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04화 (402/1,050)

403 화

강진은 당근 쿠키와 맥주를 마 시며 수영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근데 비키니 있다고 하지 않았 어요?”

수영장을 두리번거리며 묻는 배 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웃었다.

“저녁이라 다 들어갔나 봐요.”

해가 떠 있을 때에는 따스하지 만, 아직 삼월이라 저녁에는 좀

쌀쌀한 것이다.

“그렇게 막 추울 정도는 아닌 데. 이 정도 날씨에도 입지 않아 요?”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던 배용수 가 입맛을 다셨다.

“해 떴을 때 올 것을 그랬나?”

최호철도 슬쩍 주위를 두리번거 렸다. 그런 최호철과 배용수의 모습에 여자 귀신들이 눈을 찡그 렸다.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요?’’

“아니, 그게…… 그냥요.”

최호철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한숨을 쉬었다.

“남자들이란.”

여자 귀신들의 말에 최호철이 웃었다.

“말 그대로 그냥 그렇다는 겁니 다.”

최호철의 말에 고개를 저은 여 자 귀신들이 당근 쿠키를 먹을 때,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여기서 쉬고 계세요.”

“어디 가게?”

“삼다식당 곧 영업시간이잖아 요. 가 봐야죠.”

“하긴, 지금쯤 가면 시간 맞겠 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언 제 출발하든 시간에 맞게 도착할 자신이 있었다.

삼다식당을 한 번 보고 와서 JS 를 통해 바로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여기 호텔에는 지하에도 편의 시설들이 가득한 곳이라 지 하실을 찾기도 쉬웠다.

그냥 지하에 있는 문 아무거나 잡고 강두치의 명함을 대면 끝이 었다.

“그럼 영업시간 되면 부를게 요.”

“그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도착하면 나 바로 불러.”

“ 바로?”

“그놈하고 승부 다시 내야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맛있는 음식에 이기고 지는 것 이 어디에 있어?”

“그래도 음식으로 지는 건 자존 심이 상한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숙수님이 지금 이런 네 모습 보면 뭐라고 하시겠냐?”

“그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혼나겠지.”

“잘 아네.”

음식은 승부를 위한 것이 아니 라 먹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 말이다.

“너 아까 도창복 씨가 만든 음

식 안 먹었지?”

“안 먹었지.”

“창복 씨도 네 음식 안 먹었을 거고.”

“그렇지.”

“그냥 가서 맛있는 음식 만들어 서 서로 나눠 먹어. 내가 보기에 는 그게 가장 좋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턱을 쓰 다듬었다.

“호오! 좋은 생각인데?”

“뭐가?”

“내 음식을 먹으면 그놈이 인정 을 하겠지. 내 음식이 얼마나 맛 있고 운암정이 뛰어난지 말이 야.”

알아듣게 설명을 했는데도 승부 욕을 버리지 못하는 배용수의 모 습에 강진이 말했다.

“그냥 맛있는 것 해서 나눠 먹 으라는 거지. 무슨 승부를……

강진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도착하면 바로 부를게.”

그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는 당근 쿠키를 집어 입에 넣었 다.

그런 배용수를 뒤로하고 강진은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계단을 통해 지하 1층으로 내려 온 강진은 실내수영장을 볼 수 있었다.

“여기도 보기 좋네.”

환하게 불이 켜진 지하 수영장 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주위를 한 번 살피고는 지갑에서 강두치의 명함을 꺼내 문에 대고는 열었 다.

화아악!

JS 금융의 문을 열고 나온 강진 이 주위를 보다가 다시 문을 손 으로 잡았다.

“아…… 선물을 좀 사 갈까?”

아침에는 생각을 못 했는데, 그 래도 남의 가게에 빈손으로 가는

것보다는 뭐 좀 사가는 것이 좋 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한 강진이 편의점 으로 걸음을 옮겼다. 편의점에 들어선 강진은 이제는 많이 익숙 해진 직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 를 하고는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 다.

“서천꽃물하고 커피하고..

자신의 입맛에 가장 맞는 서천 꽃물하고 혹시 박문수가 커피를 좋아할까 싶어 커피 몇 개와 다 른 음료수를 고른 강진이 계산을

하고 나가려 할 때, 사람 한 명 이 안으로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안으로 들어오다가 부딪힌 할머 니에게 강진이 고개를 숙이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요. 내가 사람 보 고 들어왔어야 하는데.”

