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화
덜컥!
뒷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강 진이 비켜서며 말했다.
“저희 가게입니다.”
강진의 말에 가게 안으로 들어 온 차달자가 천천히 내부를 둘러 보았다.
“복래 언니 있을 때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네요.”
“사장님을 아세요?”
“같은 저승식당을 했으니까요.”
차달자는 여전히 가게 이곳저곳 을 보며 말했다.
“나 식당 그만두고 힘들어할 때 언니가 많이 달래 주셨어요.”
“그렇군요.”
“언니가 가까이 살자고 해서 나 도 이 근처로 이사를 왔거든요.”
“그러시……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차달자
를 보았다.
“이 근처요?”
“저기 공원 있잖아요. 그 옆에 살아요.”
그 공원은 강진도 매일 다니는 곳이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강 진이 알기로 공원 주위에 있는 집들은 모두…….
‘저택인데?’
집이라기엔 너무 크고 좋은 저 택들이 그 공원 주위에 있었다. 그중엔 전직 대통령 집도 있고
회장님들 집도 있다.
예로 L전자 이강혜도 그곳에 살 고 있었다.
한마디로 부자들이 사는 저택 단지였다. 그런데 그곳에 차달자 가 산다니?
그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 만, 병원 구내식당에서 일을 하 고 수당도 착취를 당하는 분이 비싼 저택에 산다는 것이 의아했 다.
강진이 놀란 눈을 하자, 차달자
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돈은 좀 있었어요.”
“돈이…… 많으셨군요.”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웃었다.
“차 사장 집안이 충청도에서는 유명한 만석지기 집안이야.”
“아……
‘금수저이시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문 이 열렸다.
띠링!
잠겨 있던 문이 열리는 것에 강 진이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신수호였다.
“어?”
신수호가 왜 왔나 싶을 때, 그 가 차달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모님.”
신수호의 인사에 차달자가 미소 를 지었다.
“호 왔구나.”
“이모님 오셨는데 인사드려야지
요.”
“언니 가실 때 보고 처음이구 나.”
“그동안 인사 못 드려서 죄송합 니다.”
“이렇게 봤으면 됐지.”
차달자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차 한 잔 주십시오.”
“아......" 네.”
강진은 주방으로 들어가 차를
따라 가지고 나왔다.
탁자에 두 잔을 놓자 신수호가 차달자 뒤에 있는 귀신들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호 오랜만이다.”
“호도 이제 다 늙었네.”
이호남과 차연미의 말에 신수호 가 더는 말을 하지 않고는 변대 두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그 인사에 변대두가 고개를 끄
덕였다.
“잘 지내는 것 같군.”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내가 뭐 해 준 것 있나?”
말은 그렇게 해도 그의 얼굴에 뿌듯함이 어린 것을 보면 둘 사 이에 뭔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귀신들과도 인사를 나눈 신수호 가 차달자를 보았다.
“그런데 이모님께서 이곳은 어 쩐 일로?”
“내가 와서 놀랐나?”
“저승식당 그만두시고 이쪽에는 잘 오지 않으셨잖습니까.”
신수호의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식 당은 차달자에게 미안한 장소였 다.
그래서 김복래가 살아 있을 때 도 식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 야기를 나누었으니 말이다.
“이 사장이 나에게 여기서 일을 해 보라고 제안을 해 줘서 말이
야.”
차달자의 말에 신수호가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말했 다.
“아침 장사할 때 사람 손이 필 요하기도 해서 부탁드렸습니다.”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잠시 있 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서 일하시는 것 괜찮으시 겠습니까?”
잠시 말이 없던 차달자가 미소 를 지었다.
“지금은 마음이 편해.”
차달자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됐네요.”
신수호가 미소를 지으며 차달자 를 보았다.
“그거 아세요?”
“뭐가?”
“사실 어머니는 이모님과 이 식
당을 같이 하고 싶어 하셨어요.”
“그랬니?”
“하지만 말을 못 하셨죠. 그때 는 이모님이 심적으로 아프셨으 니까요.”
신수호의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차달자를 보던 신 수호가 차를 보고는 말했다.
“그럼 앞으로는 여기서 일하실 건가요?”
"응."
“저승식당도 같이요?”
“사장님이 허락해 주시면 아침 영업도 하고 저녁 영업도 같이 하고 싶구나.”
말을 하며 차달자가 강진을 보 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저야 일 도와주시면 감사하 죠.”
“고마워요.”
“아닙니다.”
