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10화 (408/1,050)

409화

병원 안에 들어온 강진은 사람 들에게 구내식당에 대해 물어보 고는 걸음을 옮겼다.

구내식당에 들어선 강진은 직원 에게 쿠폰을 구입했다. 한 장당 오천 원이니 엄청 싼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쿠폰을 산 강진은 배식대 로 가서는 식판에 음식과 반찬을 받았다.

“제육에 감자햄볶음, 김치에 콩 나물국이네.”

“메뉴는 특별한 것 없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비싼 것 같다.”

“좀 그러네.”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수저와 젓가락을 옆에 놓고는 식판을 옆 으로 살짝 밀었다.

식판은 하나지만 배용수와 같이

먹어야 하니 말이다.

“먹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반투명해 진 수저와 젓가락을 들고는 밥을 떠서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 였다.

“맛있다.”

“맛있어?”

"응."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음식을

먹어 봤다.

“확실히 주방에 저승식당과 관 련된 사람이 있나 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응‘?”

“내 입에는 그저 그렇거든.”

“그래?”

“그냥 평범한 제육볶음 맛이고 감자햄볶음 맛이야.”

“그래서 저승식당하고 관련이

있을 거라고?”

“귀신이 먹으면 맛있는 음식은 저승식당 주인이 하는 음식이잖 아.”

“일리가 있네. 근데 저승식당 주인이 왜 여기서 일을 해? 아 니, 그 전에 서울에는 저승식당 주인 너 하나잖아.”

“그래서 물어보려고.”

강진이 구내식당 주방 쪽을 보 았다.

‘저승식당을 왜 그만두신 건지.’

특별한 메뉴가 딱히 없는 장례 식장과 구내식당 음식을 귀신들 이 맛있어하는 이유는 저승식당 주인이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밖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에 저승식당은 한끼 식당 한 곳이니, 여기에 있는 사 람은 저승식당을 그만둔 전 주인 일 것이다.

생각을 거듭하던 강진은 문득 궁금해졌다. 저승식당 주인을 하 다가 그만두는 게 가능한 것인지 말이다.

물론 저승식당을 그만둘 수 있 다고 해도 강진은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처음엔 5년만 영업을 하고 명의 이전을 확실히 받은 후에 건물을 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귀신과 사람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5 년이 지나 영업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저승식당과 한끼식당을 운영하고자 하는 강진이었다.

수입도 잘 나오는데 굳이 다른

직업을 구할 이유도 없고 말이 다.

다만…… 궁금하기는 한 것이 다. 왜 저승식당을 하다가 그만 뒀는지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물어보려고? 누 가 전 저승식당 주인인지 모르잖 아.”

말을 하며 배용수가 고기를 집 어 입에 넣자 강진이 그를 보았 다.

“네가 있잖아.”

“ 나‘?”

“네가 주방에 들어가서 사람들 앞에 얼굴 들이밀어 봐.”

“ 얼굴을?”

“그럼 놀라거나 반응하면 그분 이 귀신을 보는 걸 테고…… 그 럼 저승식당 관계자 아니겠어?”

강진의 말에 생각을 해 보니 일 리가 있었다. 그에 배용수가 몸 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럼 후딱 내가......

스윽!

말을 하던 배용수의 눈에 한 아 주머니가 자신의 앞에 앉는 것이 보였다.

식당에서 일을 하는 분인 듯 위 생복을 입고 머리에 위생 모자까 지 쓴 아주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맛있어요?”

“네? 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맛 별로 없잖아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다가 옆을 보았다.

아주머니 옆에는 세 명의 귀신 이 서 있었다.

“저승식당 주인이네.”

“오랜만에 보네.”

“어머, 저승식당 주인 치고는 되게 젊네요.”

한 명은 백발의 할아버지였고, 두 명은 자신과 비숫한 또래로 보이는 남녀였다.

세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들을 보다가 아주머니를 보았다.

“저승식당 주인이세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는……. 지금은 여기에 서 일해요.”

그러고는 아주머니가 강진을 보 았다.

“충청도에서 서문식당 했던 차 달자예요.”