웃으며 고개를 숙인 할머니가 안으로 들어가다가 강진을 보았 다.

“젊은 분이 너무 일찍 오셨네.”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할머니는 자신처럼 강진도 죽은 줄 아는 것이다.

“하하…… 네.”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그 저 고개를 숙인 강진이 나가려 하자, 할머니가 말했다.

“그런데 저기.”

그에 강진이 보자 할머니가 편 의점을 보며 말했다.

“여기서 저승에 필요한 물건들 을 사야 한다고 하던데…… 젊은

이는 뭐 샀어요?”

“물건요?”

“JS 입국 관리자인가가 여기서 물건들 사라고 하던데, 뭘 사야 하는지 모르겠네.”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지옥에 대해 좀 아시는 것 있 으세요?”

“나야 지금 죽었는데 뭘 알겠 어? 잘 모르지.”

“그것도 그러네요.”

할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그녀를 한쪽에 있는 상품 코너로 데리고 갔다.

〈저승 귀성분들을 위한 맞춤 코 너〉

강진이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가리켰다.

“여기 있는 물건들을 사시면 되

는데요. 제 생각에는 열화내의하 고 새살이 송송 후신딘은 꼭 필 요하실 것 같습니다.”

“이 두 개?”

“혹시 돈이 좀 있으시면 지옥마 다 필요한 물건들을 다 사시는 것이 가장 좋고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물건들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가격이 무슨…… 이거 도둑놈 들 아니야?”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가

보는 후신딘을 보았다.

‘하긴, 연고 하나에 27만 원이 면 비싸다는 생각을 할 만하지.’

새살이 송송 후신딘은 27만 원 이다. 이승에서라면 말도 안 되 는 금액이지만 강진의 생각은 달 랐다.

칼을 다루는 직업인 강진은 혹 시나 해서 후신딘을 하나 사서 써 본 적이 있었다.

요리하다 칼에 살짝 베였을 때 써 봤는데 약효가 초대박이었다.

살짝 바르자마자 베인 부분이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더니 흔적도 없이 나아 버렸던 것이다.

이승에서 판매를 하면 노벨 의 학상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약효였다.

“꼭 필요할까요?”

“돈이 되시면 꼭 사 가세요. 저 승이 좀 춥고 힘든 곳입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잠시 물 건들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바구니에 맞춤 코너

물건들을 하나씩 다 담기 시작했 다.

“돈이 좀 있으신가 봐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었다.

“살아서는 가난해서 힘들었는 데…… 죽어 보니 돈이 꽤 많더 라고.”

“선하게 사셨나 보네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 냥 평범하게 살은 거지.”

말을 하던 할머니가 고개를 저

었다.

“이승에서 이 돈 있었으면 손주 들 끼니는 잘 챙겨줬을 텐데.”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손주들하고 사셨어요?”

“애 아빠가 지방에 일하러 가 서……

“그럼 애들은요?”

“나하고 같이 살았지.”

“그렇군요.”

강진이 할머니를 안쓰러운 듯 보았다.

‘손주들 두고 가기 어려우셨을 텐데……

속으로 중얼거리던 강진에게 할 머니가 물었다.

“이거면 됐을까?”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바구니에 담긴 물건들을 보고는 고개를 끄 덕였다.

“이거면 되실 겁니다. 더 필요 하신 건 그곳에서 사셔도 될 겁

니다.”

“지옥에도 물건을 팔아?”

“제가 지옥에 가 본 적은 없지 만…… 저승에서는 돈으로 안 되 는 것이 없거든요. 돈만 있으면 지옥에서도 맛있는 것 먹으면서 편히 계실 수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건들을 계산했다. 그러고는 강진에게 초콜릿을 하 나 내밀었다.

“총각, 이거 먹어.”

“저 괜찮습니다. 가시는 길에 드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봉지에 담겨 있는 김밥을 들어 보였다.

“간식으로 먹으려고 나도 하나 샀어. 초콜릿은 총각 고마워서 주고 싶어서 그래.”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그럼 총각 잘 가.”