강진의 답에 신수호가 그를 보
다가 차달자를 보았다.
“이모님 가족분들 보셔야죠.”
신수호의 말에 차달자가 자신의 뒤를 보았다. 지금 자신에게 가 족이라면 귀신 직원들이니 말이 다.
“이따 저녁에 볼 수 있겠지.”
차달자의 말에 신수호가 웃었 다. 신수호가 웃는 것에 강진이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웃을 줄도 아시네.’
신수호가 웃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강진이 신수 호를 볼 때, 그가 웃으며 말했 다.
“만남은 빠를수록 좋지요.”
그러고는 신수호가 강진을 보았 다.
“JS 음식 좀 주십시오.”
“아!”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미처 그 생각을 못 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JS 음식을 먹으면 귀신을 볼 수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면 되는 것 이다.
주방으로 가려던 강진이 차달자 에게 물었다.
“좋아하시는 것 있으세요?”
“JS 음식?”
“저희 가게 직원들 배고플 때 먹으라고 음식들을 좀 사다 놓고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그를 보 다가 슬며시 말했다.
“혹시..
“네.”
“열화곰탕면…… 있나요?”
“열화곰탕면? 라면요?”
“예전에 맛있게 먹었는데……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싱크대 밑에 놓인 박스를 꺼내 살폈다.
그 안에 라면은 좀 있었지만 열 화곰탕면이라는 브랜드는 없었 다.
그에 강진이 주방에서 나왔다.
“다른 라면들은 있는데 그건 없
네요. 제가 지금 가서 요.” 사 올게
“아니에요. 그냥 다른 을게요.” 라면 먹
“아닙니다. 오랜만에 JS 라면 드시는데 드시고 싶을 걸로 드셔 야죠. 금방 옵니다.”
차달자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강진이 가게를 나섰다. 그녀 혼 자 가게에 둬야 한다면 미안해서
못 나갔을 테지만, 신수호가 있 으니 믿고 나간 것이다.
가게를 나선 강진이 건물로 다 가가서는 지하로 내려갔다. 그리 고 문에 명함을 대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JS 편의점에서 서둘러 열화곰탕 면을 산 강진이 한끼식당으로 돌 아왔다.
화아악!
문을 열고 들어선 강진은 신수
호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차달자 를 볼 수 있었다.
“뭘 거기까지 가서 사' 와요?”
“금방이잖아요.”
그러고는 강진이 신수호를 보았 다.
“라면 드시겠어요?”
“잘 먹겠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 에서는 배용수가 이미 라면을 끓
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커다란 솥에서는 물이 끓어오르 고, 옆에는 파가 썰려 있었다. 딱 봐도 가게 내 사람과 귀신이 먹 어도 충분한 물 양이었다.
“오! 역시 내 마누라. 내 마음 을 읽었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 그렸다가 고개를 저었다.
“라면이나 줘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봉지에서 라면을 꺼냈다. 낱개가
아닌 다섯 개짜리 두 개를 꺼내 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고개 를 끄덕였다.
설마하니 차달자 한 명 먹을 것 만 사 오지 않을 것 같아 라면 물을 많이 잡은 그였다.
강진이라면 새로운 귀신과 원래 직원들까지 다 같이 먹자고 할 줄 알았던 것이다.
라면 봉지를 본 배용수가 중얼 거렸다.
“하얀 국물 라면인가 보네.”
“그런 것 같더라. 열화지옥 솥 에서 48시간 푹 곤 사골 육수로 끓였대.”
말을 하며 강진이 열화곰탕면의 봉지를 보았다. 새빨간 배경 안 에는 검은 솥이 있고 그 안에는 새하얀 국물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지옥의 불 길 같은…… 아니, 실제 지옥의 불길이 뿜어지며 솥을 달구고 있 었다.
봉지를 보던 강진이 라면을 뜯 어 스프와 건더기들을 솥에 넣었
다.
화아악! 화아악!
스프가 퍼지면서 고소한 향이 퍼져나가자 강진이 면발을 넣었 다.
“국물 뽀얀 것 봐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향을 맡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곰탕집 전문점 냄새 난다.”
“확실히 으가 음식 가지고 장난 은 안 친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면발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말했다.
“면이 얇아서 그만 끓여야겠 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썰어 놓 은 파를 넣고는 솥을 들었다.
“끄옹!”
라면 열 개를 넣고 끓인 솥이라 꽤 무거웠다. 그것을 들고 홀로 나온 강진이 솥을 탁자에 놓자 배용수가 쟁반에 김치와 그릇들 을 들고는 나왔다.
