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09화 (407/1,050)

408화

“비빔밥 맛있네.”

“사장님, 여기 밥 리필 좀 해 주세요.”

“비빔밥이 리필이 되나?”

손님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답했다.

“모자라면 더 말씀하세요. 점심 인데 든든히 먹어야죠.”

강진이 밥과 양념, 그리고 야채

를 가져다주었다.

“이야, 이거 다시 한 그릇이네.”

물론 처음에 나왔던 것보단 양 이 좀 적다. 비빔밥이라는 것이 원래 양이 많은데 새로 한 그릇 을 가져다주면 아무리 맛있어도 다 못 먹으니 말이다.

하지만 양만 적을 뿐, 들어가는 재료들은 비슷해서 새 한 그릇이 라 해도 다를 바 없었다.

“맛있게 드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손님들을 보며

말했다.

“양 부족한 분들은 더 달라고 하세요.”

“고마워요.”

손님들의 말에 강진이 미소로 화답하곤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오늘도 일찍 온 태광무역 직원들 로 북적거렸다.

처음에는 강진과 아는 부서 사 람들만 여기서 식사를 했었다. 그러다 한끼식당이 저렴하면서도 맛집인 곳으로 알려지면서 회사

직원들 대부분이 식사를 하러 오 고 있었다.

물론 한 번에 사람들이 몰려들 어서 다 들어오지는 못하고 일찍 온 팀들만 먹고, 늦게 온 사람들 은 줄을 보고는 다른 곳으로 가 야 했다.

마냥 기다리자니 황금 같은 점 심시간을 길거리에 서서 다 날리 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한끼식당을 아는 사람들 중 바쁘지 않은 사람들은 조금 늦게 오는 편이었다.

태광무역 사람들이 가면 좀 한 가해지니 말이다.

어쨌든 한끼식당 점심 장사에 가장 큰 매출은 태광무역 직원들 이었다.

식사하는 손님들 사이에서 필요 한 것을 챙겨주던 강진이 수출 대행 팀과 밥을 먹고 있는 정민 을 보았다.

“어떻게, 적응 좀 했어요?”

“다들 잘해 주셔서 잘 하고 있 습니다.”

“내년에 최동해라고, 저하고 같 이 인턴 했던 친구 입사할 건데 잘 봐 주세요.”

“제가 무슨……

“에이! 그래도 직속 사수가 잘 해 주면 회사 생활이 얼마나 편 한데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 사수를 잘 만나야 회사 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까지 편해지는 거지.”

그러고는 이상섭이 강진을 보았 다.

“봐. 강진이도 나 같이 좋은 사 수 만나서 이렇게 생활이 핀 거 잖아. 맞지, 강진아?”

“물론이죠. 계란 프라이라도 하 나 해 드릴까요?”

“좋지.”

이상섭의 말에 웃은 강진이 계 란 프라이를 몇 개 접시에 담아 서 수출 대행 팀에 가져다주었 다.

“하나씩 드세요.”

“강진 씨 고마워요.”

최미나가 웃으며 고맙다고 하자 강진이 마주 웃고는 홀을 살폈 다.

예상대로 손님들은 산채비빔밥 을 맛있게 잘 먹었다. 산채비빔 밥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돼지불고기도 시켜서 매상도 꽤 나올 것 같고 말이다.

‘오늘 점심 장사 잘 됐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가게를 보

니 황태수와 황미소로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 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손님들을 받 던 강진이 문 밖으로 나왔다. 가 게 앞에 서 있는 손님들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10분 정도는 더 기다리 셔야 자리가 날 것 같습니다.”

“이미 10분이나 기다렸는데 더 기다려야 합니까?”

중간쯤에 서 있던 남자의 짜증

섞인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 다.

“죄송합니다.”

“에이!”

짜증 난 얼굴로 중얼거리는 남 자의 모습에 앞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그를 돌아보았다.

“기다리기 싫으면 다른 데 가서 먹으면 되지, 여기서 무슨 짜증 이야.”

“뭐요?”

남자가 앞을 보자, 말을 한 사 람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기 앞에 딱 쓰여 있잖아요. 지금부터 20분 기다리셔야 한다 고. 눈 없어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러니까. 기다리기 싫으면 다 른 곳 가라고요.”

