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화
띠링!
가게 문을 열고 강진이 들어오 자 TV를 보던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왔어?”
“별일 없지?”
“별일은 무슨.”
그러고는 배용수가 말했다.
“오늘 점심 내가 정했는데.”
“봤어.”
“봤어?”
“오픈톡에 네가 올렸더만.”
“괜찮지?”
“괜찮지 그럼.”
가방을 탁자에 놓은 강진이 가 게를 둘러보고는 주방에 들어갔 다.
그리고 주방도 한 번 살피는 강 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었다.
“사장 마인드 잘 됐네.”
“마인드?”
“가게 비워뒀으면 가게를 먼저 봐야지.”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을 마저 둘러본 강진이 말했 다.
“옷 갈아입고 올게.”
“그렇게 해.”
2층으로 올라간 강진은 옷을 갈 아입고는 핸드폰을 꺼냈다.
“문짝이 라.”
속으로 중얼거리며 인터넷으로 문을 검색하던 강진이 문득 손을 멈췄다.
“문이면 인테리어에 속하잖아.”
그런 생각이 든 강진이 신수조 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해 줘 요.]
일하는 중인 듯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쾅쾅 하는, 뭔가 박는 소 리가 들려오자 강진이 빠르게 말
했다.
“문을 하나 사려고 하는데요.”
[문? 어디 문 고장 났어요?]
“그건 아니고요. JS 금융 갈 때 마다 옆 건물 지하실로 갔는데, 이번에 삼다식당에 갔더니 땅에 다 문을 두고 사용하시더라고요. 저도 식당 한쪽에 문 놔뒀다가 필요할 때만 바닥에 두고 이용하 려고요.”
[아…… 알았어요. 지금은 바쁘 고 오후에 하나 가져다줄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박 씨 아저씨 건강해 요?]
‘박 씨 아저씨? 아……
“박문수 사장님은 정정하십니 다.”
[하긴, 그 아저씨가 늙었다고 늙을 사람은 아니죠. 알았어요.]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웃 으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문 오면 JS 가기 편하겠네.”
앞으로는 굳이 지하 노래방 갈 필요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밑으 로 내려온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 다.
“재료 준비는 다 됐어?”
“다 됐지. 영업시간에 주문 들 어오면 계란 프라이만 하고 재료 만 올려서 나가면 돼. 한 그릇 먹어 볼래?”
"응."
강진의 답에 배용수가 주방에 가서는 잠시 있더니 비빔밥을 가
지고 나왔다.
여러 색감이 나는 나물과 된장 국을 보며 입맛을 다신 강진이 젓가락으로 비벼서는 한 입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우걱우걱!
“확실히 비빔밥은 크게 한 술 해야 맛있어.”
“맛 어때?”
“맛있다.”
“양념 맛 좀 다르지 않아?”
“양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릇 한 쪽에 묻어 있는 고추장 양념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잠시 맛을 보다가 말 했다.
“좀 특이하네? 좀 더 새콤한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웃으며 배용수가 말했다.
“도창복이 만든 귤 소스가 맛이 있어서 오렌지로 좀 응용해 봤
다.”
“오렌지 ?”
“귤이 있으면 귤을 했겠지만, 없어서 오렌지로 했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주방에서 고 추장 소스 통을 가지고 나왔다.
“오렌지를 갈아서 설탕 좀 넣고 끓였어. 그리고 식힌 다음에 고 추장하고 섞었는데 맛 괜찮더라 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추장 소스에 안 쓴 젓가락을 살짝 찍
어서는 입에 넣었다.
“음…… 확실히 새콤한 것이 비 빔밥하고 어울리네.”
“근데 이건 찌개에는 못 쓰고 비빔밥 할 때 써야 할 것 같아.”
“비빔밥 전용 소스네?”
“그렇지.”
웃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밥을 먹으며 마주 웃었다.
“나 없는데도 열심히 하네?”
“숙수 하는 일이라는 것이 요리
연구하는 거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미소를 지으 며 소스를 보았다.
“오늘 손님들 맛있게 드실 거 야.”
“그러실 것 같다.”