“같이들 드세요.”
배용수가 귀신들에게 이야기하 자, 새로운 귀신과 여직원들이 다가왔다. 그에 강진이 탁자를 하나 더 붙이고는 그릇을 들어 라면을 덜기 시작했다.
라면을 더는 사이 배용수가 JS 젓가락을 가지고 나왔다.
“김치도 라면도 모두 JS 음식이 라 드시기 좋을 겁니다.”
배용수의 말에 귀신들이 젓가락 을 들었다.
스르륵! 스르륵!
젓가락들이 떠다니는 것을 본 차달자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놀라 자빠질 일이지만, 차달자에게는 너무 익 숙하고 그리운 모습인 것이다.
라면을 모두 덜어 준 강진이 말 했다.
“일단 식사들 하시죠.”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라면을 집어 입에 넣었다.
“와! 맛있다.”
“JS 음식 정말 오랜만이네.”
“그러게요. 와! 입에서 녹는다, 녹아.”
차연미와 이호남 그리고 변대두 는 정말 오랜만에 먹는 JS 음식 에 감동을 한 듯 연신 후루룩! 후루룩! 거리며 라면을 먹었다.
차달자는 라면을 먹으며 자신의 주위를 보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라면을 참 잘 먹네. 맛있어?”
차달자의 말에 세 귀신이 그녀
를 보았다.
“사장님, 저희가 보이세요?”
“엄마 나 보여?”
“차 사장? 내가 보이는 건가?”
세 귀신이 놀란 얼굴로 하는 말 에 차달자는 그저 웃을 뿐이었 다. 그에 강진이 차달자에게 물 었다.
“직원분들이 보이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차달자를 보았다. 그 시선에 차달자가 웃
으며 고개를 저었다.
“먹는다고 바로 보이나요.”
“그럼 어떻게?”
“라면 면발이 저렇게 빨리 사라 지잖아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아.” 하 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세 귀 신이 보이지는 않아도 공중으로 빨려가며 사라지는 라면 면발을 보면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직원들이 몇이나
되세요?”
“네?”
차달자는 허공에 떠 있는 그릇 들이 생각보다 많아 물은 것이었 다.
강진도 귀신 직원을 두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자신의 직원 말고 도 그릇이 네 개나 더 떠다니고 있으니 의아한 것이다.
차달자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서 일하는 배용수라는
제 친구 하나하고 여자 귀신 세 분이 더 있으세요. 차연미 씨하 고 비슷한 또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젊은 아가씨들이 어쩌다 가……
안타까운 듯 허공에 떠 있는 그 릇들을 보는 차달자를 보며 강진 이 말했다.
“이따가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일단 식사부터 하세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라면을
집어 입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 다.
“맛이 좋아요.”
차달자의 칭찬에 강진이 웃었 다.
“저는 끓이기만 했는걸요.”
그러고는 강진이 라면이 담긴 솥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다 같이 먹으면 다 맛있죠.”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사람은 라면은 하나씩 끓여야 맛있다고 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라면 여러 개를 한 번에 끓이면 퍼지기 십 상이고 국물에도 기름이 많이 뜨 니 말이다.
그래서 라면은 하나씩 따로 끓 이는 것이 맛있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한 사람과 먹을 때는 한 번에 끓여서 먹는 것도 맛있 다.
같은 그릇에서 라면을 뜨고 같 이 나눠 먹는 맛…… 퍼져도 이
건 이것대로 맛이 있는 것이다.
라면을 맛있게 먹은 후 귀신들 은 국물에 JS 즉석 밥을 넣어 말 았다.
국물에 만 밥에 김치를 올려 한 숟가락 먹은 차달자가 미소를 짓 다가 멈췄다.
그러고는 차달자가 미소를 지으 며 차연미를 보았다.
“우리 연미는…… 여전히 이쁘 네.”
차달자의 말에 김치를 막 입에 넣던 차연미가 그녀를 보았다.
“어…… 엄마? 나…… 보여?”
차연미의 말에 차달자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엉덩이를 손으로 토닥였다.
톡톡톡!
“이제야 내 딸이 보이네.”
“사장님, 저는요?”
“차 사장, 나는?”
이호남과 변대두의 말에 차달자
가 미소를 지었다.
“호남이는 더 멋있어지고 어르 신은 더 중후해지셨네요.”
차달자의 말에 두 귀신이 웃었 다.