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11화 (409/1,050)

410화

촉촉하게 눈이 젖어 있는 차달 자를 보며 강진이 조심스럽게 물 었다.

“그런데 저승식당을 그렇게 쉽 게 그만둘 수 있는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차달자가 웃으며 말했다.

“저승과 이승은 살아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말고는 비슷하게 돌아가는 것 아시죠?”

“네.”

“이승에서 가게 장사 접을 때 누가 막나요?”

“그건 아니죠.”

“그것과 같아요. JS 금융에 말 하면 가게 접는 절차를 도와주세 요.”

“그렇군요.”

생각보다 쉽게 그만둘 수 있다 는 것에 살짝 놀란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럼 후계자는 어떻게?”

“원래라면 제가 누군가를 지목 해야겠지만…… 저는 그럴 정신 이 없었어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차달자의 정신에 후임을 정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 이다.

“그럼요?”

“그것 역시 JS 금융에서 새로운 후임을 찾아서 일을 맡긴 걸로 알아요.”

“새로 가게 맡는 분 만나 보셨 어요?”

“제가 무겁다고 다른 분에게 짐 을 넘겼는데…… 무슨 면목으로 만나겠어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 차달 자를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럼 못 보셨어요?”

“궁금해서 한 번 들러 보기는 했어요. 좋은 분이시더군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다음에 한 번 저희 가게 가 보 세요. 서문시장 안에 있어서 재 료들도 신선하고 주위 시장 구경 하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자신의 저승식당이 있던 서문시 장을 떠올리자 옛 기억이 나는지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춘심 언니는 떡 장사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추억을 떠올리던 차달자에게 강 진이 슬며시 말했다.

“저희 가게에서 저 좀 도와주시 겠어요?”

“이 사장 가게?”

“저는 저승식당과 이승식당 둘 다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둘 다 같이 하려면 힘들 텐 데……

과부 사정 아는 것이 홀아비라 고, 저승식당을 운영했던 차달자 다 보니 저녁과 낮 장사 둘 다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것이다.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가게에도 귀신 직원들이 있기는 한데, 낮 장사 할 때는 나서서 일을 도와주기 힘들어요. 그래서 그동안 저 혼자 홀을 봤 는데 사장님이 도와주시면 도움 이 될 것 같습니다.”

저승식당 영업시간에는 귀신 직 원들이 있어서 바쁘지 않아 손님 들을 풀로 받았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카운터에 음식 놓고 서서 먹는 귀신 손님들도 있을 정도였

다.

하지만 낮 영업시간에는 배용수 가 주방에서 도와준다고 해도, 홀이 북적거려 탁자를 몇 개 비 워 놓고 영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종종 탁자가 비워 져 있는데 왜 손님 안 받느냐는 불만을 듣기도 했다.

음식 장사라는 것이 손님에게 음식만 후다닥 가져다주면 끝인 것 같지만, 그 사이에도 할 일이 많다.

손님들이 필요하다는 반찬도 가 져다줘야 하고, 물도 챙겨줘야 하고, 계산도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받을 수 있는 손님까지 만 받는 것이었다. 손님이 너무 많아 자신이 바쁘면 먼저 들어온 손님들이 음식을 더 부탁하기 불 편해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홀에 사람 직원을 두 기도 어렵다. 귀신들의 기운을 오래 접하면 귀신을 보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차달자는 저승식당을 해

봤기에 귀신들을 봐도 별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제안을 한 것이 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여기가 좋아요.”

“그러세요?”

“그리고…… 내 손맛이 아직 남 아 있으면 저기 장례식장에 오는 귀신들이 식사도 맛있게 할 테 고.”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죠.”

“내가 저승식당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귀신들이 배고프고 불쌍한 건 저도 잘 알아요. 여기 서라도 그런 분들에게 밥 차려 드리고 싶어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은 더는 권 유를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강진은 지갑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저희 가게입니다. 한 번 들러 주세요.”

“식당이라……

차달자가 명함을 보며 중얼거리 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가족분들 보고 싶을 때 오세 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 만 주위에 남아 있는 자신의 직 원…… 아니, 가족들.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가도

될지.”

“오세요.”

미소를 지으며 강진이 말하자 차달자가 슬쩍 눈가를 손으로 눌 렀다.

‘가족을 보는구나.’

저승식당을 그만둔 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신의 직원, 아니 가족들을 저승식당 영업시간에는 볼 수 있는 것이다.

차달자가 미소를 지을 때, 그녀 와 같은 복장을 한 아주머니 한

명이 급히 다가왔다.

“언니, 영양사가 찾아.”

“응?”

“여기 나와 있는 것 본 모양이 야.”

아주머니가 자신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어서 가. 화가 많이 났어.”

“그래?”

차달자가 눈가를 닦는 것에 아

주머니가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 다.

“언니 울었어?”

“울기는……

그러고는 차달자가 강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쉬는 시간도 아닌데 너무 오래 나와 있었나 봐요.”

“혼나시는 것 아니에요?”

“괜찮아요.”

싱긋 웃은 차달자가 고개를 살

짝 숙이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꼭 한 번 찾아와 주세요.”

“오늘 저녁에 갈게요.”

차달자가 몸을 돌려 구내식당 주방 쪽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강 진이 지켜보았다.

그러자 주방 쪽에서 팔짱을 낀 여자가 차달자에게 뭐라고 하는 것이 보였다.

여자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연신 숙이는 것을 보며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혼나는 것 같지?”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입 맛을 다셨다.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배용수도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하는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 다.

사실 일하는 시간에 홀에 나와 있었으니 잘못을 하기는 했다.