비빔밥은 그 자체로도 맛있지 만, 된장국과도 잘 어울렸다. 살 짝 매운 기운을 된장국이 잘 잡 아주면서 더 먹을 수 있게 해 주 는 것이다.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밥을 마
저 먹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고개를 돌린 강진은 황태 수와 황미소가 들어오는 것이 보 였다.
“태수야.”
강진이 반갑게 부르며 몸을 일 으키고는 아이들과 들어오는 황 희승을 보았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황희승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태수와 황미소에게
말했다.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두 아이의 인사에 강진의 얼굴 에 의아함이 어렸다. 평소와 달 리 어쩐지 둘 다 슬퍼 보였다.
그에 강진이 아이들을 보다가 말했다.
“식사하셨어요?”
“아직 안 했습니다.”
“그럼 식사하시죠.”
“감사합니다.”
황태수와 아이들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말했다.
“식사 무엇으로 드릴까요?”
“오늘 점심 메뉴 있던데요. 그 걸로 주시겠어요?’’
“저희 오픈톡에 들어오셨어요?”
“태수가 가입을 했더군요.”
“아…… 몰랐네요.”
오픈톡에 누가 들어오면 들어왔 다 뜨기는 하지만 강진은 딱히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픈톡 인원도 400명 정도로 늘어서 누가 누구인지 확인을 할 수도 없고 말이다.
강진이 황태수를 보며 말했다.
“가입했다고 인사라도 하지 그 랬어.”
“그냥 무슨 음식 하시는지만 보 려고요.”
“그럼 비빔밥 세 그릇하고 돼지
불고기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황희승의 인사에 강진이 먹던 그릇을 주방으로 옮기자 배용수 가 프라이팬에 돼지불고기를 넣 고는 볶으며 말했다.
“애들 분위기 이상한데.”
“그렇지?”
“뭔 일 있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근데 아직 학교 끝날 시간 아 니지 않나?”
“어? 그렇지. 지금 학교 갈 시 간인데 어떻게 왔지?”
“아! 자리 잡히면 애들 데리고 내려가신다고 했잖아.”
“그런가 보네. 애들 못 보니 아 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 됐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잘 됐다. 힘들어도 가 족은 뭉쳐 사는 것이 가장 좋
지.”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일단 비 빔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밥에 갖은 재료를 올린 강진이 배용수 를 보았다.
배용수는 빠르게 돼지불고기를 볶다가 마지막에 토치를 켰다.
화르륵!
프라이팬을 이리저리 흔들며 토 치로 불 맛을 입힌 배용수가 완 성된 불고기를 접시에 담자 강진 이 쟁반에 음식을 담아서는 홀로
나왔다.
“맛있겠네요.”
“맛있게 드세요.”
강진이 음식을 놓아주고는 뒤로 물러났다.
“ 먹자.”
“네.”
아이들과 아버지는 밥을 비벼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 사람 다 밥을 먹는 것이 시 원치가 않았다. 고기를 좋아하는
황미소도 이상하게 고기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 다.
‘무슨 일이…… 있는가 보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음식 을 보다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우유를 따뜻하게 데웠 다.
추가로 오미자차를 만든 강진이 그것들을 홀로 가지고 나왔다.
“이것 좀 드세요.”
강진이 가져온 차를 본 황희승 이 애써 웃었다.
“속이 좀 안 좋아서 음식이 잘 안 들어가네요.”
“속 안 좋을 때는 아무리 맛있 어도 입에서는 껄끄러울 뿐이죠. 음식은 치우겠습니다.”
“아닙니다.”
“속 안 좋을 때 먹으면 체하세 요.”
그러고는 강진이 아이들을 보았 다.
“우유 먹어.”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아이들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우유를 마시기 시작했 다. 그 사이 강진이 음식을 옆으 로 치우고는 황희승을 보았다.
“내려가시는 건가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학교 갈 시간인데 태수가 있어 서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 요?”
강진의 물음에 황희승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며칠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 습니다.”
“아……
강진이 작게 탄식을 토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진의 예에 황희승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토요일에 발인했습니다.”
“알았으면 가서 인사라도 드리 는 건데……
“아닙니다.”
그러고는 황희승이 재차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애들만 두고 갈 수가 없어서 어제 짐 정리하고 지금 내려가는 길입니다.”
“그러시군요.”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아이들 을 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들을 안타까운 눈으로 보던 강진이 황희승에게 물었다.