“뭐요!”

버럭 고함을 지르는 남자의 모 습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 다.

“죄송하지만 앞으로 1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러고는 자신을 위해 말을 해 준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괜찮아요. 제가 늦게 와서 그 렇지. 그리고 이 가격에 이렇게 맛있는 점심 먹을 수 있으면 기 다려야죠.”

애써 웃으며 기분 좋은 얼굴을 하는 사람을 보며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제가 계란 프라이 서비스해 드 릴게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웃는 사람을 보며 강진이 줄을 선 사람들에게 다시 고개를 숙이 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야, 우리 다른 데 가자.”

“오빠, 여기 맛집이래.”

“맛집은 무슨! 거기가 다 거기 지!”

10분만 있으면 된다니까 조금

만 기다리자.”

“맛만 없어봐라.”

뒤에서 들리는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가끔 이런 손님들이 있다.

물론 사람들은 다 기다리는 것 을 싫어한다. 그래서 앞에 넉넉 하게 20분, 30분 시간을 적어 놓 는 것이다.

기다리기 힘든 분들은 기다리지 말고 가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렇게 기다리면서 투덜거리는 사

람들도 있는 것이다.

작게 한숨을 쉰 강진은 음식을 다 먹고 일어나는 손님들에게 식 대를 받고는 자리를 정리하기 시 작했다.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한 강진이 문을 열고는 말했다.

“한 팀요.”

강진의 말에 앞에 서 있던 세 사람이 손을 들자 강진이 그들을 들여보내고는 줄을 보며 말했다.

“또 한 팀요.”

그에 두 사람이 손을 들자 강진 이 그 둘을 들여보내고는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아까 불만을 말 한 남자가 말했다.

“에이! 언제까지 더 기다려요!”

남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 였다.

“앞으로 한 5분 정도 기다리셔 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에이! 제기랄!”

남자의 욕에 강진의 눈썹이 꿈 틀거렸다. 그때 여자가 한숨을

쉬었다.

“오빠 진짜 왜 그래.”

“내가 뭐?”

“맛집이니까 기다려야 한다고

했잖아.”

“기다렸잖아.”

“그럼 더 기다려야지! 왜 그 래!”

“너무 오래 기다리잖아!”

“입구에 쓰여 있었잖아. 20분

기다려야 한다고!”

고함을 지른 여자가 몸을 돌렸 다.

“가!”

“왜, 먹고 싶다며.”

“창피해서 먹겠어?! 가!”

여자가 성큼성큼 걸어가자 남자 가 머뭇거리다가 급히 그 뒤를 따라갔다.

“같이 가.”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나자 줄을 서 있던 사람이 고개를 젓고는

강진을 보았다.

“사장님도 피곤하겠어요.”

손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 개를 저었다.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생 기는 일이니 웃으면서 겪어야 죠.”

“여자분은 여기 오는 손님 같은 데.”

손님의 말에 강진이 멀어지는 여자 손님을 보았다. 자주 본 손 님은 아니지만 얼굴이 익은 것이

몇 번 온 모양이었다.

“남자 친구 맛집 데려온 모양인 데…… 쯧쯧.”

혀를 차는 손님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들어가야 식사들을 하시 니 저는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그래요. 수고해요.”

푸근하게 웃어주는 손님에게 재 차 고개를 숙인 강진이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안으로 들어온 손님들은 알아서 물통과 컵을 가져다가 물 을 마시고 있었다.

“식사 어떻게 하시겠어요?”

“비빔밥 세 개에 불백 두 개 요.”

“비밤밥 두 개에 불백 하나 주 세요.”

손님들의 주문에 강진이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배용 수가 돼지불고기를 볶으며 말했 다.

“비빔밥은 사람 수대로 준비했 으니 가지고 나가면 돼.”

“불백은?”

“혹시 몰라서 1인분씩 하고 있 으니까 1인분만 더 하면 돼.”

“너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 지 모르겠다.”

“빨리 가지고 나가. 손님들 기 다려.”

배용수가 째려보자 강진이 웃으 며 이미 그가 만들어 놓은 비빔 밥을 들고 홀로 나왔다.