“서울 한끼식당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았다.

“저승식당 사람은 정말 오랜만 이네요.”

“그거야 사장님이 일 그만두시 고 처음이니까요.”

“그 좋은 식당 접고…… 아쉬운 일이지.”

“그런 소리 하지들 말아요. 엄 마가 얼마나 힘들면 그만두셨겠 어요?”

귀신들이 하는 말에 강진이 그 들을 볼 때, 차달자가 슬며시 자 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 주위에 아직도 귀신이 있나 요?”

“세 분…… 응?”

강진이 차달자를 놀란 눈으로 보며 물었다.

“귀신이 안 보이세요?”

강진의 물음에 차달자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저승식당 그만두면서 귀신을 보고 대화하는 능력이 사라졌어 요.”

“아……

강진이 그녀를 볼 때, 차달자가 주위를 보며 말했다.

“왜 안 가고 아직도 있어요.”

“사장님 갈 때 같이 가려고요.”

“차 사장 혼자 두고 가기 걱정 돼서 그렇지.”

“저승 가서 엄마하고 같이 장사

하려고 그러지.”

세 귀신의 말에 차달자가 강진 을 보았다.

“뭐라고들 하세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귀신들이 한 말을 전달해 주었다. 그에 차 달자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 옆에서 보셨으면 저 괜찮은 거 아시잖아요. 걱정들 하지 말 고 가세요.”

“그럴 수 있나.”

“엄마 두고 내가 어디를 가.”

“사장님 죽을 때는 따로지만, 갈 때는 같이 가요.”

할아버지 귀신의 중얼거림에 차 달자가 잠시 미소를 지었다. 귀 에 들리지는 않지만 자신이 아는 귀신들이 무슨 말을 할지 감이 오는 것이다.

그러다가 차달자가 옆을 가리켰 다.

“아마 여기에 여자 귀신이 있을 거예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그녀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그녀 말대로 여자 귀신이 있었 다.

“저희 가게에서 차연미예요. 제가 착한 딸이에요.”

“치잇! 딸처럼이

차연미가 웃으며 잡으려다가 손을 숨을 쉬었다.

일을 도와주던

딸처럼 여기던

뭐야. 딸이지.”

차달자의 손을

뚫고 나가자 한

그것을 모르는 차달자가 다시

옆을 가리켰다.

“아마 여기에는 이호남이 있을 거예요. 저희 가게 부주방장이었 어요.”

차달자의 말에 이호남이 강진에 게 고개를 숙였다.

“이호남입니다.”

차달자가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이분은 저희 가게 터줏대감이 자 저를 늘 도와주시던 변대두 어르신이세요.”

“변대두요.”

변대두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짓 자 강진이 일어나 고개를 숙였 다.

“이강진입니다.”

다시 자리에 앉는 강진에게 차 달자가 말했다.

“이분들은 제 식당에서 저를 도 와주던 식구들이에요.”

“그렇군요.”

배용수와 여자 귀신들처럼 이

세 귀신이 차달자 가게에서 일하 던 직원들인 모양이었다.

“제가 저승식당을 그만둘 때 알 아서 가시기를 바랐는데 제 옆에 남아 계시네요. 미련한 사람들 같으니……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다가 힐끗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 다.

“난 승천할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그래. 넌 꼭 승천해라.”

“그럴 거거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배용수의 말이 진심이 아닌 것이 느껴졌다.

“승천할 수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해.”

강진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배용수가 중얼거렸다.

“그때 봐서.”

그 중얼거림을 들은 강진이 더 는 말을 하지 않고 차달자를 보 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차달자가 물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왔어 요?”

“여기 장례식당이 귀신들한테는 맛집이라고 소문이 났더군요.”

“아……

차달자의 말에 귀신들이 말했 다.

“우리 엄마가 하는 음식이니 당

연히 맛있죠.”

“귀신들만 맛있으면 뭐 해. 사 람들한테는 그냥저냥인데.”

“그게 어디 차 사장 탓인가? 제 대로 된 식재도 없는데 차 사장 이 음식 해서 그나마 이 정도 맛 유지하는 것이야.”