“그런데 지내실 곳은……
“원래는 며칠 있다 들어가기로 했는데. 주인한테 부탁해서 오늘 입주하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가기 전에 인사라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들렀습니다.”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애들한테 잘 해 주셔서 감사합 니다.”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우물거리고 있었 다.
자신들을 키워주던 할머니가 돌 아가시고 자신들에게 잘 해주던 강진과도 헤어져야 하니 슬픈 것 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강진이 말 했다.
“태수가 미소 잘 봐 줘야 해.”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리고 혹시 형 도움 필 요하면 전화해. 아니면 톡을 하 던가.”
“네.”
아이들을 보던 강진이 황희승을 보았다.
“태수가 똑똑해서 이사를 가도
미소 잘 보살필 겁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웃던 황희승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차라도 좀 드시지.”
“아닙니다.”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급히 일 어났다.
“저기 잠시만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주방으로 급히 들어간 강진의 눈에 배용수가 반찬통에 음식들 을 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홀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은 배 용수가 이미 음식들을 담고 있었 던 것이다.
그에 강진이 말없이 옆에 가서 는 음식 담는 것을 도왔다.
묵직하게 반찬통을 채운 강진이 그것을 쇼핑백에 담아서는 홀로 나왔다.
“이거 가져가 드세요.”
“아니, 괜찮습니다.”
“제 마음입니다. 가져가 드세 요.”
마음이라는 말에 황희승이 입맛 을 다시다가 아이들을 보았다.
“감사하다고 인사드려야지.”
“감사합니다.”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황태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황태수가 그를 보다가 입
을 열었다.
“형 식당…… 오래 하세요.”
“응‘?”
“나중에 저 크면…… 꼭 와서 인사드릴 거예요.”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크기 전에는 안 오려고?”
“그건…… 아니고요.”
“크기 전이라도 언제든지 놀러 와. 아! 그리고 집에 가면 나한
테 꼭 주소 문자로 보내고.”
“네.”
“그래. 이제 가자.”
강진이 서둘러 보내는 것에 황 태수가 그를 보다가 가게를 나섰 다.
가게 앞에는 작은 1톤 트럭이 있었다.
〈청진공업〉
‘공장 트럭을 가져오신 모양이 네.’
트럭 뒤에 짐들이 실려 있는 것 을 보던 강진에게 황희승이 고개 를 숙였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황희승이 아이들을 보고는 운전 자 석으로 가자 강진이 조수석을 열어서는 아이들이 타는 것을 돕 다가 좌석에 놓여 있는 액자를 발견했다.
그 액자 속에 있는 끼워져 있는
사진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어디선가 본…….
‘어? JS 편의점에서 본 할머 니?’
사진 속의 할머니는 JS 편의점 에서 자신에게 초콜릿을 人} 준 귀신이었다.
강진이 사진을 유심히 보자, 황 태수가 사진을 들어 자신의 무릎 에 올려놓았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황희승을 향해 말했다.
“할머니 좋은 곳에 가셨습니 다.”
“네?”
“할머니 좋은 곳에 가셨으니 너 무 슬퍼하지 마세요.”
사실이다. VIP는 아니더라도 저 승 귀성객들을 위한 맞춤 코너 물건들을 다 살 정도라면 JS 계 좌에 돈이 꽤 있다는 것이고, 그 는 생전에 선행을 베푼 사람이라 는 뜻이었다.
그러니 좋은 곳에 가셨을 것이
다.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황희승 이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 말을 들으니…… 조금 마음이 편합니다.”
황희승이 미소를 짓고는 차 시 동을 켜자 아이들을 손을 흔들었 다.
“아저씨! 다음에 또 올게요!”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어주었다.
“잘 가.”
“네!”
차가 출발하는 것을 보는 강진 의 옆에 배용수가 와서는 말했 다.
“차라도 다 마시게 하고 보내지 그랬어?”
너무 빨리 보내는 것 아니냐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 었다.
“만남은 길면 좋고…… 이별은 짧을수록 좋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멀어지는 차를 보다가 손을 흔들었다.
“잘 가라!”
아이들이 듣지 못할 걸 알면서 도, 배용수는 크게 소리치며 손 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