점심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리 부탁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와 여자 귀 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오세요.”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 강진이

배용수와 함께 뒷문으로 나왔다.

“그런데 구내식당에 아무나 들 어갈 수 있나?”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차 시 동을 걸며 말했다.

“병원 내에 있는 거니까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긴, 보호자들도 밥은 먹어야 하니까.”

지금 강진과 배용수는 성모병원 의 구내식당으로 가려는 것이다.

왜 귀신들이 그곳의 음식을 맛있 게 먹는지 확인해 보러 말이다.

성모병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강진이 장례식장으로 걸음을 옮 기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장례식장에는 왜?”

“온 김에 이루엘 씨에게 인사는 하고 가려고.”

“하긴, 인사성 밝은 놈 치고 욕 먹는 놈은 없지.”

고개를 끄덕이며 장례식장으로 가자, 오늘도 열심히 사람들에게 성수를 뿌리는 이루엘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강진을 보고는 웃으며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오셨습니까?”

웃으며 인사를 나눈 이루엘이 장례식장을 보며 말했다.

“오늘도 식사하러 오신 건가 요?”

“식사하러 온 건 맞는데 장례식

장 말고 구내식당에서 먹어 보려 고요.”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루엘을 보던 강진이 장례식장을 보며 말했다.

“정수는 잘 갔습니까?”

전에 여기 밥 먹으러 왔다가 알 게 된 강정수를 묻자 이루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천사가 와서 데려갔으니 편히 그분의 집에 들어갔을 것입 니다.”

그분이라는 말에 강진이 힐끗 하늘을 보았다. 천사인 이루엘이 그분이라 부를 존재는 단 하나일 테니 말이다.

“그곳에서는 어떻게 되는 겁니 까?”

“무엇이 말입니까?”

“이곳에서는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죽으면 심판을 받는데 그 곳에서는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요.”

“우리 쪽도 별다를 것은 없습니

다. 죄 지으면 지옥에 가고 죄 없으면 천국으로 가는 겁니다.”

그러고는 이루엘이 하늘을 보고 는 말했다.

“대신 이쪽은 저승처럼 절차가 많이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요?”

“저희 쪽은 신도들에게 모두 한 명의 수호천사가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죽는 순간 수호천사가 천 국이나 지옥으로 바로 데려가 줍 니다.”

“곧장 보내 버리는군요.”

“수호천사가 계속 붙어서 그가 하던 일을 지켜보았으니 정확하 게 지옥과 천국으로 나누어서 보 내 줍니다.”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물어보십시오.”

“기독교 중에도 나쁜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강진의 말에 이루엘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가나 악인은 존재하는 법 이지요. 하나님을 믿으면서 악행 을 하는 자들…… 참 황당하지 않습니까? 분명 악인은 지옥의 유황불에 타 들어갈 것이라고 적 혀 있는데 말입니다. 믿으면서 왜 그런 내용은 안 믿는지 모르 겠습니다.”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리던 이루 엘이 말했다.

“나쁜 놈들이 몇 있기는 하지

만, 그래도 선량하고 남을 돕기 를 즐기는 신도 분들의 수가 훨 씬 많습니다.”

“그럼요. 기독교 말고도 다른 종교 믿는 사람들 중에도 나쁜 사람은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그럴 거면 왜 믿는 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종교를 믿지 않으면서 나쁜 짓 하는 놈 들이 더 좋은 놈들 같습니다.”

인상을 쓰며 말하는 이루엘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런 악인들에게도 수호천사가 붙는 겁니까?”

“그들이 하나님을 믿으니까요.”

“믿으면 다 수호천사가 붙는 겁 니까?”

“교회 한두 번 가는 걸로는 안 되고, 마음으로 믿어야 합니다. 그래서 더 나쁜 겁니다. 믿으면 서 나쁜 짓을 하니 말입니다.”

정말 기분 나빠하는 둣한 이루 엘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또 인사드리겠습 니다.”

괜한 말로 이루엘의 기분을 상 하게 한 것 같아서 가려는 것이 다.

“아!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십시 오.”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병원으로 걸음을 옮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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