세 귀신의 말에 강진이 차달자 를 보았다.

“식재가 별로 안 좋으세요?”

“귀신들이 말했나 보네요.”

“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작게 고 개를 저었다.

“식당 할 때와는 확실히 식재 차이가 많이 나지요. 그때는 직 접 시장에 가서 가장 좋은 식재 를 골라 그날그날 음식을 했는 데……

“지금은 다르신가요?”

“회사에서 하는 밥이라 제가 재 료 구매를 할 수가 없지요. 납품 들어오는 식재들로 하는 거라 가

끔은 안 좋은 식재들도 섞여 있 고…… 그리고 요리를 나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한 차달자가 한숨을 쉬었 다.

“손님들에게 미안할 뿐이죠.”

“그래도 귀신들은 맛있게 먹습 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자신의 손을 보았다.

“귀신을 보고 말하는 건 사라졌 지만, 귀신들에게 맛을 느끼게

해 주는 능력은 남아 있나 보네

요. 다행이에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왜 저승식당을 그만두 신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차달자가 한숨을 쉬었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차달자의 중얼거림에 차연미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대려다가 한 숨을 쉬고는 말했다.

“지호가 죽었어요.”

“지호?”

강진이 의아한 듯 차연미를 보 자, 차달자가 옆을 한 번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내 아들이에요.”

“아드님이 계셨어요?”

“남편 보내고 아들 하나 두고 살았는데…… 사고로 아들이 죽 었어요.”

“아……

강진이 차달자를 보자 그녀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힘들더군요.”

“그래서 일을 그만두신 건가 요?”

강진의 물음에 차달자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그때 귀신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귀신요?”

“죽은 아들이 계속 보이니까

요.”

“아......"

차달자의 말에 강진은 다시 탄 식을 토했다. 자식이 죽은 것이 힘들어서 일을 그만둔 줄 알았는 데…… 귀신이 된 아들을 보는 것이 더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그……

뭔가 말을 하려던 강진이 입을 다물었다. 귀신이 되어서라도 보 면 좋은 것 아니냐고 묻고 싶었 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강진이 입을 다무는 것에 차달 자가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아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승식당을 해서 귀신 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리감도 없 었고.”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이다. 자신도 귀신들에 대한 거리감이나 두려 움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장례가 끝나고…… 애 가 안 가더군요.”

“ 남았군요.”

“내가 말을 걸고 내가 보고…… 내가 해 주는 음식을 먹으니 갈 생각이 안 들었나 봐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이 입장에서는 평소와 달라진 것이 없으니……

엄마가 자신을 보고 대화를 하 니 살았을 때와 별반 달라진 것 이 없는 것이다.

“내가 있다고 해도 귀신의 삶은

힘들고 외로워요.”

“그렇죠.”

“내가 식당을 계속하면 아들이 승천을 안 하고 저와 계속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식당을 그만두신 거군요.”

강진의 물음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이를 볼 수 없어야 애 가 승천을 한다 생각을 했어요.”

“승천을 안 하면 남았을 수도 있는데……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때 저희 식당 관리해 주던 JS 금융 직원이 자신이 잘 살피 다가 승천하는 것 도와준다고 약 속을 해 줬어요. 그리고…… 제 가 장사 접고 한 달인가 있다가 그 직원이 찾아왔어요. 그날 아 들이 승천하면서 쓴 편지를 들고 왔어요.”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그날 참 많이 울었는데……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드님께서 좋은 곳에 가셨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웃었다.

“나도 저승식당을 해 봐서 저승 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요. 지금쯤…… 환생해서 중학생쯤 됐겠네요.”

서른이 되기 전 자신의 잘못이 아닌 사고나 타의로 인한 죽음은

재판을 거치지 않고 환생을 한 다.

물론 일곱 대죄라는 죄악을 범 한 자는 재판을 거치지만, 차달 자의 아이는 그런 죄를 짓지 않 았을 테니 바로 환생을 하고 지 금쯤 중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멍하니 허공을 보던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봤으면 좋겠는 데……

환생을 해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알아보지 못할 아들이지 만, 환하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들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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