수영장 으로 나간 강진은 가족들과 젊은 사람들이 수영을 하거나 썬 베드 에 누워 맥주를 마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좋네.”

밤이지만 조명이 여럿 있어 어 둡지 않았고, 물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춥지도 않을

것이다.

강진의 말에 최호철도 신기한 눈으로 수영장과 호텔을 보았다.

“이야…… 정말 좋다.”

“그렇죠?”

“잘 불렀다. 와…… 저 초원 봐 라. 제주도라 확실히 풀이 다르 네.”

수영장 앞으로 뻗어 있는 초원 과 그 뒤로 보이는 바다까지…… 무척 보기 좋았다.

“해 떴을 때 보면 더 좋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과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텔 주위를 구 경할 때, 허연욱이 웃으며 말했 다.

“중국 해남에서 지낸 호텔도 좋 았는데 여기도 좋군요.”

“중국 해남요?”

“한국의 제주도와 비슷한 느낌 인 곳인데…… 한중 동양의학 세 미나 때 가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도 이렇게 좋았습니다.”

“선생님도 좋은 곳을 많이 가 보셨군요.”

“제가 명의지 않습니까. 하하 하!”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이혜미가 말했다.

“여기 지하에 실내 수영장도 있 어요.”

“지하에도요?”

“네. 거기도 엄청 좋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쪽에 있는 썬 베드 에 가서 엉덩이를 붙이고 누웠 다.

썬 베드는 무척 편했다.

“이게 요즘 유행하는 무중력 베 드예요.”

“무중력 베드요?”

“누우면 중력을 느끼지 않게 해 준다는 것 있잖아요. 편하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고는 몸에서 힘 을 뺐다.

“확실히 편하네요. 여러분들도 누우세요.”

“저희야 누우나 안 누우나 똑같 은데요.”

싱긋 웃는 이혜미를 보던 강진 이 힐끗 옆을 보았다. 옆에는 살 짝 붉은 쿠키를 안주 삼아 맥주 를 마시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

‘저게 당근 쿠키인가?’

그런 생각을 한 강진이 이걸 어 디에서 시켜야 하나 고민하다가 젊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남자가 그를 보았 다.

“말씀하세요.”

“그거 주문 어디서 하는 건가 요?”

강진의 말에 그가 웃으며 썬 베 드 옆에 있는 작은 티 테이블을 가리켰다.

“여기에 버튼 있습니다. 직원 오면 드시고 싶은 것 주문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이 몸을 돌리 다가 멈칫하더니 남자의 옆을 보 았다. 그곳엔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귀신 한 명이 앉아 있었 다.

그런데…….

‘수호령은 아닌 것 같은데?’

고등학생 귀신은 썬 베드에 편 히 누워 남자가 먹는 당근 쿠키 를 먹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 다.

귀신도 사람이 먹는 음식을 제 삿밥으로 먹을 수는 있지만, 그 건 허락이 있어야 한다.

먹으라는 허락이 없으면 눈앞에 음식이 있어도 먹지 못한다. 그 래서 배가 고프면 장례식장으로 가는 것이다.

장례식장은 죽은 사람을 대접하 는 식당이니 말이다.

그런데 고등학생 귀신은 남자가 먹는 맥주와 당근 쿠키를 편하게 먹고 있었다. 이건 남자가 허락 을 했다는 의미였다.

강진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등학 생 귀신이 그를 한 번 보고는 주 위를 두리번거렸다.

뭘 보나 싶은 것이다. 그에 강 진이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썬 베드로 가서는 누웠다.

그러고는 티 테이블의 버튼을 누르자 직원이 다가왔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맥주 세 병하고 당근 쿠키 좀 주세요. 아! 잔은 일곱 개 주시 고요.”

강진의 말에 직원의 얼굴에 의 아함이 어렸다. 사람은 한 명인 데 컵을 일곱 개나 달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직원이 친 절하게 고개를 숙였다.

“계산은 룸 키로 해 드리겠습니 다.”

직원의 말에 강진이 아차 싶었 다.

“622호인데…… 룸 키를 안 가 져왔습니다.”

622호라는 말에 직원이 강진을 보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룸으로 달아 드리 겠습니다.”

“저기, 확인 같은 것 안 해도 되나요?”

룸 키도 없는데 호수만 말해도 되나 싶은 것이다. 강진의 말에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확인은 저희가 따로 하겠습니 다.”