그리고 영양사라면 주방 직원을

관리하는 입장이니 한 소리 하는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강진이 그쪽을 볼 때 귀신 둘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보니 차연미와 이호남이었다.

“사장님.”

차연미와 이호남이 결연한 표정 으로 다가오는 것에 강진이 의아 한 듯 그 둘을 볼 때, 둘이 바닥 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어! 왜 그러세요.”

강진이 급히 손을 내밀며 그 둘 을 일으키려 하자, 이호남이 말 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봅니다. 자 리에 그냥 앉으세요.”

“하지만……

“여기 정신 병동도 있습니다.”

이호남의 말에 강진이 힐끗 주 위를 보았다. 다는 아니지만 식 사를 하던 사람들이 힐끗 자신을 보고 있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허공에 손을

내민 모습…… 누가 봐도 이상한 자세였다.

게다가 강진이 놀라서 목소리도 살짝 커지기도 했고 말이다.

이호남의 말은 여기 정신 병동 도 있으니 이렇게 이상한 모습 보이면 거기 입원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그에 강진이 다소 부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어떻게 좀 해 봐.”

자신은 사람들 시선이 있으니

배용수 보고 일으켜 보라는 것이 었다.

그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저분들 저래 보여도 나보다 죽 은 지 오래돼서 힘이 세.”

귀신들은 죽은 시간으로 힘이 정해지니 배용수가 나서기 어려 운 것이다.

그에 강진이 두 귀신을 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러세요?”

그에 이호남이 말했다.

“우리 사장님 취직 좀 시켜 주 세요.”

“취직요?”

“네!”

이호남의 굳은 얼굴에 강진이 차연미를 보았다. 차연미도 간절 한 얼굴로 자신을 보았다.

그 두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말 했다.

“하지만 사장님께서 여기 일 하

고 싶어 하시는데.”

“그래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 발 우리 사장님 좀 거기에 취직 시켜 주세요.”

이호남의 말에 강진이 둘을 보 다가 일단 앞을 가리켰다.

“일단 좀 일어나세요. 그리고 이야기하지요.”

강진의 말에 이호남과 차연미가 일어났다.

“아까 제가 사장님에게 같이 일 하자고 했지만 여기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차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엄마 여기서 일하는 것 좋아해요. 여기서는 음식 만 들면 장례식장 귀신들이 먹는 것 을 아시니까요.”

“사장님이 저승식당은 그만두셨 지만, 귀신들을 안쓰럽게 여기시 는 마음은 여전하십니다. 그래서 저승식당 그만두고 이곳에서 계 속 일을 하셨습니다.”

차연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을 보지 못하게 됐어도 장례식장에서 귀신들이 식사를 하는 것을 차달자도 안 다.

저승식당 주인이라면 귀신들이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는 것을 아 니 말이다.

“하지만 저승식당에서도 배고픈 귀신들에게 밥을 줄 수 있습니 다. 여기서 밥을 주나 거기서 밥 을 주나 똑같은 겁니다.”

“그건…… 그렇지요.”

말은 그렇지만 조금 다르다. 한 끼식당에 오는 귀신들은 대부분 단골이거나 올 수 있는 분들이 다.

하지만 장례식장은 저승식당에 가지 못하는 형편의 귀신들이나, 곧바로 승천하는 분들이 마지막 으로 이승 밥을 먹는 곳이다.

배고픈 것은 둘 다 같지만…… 강진의 생각에는 장례식장에 오 는 귀신들이 조금 더 안쓰럽다.

한끼식당에서는 현신을 해서 진 짜 음식을 먹지만, 장례식장에선

아무리 맛있어도 제삿밥인 것이 다.

그러니 귀신들에게 여기가 맛집 이라고 소문이 난 것이다. 같은 제삿밥이어도 차달자가 손을 댄 이상 귀신들에게 더 맛이 있으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이호 남이 말했다.

“이 사장님이 무슨 생각하시는 지 알고 있습니다.”

강진이 보자 이호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고프고 불쌍한 귀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맛있는 식사 를 해 주면 좋은 것 아니냐는 생 각 아니십니까?”

이호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의 생각도 그러신 것 아 닙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이호남이 강진을 보았다.

“왜 귀신들 때문에 사장님이 힘 들어야 합니까?”

“네?”

강진이 무슨 말이냐는 듯 보자 차연미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귀신들 삶이야 그놈들이 알아 서 해야지. 왜 엄마가 그놈들 때 문에 이렇게 고생하고 힘들어야 해요. 엄마도 행복해야 할 권리 가 있어요. 그리고 태어났으면 행복하고 편하게 살아야죠.”

“그…… 그렇죠.”

“근데 엄마는 왜 자기 인생을 안 살고 이렇게 밥만 차리면서 살아야 하냐고요.”

차연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차연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엄마 요즘 힘들어요.”

“네?”

“저 못돼먹은 영양사가 엄마 막

부려먹고 수당도 안 챙겨 줘요. 아주 나쁜 년이에요.”

“어?”

강진이 차연미를 보다가 주방을 보았다. 그러고는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차달자는 아직도 영양사에게 혼 이 나고 있었다.

귀신들과 대화를 하는 동안 시 간이 제법 흘렀는데도 아직도 그 자세로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변대두 할아버지가 영양사

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설을 하 고 있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고함을 지르는 변대두를 보던 강 진이 차연미를 보았다.

“수당을 안 줘요?”

“자기가 일을 한 것처럼 조작해 서 엄마가 받아야 할 수당을 챙 기더라고요. 못된 것!”

차연미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리며 주방 쪽을 보았다.

‘진짜 나쁜 사람이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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