할머니가 웃으며 편의점을 나서 자 강진도 그 뒤를 따라 나왔다. 그러고는 멀어지는 할머니를 보 다가 초콜릿을 한 번 보고는 외 쳤다.

“할머니! 초콜릿 잘 먹을게요!”

강진의 외침에 할머니가 그를 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 었다.

“총각도 잘 가.”

할머니의 모습이 아주 작게 보 일 때쯤, 강진이 초콜릿 포장을

뜯고는 입에 넣었다.

뚝!

부드러운 식감이 아닌 단단한 식감의 초콜릿을 씹던 강진이 입 맛을 다시며 할머니가 간 방향을 보았다.

“달콤한 맛으로 사 주시지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힐끗 포 장지를 보았다.

〈지옥 카카오 99% 함유

지옥의 쓴맛! 헬 초콜릿〉

‘카카오 99퍼센트……

초콜릿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할머니는 이런 것 안 먹어 보 셨을 테니까.”

일부러 이걸 고르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을 하며 강진이 초콜릿 을 한 조각 다시 물었다.

뚝!

쓰고 단단한 초콜릿을 씹으며 강진이 JS 금융 문이 있는 곳으 로 걸음을 옮겼다.

덜컥!

문을 열고 삼다식당에 들어선 강진은 귀신들이 귤을 수건으로 닦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강진이 들어오는 것에 귀신들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 다.

“아! 서울 양반이네.”

“놀래라.”

“갑자기 사람이 들어와서 깜짝 놀랐네.”

귀신들이 중얼거리는 것에 강진 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강진이 사과를 할 때, 박문수가

주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왔어?”

“네.”

“JS 금융 통해서 온 건가?”

“JS 금융 이동이 편하니까요.”

“그건 맞지. 나도 가끔 서울이 나 육지 갈 일 있으면 그쪽 이용 해.”

싱긋 웃으며 박문수가 말했다.

“내가 팁 하나 알려줄까?”

“팁요?”

“전국을 가게 되면 거기 공중화 장실을 먼저 가서 기억해 놔.”

“공중화장실요?”

“JS 금융을 통해서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직접 가 봤고 기억 에 있는 곳 만이잖아.”

“그렇죠.”

“근데 그것도 아무나 갈 수 없 는 남의 집은 안 돼.”

“아! 그래서 공중화장실을 기억 하라는 거군요.”

“그렇지. 공중화장실은 가게처 럼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니 제약 이 없거든.”

“좋은 팁이네요.”

강진의 말에 웃으며 박문수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에 강진이 귀신들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 뒤를 따라갔다.

주방에는 도창복이 커다란 솥에 든 것을 젓고 있었다. 새콤한 향 이 나는 것에 강진이 물었다.

“귤 끓이시는 건가요?”

“아까 황민성 씨인가? 그분이 귤 잼을 주문하셨어.”

“귤 잼요?”

“내일 갈 때 가져가신다고 해서 지금 급하게 만들고 있지.”

기분 좋은 얼굴로 웃는 도창복 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많이 주문하셨어요?”

“직원들하고 아는 분들 나눠 주 신다고 되는 대로 만들어 달라 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용수 불러도 돼요?”

“그렇지 않아도 잼 만드느라 손 필요한데 잘 됐네.”

박문수의 말에 도창복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런 도창복을 보며 강진이 배용수를 불렀다.

화아악!

모습을 드러낸 배용수가 도창복 과 시선을 마주쳤다. 두 사람 사 이에 날선 기류가 생기는 것에

박문수가 웃었다.

“음식 만들고 싶어서 난리인 것 같으니 둘이 알아서 많이 만들어 봐.”

박문수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뭘 만들면 되는 겁니까?”

“귤 잼. 귤 잼 만들 줄은 알 지?”

“그럼요.”

“우리 귤은 무농약이고 껍질도

얇아서 그냥 통째로 넣고 만드니 까, 한 번 만들어 봐.”

“알겠습니다.”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 위를 두리번거리자 박문수가 말 했다.

“창복이가 재료하고 방법 알려 주고, 강진이는 나하고 음료나 마시자고.”

박문수가 음료를 홀로 나가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따라 나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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