직원이 몸을 돌리자 강진이 호 기심 어린 눈으로 그 뒷모습을 보았다.

“확실히 좋은 호텔이라 그런지 직원이 친절하네.”

배용수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일반적이면 키가 없으 면 안 된다고 딱 자를 텐데.”

“좋은 호텔이라 손님들 기분 나 쁘지 않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 은데요?”

“그런 것 같지?”

두 귀신이 이야기를 나눌 때, 직원이 맥주와 컵을 들고 다가왔 다.

“주문하신 당근 쿠키와 맥주입 니다. 그리고……

직원이 룸 키를 내밀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사용 하시면 됩니다.”

“확인이 된 건가요?”

“네.”

“감사합니다.”

키를 받아 주머니에 넣은 강진 이 맥주를 잔에 따랐다.

“여러분들도 시원하게 한잔들 해요.”

“고맙습니다.”

여자 직원들의 손에 불투명한 잔이 쥐어졌다.

“아! 좋다.”

“그러게. 맛있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당근 쿠

키를 집어 먹는 그녀들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승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는 맛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전경이 좋은 수영장에 행복한 모 습의 사람들 사이에서 먹으니 맛 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확실히 수영장 좋네.’

우리나라에 이렇게 멋진 수영장 이 있나 싶을 정도로 휴양지 느 낌이 물씬 나는 곳이었다.

감탄 어린 눈으로 이곳저곳 둘

러보고 있을 때, 그의 옆으로 고 등학생 귀신이 다가왔다.

“저기.”

고등학생 귀신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정말…… 귀신을 보시네요. 귀 신하고 같이 있으셔서 긴가민가 했는데.”

“네.”

강진이 웃으며 쿠키를 가리켰 다.

“좀 드세요.”

“친구 것 먹고 있어서 괜찮습니 다.”

고등학생 귀신의 말에 강진이 힐끗 썬 베드에 누워 있는 남자 를 보았다.

“친구예요?”

“제가 좀 어릴 때 죽어서 그런 데 그래도 저 녀석하고는 친구예 요.”

“그러시구나.”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그를 보 았다.

“그런데 친구분 음식은 어떻게 드시는 겁니까?”

“오늘이 제 기일이라 뭐 먹을 때마다 저도 먹으라고 말을 해 주거든요. 그래서 먹을 수가 있 습니다.”

“아…… 그렇구나.”

귀신을 봐서 먹으라고 하는 것 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수호령은 아닌 것 같은

데?”

“저는 그냥 귀신입니다.”

“친구 따라다니시는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고등학생 귀신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친구가 제 기일에 저 보 러 제주도에 왔다 갑니다. 그래 서 그때만 같이 다닙니다. 친구 는 서울 살아요.”

“여기서 돌아가셨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고등학생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하고 수능 끝나고 한라산 등산하러 왔다가 사고를 당했어 요.”

고등학생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는 머리에서 피 가 흐르고 다리가 딱 봐도 불편 해 보였다.

“수능 후면…… 친구분 보아하 니 한 10년은 지난 것 같은데, 매년 오시는 겁니까?”

13년 전 일이니 이제 안 와도

될 것 같은데…… 늘 이렇게 오 네요.”

고등학생 귀신의 말에 강진이 살짝 놀란 눈으로 청년을 보았 다.

“이십 대 중반이나 되어 보이던 데?”

“제 친구가 좀 동안이에요. 그 리고 어릴 때부터 피부에 관심이 많아서 관리를 좀 많이 받았어 요. 후! 그것 때문에 우리가 많 이 놀렸는데…… 지금 보니 관리 받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삼십 대 얼굴이 저 정도면 관 리 받기를 잘 했네.’

“혹시…… 저승식당 주인이세 요?”

“어떻게 아십니까?”

“맞군요.”

고등학생 귀신이 웃으며 말했 다.

“제주도 저승식당 사장님 말고

는 저희들을 보는 사람을 본 적 이 없거든요. 말을 들으니 전국 에 몇 개 더 있다고 해서 혹시 저승식당 주인분인가 싶었어요. 혹시 삼다식당에 가실 건가요?”

“11시 영업 시작하면

니다.”

가려고 합

강진의 말에 고등학생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거기에서 다시 인사드릴

게요. 그럼.”

고등학생 귀신이 고개를 숙이며

친구한테 가자 강진이 그 뒷모습 을 보다가 술과 당근 쿠키를 먹 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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